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마산(鐵馬山, 605m)-망월산(望月山, 521.7m)-백운산(白雲山, 520.2m)
산행일 : ‘16. 8. 6(토)
소재지 : 부산시 기장군 정관읍과 철마면의 경계
산행코스 : 정관(진태)고개→백운산→해밋고개→망월산→매암산(515.8m)→소산봉(당나귀봉)→육각정→철마산→서봉→입석마을→영천초교(산행시간 : 4시간10분)
함께한 사람들 : 청마산악회
특징 : 부산에 있는 산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금정산부터 떠올린다. 또는 달음산이나 장산, 백양산 정도를 얘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오른 백운산과 망월산, 그리고 매암산과 철마산도 만만찮은 산임은 분명하다. 특히 바위벼랑으로 이루어진 망월산과 매암산은 앞에서 거론한 유명산들에 비해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서슬 시퍼런 암릉이 눈요깃거리를 제공하는가 하면 곳곳에서 터지는 조망(眺望) 또한 빼어나기 때문이다. 거기다 아직까지 세간에 덜 알려진 탓에 등산객들도 뜸한 편이다. 호젓한 산행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산이다. 특히 부산 사람들에게는 접근성까지 뛰어나니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다.
▼ 산행들머리는 정관(진태)고개(기장군 정관읍 모전리)
동해고속도로(부산-울산) 정안 I.C에서 내려와 14번 국도를 타고 기장방면으로 내려가다 좌천고가교에서 오른편으로 빠져나와 60번 지방도로 옮겨 양산방면으로 달린다. 잠시 후 두명마을(기장군 정관읍 두명리)에서 좌회전하여 군도(郡道)인 정관로로 옮겨 타면 잠시 후 정관고개에 올라서게 된다. 오늘 산행의 들머리이다. 고갯마루에 ‘부산추모공원’으로 들어가는 진입로임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걸려 있으니 참조한다.
▼ 고갯마루에서 정관읍 방향으로 100m 조금 못되게 걸으면 오른편 언덕으로 올라가는 시멘트포장 길이 나타난다. 길가에 ‘세원고철’이라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지만 무엇을 만드는 공장인지는 모르겠다. 하여간 이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서 산행이 사직된다.
▼ 50m쯤 걸으면 길은 공장 바로 앞에서 오른편으로 급하게 휜다. 그렇다고 이 길을 따라가라는 말은 아니다. 등산로는 곧장 산자락으로 파고들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이 등산로의 들머리임을 알려주는 표시는 눈에 띄지 않는다. 그저 편백나무 숲속으로 들어선다는 느낌으로 진행하고 볼 일이다.
▼ 산길은 또렷한 편이다. 들머리에 아무런 표식도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의외이다. 그만큼 이 코스를 이용하는 등산객들이 많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산길은 또한 곱기까지 하다. 보드라운 흙길에다 경사까지 완만하다. 거기다 울창한 숲이 햇빛까지 완벽하게 차단시켜 준다.
▼ 산행을 시작한지 18분쯤 되었을까 경사가 가팔라진다. 그것도 제법 부담스러울 정도로 가팔라졌다. 큰 어려움 없이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고 알고 있었기에 다소 의외라는 생각이 든다. 하긴 명색이 500m급의 산인데 이정도의 오르막이 없을 리가 있겠는가.
▼ 다행인 점은 그런 가파름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10분을 채 넘기지 않고 다시 그 기세를 현저히 누그러뜨리기 때문이다.
