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에 머리를 대고 지그시 눈을 감아본다.
'괜히 못 볼걸 봐버린 것 같다'

모처럼 찾아온 여유에 연합뉴스 모니터 앞에 앉아본게 잘못인가?
경제관련 기사 검색 후 그래도 시간이 남아 사회부 기사로....
'교수 아버지 손찌검에 신고'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술한잔 마시고 들어온 교수아버지
자기방에 들어박혀 인사를 않는 딸에게 나가라고 했단다.
말대꾸를 하자 딸에게 손찌검을 한 모양이다.
이에 딸이 경찰서에 신고....
다행이 딸이 처벌을 원치 않아 불구속 입건했다나?

딸이 말대꾸 좀 한다고 손찌검까지 한 아버지와 그렇다고
아버지를 신고한 딸이 한지붕 밑에서 어울려 살 수 있는 걸까?

가만히 눈을 감고 우리 집안을...
나 자신을 그리고 우리 애들을 떠올려 본다.

아직 애들에게 손찌검을 해본 일이 없지만...
그렇다고 매까지 안들었다는건 아니고
나도 아직 울 아버님께 종아리를 맞고 사는데 하물며 우리 애들이야
잘못한 일이 있을 때 매를 댄 일도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거다.

만일 내가 손찌검을 했을 때 울 애들은 어떻게 할까?
과연 우리 애들의 머리에도 경찰서 생각이 떠오를까?

참으로 우울한 아침이다.

기분전환할 수 있는 좋은 일이 없나?
아무리 생각해도 별 뾰쪽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그냥 눈을 뜬다.

어?
그래 기분 좋은 일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삼년동안을 키워온 행운목이 꽃을 피우고 있지 않은가?
그동안 회사내에서 자리를 옮길 때마다 같이 옮기며
나와 같이 희노애락을 겪어왔다고 말 한다면 억지일까?

오랫동안 자리를 비울 때에는
여직원에게 물주는걸 잊지마라고 신신당부 할 정도로
어린 애 키우듯이 정성을 들였기에 더 아름답게 보이는가 보다.
수경위 한웅큼도 안되는 그루터기에서 꽃을 피우다니...
행운목이 꽃을 피우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데.....

글구 그 옆자리를 지키고 있는 천마리의 학!
어느 사이버 카페에서 사귄 여자분의 정성이 담긴 학...
信望愛를 간직한 학들이 비상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행운목에도 꽃이 피었으니
내 소망을 희망을 그리고 사랑을 찾아
이제 그만 힘찬 나래짓을 시작해 볼까나?

이미 어두웠던 기억은 사라지고 새로운 행복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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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나에게 바다낚시는 무리인가?

그 동안의 누적된 스트레스도 날려버릴겸 해서 떠나온 여행길... 그것도 그 머나먼 안면도... 무언가 추억거리를 만들어 보려고 승선한 낚시배인데...

멀미약인 '귀미테'를 붙이면서까지 내깐에는 여러가지 비방을 다 써봤지만 그 노마 멀미 때문에 바다낚시의 즐거움은 애시당초 물건너갔다. 아마 어제저녁 조금 과하게 마신 술탓인지 모르겠다.

처음보는 사람들 10여명과 어우러져 한 10분동안 바다로 나가 10여분 낚시 드리워 도다리 새끼 2마리...어족 보호차원에서 방생... 오늘만이라도 부처님 뜻을 기리자.ㅎㅎㅎㅎ

다시 바다 가운데로 한 5분 더 나아가 10여분 동안에 15센티 정도의 광어 한마리...

아직도 고기가 작다는 승선자들의 요구로 바다 한 가운데로 다시 한 5분 정도 전진....

낚시대 드리우고 얼마 안있어 우럭 한마리가 올라오는데 제법 크다. 드디어 바다낚시의 묘미를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인데 아뿔사?? 불행이도 살살 속이 메시꺼워지기 시작한다.

이빨을 악물고 참는데도 한계가 있다. 울렁거리는 속 달래는데 신경쓰다보니 낚시의 감촉까지도 놓치게 되고... 결국에는 배 뒷전으로 달려가 바다에 대고 토악질...

쭈그리고 앉았다가 다시 토하길 몇번... 천지가 나이트클럽 등돌듯이 돌고, 종내는 낚시대 들 힘마저 없도록 탈진이다.

