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반에 거북곱창인데요. 산행 출발하기 전에 한잔하고 가시죠"
퇴근무렵 걸려온 달구지의 전화... 어느분의 호출인데 아니나가랴~
집에 돌아오자 마자 배낭 대충챙겨 교대역으로 향하는 발길이 가볍다.

한주 내내 괴롭혀온 감기가 물러가니 백두대간이 내 손안에 있는 듯 좋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만해도 즐거운데 거기다 더하여
곱창에 소주라니 어찌 아니 즐거울 수 있겠는가?

어두운 길눈 티내느라 두 번이나 전화질해서 겨우 도착한 약속장소에는
검정색으로 도배한 다우악, 달친구, 산사나이에다 정장의 달구지가 먼저 와
둥그런 드럼통을 둘러싼채로 익어가는 곱창 앞에서 침들을 흘리고 있다.
먹기 좋을 만치 익어가는 곱창은 아직 손도 안댄듯...

체력이 국력이라 세판을 열심히 먹고 마신 후 후식으로 볶음밥 또 한그릇...
다우악님아 그렇게 먹어댔으니 탈안나고 배기겠수? ㅎㅎㅎㅎㅎ
막 자리를 터는데 우리의 명랑소녀 꼬마둥이가 들어선다.
어제 산 좋아하는 사람과 선봤는데 암벽과 리치에 너무 빠진 것 같아 싫다나?
둥이야 남차친구 없는 사람들 들을까 두려우니 넘 티내지 말그라~

서서히 걸어서 도착한 교대역 명님이 반갑게 맞아준다.
여기저기 빈자리가 많이 눈에 띄어 그 썰렁함에 괜시리 죄스럽다.
더 많은 우리 님들과 함께 했으면 좋았을텐데.....

그래도 백두대간이 기다리고 있는데야 차는 출발할 수 밖에 없고...
선운산행 때 그 실력을 검증 받은 해밀의 손에 자연스레 마이크가 건네진다.
낯이 익은 남자분들 대부분 셋째주말에만 보이는걸 보면 아마 백두대간꾼?
다들 면면이 한山하는 베테랑들인지라 일반산행에는 얼굴들을 내밀지 않아
겨우 백두대간때에나 얼굴들을 볼 수 있다.

해밀, 잔다, 미설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얼굴들로 교체된 여성분들....
아~ 지난번에 길잃고 혼자서 헤매던 산사랑님도 보이네?
무릎고장으로 고생하지 않을까한 내 기우를 깨끗이 잠재워버린 수퍼우먼들이었다.

참가 인원이 적은 탓에 자기소개가 일찍 끝난 후 그냥 놀먼 뭐하나?
준비해간 과일주 한잔씩 돌리는데 어느새 쫒아온 명님 인상이 꽤 날카롭다.
산행코스가 어려우니 술을 삼가래나?
에이 여보슈~ 오늘 코스 수월한지는 내 익히 들어 알고 있수다.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두런거림에 살며시 눈을 뜬다.
차에 오르기전 한병 넘게 마신 소주 탓인지 머리가 지끈거린다.
사실대로 말하면 잔소리로 되돌아올 것 같아 꾸~욱 참을 수 밖에 없는데
뒤 쪽의 다우악님 견디기에 한계가 있는지 창백한 얼굴이 넘 안쓰럽다.

"와~ 별이다 별!"
그래 별은 그렇게 우리의 머리 위까지 가까이 와 있었다.
이른봄 2구간때 고리봉에서 저런 별 본 이래 참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하두 가까이 있어 어쩌면 긴 장대 하나 구하면 닿을 것도 같다.
제일 밝은 것으로 두어개 따 먼저 울 짝궁 가슴에 하나 달아주고
그래 오랜만에 울 부모님들 가슴에도 하나씩 달아 효도좀 해 볼까나?

