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랑길 20코스(청계면사무소-용동마을)

 

여행일 : ‘23. 1. 14()

소재지 : 전남 무안군 청계면 및 망운면 일원

여행코스 : 청계면사무소복룡마을강정마을톱머리해변무안공항두모마을용동마을(거리/시간 : 18.7km/ 실제는 복룡마을에서 무안공항까지 8.18km 2시간 10분에)

 

함께한 사람들 : 청마산악회

 

특징 : 서해랑길은 서쪽 바닷길을 말한다. 땅끝마을(전남 해남)에서 시작해 강화(인천)에 이르는 서해안의 해변길과 숲길, 마을길 등을 잇는 1,800km(109개 코스)의 걷기 여행길이다. 코리아둘레길(해파랑·남파랑·서해랑·평화누리) 4면 중 가장 길며, 거치는 지자체만 해도 5개 광역에 기초가 26곳이나 되는 긴 여정이다. 오늘은 20코스를 걷는다. 6로 이루어진 목포·무안남부구간의 세 번째 구간이기도 하다. 무안군의 서쪽해안을 걷는 이 구간은 복룡마을 벽화나 톱머리해안의 다도해 풍광을 빼면 볼만한 게 없다. 걷는 도중 무안의 별미인 낙지를 맛볼 수 있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랄까?

 

 들머리는 청계면 복합센터’(무안군 청계면 도림리)

서해안고속도로 일로 IC를 빠져나와 815번 지방도, 구암삼거리(청계면 청계리)에서 국도 1호선(무안·나주방면)으로 옮기면 잠시 후 도림리에 이르게 된다. 청계면사무소의 소재지이다. 서해랑길(무안 20코스) 안내도는 청계면 복합센터 앞에 세워져 있다.

 청계면 복합센터를 출발해 톱머리해변과 무안공항을 거쳐 망운면 용동마을(송현리)에 이르는 18.7km짜리 둘레길. 그러나 우리부부는 앞뒤를 빼버리고 복룡마을에서 무안공항까지 8.18km만 걸었다. 하지만 20코스를 대표하는 볼거리 톱머리해변과 복룡마을 벽화를 눈에 담았으니 볼만한 것은 모두 본 셈이다.

 20코스의 시작 지점임을 알리는 표지판은 복합센터 앞 전신주에 매달려 있다.

 실제 출발지는 청운로(청계교차로망운면 목서리) 상에 있는 복룡마을(청계면)’ 버스정류장으로 삼았다. 연골주사까지 맞아가며 따라나선 집사람에게 18.7km는 다소 무리였기 때문이다. 완주가 일상화 된 나로서는 다소 서운한 일이지만 눈요깃거리 없는 내륙구간을 생략했으니 억울하지는 않다. 더구나 단축으로 인해 생긴 자투리 시간을 무안의 별미 낙지를 먹는데 썼으니 오히려 더 잘 되었다고나 할까?

 핸드폰에 깔아놓은 ‘GPX 트랙 복룡교차로로 가란다. 하지만 난 복룡마을(교회 앞을 지난다)부터 들러보기로 했다. ‘으뜸마을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마을 담장을 온통 벽화로 채워 넣었다는데 한번쯤 둘러봐야 하지 않겠는가.

 복룡마을(‘용수동 또는 장자산으로도 불린다)로 들어서자 잘생긴 용() 한 마리가 길손을 맞는다. 용이 엎드려 쉬는 형상이라는 지명의 유래를 표현한 모양이다.

 마을회관의 담벼락은 듬직한 한우가 차지했다. 그나저나 저 벽화는 보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단다. 빛의 반사를 통해 어두운 밤에도 환하게 빛나 야간 운행에도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볼거리에 안전사고 예방까지 더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인 셈이다.

 나머지 담벼락은 어린이들 차지다. 말뚝박기(말타기)와 딱지치기, 널뛰기 등 옛 추억을 소환시키는 놀이들을 그려놓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던 아이는 동무의 도움까지 받아가며 창문을 기어오른다. 행여 어른들이 눈치라도 챌세라 조심조심.

 벽화의 대미는 90년대 교과서에 나오는 영희 캐릭터. ‘K-드라마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던 오징어 게임에서는 술래 로봇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벌이는 극한 게임, 참가자들은 영희(로봇)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고 말하는 동안 움직이고 고개를 돌리면 멈췄다가 다시 움직이는 방식으로 5분 안에 결승선을 통과해야만 했다.

 영희 캐릭터 앞에서 만난 이정표(톱머리해수욕장 6.6km)는 종점까지 13.2km가 남았음을 알려준다. 그렇다면 5.5km를 단축한 셈이다. 아니 이미 0.5km쯤 걸어왔으니 오늘 걷게 될 거리는 13.7km쯤으로 보면 되겠다.

 탐방로는 실개천을 따라간다. 개천가를 따라 농로가 나있는데, 아까 복룡마을로 들어오면서 살펴봤던 벽화들을 다시 한 번 눈에 담을 수 있는 구간이다.

 15분 만에 출발지점(버스정류장)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반대방향인 복룡교차로로 간다.

 교차로에서는 두이아스콘의 거대한 시설물을 바라보며 직진이다.

 트레킹을 시작한지 25. 강정마을 앞 오거리에 이른다. 길이 네 갈래로 나뉘어 다소 헷갈릴 수도 있으나 이정표(종점까지 12.1km)가 설치되어 있으니 걱정할 것까지는 없다. 참고로 직진 방향의 두 길은 모두 해안로(825번 지방도)’로 연결된다.