더이상 쪼그리고 앉아 있을 힘마저 없기에 잡은 고기는 선장에게 손님들 회감으로 사용하라고 전하고, 곧바로 선창으로 들어가 누우는데 이미 두세명이 나보다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오후 세시가 다되어 도착한 선착장... 걸을 기운도 없고... 택시를 대절하여 호텔로 돌아가 누워버린니... 오늘 일정은 여기서 꽝인가 보다.

이번 여행 목적중 하나가 추억만들기였으니 이정도면 성공했다고 봐야하나? 오늘의 고생은 난생처음 경험했던것으로 생각되니 말이다.

아침 일찍 간단히 꽃개탕으로 때우고 태안거처, 서산, 당진... 홍성에서 들어왔던 것과 다르게 노선을 잡는건 평소 등산할 때 같은 길을 또다시 걷지 않는 습관 탓도 있지만... 인근 발전소 처장님께서 구경도 할겸 발전소에 한번 들렀다 가라는 연락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입 유연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발전소로서 96년인가 건설중일때 한번 들른일이 있었는데 어느새 완공되었단다.

입구에 들어서니 평소에 생각해온 발전소가 아니라 일반의 오피스빌딩 같은 느낌을 주는 대형 빌딩이 나를 반긴다.

이 발전소가 유연탄이니 공해발생은 필수고... 환경공해를 막으려 방지시설에 쏟아부은 돈이 물경 5000억원이 넘었다는 소리는 듣은바 있고... 덕분에 환경에 친숙해 보이는 건물로 탈바꿈 되었나보다.

처장님의 안내로140만평이나 되는 발전소를 둘러보는데... 어! 여기에도 쌍둥이 빌딩이 있네? 굴뚝으로서 뉴욕의 무역센타는 400미터인데 여기것은 200미터라 절반정도 높이라지만 내 보기에는 무지 높다. 하기사 발전 터빈실 높이가 120미터인데도 터빈실 위 전망대까지 엘레베이터로 올라가는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인데 뭐~

점심먹고 가라는 처장님을 겨우 뿌리치고 집에 도착해 보니 벌써 오후가 깊고... 우선 싱크대에는 그릇이 산더미... 다행이 애들이 세탁기는 돌려 놓았는지 건조대 위에 빨래는 널려있으나... 아 이걸 다 다릴려면 두세시간은 꼬박 걸릴텐데... 이제 나는 죽었다~~~

그래도 어이하리 어차피 나의 숙명인걸...
글구 애들 놨두고 혼자 여행갔다온 벌로 알고 감수해야겠다.

지금쯤 교회에서 친구들과 어울리고 있을 애들은 부르지 않기로 마음먹고... 앞치마 두르고 싱크대 앞에 서니 벌써 집안일 다 끝낸 기분이다.

에이 조금 여유를 부려 대청소 만 끝내고 휴식... 빨래는 저녁에 일요일에 내가 보는 유일한 프로인 '아버지처럼 살기 싫었어'를 보면서 다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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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안녕하세요?"

비록 날씨는 흐리지만 마냥 기분이 좋은 아침이다.

차창을 있는대로 다 내리고,
CD음향 시끄러울 정도로 높이고.
연가에 편집돼 있는 제목도 모르는 곡을 그냥 귀에 들리는 대로 따라 흥얼거려본다.

양재동 화훼공판장 사거리 오늘도 신호는 세번을 기다린 후에야 통과할 수 있다.

그냥 흥겨움에 어깨짓까지 하다 문득 옆을 돌아본다.

어! 옆차 운전석의 아가씨가 열심히 화장하고 있다.

"하이! 안녕하세요?"

아무 의미도 없다.

다만 나의 이 즐거움을 조금이라도 나누어 드리고 싶을 따름이다.

화장중이던 아가씨 놀라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만 끄떡인 후 창문을 올려버린다.

선팅안된 유리너머로 보이는 그녀의 입모양

"아침부터 별 미친놈 다 보겠네"

그녀가 무어라 하든 어떠하리... 이 즐거운 아침에...

이 즐거움...

날씨가 흐리니 날씨 때문은 아니다.

오늘 따라 덜 밀리는 도로사정? 이것도 아니다.

"아빠! 아침드세요!"

바로 이것 때문에 마냥 즐거운 아침인 것이다.

한밤중에 잠이 깨어, 평소의 습관대로 소설책좀 읽다 잠이 든 때문인지
7시가 다 되도록 자고 있었나보다.