▼ ‘용천지맥을 종주하시는 님들 힘, 힘, 힘내세요!’라고 쓰인 팻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국제신문의 ‘근교산 취재팀’ 산행대장을 지냈던 최남준씨가 ‘준.희’ 라는 아명(雅名)으로 매달아 놓은 팻말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 걷고 있는 이 능선이 용천지맥(湧天枝脈)인가 보다. 참고로 용천지맥이란 낙동정맥이 천성산을 지나 금정산으로 남하하면서 원효산 남쪽 1.8km지점에서 동쪽 원득봉(723m)으로 분기하여 청송산(584.1m), 용천산(545m), 백운산(520m), 망월산(549m), 문래봉(511m), 함박산(457m), 아홉산(361m), 산성산(368.9m), 장산(634m), 옥녀봉(370m) 등을 일군 뒤 해운대 동백섬 바다로 가라앉는 41.5km의 산줄기를 말한다.
▼ 산행을 시작한지 30분 남짓 되면 오른편으로 갈림길 하나가 보인다. 임곡리에서 올라오는 길이 아닐까 싶다. 산길은 여전히 육산(肉山)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전체가 다 흙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간혹 아래 사진과 같은 바위무더기가 나타나기도 한다.
▼ 갈림길을 지난 지 11분, 산행을 시작한지는 42분 만에 백운산의 정상에 올라선다. 서너 평 남짓한 공터로 이루어진 정상은 삼각점(양산 431)이 외롭게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정상표지석은 물론 그 흔한 이정표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그저 최남준씨가 매달아 놓은 정상표지판이 이를 대신하고 있을 따름이다.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탓에 조망 또한 터지지 않는다. 참고로 백운산은 기장의 옛 지명인 차성(車城) 지방의 조산(祖山)으로 알려진다. 기장읍지에 ‘백운산은 산 위에 항시 흰 구름이 있기 때문이며, 창립한 절 이름을 이 때문에 선여사라 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말하자면 ‘흰 구름’ 바다에 절(寺)이 배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 망월산 방향으로 잠시 내려서면 임도(林道)를 만난다. 이곳에서는 이정표(이정표 : 임기마을← 4.5Km/ 창기마을→ 3.0Km/ 송곡교↓ 2.3Km)가 지시하는 임기마을 방향으로 진행한다. 임도를 따라 걷게 됨은 물론이다. 참고로 이정표에 적혀있는 송곡교는 아까 백운산 정상에 오르기 직전에 만났던 갈림길을 따를 경우 들머리가 되는 다리이다.
▼ 4분쯤 걸었을까 왼편으로 오솔길 하나가 보인다. 실연봉으로 올라가는 길이니 일단 들어서고 볼 일이다. 1분 후 커다란 바위가 나타난다. 이곳에도 역시 정상표지석은 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고(故) 한현우선생께서 매달아 놓은 정상표시코팅지가 이를 대신하고 있을 따름이다.
▼ 산정(山頂)의 너럭바위에 올라서면 조망이 시원스럽다. 멀리 달음산으로 이어지는 산릉 왼편에 정관읍 일대가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다. 산으로 둘러싸여 분지형(盆地形)인 정관읍 중심지 일원은 신도시(新都市)답게 반듯하게 구획정리가 잘 되어 있다.
▼ 다시 산행을 이어간다. 계속해서 임도를 따르고 있지만 작은 오르내림은 계속된다. 그렇게 고도를 낮추어 가다가 18분 후에는 해밋고개에 내려선다. 고갯마루는 예쁘게 생긴 벤치 서너 개를 놓아 쉼터를 겸하도록 해 놓았다. 그런데 이정표(망월산↑ 2.3Km/ 임기마을→ 3.4Km/ 백운산↓ 1.2Km)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고갯마루라면 응당 양쪽으로 길이 나있어야 하건만 왼편 대정공원묘지 방향으로는 길이 보이지 않은 것이다. 사유지라고 해서 길을 막아버린 모양이다.
▼ 해밋고개를 지나면서 다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하지만 오르는 게 힘들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경사가 완만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보다는 따가운 햇볕을 가릴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다.