아무리 별이 고와도 산행의 힘듬은 덜어줄 수 없다.
심한 경사에 그나마 차도는 좀 낫다 삼도봉 오르는 비탈길은 아예 죽을맛이다.
식식거리며 오르는데 누군가 왈 곱창 4총사가 다 고전하고 있단다.
삼도봉 정상의 괴물(의미없는 돌 구조물)에 걸터앉아 다시한번 별을 헤아려본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별 하나 골라 내 소원을 띄워 보낸다.
땡민의 모델이나 할가 찾는 다우악님이 안보이는걸 보니 그여 포기했나보다.

1123봉 오를 즈음 서서히 여명이 찾아온다.
분홍빛 여명 밑에 눌린 듯 깔린 검은 띠가 제발 구름이 아니었으면....
올 한해 해돚이 구경한게 언제였던가? 띄워보내는 염원이 더욱 절실하다.
지나온 길 돌아보니 산등성이 곳곳에 하얀 띠가 펼쳐있다.
언제 내렸는지 녹다 남은 잔설이 늦게나마 찾아준 산꾼들을 반기려는 듯이...

"와~ 해닷!"
삼삼오오 둘러앉아 아침준비 바쁜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환호성...
너나할것없이 하던일 다 내팽개치고 능선으로 달려나간다.

산허리에 걸쳐 있는 붉디붉은 해를 본일이 있는가?
그 서글픈 듯 아름다움에 가슴 떨려 코끝이 아려본 일이 있는가?
올 설날 지리산 형제봉에서 천왕봉 봉우리에 걸린 해를 바라보며
눈물 한방울 떨구던 기억에 슬며시 눈두덩일 만져보지만 물기는 없다.

아름다운 해돋이의 여운을 안고 걷는 능선길...
가을내내 쌓여온 두터운 낙엽에 맡긴 내 발끝이 그렇게 부드러울 수 없다.
다만 시도때도 없이 얼굴을 때리는 이름모를 넝쿨이 갈길 더디게 하였지만
약하지 않은 바람도 매섭지 않고 하늘은 구름한점 없이 푸르기만하다.

화교봉에서 단체사진도 한판 찍고....
한가히 걸어 도착한 우두령엔 멋쟁이 안기사님과
아직도 핼쑥한 얼굴의 다우악님이 반갑게 맞이해 준다.
그렇게 의지력있고 강한 님이 얼마나 몸이 안좋으면 중도에 포길했을까?

다우악님 고맙수~
님이 아니계셨기에 산행내내 쾌청한 날씨였지 않았나 하우~ ㅎㅎㅎ
어느 님이 多友岳의 우가 雨라 비를 몰고다닌다 하지 않았남유?
빨리 건강 회복하셔서 다음산행에는 다함께 완주할 수 있길 바랍니다.

맨 마지막 휘날레를 장식하는 즐거운 점심시간...
서서히 바람이 거세지는걸 보니 아마 소나기 한둘금 하시려나보다.
그래 지금 다우악님과 같이 있지? 먼저 차속으로 들어가쇼!
아~ 그래서 이번도 어김없이 비와함께한 산행으로 기록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울 팀원들 다 어디간거여?
여기저기 점심준비들로 부산한데 울팀은 한명도 안보인다.
고길 굽고싶어도 야체가 없으니 그저 옆팀 고기 익기만 기다려본다.
그리고 익자마자 낼름 한입 구겨넣는다. 금강산도 식후경....

다른팀들 시작한지 한참뒤에야 좌판 펼친 초심팀의 삼겹살파티엔
명님의 말마따나 소문난 삼겹살을 맛보려는 인파들로 넘친다.
같이 따라오는 소주, 국선소주(?) 한잔한잔에 내 몸은 점차 젖어가고...

늦게 시작한 죄루 비에 쫒겨 다른팀들 다 철수한 뒤까지 우린 즐겼다.
엣~취! 그러다 흠뻑 젖고야 말았다.
울 짝궁이 건강이 최고라고 혔는디.... 혹시 감기 다시 오는거 아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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