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특집 계절의 맛 ‘봄나물’ | 독초 구분법] “봄나물, 어설픈 상식이 목숨을 위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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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나물을 채취하는 등산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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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초에 의한 식중독 환자수가 늘고 있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독초에 의한 식중독 환자수가 총 140여 명이었는데 반해 최근 4년간 환자수가 200여 명에 이른다. 환자의 대부분이 수도권과 대도시 거주자임을 감안하면 도시인들의 산행 중 산나물 채취가 주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등산이 대중화되고 웰빙 문화가 확산되면서 독초를 식용나물로 오인한 사고가 갈수록 늘고 있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손창환 교수는 2010년 <식물 독성학> 도감(圖鑑)을 펴낸 독초 전문가다. 2년 동안 전국의 산과 들을 누벼 야생 독성 식물을 찾아내고 특성과 해독 방법을 모아 책을 펴냈다. 그가 독초 연구에 빠진 것은 응급실에 근무하며 야생식물 식중독 환자를 많이 경험한 것이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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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손창환 교수
- 손 교수는 “유기농·친환경 바람이 불면서 야생식물을 채취해 먹는 사람이 늘었다”며, “하지만 전문가도 독초와 식용 식물을 구별하기 어려운데 어설픈 경험으로 야생식물을 따 먹다가는 사고가 날 수 있다”고 말한다.
“각종 나물이 올라오는 봄철에 독초 식중독 환자가 많이 생겨요. 주로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 먹어도 되는 식물이라고 주장해서 여럿이 나눠 먹다가 집단으로 복통이 생깁니다.”
흔히 식용식물인 곰취와 동의나물(독초)을 혼동하고, 독초인 박새를 산마늘로 잘못 알고 먹다가 탈이 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미치광이풀(독초)을 참나물이나 천궁잎(식용)으로 알고 먹다 발작 증세를 일으키기도 한다. 식용식물 사이에 독초가 섞여 있는 것을 모르고 한꺼번에 뜯어 나물로 먹다가 식중독에 걸린 경우도 잦다. 손 교수는 “야생식물을 먹고 복통이나 구토증세가 생겼을 때 해당 식물을 갖고 응급실에 오면 발병 원인을 알아내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무농약 산나물로 웰빙 한 번 누려 보려다 부주의로 어이없이 위험에 빠질 수 있음을 감안하면, 독초 구별법은 산나물을 채취하는 것보다 중요하다. 국립수목원은 봄철 등산객이 가장 혼돈하기 쉬운 산나물과 독초로 다섯 가지를 꼽는다.
1 비비추와 은방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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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용산나물인 비비추 / 독초인 은방울꽃
- 식용산나물인 비비추와 비슷하게 생긴 은방울꽃은 종종 사고를 일으키는 독초다. 뿌리에 독이 있어 잘못 먹으면 심부전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 잎이 곧고 튼튼하게 뻗어 있으며 융기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비비추는 잎의 가장자리로 가늘게 잎주름이 져 있고 은방울꽃보다 잎의 색이 엷다.
2 산마늘과 박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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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용산나물인 산마늘 / 독초인 박새
- 옛날 사약으로 이용되던 박새는 손창환 교수가 꼽은 가장 헷갈리는 독초다. 쌈으로 먹기도 하는 산마늘은 항암효과로 각광받는 웰빙 산나물이지만 박새와 상당히 비슷하게 생겼다. 박새는 뿌리를 약용으로 이용할 수 있으나 독성이 강해서 주의가 필요하다. 박새는 베라트린이라는 독성분이 있어 섭취하면 구토와 복통, 심한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또 혈압과 맥박을 내리는 심혈관계 증상을 동반한다. 때문에 산행 중 잘못 먹게 되면 몸에 마비증세가 나타나 하산이 어렵게 된다.
산마늘은 강한 마늘냄새와 함께 뿌리가 파뿌리와 비슷하다. 또 길이(20~30cm)가 길고 넓은 잎(4~7cm)이 2~3장 달렸다. 반면 박새는 잎이 여러 장 촘촘히 어긋나 있고, 잎의 아랫부분은 줄기를 감싸고 있으며, 잎의 가장자리는 털이 많고 주름이 뚜렷하다.
3 곰취와 동의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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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용산나물인 곰취 / 독초인 동의나물
- 독성이 매우 강한 동의나물은 식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곰취와 비슷하게 생겼다. 동의나물의 뿌리를 약용으로 쓸 수는 있으나 독성이 매우 강해 직접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동의나물의 어린잎은 둥근 심장형으로 생김새가 곰취와 비슷하다. 진짜 곰취는 잎이 부드럽고 가는 털이 있지만 동의나물은 주로 습지에서 자라며 잎이 두꺼우며 털이 없고 광택이 난다는 걸 유념해야 한다.
4 머위와 털머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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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용산나물인 머위 / 독초인 털머위
- 머위는 잎과 줄기 대 등 식물 전체를 약용 및 식용으로 한다. 반면 털머위는 머위와 유사한 형태를 하고 있으나 독성이 있다. 털머위의 독성은 친환경농업에 응용해 천연농약으로 사용할 정도이므로, 구분에 주의해야 한다. 머위는 이른 봄에 꽃이 먼저 피고 연녹색 잎에는 부드러운 털이 나 있다. 털머위는 해안가에서 자라는 상록 다년생 초본으로 잎은 짙은 녹색이며 표면은 광택이 나 있고 뒷면은 갈색 털이 빽빽하다.