▼ 그렇게 20분쯤 걸으면 ‘석탑사 갈림길(이정표 : 망월산↑ 0.3Km/ 석탑사← 1.5Km/ 백운산↓ 2.3Km)’을 만난다. 벤치와 평상에다 체육시설까지 갖추었으니 아예 체육공원이라고 불러도 되겠다. 아까와는 달리 이번에는 왼편으로 길이 열린다.
▼ 이번에는 아예 햇빛을 온몸으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최악의 코스이다. 아침에 확인한 기상청의 일기예보에는 이곳을 ‘폭염주의보’ 지역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그럼 최고기온이 33도를 넘길 거란 얘기이다. 그늘에 들어가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인데, 따가운 햇살에 노출까지 되다 보니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거기다 한술 더 뜨는 것은 그 길이 오르막길이라는 것이다. 그저 흐느적거리며 걷는 수밖에 없다.
▼ 8~9분쯤 걸었을까 이정표(망월산← 50m) 하나가 길손을 맞는다. 그리고 망월산 정상으로 가는 산길이 왼편으로 열린다. 들머리에 ‘기장팔경’중 6경인 ‘소학대(巢鶴臺)’를 소개하는 안내판도 세워져 있다. 아마 망월산의 정상 어림에 소학대, 일명 ‘매바위’가 있나 보다.
▼ 잠시 후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망월산 정상에 올라선다. 정상표지석은 초소의 옆에 있는 너럭바위 위에 세워져 있다. 그리고 그 뒤에다 전망대크를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매바위라고 불릴만한 바위는 눈에 띄지 않는다. 정관읍에서 바라볼 때 나타나는지는 몰라도 말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잠시 후에 오르게 될 매암산의 앞에 있어야 할 ‘소학대’의 안내판을 잘못된 지점에다 세워놓았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아무튼 망월산은 이곳에서 바라보는 달이 유난히도 맑고 밝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 정상에는 전망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데크에는 망월산에 대한 안내판도 세워 놓았다. 이곳에 오르면 아름다운 전원도시 정관읍 전체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고 적혀있다. 그리고 좌측으로는 양산군의 덕계가 살짝 비추어보이고 우측으로는 장안읍 월내와 고리, 그리고 동해바다가 조망된단다. 하지만 산에 대한 설명은 보이지 않는다. 아쉬운 부분이다. 만일 이런 표현까지 적어놓았더라면 금상첨화(錦上添花)가 아니었을까 싶다. ‘정관읍 건너편 북쪽으로 석은덤, 삼각산, 멀리 대운산까지도 한눈에 들어온다. 왼편으로 눈을 돌리면 용천산이 우람하게 솟아 있고, 지나온 백운산 너머로는 천성산이 웅상읍을 병풍처럼 둘러치고 있다. 서쪽으로 금정산이 보이고, 몸을 돌리면 남쪽에는 철마산이 가깝게 다가온다.’
▼ 임도로 되돌아 나와 다시 산행을 이어간다. 5분 조금 못되면 널따란 공터를 만나게 된다. 중간쯤에 매암바위로 들어가는 갈림길임을 알려주는 이정표(망월산 0.5Km/ 매암바위 40m)가 세워져 있지만 구태여 거기까지 가서 방향을 틀어야 할 이유는 없다. 공터의 초입에서 곧바로 왼편으로 들어서도 되기 때문이다.
▼ 매암바위로 가는 길에 잘생긴 소나무 한그루를 만난다. 세간에서 귀하게 대접을 받고 있는 반송(盤松)으로 치부해도 되겠다. 반송이란 한 줄기에서 여러 개의 가지가 갈려나온다고 해서 만지송(萬枝松)이라고도 불린다. 나지막한 키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가지들을 품고 있는 자태가 고고(孤高)한 느낌을 준다고 해서 귀물로 평가받는 소나무이다.
