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산문

난타

2004. 4. 7. 08:51

요리사들의 하루일과...


결혼피로연에 필요한 음식을 여섯시까지 만들어야 한다?
심술쟁이 지배인 조카와 아웅다웅하며 만들어가는 요리...
결혼식 둘러리는 객석에서 그것도 신랑은 외국인으로...
만두 쌓기의 둘러리는 아예 내 일행을 잘도 뽑아가며 판을 일군다.

 

그렇게 무대와 객석은 하나가 되어갔다.
나 또한 그들과 하나되어 박수치고, 고함지르고, 깔깔거리는 사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에 아랑곳없이 분위기에 흠뻑 취할 수 밖에 없었다.

 

저 지난해 독일에 들렀을 때
외국인으로부터 난타공연을 보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얼굴을 붉힌적이 있었다.
마침 연방정부에서 문화쪽 일을 보는 이라서 난타의 독일 공연을 본 모양이고,

또 그들의 나라에서 온 나에게 친근의 표시로 물어온 모양인데
소문만 들었을 뿐 금시초문인 나로선 말만 더듬을 밖에...

 

또 다시 얼굴 붉히지 않기 위해 봐두리라 벼르던 난타...
뜻밖의 초대에 반가움으로 한걸음에 달려나갈 수 밖에 없었다.

 

사물놀이 리듬을 소재로 드라마화 한 한국 최초의 Non-Verbal Performance...
사물놀이의 리듬이 갖고 있는 원시적 폭발력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힘과 속도감에 주안점을 두었다는 작품.
권투시합의 난타전처럼 마구 두드린다는 그 울림에서 난 끝내 헤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그 즐거움의 여파는 꽤나 오래가고 있다.
어제 못한 보고서 정리하러 아침 5시 출근... 난 겨우 2시간 조금 넘게 잤다.
고마움의 답례로 어울린 맥주파티에 노래방...조금 전에 병원에 다녀왔다.
목은 푹 잠기고 식은 땀을 흘리는게 직원들 말이 잔재만 남은 사스의 증세라나?

 

힘들어하는 와중에도 그 즐거운 여운에 남몰래 미소 지으며,
날 초대해준 이에게 감사드리고, 저녁내내 함께해준 분들께도 감사해본다.

'자작 산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마음 둘 곳이 없어  (0) 2006.03.03
업드려 살다보면  (0) 2004.05.11
집착  (0) 2004.04.06
연가  (0) 2004.03.31
봄날의 소고  (0) 2004.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