5 원추리와 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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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용산나물인 원추리 / 독초인 여로
- 원추리 새싹의 연한 잎은 맛있는 봄나물 요리이며 뿌리는 약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독초인 여로는 원추리와 생김새가 비슷해 주의해야 한다. 여로는 잎에 털이 많고 잎맥이 나란하고 잎맥 사이에 깊은 주름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원추리는 잎에 털과 주름이 없다. 하지만 원추리는 성장할수록 독성이 생겨 봄철 어린 순만 섭취하는 것이 좋고, 완전히 익혀 먹어야 한다.
민간 독초 구분법
산에 장뇌삼을 키우며 약초를 채집하는 화천의 20년 경력 약초꾼 박주식씨는 독초를 구분하는 민간 노하우를 알려 준다. 소나 토끼 같은 짐승은 풀의 모양으로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지 않고, 냄새로 구분한다고 한다. 식물의 잎이나 줄기를 따서 냄새를 맡아 보면 먹을 수 있는 나물은 향긋한 냄새가 나지만, 독초는 역겨운 냄새가 나는 것으로 구별할 수도 있다고 한다. 또한 소가 먹을 수 있는 식물은 사람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야생 약재를 채집할 때 대개 독초는 걸쭉한 액즙이 나오는데, 그 액즙을 연한 피부(겨드랑이, 목, 허벅지, 사타구니, 팔꿈치 안쪽 등)에 발라 보면 살갗에 반응이 생기는 것을 볼 수 있다. 독초일 경우 심하게 가렵거나 따갑고 통증이 있으며, 피부 밖으로 포진, 종기와 비슷한 것이 돋아나게 된다.
살갗에 반응이 없을 때는 혀끝에 발라 본다. 독초일 경우 혀끝을 톡 쏘거나 매우 민감한 반응이 온다. 아리한 맛, 화끈거림, 고약한 냄새, 혀에 감각이 없거나 입 속이 해질 수도 있다. 이때는 즙액을 삼키지 말고 뱉은 후 즉시 맑은 물로 씻어 낸다. 단맛이 나더라도 단맛 속에 아린 맛이 느껴지는 것은 독초라고 한다.
또 다른 구별법은 식물의 잎에 벌레 먹은 흔적이 있으면 먹을 수 있는 식물로 보아도 무방하다고 한다. 균에 의한 것이 아닌 벌레에 의한 것이다. 벌레도 독초를 먹으면 죽게 되므로 벌레가 먹으면 사람도 먹을 수 있다고 본다. 물론 벌레와 사람이 독소에 대한 반응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판단의 근거로 삼을 수 있다고 한다. 박주식씨는 당부의 말을 잊지 않는다.
“이런 방법은 극한 상황에서 생명을 연명하기 위한 독초 구분 방법이에요. 평상시에는 충분히 식용여부를 확인하고 먹어야 하고요. 설사 산삼이라고 해도 100% 먹을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으면 함부로 입에 넣어서는 안 되는 거죠.”
사상체질과 봄나물 궁합
“알고 먹으면 보약보다 더 좋아요”
- 봄나물은 겨우내 움츠렸던 몸에 활기를 불어넣고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다. 그러나 봄나물도 궁합이 있어 체질별로 맞는 봄나물이 있다. 달래, 쑥, 취나물은 따뜻한 성질이 있어 몸이 찬 사람에게는 약이 되지만 몸에 열이 많은 사람에겐 해로울 수 있다. 이렇듯 알고 먹으면 보약이 되는 체질과 봄나물 궁합을 알아보자.
황민우 강동경희대병원 사상체질과 교수는 “태양인과 소양인은 기운이 주로 몸의 위쪽과 바깥쪽으로 몰리고, 소음인과 태음인은 기운이 주로 아래쪽과 안쪽으로 몰린다”며 “건강할 때는 인체 스스로 이러한 불균형을 조절하지만, 지나친 스트레스나 좋지 못한 생활습관이 있을 경우엔 기운이 어느 한쪽으로 몰려 균형을 잃게 됨으로써 질병이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체질도 판이하다. 소음인은 ‘냉장고형’으로 따뜻한 기운이 약해 몸이 차가워지기 쉽고 피로감을 쉽게 느끼게 된다. 특히 두통을 동반한 소화불량과 수족냉증이 쉽게 생긴다. 따라서 봄철에 소화기능을 돕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봄나물을 섭취해야 한다. 달래, 쑥, 미나리가 좋다.
소양인은 ‘뜨거운 냄비형’이다. 몸에 열이 많고 불면 등의 여러 가지 신경항진 증상이 잘 나타난다. 특히 조금만 피곤해도 신경성 방광 증상이 생겨 소변을 자주 보거나 피부가 건조해지고 가려워지는 증상이 자주 생긴다. 따라서 쉽게 상승하는 열을 내려 주기 위해서 기운이 서늘하고 담백한 냉이, 씀바귀 등이 도움이 된다.
태음인은 ‘물먹은 스펀지형’으로 노폐물 배출이 잘 되지 않고 체내에 쌓이기 쉬운 특징이 있기 때문에 체중이 증가하기 쉽다. 이로 인해 흔히 비만, 고혈압, 당뇨, 중풍, 천식 등의 질환이 잘 생긴다. 죽순, 취나물 등이 순환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태양인은 ‘마른 장작형’으로 태음인과는 달리 오히려 기운이 밖으로 발산되기 쉽기 때문에 체내에 기운이 적어 구역, 구토가 자주 생기거나 만성변비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운을 모아주며 맑게 유지시키는 두릅, 달래가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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