▼ 잠시 후 거대한 바위 위에 올라서게 된다. 매암산 정상표지석이 있는 곳이다. 위는 반반하지만 그 끝은 깎아지른 바위벼랑으로 이루어져 있어,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층암을 깎아 세운 듯이 우뚝 한 이 암산(巖山)을 ‘매바위’라고 하는데, 옛날 매가 살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다른 한편으론 산을 닮은 바위라고 해서 ‘뫼(山)바위’라고도 불리니 참조한다. 하지만 지금은 ‘매암바위’ 또는 ‘매암산’으로 불린다. 그건 그렇고 ‘매바위’라는 단어가 어쩐지 귀에 익다는 느낌이다. 그렇다 아까 망월산의 들머리에 세워져 있던 소학대의 안내판에 적혀있던 지명이다. ‘기장 8경’ 중 제6경인 소학대(巢鶴臺)의 다른 이름이라던 그 ‘매바위’ 말이다. 아까 예상했던 대로 엉뚱한 곳에다 안내판을 세워 놓았던 것이다.
▼ 매바위 끝에 서면 기장군 정관읍 일대가 발아래에 펼쳐진다. 새로이 만들어진 신도시답게 성냥갑 같은 아파트들이 질서정연하게 도열해 있고, 또 다른 구역에선 각양각색의 집과 공장들이 장난감처럼 들쭉날쭉하다. 비록 희미하긴 하지만 저 멀리 보이는 건 고리원자력발전소와 동해바다일 것이다. 고개를 좀 더 들어보자. 달음산과 문래봉, 장산 등이 그려내는 풍광이 시원스럽게 드러난다.
▼ 정상에서 빠져나오는데 길가 숲속에서 앉아 있던 현지인들이 우리 부부를 부른다. 그쪽에 멋진 풍광이 있으니 놓치지 말라는 것이다. 일단 들어서고 본다. 그리고 우린 또 하나의 멋진 경관(景觀)을 가슴에 담게 된다. 날카롭게 솟아오른 수십 길의 바위벼랑 오른편에 정관읍 시가지가 널따랗게 펼쳐지는 게 숫제 그림이다. 그것도 솜씨가 뛰어난 풍경화로 말이다. 바위의 이름은 ‘자살바위’란다. 옛날 저 바위에서 떨어져 죽은 애달픈 사랑이라도 있었나 보다.
▼ 다시 이정표가 있던 공터로 되돌아와 철마산 방향으로 향한다. 이정표에는 철마산이 나타나있지 않으니, 그저 백운산의 반대방향이라 생각하고 진행한다면 별 탈이 없을 것이다. 그것도 못미덥다면 잠시 후 만나게 되는 이정표(철마산↑ 1.2Km/ 정관면←/ 망월산↓)에서 확인하면 될 일이고 말이다.
▼ 가는 길에 쉼터를 겸하고 있는 ‘중리 갈림길(이정표 : 철마산↑ 1.7Km/ 중리← 2.4Km/ 망월산↓ 2.7Km)을 만난다. ‘소두방재’로 알고 있는데 맞는지는 모르겠다. 소두방은 솥뚜껑인 소댕의 이곳 방언(方言)으로 정관(鼎冠)이란 유래도 여기서 나온 것이란다. 이 옆에 있는 봉우리(위치는 파악할 수가 없었다)가 정관면소재지에서 올려다볼 때 흡사 솥뚜껑을 덮어 놓은 형상이라고 해서 ‘소두방산’이라고 부르는데, 고개의 이름 또한 거기서 연유된 것이란다. 아무튼 이 고개는 옛날 정관 사람들이 임기로 넘나들던 길로 직진하면 철마산과 연결된다.
▼ 잠시 후 무인산불감시탑이 보초를 서고 있는 소산봉(574m)이 나타난다. 매암산에서 20분 정도 걸리는 지점이다. 널따란 분지(盆地)형태로 이루어진 정상은 온통 억새밭이이다. 이곳뿐만이 아니다. 산행을 하다보면 능선의 곳곳에서 억새의 무리를 만난다. 인근에 있는 화악산이나 영남알프스처럼 광활하지는 않지만, 잠깐의 눈요깃거리로는 충분하겠다.
