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라!
이게 바로 2호선... 말로만 듣던 지옥철이구나?
산지니팀장이 명령한 시간에 맞추느라 7시경에 내린 교대역엔 발 디딜 틈조차 없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인파에 휩쓸리다 겨우 출구에 도착한다.

겨울산행은 체력과의 싸움인기라~
삼겹살 구워놓고 에너지원으론 참眞 이슬露....
마침 다람쥐님이 쏘신다니까 아줌마 1인분 추가요~
술과 밥을 섞지 않는게 습관이지만 산행걱정에 바닥을 보지 않을 수 없다.

돌아가며 소개를 끝내고 명님의 일정안내...
차에서 쉬다가 세시경에 산행을 시작하겠단다.
뭐야 그럼 무박산행 아녀? 내일도 일정이 있는데 그렇게까지 무리할 필요가 있나?
내 걱정을 눈치라도 챈양 1시 조금넘어 매표소를 통과한다.
조용조용 지나가라 주의를 주지만 그들의 웅성거림은 잠재울 수는 없다.
아니나 다를까?
백담사 못미쳐 트럭에서 내린 명님 그렇게 부탁했는데도 벌금내게 했다고 입이 석자다.

역시 배태랑들?
이박삼일... 그것도 겨울설악을 찾을 정도라면 배태랑들이겠지?
백담사를 향하는 님들의 발걸음은 여자들이 싫어한다는 군대 말로 거의 구보수준이다.
군대생활 삼년에 구보나 사격한번 해본 일이 없는 나이기에 확실치는 않지만...

바쁘게 움직이는 우리들의 머리위에 언제부턴가 새벽별들이 내려 앉아있다.
거짓말 조금 붙여 이마의 헤드랜턴과 별들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가까이로..
행여 별똥별이라도 보일까 찾아보지만 눈에 안띄는건 소원은 일출산행 때 빌으렸다?

일년만에 만난 뎅그리가 반가워 이 얘기 저 얘기...
오랜만에 나온 탓에 카페 회원들의 근황이 무척이나 궁금했나보다.
항상 발랄함으로 주위사람들까지 밝게 만들어 주는 모습이 넘 보기 좋다.

하이고 추워죽겠다.
메트리스를 깔았지만 밑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600그램짜리 침낭으로는 무리인가보다.
오들오들 떨다 문득 배낭속의 오리털파카가 생각나지만 추위에 꼼지락거리기도 싫다.
추위에 뒤척이는 몸짓도 행여 곤히 자는 뎅그리 깰세라 조심스럽다.
쯧쯧 날 지켜준다고 해 놓고 혼자서 잠만 잘도 잔다.
그러나 한숨 못자고 떨면서도 다음날 산행걱정에 밖의 소주파티에는 참석을 사양...

계란탕에 계란찜...
산지니의 아침메뉴는 계란으로 도배다.
가져오란 글이 없었다고 김치를 빼 먹는 순진한 우리 팀원들...
먹고살기 위해 김치 구걸하는 몸짓에서 끈끈한 팀웍을 자랑한다.
출발을 외치는 명님의 목소리가 날카로운건 날새워 술마신 젊은이들 탓일게다.
앞장세워 럿셀로 땀나게 해서 주독을 빼겠다는 순진한 명님....
10분이 채 못되어 차라리 날 잡아 잡수슈~

가야동계곡은 냇물이 얼지 않아 불가하니 그냥 돌아가면 어떠리?
안전에 초점을 둔 명님의 의도와는 반대로 다들 가는 곳까지 가보자는 의견들이다.
3시반 안에 쌍폭에 도착하지 못하면 원점회귀키로 하고 봉정암을 향해 출발...
순탄한 평지여서인지 진행 속도가 눈없는 평길과 거의 같은 속도다.
그냥 봉정암으로 진군키로하고 머리 잘굴린 님들은 수렴동으로 돌려보낸다.
원점회귀를 예상하고 배낭을 놓고 온 머리 좋은 우리의 젊은이들이여 속상했지?

