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경관으로 넘치는 사도(沙島)
여행일 : ‘18. 1. 1(월)
소재지 : 전라남도 여수시 화정면 낭도리
산행코스 : 백야항→사도선착장→돌담→체험학습장→둘레길→공룡발자국 산지→중도(간데섬)→증도(시루섬)→선착장(소요시간 : 2시간)
함께한 사람들 : 청마산악회
특징 : 여수시 화정면 낭도(狼島)의 동쪽에 있는 섬으로서 섬 중앙 평지에 마을이 있고, 중도(간데섬)와 다리로 연결되며 육계사주(陸繫砂洲:육지와 섬, 섬과 다른 섬이나 암초 사이에 모래나 자갈 등이 쌓여 연결된 퇴적 지형)로 증도(시루섬)와 연결된다. 임진왜란 당시 성주 배씨가 입도한 후 인동 장씨가 입도하여 마을을 이루고 있으며, 사도를 중심으로 중도(간데섬)와 증도(시루섬)·추도·장사도(진대섬)·나끝·연목 등 6개 섬이 ’ㄷ‘자 모양을 이루고 있다. 7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전체적인 윤곽은 매년 음력 ’정월 대보름‘과 ’2월 보름‘ 등 연 5회에 걸쳐 2~3일 동안 일어나는 물 갈라짐 시기에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때는 780m(폭 15m) 길이로 이들 7개 섬이 ‘ㄷ자’ 모양으로 이어지면서 장관을 연출한단다. 그뿐만이 아니다. 본도 항구에서 20분간 해변 도로를 따라 걸어 들어가면 마주치는 증도(시루섬)의 기암(奇巖)들도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주요 관광지로는 사도해수욕장이 있으며, 특히 세계 최장의 보행렬(84m)을 포함해 400여 개의 공룡 발자국이 발견되었다. 참고로 ‘사도(沙島)’란 섬 주위에 모래가 많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 찾아오는 방법
사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일단 백야도 선착장까지 와야만 한다. 사도로 들어가는 배가 이곳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순천-완주고속도로 동순천 IC에서 내려와 17번 국도를 타고 여수방면으로 달리다가 덕양교차로(여수시 소라면 덕양리)에서 22번 지방도로 갈아타면 여수죽림개발지구와 화양면을 지나 백야도의 관문이랄 수 있는 백야대교(白也大橋)’에 이른다. 백야도와 육지를 연결시키기 위해 2005년 4월에 놓은 다리로 이 다리가 놓이기 전까지만 해도 이곳 백야도에 오려면 화양면의 ‘힛도선착장(안포리)’에서 도선을 타는 불편을 감수해야만 했었다. 참고로 백야도(白也島)는 여수시에서 남서쪽으로 18.5㎞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섬으로 ’여수시 화정면(華井面)‘의 소재지인 백야리(白也里)가 이곳에 있다. ’백야도‘란 섬의 주봉인 백호산(白虎山) 정상의 하얀색 바위들로 인해 섬까지도 하얗게 보인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하얀색 바위의 모습이 호랑이를 닮아서 백호산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는데, 1896년 돌산군(突山郡)을 설치할 때에는 그 이름이 섬의 이름(白虎島)이 되기도 했다. 1914년에 여수군에 편입되면서 다시 백야도가 되었다.
▼ 오늘은 정월 초하루이다. 다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길 원하는 날이고, 우리 또한 ’송구영신(送舊迎新)‘의 마음으로 한반도의 최남단에 위치한 이곳 백야도까지 들어왔다. 또 운이라도 좋으면 사도로 들어가는 배의 선상에서 일출(日出)을 볼 수도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하지만 일출시간(7:36)과 배의 출항시간이 맞지 않아 선착장에서 해돋이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건너편 산자락 위로 떠오르는 해를 말이다. 그런 우리의 간절한 바람이 하늘에 통했던지 우린 무사히 일출을 구경할 수 있었다. 햇살이 약간 퍼져버린 해였지만 새로운 해에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주기엔 부족함이 없지 않을까 싶다. 올해도 작년만큼, 아니 작년보다 훨씬 더 건강하고 즐겁고 행복한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아들, 딸네 가족들도 마찬가지이고 말이다.
