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산문

봄날의 소고

2004. 3. 30. 09:01

어린시절 봄이되면 늘상 배가 고팠다
먹을 것이 없어 비참했던 보리고개, 얼른 모리가 익었으면...
참다 못해 보리서리라도 하다보면 입 언저리뿐 아니라 얼굴 전체가 먹물로 물들었다.

 

아이야 무슨 소린지 이해할까마는 그래도 들려주고 싶다.
"사기그릇에 고봉으로 가득담은 보리밥과
열무김치 하나로 끼니를 때워도 뿌듯햇던 때가 있었노라고...."

 

학교갔다 돌아오면 다들 들녁에 나간 빈자리만이 아이들을 반길뿐...
점심때 먹은 도시락은 기억에 없고 처마 밑에 매달린 대나무 광주리만 눈에 차 오를 뿐.
한걸음에 도착한 뒤안 옹달샘가...
바닥에 깔린 보리 알갱이 하나라도 놓칠새라 조심스레 물에 인다.

 

몽당 놋수저 움직임을 누가 볼새라
두입 걸러 한입 넣는 된장 입힌 풋고추의 얼얼함에 엉덩이 들썩거림은 차라리 추임새다.
그나마도 보리밥에도 정신없이 코박던 옆집아이는 갈비뼈 앙상한 가슴에 배만 남산만했다.

 

옆집 그 아이 벌써 며느리 본단다. 그 꼬마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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