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는 일을 떠나...
장밋빛 미래를 버린 채 더는 물러날 곳 없는 외진 곳에 납작 엎드려 버릴 수만 있다면,
딱히 가진 것 없더라도 마음만은 태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엎드려 바라보면 넓은 세상이나, 욕심 하나 줄이면 다 내 것입니다.
푸성귀가 그리우면 밭으로 나가고 나물이 입에 댕기면 산에 오르면 됩니다.
딱히 써야할 곳이 없으니 따로 벌어야 할 돈에 대한 부담도 사라질 것입니다.

 

자연에 기대어 살다보니 나를 돌아볼 시간이 많아질 것입니다.
먼 우주의 한 점인 제가 이 땅에 잠깐 들러 생명으로 머물다가 다시 돌아가는 여정...
잠시 머무르는 나그네가 무에 그리 욕심 부릴 필요가 있겠습니까? 다 짐인 것을요.

 

한 알의 알갱이를 이웃과 나누며, 내 삶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부족할 때 조급해 하지 않고 넘칠 때 나눌 곳이 없나 먼저 살핍니다.
격려하고, 감싸주며, 사랑받기 보다 먼저 사랑하는 자연스러움에 날 맏겨버립니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깃들면 달은 제 몸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산위로 흐르는 작은 길에 은은히 비추입니다. 그 끝에 달이 걸려 있습니다.

 

 

먼 훗날 그 길 따라 달에 이르러보고 싶습니다.
그대로 달빛에 녹아들어 어두운 길 비추는 한 알의 빛 알갱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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