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후기

민둥산('02.11.11)

2011. 11. 4. 11:04

악몽!
어제의 산행은 한마디로 악몽이라 할 수 밖에 없다.
평소에도 썩 산을 잘타지는 못하지만 설마 어제 같아서야....

토요일은 내 문화의 날
늘 그렇게 해온 대로 무작정 종삼으로 발길을 향했다.

한달에 두번 이상은 연극이나 영화
잘 자서 탈이지만 가끔은 콘서트와 같이 하기로 나 자신과 약속했었고
또 그렇게 10여년을 지켜온 셈이다.

며칠전부터 느낀 감기기운을 떨쳐보려
사무실도 오늘은 땡땡이(내 토요일은 프리랜서 데이임)
스포츠센터에서 두어시간 죽어라 뛴 덕분인지 몸은 조금 나아져있다.

서울극장 앞(객석수가 많아 자주 찾는 편임)
본 아이덴티티는 이미 끝났단다.
아이 엠 쌤 앞에서 망설이다 조금 무거울 것 같아 레드 드레곤으로...

영화 시작전에 채워두려 시도한 점심이 영 아니다.
청국장찌게 시켜 놓고 반주는 낙지볶음에 쐬주로...
낙지 두 조각에 소주 2잔, 청국장찌게 두모금에 밥 한숫갈 이게 다다.
우격다짐으로 더 넣어보려 하나 속에선 구역질로 응답 해온다.

그리고 영화도 겨우 20여분만 보고 쫑쳤다.
삭신이 아프고 쑤시는 데야 어쩔 수 없쟎은가?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내내 민둥산 산행이 걱정이다.

눈을 뜨니 새벽 4시가 조금 넘어있다.
저녁내내 배겟머리가 젖을 정도로 땀흘린 덕분인지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다.
조금 무리인 것 같지만 억새로 유명한 민둥산을 그냥 지나칠 수도 없고,
거기다 더한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는데 이까짓 감기 쯤이야.
대충 몇 숫갈 뜨고 배낭 챙겨 교대역으로 향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
문막휴게소에서부터 또 몸이 떨리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풍류님께 부탁해서 약술 몇잔으로 온기를 북돋워본다.

글구 민둥산 오르는 길...
누가 디게 편하게 오를 수 있다고 했는데...
상태가 안 좋아서였는지 무지 헉헉거리며 땀 많이 흘렸던 산행이었다.

그 고생을 하고 올라본 민둥산은...
산이름 만큼이나 밋밋하고 조망이 없는 산....
거기다 강원도의 특성을 살려 정상근처까지 임도가 뚫려있는 산.
정상에 널따랗게 펼쳐진 억새밭의 광할함과 아름다움도
영남알프스에 있는 재약산을 가기 전에 들러야만 운취를 느낄 수 있는 산...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며 "차라리 집에서 몸조리나 할 것을"
내려오는 길엔 다리에 힘이 풀려 뻘밭에 딩굴어 보기까지...
처음부터 민둥산은 날 거부하였나 보다.

그래도
정상 못미쳐
슬며시 한켠으로 불러 내미는 스머프의 따뜻한 국물과 소주가 반가웠으며
점심시간에 풍류님이 돌리는 붉은 빛 도는 훈민정주의 색깔이 너무 고왔고
하산후 잔디밭에 펼쳐진 멋쟁이 안기사님의 묵에서 훈훈한 사랑이 느껴진다.

돌아오는 찻속
명님이 명령으로 뒷자리로 자리를 옮겨보니
피터팬님이 동반한 사랑스런 로얄살룻과 아름다운 조우...
그러나 어찌나 인기가 높던지 한번 밖에 못 만났다.
다정스레 내미는 하이에나의 둘째잔은 언제 부턴가 소주로 바뀌어있다.

노래한곡 부른 후 앵콜 몇번 외치다 어느새 스르르 잠자리로.....
다시 찾아드는 한기... 추워서 죽는 줄 알았다.
거기다 온몸 곳곳이 쑤시지 않는 곳이 없다.
주위에 안 들키려고 노력했지만 내 끙끙거리는 소리가 제법 컸나보다.
건네오는 님들의 애정어린 목소리로부터 엔돌핀을 찾아 가슴에 품는다.
그리고 그 약효가 오늘의 출근을 가능케 했을거다.

과꽃님과 헤어져 집으로 가는 길...
심히 내일 출근이 걱정된다.
산에 갈 수 있는 놈이 몸 아프다고 출근 못한다는 말은 듣지 말아야지.
강동에 개원한 동생놈에게 주사라도 한 대 맞을 양으로 헨폰을 때렸으나,
죄없는 당직간호사가 집에까지 다녀가는 고생만 시켜드렸다.

오후의 사무실
와이셔츠 위에 조끼를 입고
그 위에 다시 두꺼운 가디건을 걸쳤다.
아직도 약간의 한기속에서 가끔 기침까지 곁들이고 있다.
아쉽지만 오늘 저녁 피터팬님의 생일파티엔 못나갈 것 같다.

어제의 산행 같이한 님들 반가웠습니다.
한편으론 저 때문에 산행의 즐거움이 반감되지 않았나 걱정이네요.
특히 돌아오는 찻속에서 처음 뵈온 다은2001님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귀찮을 정도로 자주 내 컨디션을 챙겨준 하늘꽃 고마웠다.

님들 다음 산행에서 또 뵈올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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