▼ 운항중인 배는 태평양해운 소속의 ’대형카페리3호‘, 차도선(車渡船)인 이 배는 제도와 개도, 상화도, 하화도를 먼저 들른 다음 사도선착장에 이르게 되는데 시간은 대략 1시간 정도가 걸린다. 이 배는 1일 3회(8:00, 11:30, 14:50) 운항하며, 돌아올 때에는 종점인 낭도에서 배를 돌려 이번에는 역방향으로 운항하는데, 사도에서 내리고 난 후, 정확히 45분 후에 백야도로 나가는 배가 도착한다고 보면 되겠다.
▼ 사도로 가는 길에 들르는 하화도(下花島), 섬 전체에 동백꽃과 진달래, 선모초가 만발한다고 해서 ‘꽃섬’으로 불리게 된 섬이다. 4년 전에 들렀을 때만 해도 보이지 않던 구름다리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 올 봄엔가 ‘큰골’에다 ‘꽃섬다리(길이 100m×폭 1.5m)’라는 이름의 출렁다리를 놓았다는 기사를 본 것 같은데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기존의 둘레길(꽃섬길, 5.7㎞)만 갖고도 섬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는데, 구름다리까지 갖추었으니 이젠 찾는 사람들이 한층 더 늘어나겠다.
▼ 한 시간 남짓 지난 후 사도선착장에 도착한다. 이곳 사도(沙島)와 저 앞에 보이는 또 다른 공룡유적지인 추도(鰍島)를 모두 둘러보는데 주어진 시간은 4시간 15분(도착 8:45, 출발 13:10), 추도에 들어갔다 오는데, 1시간 정도, 그리고 나머지는 이곳 사도를 둘러보는데 쓰면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이곳 사도 일원은 ‘시간이 멈춘 섬’으로 알려져 있다. ‘바람도 화석이 되고, 사랑도 돌이 되어 굳어진다.’니 작심하고 찬찬히 둘러볼 일이다.
▼ 선착장에 내리면 최근에 지어진 듯한 깨끗한 ‘관광센터’와 거대한 공룡 두 마리가 서서 관광객을 맞는다. ‘공룡의 섬’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환영인사가 아닐까 싶다. 거대한 저 공룡의 이름은 ‘티라노사우루스(Tyrannosaurus)’, 지구상에 살았던 육식 공룡 중 가장 무섭고 사납다고 해서 ‘폭군도마뱀’이라고도 불린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할 것 같다. 참! 깜빡 잊을 뻔했다. 행여나 정보자료라도 얻어 본답시고 관광안내센터에 들어가 볼 필요는 없다. 건물은 현대식으로 잘 지어져 있지만 안은 텅 비어있기 때문이다. 상주직원은 물론이고 안내자료 또한 비치되어 있지 않다. 비수기(非需期)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 마을 앞에는 정자(亭子)와 벤치를 갖춘 쉼터를 조성해 놓았다. 그 옆에는 어른의 키를 훌쩍 넘길 정도로 큰 빗돌을 세워두었다. ‘신비의 섬, 사도(沙島)’란다. 옳은 표현이라 할 수 있겠다. 현대판 ‘모세의 기적’이라 불리는 바다 갈라짐 현상이 일어나면 두 섬을 이어주는 신비로운 바닷길이 열리는 것은 물론, 1억 년 전 공룡들이 뛰어놀던 섬으로 천연기념물인 ‘공룡발자국화석 산지 및 퇴적층’을 품고 있으니 말이다.
▼ 빗돌 옆에는 ‘사도 공룡발자국 화석산지’ 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이곳 사도와 낭도, 추도에 분포되어 있는 화석산지들 외에도 거북바위와 사도해수욕장, 탄생굴 등 둘러볼만한 명소도 표기해 놓았다. 트레킹을 나서기 전에 꼼꼼히 살펴본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이다.
