장마에는 대개 ‘지긋지긋한’ 혹은 ‘짜증 나는’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덥고 습해 불쾌지수가 올라가고, 하루 종일 비가 내려 외출하기 번거롭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뭔가 한가지 덜 해도 괜찮을 것 같은 날, 빗소리를 들으며 운치를 즐길 수도 있는 그런 날로 비오는 날을 생각하는 건. 장마가 즐거워지는 식당과 찻집을 소개한다.

 

스타세라- 이탈리아 빈대떡도 잘 팔린답니다

비 오는 날에는 ‘이탈리아 빈대떡’도 잘 팔린다. 도산공원 앞 ‘스타세라’의 ‘스키치아타’(schicciata)가 맛있다. 빵이 얇고 가볍고 파삭한 피자다. 귀도 즐거운 식당이다. 플라스틱 소재 스크린 지붕 위로 ‘퉁퉁’ 비 떨어지는 소리를 피자와 함께 즐길 수 있다. 모짜렐라치즈와 토마토소스, 오레가노만을 넣은 ‘마르게리타’(1만4800원), 상쾌한 루콜라와 짭짤한 파르마햄이 어우러진 ‘에밀리아나’(1만5800원), 매운 살라미소시지를 얹은 ‘디아볼라’(1만4800원) 등 이탈리아인 요리사가 지휘하는 주방에서 만드는 피자가 전체적으로 훌륭하다. 초콜릿 맛이 나는 누텔라와 코코넛 가루를 얹은 ‘누텔라 에 코코’(1만4800원)는 디저트로 먹을 수 있는 이색 피자. 직접 만드는 젤라토(아이스크림)도 있다. (02)543-4002, www.stasera.co.kr

 

스타세라(왼쪽), 아름다운 차박물관, 반깐조, 마포할머니빈대떡(오른쪽 위에서부터)

 

반깐조- 후루룩~ 역시 국물이 최고야

 

비 오는 날 유난히 ‘땡기는’ 음식이 뜨거운 국물에 만 국수다. 비에 옷이 축축하게 젖으면 으슬으슬 춥고, 자연 뜨거운 음식이 그리워진다. 지난 4월 서울 신촌에 문을 연 ‘반깐조’(bankanzo)는 베트남 쌀국수 ‘반깐’(bankan)을 낸다. 베트남 쌀국수 ‘포’(pho)와 전혀 다르다. 포처럼 납작하면서 뚝뚝 끓기지 않고, 우동처럼 통통하고 쫄깃하다. 쇠고기와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는 포와 달리, 새우 등 해산물로 뽑은 반깐 국물은 맑고 가벼운 감칠맛이다. 여기에 고추양념을 뿌리면 땀이 줄줄 흐를 만큼 맵다. 공동 대표인 김창주(36)씨와 민준홍(36)씨는 베트남을 여행하던 중 ‘후에’에서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 국수집 ‘반깐조’를 발견했다. 둘은 “베트남에서 가게를 열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국수집 주인으로부터 쌀국수 뽑는 법을 한 달간 배웠다. “‘반깐조’는 반깐을 먹으려 기다리는(zo) 집”이란 뜻. ‘반깐’ 오리지널은 6000원, 미니 4500원. (02)313-7071

마포할머니빈대떡- 파전에 막걸리… 침 넘어가네

 

비 오는 날은 구름이 낮게 내려앉는다. 냄새가 멀리 퍼지지 못한다. 그래서 기름 냄새가 고소한 부침개가 더 먹고 싶어진다. 전주가 고향인 이순애(70) 할머니는 “비오는 날이면 손님이 평소보다 2배는 몰린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25년 전 서울 마포구 공덕시장 입구에서 빈대떡 장사를 시작했다. 숙주와 배추만 넣은 빈대떡은 비싼 녹두를 비교적 정직하게 사용했는지 녹두향이 꽤 짙다. 김치와 돼지고기는 들어가지 않는다. 지금은 빈대떡은 물론 고추전, 파전, 김치전, 완자전 등 저냐만 16가지에다 각종 튀김까지 낸다. 빈대떡은 1장 3500원, 3장 1만원. 저냐를 골고루 푸짐하게 맛보기 좋은 ‘모듬전’은 대(大) 1만원, 소(小) 5000원. ‘모듬튀김’도 가격은 같다. 부침개에는 역시 막걸리(1병 2500원). 얼음을 섞어 시원하게 갈아 넣은 미숫가루(500원)도 있다. (02)715-3775, www.mapograndma.com


절벽- 양철지붕에 빗방울이 ‘통통’

 

“비가 오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아. 우리 집 빗소리가 그리 듣고 싶다나.” 서울 평창동 ‘절벽’에서 9년째 일하고 있다는 정진수(50)씨 말이다. 절벽은 빗소리로 명성을 얻은 술집이다.

 

양철지붕에 빗방울이 ‘통통’ 떨어지는 소리가 정말 운치 있었다. 지금은 투명 플라스틱 슬레이트로 지붕을 교체해 예전만 못하다는 불만도 있지만, 그래도 소주를 마시기엔 부족함이 없는 ‘소리 안주’다.

 

도톰한 돼지고기를 매콤새콤달콤한 고추장양념에 재웠다가 연탄불에 굽는 ‘돼지고기’(7000원), 새빨갛고 얼큰한 ‘대합탕’(9000원), 달걀 4알을 부쳐주는 ‘계란후라이’(2000원)가 인기다. 속풀이 ‘라면’(2500원)도 잘 끓인다. 절벽이라기엔 왜소한 바위벽을 가로막고 만든, 내일이라도 쓰러질 듯 허름한 집이지만 26년을 버텨왔다. 라마다올림피아호텔 건너편, 육교 아래 있다. (02)379-8484


 

 

아름다운 차 박물관- 조용히 낭만을 느끼고 싶을때

 

인사동에 있는 찻집. ‘ㅁ’자형 한옥 건물은 한국과 중국의 찻잔, 찻주전자 등을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가운데 마당에는 투명한 유리지붕을 얹었다. 우전(1만원)·세작(8000원) 등 녹차류 9가지, 동방미인(1만2000원)·철관음(1만원) 등 청차류 8가지, 보이차와 같은 흑차 5가지, 홍차 8가지를 갖췄다. 성주희 매니저는 “장마 때는 가볍고 기분이 상쾌해지는 철관음이 좋다”고 추천했다. (02)735-6678, www.tmuseu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