▼ 이곳도 역시 전망데크를 만들어 놓았다. 그만큼 조망이 뛰어나다는 얘기일 것이다. 정상표지석은 전망대의 앞에 세워져 있다. 그런데 그 이름이 소산봉이 아니라 ‘당나귀봉’으로 적혀있어 의아하다. 하지만 그런 의문은 전망대에 오르면서 자동으로 풀리게 된다. 안내판에 이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기 때문이다. ‘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의 봉우리’의 줄임말이란다. 누가 작명을 했는지는 몰라도 재미있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 전망대에 서면 사통팔달로 시야가 열린다. 비록 독자적인 산으로는 인정받지 못하지만 백운산(520m)이나 망월산(521.7m) 보다 더 높은데다 주변이 트여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의 조망은 안내판에 적혀있는 내용을 옮겨본다. ‘북쪽으로는 양산시 일부가 보이며, 동쪽과 서쪽으로는 정관신도시와 금정산 자락이 펼쳐진다. 그리고 남쪽으로는 황령산, 배산,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을 볼 수 있다. 특히 시야가 트일 때에는 부산시청 및 남쪽 멀리 영도와 부산 남항이 보이는 등 기장군에서 부산시 전체를 조망하기에 가장 뛰어난 곳이다.’
▼ 다시 산행을 이어간다. 6분 후 육각정(六角亭)이 반듯하게 지어진 임도에 내려선다. 길 찾기에 주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이곳에 세워진 이정표(임기마을↑ 12.9Km/ 백운산→ 1.7Km/ 소두방재← 0.6Km)를 보고는 방향을 가늠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선 소두방재와 백운산은 우리가 이미 지나왔던 코스이니 같은 방향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곳의 이정표는 좌우의 임도를 따르도록 나누어 놓았다. 또 하나, 철마산 방향에는 임기마을을 표기했다. 철마산을 적어야 옳겠지만 굳이 임기마을로 적었다고 치자. 그 끄트머리에 임기마을이 있으니 틀린 애기는 아닐 테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거리라도 제대로 적어야 하지 않겠는가. 앞으로 12.9Km나 더 남았다는 것은 웬만하면 이곳에서 탈출하라는 얘기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무릇 이정표란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어야 하건만 이곳의 이정표는 도리어 해를 끼치고 있는 것이다. 이왕에 예산을 들였으면 조금 더 신경을 써 주었으면 좋겠다.
▼ 임기마을 방향으로 들어선다. 8분 후 능선안부에서 ‘임기마을 갈림길(이정표 : 철마산↑ 0.7Km/ 임기마을→ 1.5Km/ 망월산↓ 1.2Km)을 만나나 개의치 않고 철마산으로 향한다.
▼ 안부를 지나면서 고생문이 활짝 열린다. 가파른 오르막길이 시작되는 것이다. 거기다 그 오르막길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통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놓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지만 오늘 같이 더운 날에는 그마저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 오듯이 흐르는 땀을 훔치며 한발 한발 옮기는 수밖에 없다. 흐느적거리며 오르길 22분, 또 다른 ‘임기마을 갈림길(이정표 : 철마산↑ 0.2Km/ 임기마을→ 1.5Km/ 망월산↓ 2.21Km)을 만난다. 고작 0.5Km를 오르는데 22분이나 걸렸으니 엄청나게 더딘 진행이다. 그만큼 힘든 구간이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 이어서 잠시 후에는 철마산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돌무더기가 연상되는 정상에는 정상표지석 2개가 자리하고 바닥에는 삼각점(양산 26)이 박혀 있다. 지나는 길에 철마(鐵馬)에 얽힌 옛이야기 하나를 옮겨본다. 옛날 동해 용왕(龍王)의 명을 받은 용마(龍馬)가 잦은 해일과 홍수로 피해가 큰 이 지역에 출현해 물을 다스리고 수해를 없앴다고 한다. 하지만 미처 환궁(還宮)하지 못하고 서서히 몸이 굳어 철마가 되었다는 얘기이다. 철마산이란 이름은 이 전설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 정상에서의 조망은 뛰어난 편은 아니다. 주변의 대부분이 참나무들로 막혀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부산 지역의 유명산들은 확인할 수 있다. 비록 아랫도리는 잘려나갔지만 우측 가까이 거문산과 그 왼쪽의 아홉산, 그 뒤로 일광산이 확인된다.