▼ 마을 안길로 들어가 사도(沙島)의 명물이라는 돌담부터 둘러보기로 한다. 이곳은 흙을 쓰지 아니하고 돌로만 쌓은 ‘강담’ 구조로 돌의 크기와 형태는 일정하지 않다. 편평한 것부터 둥근 것까지 다양하며 대체적으로 길이가 10㎝에서부터 큰 것은 30~50㎝ 안팎이다. 큰 돌과 작은 돌이 서로 맞물린 형태이며 두께는 50㎝ 내외이다. 담장은 담쟁이넝쿨이 두텁게 둘러싸고 있다. 내력이 있어 보인다는 얘기이다. 하긴 이 지역의 돌담은, 도서지방의 생활사와 주택사의 두가지면에서 학술가치가 높을 뿐만 아니라, 경관적인 측면에서도 보존가치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점을 눈여겨본 정부에서도 이곳과 추도의 돌담을 함께 묶어 등록문화제(367호)로 지정해 놓았다.
▼ 관광센터 앞에서 오른편 길로 들어가면 ‘체험학습장’이 조성되어 있다. 여기에는 예전에 사도에서 살았던 공룡들의 모형과 이 일대(사도, 낭도, 추도 등)에서 볼 수 있는 공룡 발자국 화석들을 모형으로 떠 놓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게 꾸며놓았다. 거기다 더해 공룡에 대한 다양한 자료들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가족단위, 특히 어린 학생들이 있다면 학습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중에서도 크기가 33cm나 되는 공룡의 발자국 복제 모형이 눈길을 끈다. 전남대 공룡연구센터와 전남대 학생들이 여러 날 동안 현장에서 그 본을 따서 미술전공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만들어낸 작품이란다. 민간인들의 창의적인 기획물을 여수시에서 받아 들였단다.
▼ 이젠 ‘둘레길’을 따를 차례이다. 잠시 후 정자(亭子)를 만난다. 시야(視野)가 툭 터지는 멋진 전망대로 바다 건너에 있는 고흥 나로도우주선 전망대가 보인다. 저 정도면 엄청나게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도 여객선은 왜 여수 쪽만을 고집할까? 행정구역의 차이가 그 원인이지 않을까 싶다. 아무래도 적자노선(赤字路線)은 지자체에서 보전을 해주어야 할 테니까 말이다. 참! 깜빡 잊을 뻔했다. 마을 안길로 들어서지 않을경우 둘레길을 타보지 못하고 곧장 중도로 가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 오른편은 깎아지른 절벽이다. 그런데 그 암벽의 모양이 특이하게 생겼다. 고릴라 얼굴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다. 콧구멍도 있고 눈썹도 보인다. 절벽 아래에는 검푸른 바다가 출렁이고 있다.
▼ 계속해서 ‘둘레길’을 따른다. 어른의 키를 훌쩍 넘길 정도로 웃자란 조릿대(山竹) 숲길을 지나자 이번에는 소나무 숲길이 나타난다. 아기자기한 숲길이 계속되는데, 바닷가 쪽으로는 목책(木柵) 난간이 둘러쳐져 있다. 해안절벽으로 이루어졌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래선지 오른편으로 시야가 열리면서 고흥 쪽 바다가 한눈에 잘 들어온다.
▼ 조금 더 진행하자 가지가 기묘하게 휘어진 소나무 한 그루를 만난다. 휘휘 늘어진 가지의 무게가 버거웠던지 지지대(支持臺)로 받쳐놓았을 정도로 소나무가 우람하다. 수백 년은 됨직한 소나무. 마을을 지켜주는 나무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 완만한 비탈길을 따라 조금만 더 오르면 정상이다. 아니 사도에도 산이 있다고 할 수가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그러니 정상이라기보다는 언덕이라고 표현하는 게 옳을 수도 있겠다. 아무튼 정상에는 정자가 지어져 있고, 오른편 아래에는 벤치쉼터가 보인다. 쉼터 아래는 깎아지른 절벽이다. 내려다보기에도 어지럽다. 추락위험 표시와 함께 목제난간이 설치되어 있다.