평소에 이시간에 깨면 아침식사 건너뛰고 출근하는데
오늘 아침은 진수성찬에 트림까지 하며 출근하고 있는데 이 어찌 아니 즐거울손가?

오늘따라 큰애가 아침준비를 다 해놓고 나를 깨워준 덕분이다.

새로운 메뉴로 계란후라이, 동그랑땡, 오리무침에 해물탕
(사실 이건 지난주말 냉장고에 보충해 놓은 인스턴트다)에
기존의 밑반찬까지 합치니 근래에 보기 드문 진수성찬이다.

"웬일이냐?"

"한밤중에 깨어보니 아빠가 책읽고 있길래, 저러다 늦잠 잘꺼고...
또 아침밥 못먹고 가실것 같아 내가 준비 했지유~"

이 얼마나 효자인가!

내가 낳아 놓고도 참 신통방통하게 잘 낳아 놓은것 같다.

성의만 갖고도 밥맛이 새록새록 솟구칠건데,
하물며 요리사 자격증까지 갖고 있는 정통파의 요리솜씬데 밥맛이 꿀맛 아니겠는가?

헤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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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내가 늙은겨? 아닌겨?
늙으면 초저녁 잠은 많고 새벽잠이 없다고 했잖여?

그런디 나는 어제 저녁 방송사 생방송 마치고 귀가한 탓이었다지만
하여튼 두시가 다 되어서야 잠들었으니 늙은게 분명 아녀

그럼 매일 아침 6시가 못돼어 눈이 떠지는건 왜인겨?
그것참 디게 헷갈리네!
아녀 내마음이 청춘인디 내가 늙긴 왜 늙어! 절대 못 늙는닷!

"기상! 빨랑 기상!"
오늘 아침은 찌개 안쳐놓고 못쓰는 글 한편 적다보니 7시...
8시 이전에 사무실에 도착하려면 시간이 빠듯하다.

덕분에 우리 애들 물적셔 냉동실에서 조금 얼린 타월로 윗몸 마사지
(애들 잠자리에서 일어나게 하는 방법중 하나로 효과 만점임)한 탓인지
곧바로 식탁으로 모인다.

"와~ 아빠 된장찌게 디게 맛있다. 새로나온 요리책 샀수?"
"얌마! 원래 내 솜씨가 좋잖여~"

히~히~
평소에 내가 아무리 진실만을 추구한다 해도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받은 인스탄트란 말은 차마 못하겠다.

사실 제일제당에서 나온 된장찌개에
내가 한 일은 감자, 대파, 청양고추
거기다 약수를 부어넣은 것 밖에는 없는데...

그렇다고 나는 아무것도 안했다고 말 할 수는 없잖여~
그래도 감자 깎고 등등 쪼금은 고생 혔는디

그래도 인스탄트 얻어 먹은 죄루 제일제당이라는 메이커를
여기서 선전하고 있으니 내가 양심적인건 확실하잖여~~

글구 제일제당은 얼마전까지 업무 땜시로
나와 머리를 맞댄 일이 자주 있었기에 더욱 반갑네 그랴~

오늘도 맑은 날씨가 유지된다고 하니 할 일이 있구먼~

어제도 맑았기에 습기는 다 가셨을 거구
비오는 날이 디게 싫다는 그니에게 전화를 하여
화천은 물건너 갔으니 서울 근교라도 드라이브 하자고 해야겠당~

그리구 얼마전 보아둔 팔당호변의 카페에서 촛불 켜놓고 스테이크에 적포도주,
최대한 무드를 조성하여 그니의 맘을 흔들어 봐야겠다.

마침 오늘은 일찍 퇴근할 수 있는 날
울 회사 사장님 휴가 가는 날 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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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한시가 넘었다.

오늘은 휴가가 시작되는 날이다.

올해는 무주리조트에 보금자리를 틀고 아버님 3형제와 고모한분, 그리고 거기에 따른 식솔들을 다 초대했으니 꽤 많은 인원이 모일거다. 거기에 맞는 숙소를 구하다보니 콘도가 두개가 필요했고 그걸 마련하느라 제법 고생을 했다.

열시에 부모님 모시고 출발하려면 지금쯤 잠자리에 들어야 할 시간이지만 머리에 염색약 바르고 대기중이다.