▼ 서봉으로 향한다. 잠시 아래로 내려섰다가 안부에서 입석마을 갈림길(이정표 : 입석마을← 1.3Km/ 철마산↓ 0.3Km)을 만나고, 이어서 잠시 후에는 서봉 정상에 올라선다. 철마산 정상에서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이다.
▼ 잡석(雜石)들이 널려있는 채석장(採石場)을 연상시키는 서봉(577m) 정상에는 정상표지석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아무렇게나 쌓아올린 돌탑이 이를 대신하고 있을 따름이다. 참고로 서봉이란 철마산의 서쪽에 위치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 서봉에서의 조망은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시간을 지체할 필요는 없다. 잠시 후 한결 더 뛰어난 전망대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망대에서의 조망은 국제신문의 ‘근교산’ 취재기사를 옮겨본다. ‘다방봉에서 장군봉 계명봉 고당봉 원효봉 의상봉 대륙봉 상계봉까지 이어지는 금정산 주능선이 모두 드러난다. 또 회동수원지와 회동 아홉산 윤산은 물론이고 멀리 백양산과 장산 영도 봉래산 등 부산 시내 대부분의 산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기막힌 조망을 즐길 수 있다.’
▼ 하산을 시작한다. 잠시 후 ‘임기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나뉘는 갈림길을 만난다. 물론 이정표는 세워져 있지 않다. 오른편은 임기마을, 우린 왼편으로 방향을 잡는다. 조금 더 짧은 거리인 입석마을로 내려가기 위해서이다. 방향을 틀자마자 산길이 사나와진다. 생각보다 많이 가파른데다가 심심찮게 바위구간까지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안전로프를 매달아 놓아 내려서는 사람들이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하산을 시작한지 15분쯤 되는 곳에서 갈림길(이정표 : 입석마을↑ 0.9Km/ 대우정밀← 1.0Km/ 철마산↓ 0.8Km) 하나를 만난다. 망설이지 않고 곧장 입석마을 방향으로 진행한다.
▼ ‘대우정밀 갈림길’을 지나서도 산길의 가파름은 여전하다. 곧장 아래로 내려서지를 못하고 왔다갔다 갈지(之)자를 그리고 나서야 겨우겨우 고도(高度)를 낮추어가고 있을 정도이다. 갈수록 속도(速度)가 쳐진다. 땀에 젖은 발이 신발 앞쪽으로 쏠리면서 생기는 통증 때문에 걷기조차 힘들었기 때문이다. 땀을 하도 많이 흘리는 내 체질을 생각해서 바꿔 신고 온 트레킹화가 문제였던 것이다. 그렇게 걷기를 25분 만에 편백나무 숲에 이른다. 숲에는 통나무로 벤치를 만들어 놓았다. 잠시 앉아본다. 피로에 지친 육신에 새로운 힘이 솟는 듯하다. 어쩌면 편백나무 숲이 배출하는 피톤치드(Phytoncide)의 효능이 아닐까 싶다. 피톤치드에는 치료의 효능 외에도 심신안정과 피로회복의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니 말이다.