▼ 절벽 아래에는 바닷물에 반쯤 잠긴 바위지대가 있다. 이곳에서 보면 바위섬이 사도 본섬과 이어져 있는 것 같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떨어져 있는 섬이란다. ‘딴여’라는 이름의 암초(暗礁)가 아닐까 싶다. ‘다음’이나 ‘네이버’의 지도에는 이곳을 ‘시루섬’이라고 표기했다. 하지만 시루섬은 ‘증도(甑島)’의 또 다른 이름이니 참조한다.
▼ 잠시 후 시야가 툭 트이면서 발아래에 사도교(沙島橋)와 중도(中島)가 내려다보인다. 사도교 뒤편 멀리 추도(鰍島)도 보인다. 중도의 오른편에는 시루섬이라는 증도(甑島)가 있고, 중도의 뒤편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섬은 장사도(長蛇島)이다. 중도와 시루섬, 장사도는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無人島)이고, 추도에는 할머니 한 분만이 살고 있단다.
▼ 사도의 끄트머리, 그러니까 사도교를 건너기 직전 오른편 해안은 ‘공룡발자국화석 산지’이다. 바닷가 너른 암반(巖盤)으로 내려가니 빗살무늬로 갈라져 있는 암반 위에 흉터 비슷한 흔적들이 찍혀있다. 공룡발자국들인 모양이다. 안내판에는 이곳에서 ‘조각류 보행렬’과 ‘수각류 보행렬’, 그리고 ‘소형 수각류 보행렬’ 등이 발견되었다고 적혀있지만, 아마추어들의 눈에는 그저 비슷비슷한 발자국들일 따름이다. 안내판이 아니었다면 이곳에 ‘공룡발자국’이 있는 줄도 모르고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아무튼 이 지역은 아시아에서 가장 젊은 공룡 발자국 화석지라고 한다. 약 7000만 년 전인 백악기 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단다. 사람들은 공룡이 바다를 건너 왔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과거 공룡이 살던 시절 이 지역은 육지와 연결되어 있었다. 지금과는 달리 하천이 흐르고 곳곳에 넓은 호수가 있는 육지 환경이었다는 것이다. 때때로 화산이 폭발하기도 했음은 물론이다.
▼ ‘천연기념물 제434호’로 지정(2003년 2월)되어 보호를 받고 있는 이곳 사도 일원의‘공룡발자국화석 산지 및 퇴적층(堆積層)’은 사도와 추도, 낭도, 목도, 적금도 등 5개 섬 지역의 백악기 퇴적층에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다. 조사결과 공룡발자국화석은 총 3,546점으로 사도에서 755점, 추도에서 1,759점, 낭도에서 962점, 목도에서 50점, 적금도에서 20점이 각각 발견되었다고 한다. 종류도 다양해 앞발을 들고 뒷발만으로 걷는 조각류, 육식공룡인 수각류, 목이 긴 초식공룡인 용각류 등의 발자국이 발견되었다. 이 중에서 조각류 발자국이 전체의 81%에 달할 정도로 많이 나타났다. 한편 연속된 발자국들, 즉 보(步)행렬의 화석이 나왔는데, 연장성이 매우 좋은 길이 84m의 보행렬 화석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공룡화석 이외에도 규화목, 식물화석, 연체동물화석, 개형충, 무척추동물, 생흔 화석과 연흔, 건열 등의 교과서적인 퇴적구조들이 다량 발견되었다. 그로인해 전남 및 경남 지역 해안의 이미 발견된 공룡화석지를 연결하고 일본과 중국 등을 연결하는 중생대 백악기의 범아시아 생태환경 복원이 가능한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고 한다.