작년부터 부쩍 세치가 늘더니 요즘은 제법 흰머리라고 불러야 할 정도가 되어 버렸다.

놀러가는길 그냥 두면 어떻겠는가 마는 일년에 겨우 두세번 부모님과 함께 하는 여행 아직은 자식이 젊다는걸 보여주고 싶어서이고,
항시 스스럼없이 말씀하시고 나무라시는 부모님이 혹시라도 같이 늙어가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하고 싶으신 말 못하실까봐다.

아버님의 연세 벌써 일흔넷 근래에 부쩍 늙으신것 같다.

누군가 말하길 자주 보면 변함을 느끼지 못한다는데 내눈에 아버님의 변하심이 느껴짐은 평소에 자주 뵈옵지 못함이고, 매일 문안을 드려야 한다는 성현의 말씀을 못 지키는 것은 차지하고 요사이는 바쁘다는 핑계로 일주일에 한번도 찾아뵙질 못하고 있기 때문일 거다.

이번의 짧은 휴가동안 그동안의 불효를 다 씻을 수야 있을까마는 짧은 동안이나마 모든 근심걱정 다 털어버리고 환하게 웃는 부모님과 그 형제분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어느덧 염색약 씻을 시간이 다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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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저 방학동안에 수영장에 다니면 안돼요?"
"다녀라! 네 용돈에서 다닌다는데 뭐라고 하겠냐"
"에이~ 아빠도~ 내돈으로 다닐려면 얘기도 안허우~"
"몰러 임마! 니 따로 나 따로 우리 모두 따로 국밥이다"
"아빠 오늘까지 등록해야하니까 은행에서 기다리고 있는다!"
"몰러 임마!"

오전 수출입 동향 발표 후 기자회견, 인터뷰 등까지 마무리하다 보니 점심도 도시락으로 때울 수 밖에 없다. 덕분에 발표회장에 참석한 기자들도 모두 도시락으로 통일....

두시쯤되어 잠깐 한숨 돌리고 있는데, 둘째가 켐핑에서 돌아왔음을 보고 하면서 수영장에 다녀도 되느냐고 묻고는 있지만 이미 결정된 사실이니 돈이나 내 놓으라는 일방적인 통고다.

그러나 내가 누구인가? 나도 은근과 끈끼 그리고 고집이 있는 몸이다.
내놓을 때 내놓드래도 애좀 먹여야지! 너희들이 아빠의 통제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있겠다? 나도 내 무기를 최대한 사용해야겠다.

독하게 맘먹고 끝까지 버티어 보았지만 아빠 외로울까봐 하루 앞당겨 귀가했다는 애교섞인 두번째 독촉전화에 눈 딱감고 송금해 줄 수 밖에 없는게 부모인가 보다.

그래도 둘째는 내게서 용돈을 타가니 가끔 애교부릴 때도 있다.
그러나 아르바이트를 알차게 한 덕분에 통장에 항시 백여만원이 적립되어 있는 큰놈은 아쉬운 소리 한번 않으니 아빠의 권위를 세워볼 기회도 별로 없다.

그러나 나에게도 무기는 있다.
우리집 애들 나 닮아서 정에 약한 약점이 있는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께에 힘풀고, 한숨부터 쉬고, 신세타령 5분이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100% 유도할 자신이 있다.
그러나 아빠의 품위유지를 위해서 사용을 극히 자제하고 있지만....

오늘은 큰애도 귀가하는 날이다.
오늘 저녁부터는 집안이 다시 소란스러워 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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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아빠! 아직 안주무시고 계시면 맥주한잔 사주슈~, 지금 양제동 화훼시장 사거리 지나고 있으니 5단지로 나오면 돼유~""

하루일 대충 마무리 짓고 사무실을 나서니 10시가 거의 다 되어간다.

집에 돌아오는 차속에서 애들로부터 하루일과를 보고 받고나니(피서중에는 매일밤 10시에 전화하기로 약속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집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와이프 집에 없는거야 이제는 익숙해져 있지만 애들까지 없는 텅빈 집은 처음이라서 그럴까?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지고, 그러다 보니 하루종일 문이 닫혀있어 찜통이 되어 있을 아파트가 겁난다.

