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후기

설악산('02.8.7)

2011. 11. 4. 11:00

이른 새벽 사위가 캄캄한데 누군가의 투덜거리는 소리에 눈을 뜬다.
잠자는 시간에 부시럭거려 도통 예의가 없다나?
나중에 알고보니 그 부시럭거린 사람이 과꽃님이었단다.
에이 여보슈~ 4시면 산에서는 다들 일어나는 시간이라우~
산장주위를 서성거리다 어스름이 걷힐 즈음해서 대청봉으로 향한다.
동녘하늘이 짙은 구름에 덮여 있는걸 보면서도 일출의 행운을 빌면서...
하늘엔 별들은 물론 은하수까지 눈앞에 가까이 잡히는데
하필이면 동녘하늘에만 구름이 저리 두텁게 덮여있는지 모르겠다.

희운각산장에서 아침을 먹어야한다고 재촉하는 명님에 쫒겨
채 일출을 기다리지 못하고 대충 짐을 꾸려 산장을 나선다.
소청에서 바라보는 공룡능선에 반하여 내 언젠가 다시 찾을걸 기약해 본다.

희운각의 아침 매뉴는 금요일 내내 준비해 온 우렁된장찌게...
내 노력이 헛되지 않았는지 다들 맛있다는 말에 괜시리 기분 좋다.

귀경시간에 쫒겨 밥먹자 마자 다시 출발....
천불동계곡의 비경에 연신 감탄사를 쏟으며 걷는 계곡산행...
앗뿔사 그 좋은 천당폭의 아름다움이 산사태로 엉망이 되버렸다.
아무리 바빠도 명색이 계곡산행인데 그냥 갈 수야 없지?
신발을 벗자마자 옷을 입은 채로 풍덩 계곡수에 몸을 담근다.
뒤이어 도착하는 님들 얼굴에 미소가 감도는건 다들 마음은 이미 물속?
하기사 이렇게 산좋고 물좋은 곳에서는 누구나 동심으로 돌아가겠지?

다시 출발하면서부터는 조금 속도를 내본다.
오늘따라 후미를 미셸님께 양보하고 치고 나가는 높낮이님이나
민폐까지는 아니지만 언제나 힘들어하는 달래님을 못본채 속도를 내는건
먼저 도착해야 더 오랜 시간을 물속에서 놀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간에서 또 한번 몸을 적시고, 마지막으로 비선대에서 또 풍덩...
하산길에서 만난 달래님이 의리없이 도망갔다고 투덜거리던 짝꿍이
먼저 도착해 물속에서 쉬고 계신다.
저양반 저렇게 간크게 놀아도 될까?

신흥사 근처 주점에 다다르니
먼저도착한 바라마님 일행이 벌써 막걸리잔을 기울이고 있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어 옆자리에 끼어든다.
그러나 주인 아줌마 미모 절반에도 못미칠 정도로 술맛은 엉망이다.

제대로 된 술자리를 만들자며 서둘러 도착한 설악동 주차장에는
한계령에서 헤어진 솔로님 일행이 미리 식사를 준비해 놓고
행여나 길을 잃을 새라 납지리가 마중까지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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