▼ 사도교를 건너 중도로 향한다. 길은 섬의 왼편 해안을 따라 나있다. 섬의 초입에서 산등성이로도 오솔길이 나있으나 그냥 해안도로를 따르기로 한다. 들머리 여기저기에 휴지 뭉치가 내버려져 있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 해안길을 걷는다. 바다와 섬을 바라보면서 걷는 멋진 길이다. 이 길의 중간쯤에는 정자(亭子)를 배치해 쉼터를 겸하도록 했다. 옆에는 화장실을 갖춘 샤워장도 마련되어 있다. 근처 모래사장을 해수욕장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 중도가 끝나면 길은 바다로 내려선다. 긴 ‘모래톱’이 증도, 즉 시루섬까지 연결되어 있다. 주민들이 ‘양면해수욕장’이라고 부르는 모래사장으로, 썰물 때만 나타나니 한국판 ‘모세의 기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여름철에 물 빠진 시간에는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는 얘기이다. 이제부턴 모래사장을 걷는다. 좌우로 바다가 일렁이고 있다. 그 바다에는 작은 섬들이 떠다닌다. 그 섬들이 마치 넘실대는 파도에 버거워하는 돛단배를 닮았다. 막혔던 가슴이 툭 터지면서 서서히 바다와 하나가 되어간다. 잠시 후, 이미 바다가 되고 섬이 되어버린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 모랫길 왼편에는 장사도(長蛇島)가 있다. 하지만 들어갈 수는 없다. 물이 덜 빠진 탓에 길이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장사도의 옛 이름은 ‘진뎃섬’이었다. ‘기다란 섬’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따라서 장사도란 명칭도 섬의 형상이 기다란 뱀처럼 생겼다는 데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 모랫길을 건너면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작은 섬, ‘시루섬(甑島, 증도)이다. 시루섬으로 들어가는 초입에 거북이를 쏙 빼다 닮은 바위가 하나 있다. 그래서 이름까지도 ‘거북바위’란다. 바위 앞의 안내판에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이 바위의 모형을 보고 거북선 제작의 아이디어(idea)를 얻었다고 적혀있다. 또한 이 바위는 ‘용궁(龍宮)으로 들어가는 길’을 지키라는 용왕님의 명령을 지금까지도 수행하고 있는 중이란다. 그렇다면 이 근처에 용궁이 있다는 얘기가 아니겠는가. 그냥 지나치지 말고 주위라도 한번쯤 살펴볼 일이다. 재수 좋으면 그들이 흘린 보석 한두 점 주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 시루섬은 왕성한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섬이다. 때문에 사도의 섬들 중에서 가장 볼거리가 많은 편이다. 시루섬의 최고명물인 얼굴바위도 그중 하나이다. 이 바위는 이마와 코, 입, 목이 사람얼굴을 쏙 빼다 닮았다. 사람 키로 수십 배 높이의 암벽에 자연적으로 만들어졌는데도 이마 위 머리털까지 영락없는 사람 모습이다. 자연의 예술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어느 유명한 조각가가 저런 작품을 만들 수가 있을까? 조물주만이 가능한 일일 것이다.
▼ 얼굴바위를 지나면 해안가 좌측으로 감자모양으로 생긴 바위 두 개가 보이고, 이어서 거대한 장군바위와 마주친다. 엄청나게 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 않을까 싶다. 바위 아래에 있는 사람 크기를 보면 이 바위가 얼마나 거대한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이 바위 근처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이 일품으로 알려져 있으니 놓치지 말 일이다.
▼ 장군바위를 지나면 용미암(龍尾岩)과 마주친다. 용암(熔岩, lava)이 바다로 흘러내리다 급격하게 식으면서 형성된 지형인데, 용(龍)의 꼬리를 닮았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전체적인 모양새는 용의 꼬리가 바다로 이어져 있고 몸통은 병품바위를 기어오르는 형상이다. 용미암을 지나 오른편 코너를 돌면 갑자기 넓은 마당바위가 나타난다. 수백 명이 너끈히 앉아 쉴 수 있을 정도의 넓이라고 해서 ‘멍석바위’라는 이름이 붙었다.
▼ 멍석바위에 오르면 다시 시야가 트이면서 고흥 나로도우주선전망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까 절벽 위에서 내려다봤던 ‘딴여’도 지척으로 보인다. 산책로에서 내려다봤을 때는 하나로 보였던 바위섬이 이곳에서 보니 두 섬 사이가 갈라진 모습이 분명하게 나타난다.