어디가서 맥주라도 한잔 마시며 시간좀 죽이다 시원해 지면 들어가야지!
개포 5단지에 사는 평소에 가까이 지내는 동료에게 전화하여 대뜸 술부터 사주라함은 거절을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사실 별로 술생각이 없을 때 술 사준다 하면 거절을 할 수 있지만, 대뜸 술부터 사주라 하면 무슨 괴로운 일 있나 하고 거절치 못하는게 가까운 술친구들의 습성이다.

10시반이 못되어 개포5단지의 생맥주 집에 도착할 때 넘치는 손님들 서빙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주인 내외분이 반갑게 맞아 줌은 평소에 이집을 자주 들림이고, 특히 생맥주에 대해서는 회사보다도 자기가 더 낫다는 주인장의 자랑을 항상 맞장구를 치며 들어주기 때문이다.

야외에 자리를 잡고 골뱅이에 생맥주를 주문하자 마자 동료가 도착한다.
오늘도 역시 시원한 맥주에 골뱅이, 알큰한 파저리, 따끈따끈한 계란말이... 두말하면 잔소리일 정도로 일미이다.

사실 이집 주인장의 자랑 말마따나 얼린 잔에 가득 채워주는 생맥주는 오장육부를 시원케하고, 뭐 파무침의 독특한 맛을 중화시키기 위한다는 계란말이와 파무침을 같이 먹는 맛은 따뜻함과 차거움이 함께 하는 것이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를 정도다. 맥주의 숙성도 온도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주인장의 말에 알지는 못하지만 하여튼 다른집 보다 나은것 같으니 맞장구를 쳐주고, 그맛에 주인장 아저씨 시간만 나면 우리 좌석에 앉는다.

500cc짜리 몇잔 하고 기분 좋은김에 현금 계산한 후 집에 들어오니 자정이 다 되었다.
아직도 집안은 찜통이라 에어컨 시간 예약 해 놓고 침대에 드니 언제 잠든지도 모르겠고, 아침에 눈을 뜨니 여섯시다. 술덕분에 한번 뒤척이지도 않고 깊게 잠을 잘 잤다.

아침에 눈뜨니 온 집안이 썰렁한게 다시 외로움이 느껴진다.
아무도 없는집 일요일에 이미 밥은 떨어졌고, 별수 없이 냉장고에서 식빵을 꺼내다가 입맛을 잃어 그냥 집을 나선다. 에이 남들은 다이어트로 아침밥 굶는다는데 뭐~ 나도 다이어트다!

7시경에 나선 덕분에 금방 택시가 잡혀 기분이 한결 나아지고,
술집 옆에 파킹해 놓은 차는 밤새 내린 비로 깨끗이 세차가 되어있다.

그나저나 하고 싶지 않은 다이어트를 어거지로라도 해서 좋고, 세차 공짜로 함도 좋지만 내일 까지는 혼자 있어야 하는데 날마다 술마실 수는 없고... 또한 애들이 커가는 이상은 앞으로 자주 이런 일이 생길텐데 그럴때마다 술로 위안을 받을 수는 없지 않은가???

아무래도 외로움 극복 훈련이라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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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마들아 제발 좀 같이가자! 너희들 안가면 아빠가 심부름 다해야 하잖아?"
"아빠 심정은 알겠지만 저는 합숙훈련이 있어서 안돼요! 형아하고 같이 가면 되겠네요"
"얌마 너 죽고싶어? 지 가기 싫음 그만이지 왜 나를 끌어들여~ 아빠 나도 알바 때문에 안돼요"
"그래도 가족행사인데 4일 정도는 쉴 수 있잖아?"
"안돼요~"
"이런 나쁜 노마들 두고보자~"

원래는 토요일이지만 주말에 친구들과 피서를 떠난다는 애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금요일로 앞당겨 열린 우리집 가족회의의 살벌한 모습이다.

목요일부터 시작하여 일주일간을 신청한 하계휴가가 오늘이 벌써 월요일이니 코앞에 다가와 있다.
그동안 부지런을 떤 덕분에 콘도를 하나 더 구해서 준비는 완벽하게 갖추어졌고 남은 건 도착 후의 일정을 정하는 것만 남았다.

가족끼리의 행사, 특히 여러날을 같이 보내야할 경우에는 심부름꾼이 필수이며 심부름꾼으로는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남자애가 아주 적격이다.
그러나 불행이도 우리 일가친척중에는 우리집 빼놓고는 중고등학교 다니는 남자애가 있는 집이 없다. 바로 밑 여동생집에 한명있지만 목하 재수중이라 이번에 참석을 못하신다나?