▼ 편백나무 숲을 지나면 이번에는 대나무 숲이 마중 나온다. 그리고 그 숲은 꽤나 오랫동안 이어진다. 푸른 대나무 숲길은 싱그럽기 짝이 없다. 숲이 만들어 주는 피톤치드 향이 바람이 불 때마다 청량감을 더해 준다. 하늘이 안 보일 정도로 높게 뻗은 대나무가 마치 터널같이 느껴진다. 사색(思索)하며 걷기에 딱 좋은 코스라 할 수 있다. 며칠 전 TV에서 방영했던 울산 태화강 둔치의 ‘십리대숲’이 생각난다. 박근혜 대통령이 찾았다는 그 대숲 말이다. 울산과 기장군은 바로 이웃이니 그 느낌 또한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 대나무 숲이 끝나면서 계곡을 만나지만 물기는 없다. 골짜기가 짧은 탓일 게다. 이어서 산비탈을 따라 난 길을 잠시 걸으면 ‘입석저수지’가 나오고, 그 아래에 입석마을이 웅크리고 있다.
▼ 입석저수지에서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철마삼동로)까지는 5분 거리이다. 입석마을을 통과해야 함은 물론이다. 입석마을이란 마을 안에 ‘입석(立石·menhir)’이 있다고 해서 유래된 이름이다. 상고시대(上古時代)의 유적인 이 입석(선돌)은 높이 396cm, 폭 65cm의 비석처럼 생긴 자연석을 수직으로 세웠다고 한다. 땅바닥에는 직경 263cm의 넓적한 자연석 평석을 땅에 묻고, 이 평석 한가운데를 파낸 곳에 선돌을 박아 세웠단다. 참고로 선돌이란 신석기 또는 청동기시대에 길쭉한 자연석이나 그 일부를 가공한 큰 돌을 어떤 믿음의 대상물이나 특별한 목적으로 세운 돌기둥 유적이다. 삿갓바위 또는 입암(立岩)이라고도 한다. 고인돌, 열석(列石) 등과는 직접 또는 간접적인 상관관계를 가지는 대표적인 거석문화(巨石文化)의 하나라 할 수 있다.
▼ 산행날머리는 영천초등학교(양산시 동면 여락리) 앞 수영강(江) 둔치
도로를 만났다고 산행이 끝난 것은 아니다. 씻을 곳을 찾던 산악회 황회장이 영천초등학교 앞 둔치에다 버스를 주차를 시켜놓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10분 정도를 더 걸어야만 다다를 수 있는 위치이다. 뙤약볕 아래에서 걷기에는 다소 부담스럽지만 어쩌겠는가. 땀에 절은 몸을 씻을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한 거리라도 능히 감수할 수 있을 것이다. 오른편으로 방향을 튼다. 저 멀리 보이는 홍법사(弘法寺) 대불(大佛)의 반대방향이라고 보면 된다. 도로를 걷다보면 ‘입석(선돌)마을’ 표지석을 만나지만 개의치 않고 더 걷는다. 그리고 상동보건진료소 조금 못미처에서 왼편으로 방향을 틀면 잠시 후 수영강 둔치가 나오면서 오늘 산행이 끝을 맺는다. 오늘 산행은 총 4시간20분이 걸렸다. 준비해간 간식을 먹느라 중간에 쉬었던 시간을 감안할 경우 4시간이 걸린 셈이다.
'산이야기(경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금능선의 끄트머리를 장식하는 구곡산(‘16.10.22) (0) | 2016.10.31 |
---|---|
괜찮은 가족산행지이나 내버려지다시피 한 함박산-석은덤-삼각산(‘16.9.8) (0) | 2016.09.21 |
작은 산세에도 다도해의 조망만은 끝내주는 봉화산-매봉산(‘16.7.30) (0) | 2016.08.08 |
육산과 골산이 적당히 섞인 공원 같은 정병산-비음산(‘16.3.26) (0) | 2016.03.30 |
스릴과 조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바위산, 영취산-병봉(‘16.2.20) (0) | 2016.0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