▼ 되돌아 나오는 길, 오른편에 보이는 장사도까지 길이 열려있다. 아까 시루섬으로 들어갈 때만해도 바닷물이 가득했는데, 지금은 물이 완전히 빠져 바닷길이 선명하게 열려있다. 장사도 들어가는 길은 양면해수욕장길과는 달리 널찍한 바위들이 깔려있는 돌길이다. 아무튼 장사도로 들어가 보는 것은 사양하기로 한다. 눈여겨 볼만한 것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양면해수욕장의 모랫길을 빠져나오면 중도, 아까 들어갈 때는 보지 못했던 멋진 해안선이 눈에 들어온다. 그게 아깝기라도 했던지 여행객 몇 명이 해안가 바윗길을 둘러보고 있는 게 보인다.
▼ 사도교를 건넌 다음에 이번에는 오른편 해안을 따른다. 모래사장이 길게 펼쳐진다. 작은 섬임을 감안할 때 엄청나게 긴 모래사장이라 할 수 있겠다. 그 끄트머리에는 섬이 하나 오롯이 앉아있다. 사도(沙島) 인근의 7개 섬 중의 하나인 ‘나끝섬’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이 섬에는 거대한 소나무 몇 그루가 그림같이 자라고 있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보호수(保護樹)로 지정이 되어 있는데 가장 나이가 어린 게 200살도 더 먹었단다.
▼ 방파제(防波堤)로 연결되어 이제는 섬이라고도 볼 수 없는 ‘나끝섬’에 오르면 건너편에 작은 바위섬 하나가 나타난다. 7개 섬 가운데 하나인 ‘연목’일 것이다. 그 오른편에 보이는 섬은 추도(鰍島)이다. 사도와 추도는 바닷길이 열리기도 한다. 그러니까 매년 음력 정월 대보름과 2월 보름 등 연 5회에 걸쳐 2~3일 동안 물 갈라짐 현상이 일어난단다. 한국판 모세의 기적이 이곳에서도 일어나는 셈이다. 이때는 사도와 중도(中島), 증도(甑島, 시루섬), 장사도(長蛇島), 나끝섬, 면목섬 등 7개 섬이 모두 하나의 섬으로 연결된단다. 추도와 연목 외의 섬들은 평소에도 연결된다. 나끝섬과 중도는 이미 방파제와 다리로 연결되어 있으며, 사도와 시루섬, 장사도는 매일 바다가 갈라져 건널 수 있다.
▼ 사도에서 유일한 식당이다. 부족한 주량(酒量)도 채워볼 겸해서 찾았지만 주인장은 외출중이다. 혹시나 하고 마을회관에 들렀더니 마침 십여 명의 주민들이 우루루 몰려나오신다. 섬 주민이 20명이 채 안된다고 했으니 동네사람들 대부분이 다 모여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주인아저씨의 얼굴은 이미 불콰하다. 회관에서 반주(飯酒)라도 나누고 계셨던지 모양이다. 그 여파는 따뜻한 인심으로 돌아왔다. 소주 한 병에 4천 원씩 받는데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 3천 원만 받으시겠단다. 소주 2병에 맥주 2캔을 샀는데, 안주로 시금치와 콩나물에 감태나물까지 푸짐하게 내놓으신다. 하지만 뒷짐을 진 채로 바라보고 계시는 아주머니의 표정은 완전히 일그러져있다. 아저씨께서 하고 계시는 처사가 마땅찮다는 의사표시일 것이다. 혹시라도 나 때문에 부부싸움이라도 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 엄동설한이 이제 막 시작되었는데, 이곳의 동백나무는 벌써부터 꽃망울을 활짝 터뜨렸다. 그만큼 기온이 높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렇다. 여기는 따뜻한 남쪽나라가 분명하다. 오늘 하루 장갑을 끼지 않고 돌아다녔는데도 조금도 손이 시리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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