그러면 우리집 애들이 심부름을 해야만 하는데, 몇년동안 심부름을 도맡아 해온 우리애들이 또다시 하계휴가를 따라 나설 정도로 우둔하지는 않다.
잔머리 잘 발달한 나를 닮은 우리 아들노마들 작년 휴가 마친후부터 잔머리굴렸는지 완벽한 핑계로 이번 피서에 불참이다.

가족회의에서 아무리 구슬러도... 마지막으로 협박을 해도 필요 없고... 아무래도 이번 휴가는 고생문이 훤할 것 같다.

우리집안 어르신들 항상 모든걸 나를 통해서 지시하시는게 버릇이 되어 있고, 마지못해 동생들을 부려먹는다 해도 한계가 있다. 특히 평소에 남에게 미루지 못하는 내 성격상 대부분 내 스스로 처리할게 뻔하기 때문이다.

까짓거 모처럼 아버님 형제분들까지 함께 하는 여행에서 고생좀 하면 어떻겠는가마는 다만 애들이 내 통제를 벗어날 정도로 훌쩍 커버렸다는 생각에 가슴이 허전해 진다.

그래! 간혹 술취한 김에 애들 침대에 끼어 들어 껴안고 자는걸 싫다고 도망다니고, 목욕탕에 같이 가는걸 싫다고 하다가 야단 맞기도 했지..., 벌써 아빠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할 정도로 커버렸나보다.

이제는 서서히 품안에서 떠나보낼 준비를 해 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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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낙조는 왠지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제 몸을 산산이 부숴 바다를 물들이는 태양의 베풀음일까요?
금빛을 이룬 바다는 텅 빈 가슴, 생채기 가득한 내 마음에까지 온기를 가득 채워줍니다.


하루의 찌꺼기를 이끌고 해가 저뭅니다.
일몰의 햇덩이가 개펄과 바다에 풀어집니다.
햇살은 개펄에서 유리파편처럼 반짝거리고, 물속에서 또 한번 금빛으로 변합니다.


붉은 햇덩이가 바다와 마주치는 순간.
수평선 끄트머리에서 출렁거리는 금빛 파도의....
그 아름다움에 이유 없이 가슴이 메어옵니다. 그러나 난 참을 수 밖에 없습니다.
내 주위엔 올망졸망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고 난 이 자리의 좌장이며,
너무 장엄해서 젖는 눈시울일지라도 저 선한 취우님 눈매에 누가 되어서는 안되니까요.


저 노을 바다에 조각난 마음을 태워 보고 싶습니다.
불끈불끈 일어났던 뜻모를 노여움을 사르고, 쓰디쓴 기억도 바다에 떠내려보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그늘진 가슴에 바다에서 건진 환한 빛 조각 하나를 담아 술안주 삼고 싶습니다.


술 한잔 들이키고 빛 조각 하나...그러나 세속에 놓인 내 손엔 돼지고기가 한점입니다.
돼지면 어떻고 빛 조각이면 어떻습니까? 일몰에 취한 난 감탄사를 안주삼아 들이킬따름...
눈치 없이 덕산을 따라나서는 해밀나 엘리즈가 안중에 없는 건 그저 이런 집을 고른
취우님의 안목이 놀랍기 때문입니다. 나도 이 근처의 땅을 알아보고 있었거든요. 


이웃을 속인 덕산이 벌을 받아 갯벌에 빠져버렸답니다.
그러나 전 관심이 없습니다. 빨리 한잔이라도 더 마시고 도자기 체험에 나서야하니까요.
김치...너무 맛있는 김치... 취우님 댁 김치 얼마 안남았을 것입니다.
어머님께 살짝 드린말 ‘제가 다섯 살만 어렸어도 따님을 채갔을 것입니다“
어머님을 닮은 따님이니 다른 것은 볼 필요도 없다면서요. 이 말은 진심이랍니다.


