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아들아

2006. 3. 3. 17:57
아들아 그럴 필요까지는 없단다.
아빠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건 아빠에게 돈이 없어서가 아니고
그분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드리고 싶어서란다.
그래야 그분도 떳떳이 사회생활을 할 수 있지 않겠니?

설혹 그만한 돈이 없다 해도 아빠가 어찌 네 돈을 사용할 수 있겠니.
공부하면서 쉬지도 못하고 아르바이트하며 모은 돈인데...
아빠는 너의 그런 모습이 자랑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항상 미안했단다.

보태 쓰라고 슬며시 내미는 통장을 보고 아빠는 하마터면 눈물 쏟을뻔 했구나.
그리고 아빠가 우리 아이들을 잘못 키우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아니 잘 키웠다는 자부심에 가슴 뿌듯해 졌단다.

너희 엄마와 헤어진지도 벌써 3년이 지났구나.
엄마를 떠나보낸 뒤 풀기 없던 너희들의 모습을 보며 많이도 가슴아팠단다.
그리고 이른 아침 너희들의 도시락을 준비하며
힘들어 흐르는 땀 사이로 나도 몰래 눈물방울 합친게 몇번인지 모른단다.
그러나 그게 밑거름이 되어 이렇듯 착한 내 아들로 자라났다면
아빠는 그 땀과 눈물 얼마든지 더 흘리고 싶구나.

사랑하는 내 아들아!
부디 착한 마음을 잃지 않기 바란다.
아빠는 너희들이 가족의 터울을 넘어서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단다.
너희 주위에는 너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테니까.

그리고
세상에는 나쁜 일보다 좋은 일들이 더 많고
너희 이웃에는 악한 사람보다 선한 사람이 더 많다는 걸
늘상 마음에 새기며 살아가길 바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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