냇가에 자리잡고 라면으로 점심...
국물에 햇반 넣고 라면죽 먹으며 얼른 배낭속의 쏘줄 꺼낸다.
장거리 산행에서 무게 줄이는게 제일 중요하다는걸 아는걸 보면 나도 이젠 배태랑?
양주까지 치우에게 넘기고 나니 언제 어께가 아팠냐는 듯 컨디션 굿!

쌍폭을 목표대로 3시30분경에 통과했으나 갈수록 경사가 급해진다.
경사와 반비례로 산행속도는 떨어지고....
지쳐버린 산지니 심심찮게 눈속에 쳐박히고, 돌산의 낯빛 또한 갈수록 창백해진다.
사태골 못미쳐 어스프레한게 저녁이 가까워오고 기온까지 뚝 떨어진다.
급경사에 매달려 럿셀하는 인수봉의 뒷모습에서 슈퍼맨의 참모습을 찾아낸다.
그리고 근 든든함에 온갖 불안함을 떨쳐버린다.

500미터가 이렇게 먼 거리일줄이야~
가도가도 500미터의 끝이 나오지 않는다.
강풍에 날리지 않으려 엎드린 바닥에선 차디찬 눈가루가 반갑다 얼굴을 때린다.
자연스레 나오는 욕지꺼리 끝에 발견한 봉정암의 불빛이 눈물 나도록 반갑다.

암자 오는 길 열어줘서 하룻밤 재워주겠다는 산사의 처사님...
우리들 부담갖지 마라고 하시는 말씀이 정겹고 저녁공양에 이은 아침은 꿀맛이다.
한갓지게 저녁을 들려했던 6명이 밥을 굶는 불상사가 초래될 정도로 일미이다.
소청까지 간다고 출발했던 다른 팀들이 어깨까지 눈이 쌓였다며 돌아오는 걸 보고
다시한번 봉정암의 친절에 가슴 쓸어내린다.
보시를 근간으로 삼는 불가의 참을 다시한번 되새기게 해준 봉정암의 하룻밤이었다.
스님들 모두들 극락가시오소서!

아침밥 먹자마자 인수봉의 뒤에서 세컨을 서기로...
그러나 내 한계는 겨우 10분... 길손님께 양보하는 길에 달친구까지 앞장세운다.
그런 내 결정이 옳았음은 몸무게 탓에 탄탄한 길을 만들어나가는 달친구가 증명해준다.
눈속 수영 몇번에 소청에 도착하니 조금전 무박 120명이 천불동으로 내려갔단다.
그러나 하산시간 단축하려는 우린 대청을 거쳐 오색으로 내려가기로 결정...

중청산장에서의 점심...
밥을 짓는건 좋으나 고기를 구워먹는건 금지라는 말에 삼겹살 다시 넣을 수 밖에...
김치찌개를 만드는 산지니의 손끝에서 참기름 내음이 고소하다.
밥이 다되는 동안 햄썰어 나머지 소주도 깨끗이 청소하고...
팀장이 없어 외로운 청년21에 고생한 인수봉까지 초대해 둘러앉은 점심상이 풍요롭고
후식으로 나온 달구지의 삼계탕이 소주를 더 오라 부른다.

비닐백 위에 앉아 야호를 외치는 치기어린 해피의 목소리에 취해
나도몰래 엉덩일 눈길에 내 맡겨버린다.
그리고 스키점프....
달구지 등판이 그렇게 강한줄 몰랐고 뒤따르는 돌샘이 그리 힘좋은 줄 예전엔 몰랐다.
그리고 단 한번의 점프에서 난 완전히 새됐다. ㅎㅎㅎㅎㅎ

오늘도 내 눈위엔
영광의 반찬고가 반짝이고
퉁퉁부은 입술에 헐어버린 코....
멍든 엉덩인 모든 사물의 접촉을 거부하고 있다.

그래도
산이 좋아
근무까지 조정하며
일출산행 신청하는 날 다들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누가 뭐래도
산이 좋은 걸 어쩌란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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