전 예쁜 술잔을 빚었네요. 그리고 계영배라 적었지요.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마라며...
밖에서 흘러드는 바베큐의 구수한 내음에 참을 수가 없습니다, 또 한잔, 한잔 더...
해오름 펜션이었나요? 조개탕에 소주요? 거기까진 좋습니다.
마른안주에 소주 이게 절 죽였습니다. 다음날 저녁밥까지 걸렀으니까요.
눈을 뜨니 객실인데 노래방에서 논 기억이 없습니다.
실수가 걱정되지만 그래도 더 일찍 필름이 끊긴 진철일 보고 위안을 삼습니다. ᄒᄒᄒ


속이 쓰려 식당을 어슬렁거립니다.
부지런한 머루님과 하루미가 라면을 끓여오네요.
어! 왠 김치가 이리 많나요? 이런 저 먹으라고 취우어머님이 싸준 김치를 썰어놓다니...
쯧쯧 집에 가지고 와서 두고두고 먹으려했더니...


선제도로 출발합니다. 대교 건너 섬이 아담하니 아름답습니다.
릿찌코스라는 윤수이님 “사진대형으로 벌려!” 다들 일사분란하게 움직입니다. 역쉬~
식당에 들러 아침겸 점심... 이지방 명물인 해물칼국수입니다.
후루룩~ 속을 풀어보려 안간힘을 쓰지만 아침에 산님과 나눠마신 포도주가 죽이는군요.


영흥대교? 안중에 없습니다.
속은 쓰리고... 어서 빨리 돌아가고만 싶습니다. 그리고 단숨에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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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침대차

2004. 5. 14. 14:46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

 

살포시 눈꺼풀을 열어본다.
눈앞에 가까이 다가온 천장은 언제나 보던 것이 아니다.
왜 내가 여기에 있지? 왜 내가 차 속에서 자고 있느냐고....

 

문득 대리운전 시킨 것을 기억의 끄트머리에서 찾아낸다.
회의를 겸한 저녁식사를 끝낸 후, 부족한 술의 정량을 채우려고 자리를 옮겼다.
긴장이 풀린 탓인지 양주 한병을 채 비우기도 전에 만취해 버렸고, 대리기사를 부탁했다.

 

잠결에 아파트에 도착했다는 얘기를 들었으나,
기다리는 이 없으니 서두를 이유도 없어 조금 더 누워있던 것이 잠이 들어 버렸나보다.
넓은 면적에 안락한 쿠션, 구입할 때 조금 더 썼더니 잠자리 또한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전면 시계가 4시30분을 가르키고 있다.
사위는 아직 어슴프레한데 움직이는 것 자체가 귀찮아 다시 눈을 감아버린다.
차내엔 명성황후의 선율이 흐르고 있다. 어쩜 조수미가 부를걸?
며칠전에 이수영의 클래식을 넣었는데...취중에도 CD를 갈아 넣었나보다.

 

명성황후라... 美洲공연 때 명성황후 역은 이하원씨가 맡았었을 걸?
몇 년전 런던에 들렀을 때, 대사관의 배려로 뮤지컬 "왕과 나"를 관람하는 행운을 얻었고,
샴왕의 첫째 부인으로 나오는 이하원씨를 만나볼 수 있었다.
시차 적응이 안돼 로얄석에서 계속 하품만 해대는 실례를 저질렀지만....

 

날이 훤히 밝은 뒤에야 현관으로 들어선다.
문이 안 잠겨 있다. 도대체 도둑을 두려워하지 않는 우리집 풍경이다.
근육질 잘 발달된 사내들만 득실거리는 집에 스스럼없이 들어올 도둑은 아마 없을 걸?
그것도 운동선수인 두놈들은 180㎝도 훨씬 넘으니 말이다.

 

덜렁 팬티 하나만 걸친 채로 싱크대 앞에 선다.
쌀을 씻어 밥솥에 앉히고, 모처럼 아침상을 준비해본다.
오늘의 찌개는 우렁된장으로, 곱게 깎은 감자는 각지게 썰고, 청양고추 송송...
반찬은 현지에서 공수된 것으로 올려볼까? 울산의 표고짱아치, 돌산 갓김치, 보령 돌김...

 

식탁이 그득하니 마음까지 따라서 풍요로워진다.
잠결에 마주앉은 애들의 얼굴엔 짜증반 놀라움반...너무 오랫만이니까
아침운동을 거르더라도 가끔은 아침상을 차려야겠다. 저런 얼굴표정을 지워주기 위해서라도...

 

클럽에 들러 간단히 사우나만...
무스도 바르고, 오늘은 향수도 뿌려볼까? 오전에 회의를 주재해야하니까.
운동을 걸러 몸은 좀 찌부둥하지만 기분만은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출근길 마주치는 사물마다 왜 이리 아름다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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