 오른편으로 크게 방향을 틀자 진행방향 저만큼에 태천(台川)’ 마을이 놓여있다. 법정 동리인 강정리에 속한 2(강정·태천) 자연부락 중 하나다. 마을 뒷산인 고림봉 봉대산으로도 불리는데, 조선시대 주요 통신수단이었던 봉화대가 있었다고 한다. 참고로 무안에는 봉대산 4개나 있단다.

 바다를 향해 뻗어나간 마을 앞 들녘은 끝 간 데 없이 드넓었다. 맞다. 예전에 이 마을은 풍요의 상징이었다고 한다. 김이 무럭무럭 날 정도로 부자마을 이었다는 것이다. 주변 마을에서 쌀을 빌리러 오는 것이 전혀 낯설지 않은 풍경이었단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마을들이 더 잘 사는 곳이 되어버렸다나?

 양파 밭이랍니다.’ 마늘과 양파를 헷갈려하는데 집사람이 잎의 생김새부터 다르다면서 꼼꼼히도 알려준다. 첫째 무안은 양파의 전국 최대 생산지라서 양파를 빼놓고는 무안을 말할 수 없단다. 둘째는 품질. 비옥한 황토 들녘에서 자란데다, 풍부한 일조량과 해풍으로 다져져 육질이 단단할 뿐만 아니라 먹으면 단맛까지 난다는 것이다.

 탐방로는 마을을 관통한다. 마을회관 옆으로 난 고샅으로 들어서는데, 가슴에 담아둘만한 볼거리는 없었다.

 마을 뒤 고개(‘국수댕이 잔등이라 부르고 있었다)를 넘어가면 ‘815번 지방도를 마주한다.

 폭넓은 도로(4차선) 아래로 난 굴다리는 다용도인가 보다. 우리 같은 나그네들에게는 보행로이지만, 인근 농민들에게는 훌륭한 농자재 창고가 되어주고 있었다.

 굴다리를 빠져나오면 길이 세 갈래로 나뉜다. 직진은 폐교된 청계서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한 농산물종합가공지원센터(농산물 가공제품을 생산판매 하고자 하는 농업인의 창업 인큐베이팅 역할)를 거쳐 도대리로 연결된다. 서해랑길은 왼편,  815번 지방도의 옆으로 난 농로를 따른다. ! 오른편은 자연스럽게 소멸되어버리는 길이니 염두에 두지도 말자.

 탐방로는 도대(道垈)’마을을 스치듯 지나간다. 교회의 첨탑이 흡사 랜드마크라도 되는 양 우뚝 솟아오른 마을이다. 이 마을의 옛 이름은 절골’, 마을에 절이 있었다는 데서 유래했다. 일제강점기에는 해당화가 많다며 해당촌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다 마을 중앙으로 길이 나면서 도대(刀垈)’라 했는데, 언제부턴가 도대(道垈)’로 변했다.

 이번엔 양파와 함께 무안 농산물의 양대 축을 이루는 마늘밭이란다. 저 마늘은 한때 내 지우를 힘들게 만들기도 했었다. 중국산 마늘에 대한 세이프가드’. 뒤이은 중국의 보복조치(한국산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 수입 중단)로 인해 고뇌를 거듭하던 지우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트레킹을 시작한지 55. 탐방로는 도대교차로를 지난다. 또 다시 만난 ‘815번 지방도의 아래를 지나간다.

 이정표(종점 9.4/ 시점 9.3)는 이곳 도대교차로 20코스의 중간 지점임을 알려준다.

 250m쯤 더 걸어 방조제로 올라선다. 방금 지나온 도대리 앞 들녘, 즉 오래 전 염전이 있었을 법한 염밭들(염전이 있는 들녘)은 저 방조제가 놓이면서 이제 광활한 농경지로 변했다.

 탐방로는 이제 방조제(둑 아래로는 도로가 나있다)를 따라간다. 바다와 들판 모두 넓고 산줄기는 멀찍이 물러나 앉아서 지평선길 못지않게 광대한 느낌을 준다.

 오른편은 무안컨트리클럽이 들어섰다. 안개가 거의 없고 일조량이 풍부해 사계절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곳이다. 거기다 광주-무안 간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접근성까지 자랑한다. 특히 바다와 어우러지게 조성된 SEASIDE 54홀 코스는 저마다의 독특한 특성과 묘미로 골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단다.

 바다 건너는 운남면(이곳 망운면에 속해 있다가 1983년 독립했다). 다음 구간(21코스)은 저 해안선을 따라 나있다.

 무안의 자랑거리는 단연 갯벌이다. 국내 1호 갯벌습지보호지역(2001)이고, 연안습지로는 국내 두 번째 람사르(Ramsar) 습지(2008)’. 기운 세기로 정평이 난 세발낙지와 운저리’(문절망둑의 사투리) 등의 계절 별미가 저 풍요로운 갯벌에서 나온다.

 작은 배수갑문을 지나 망운면(피서리)으로 들어선다. ‘톱머리란 지명을 만들어낸 곳이다. 방파제로 육지와 가까스로 연결되는 땅끝이 토끼를 닮았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나? ‘() 머리로 불리다가 언제부턴가 톱머리로 변했단다.

 오른쪽에는 창포호(저 안쪽에 무안에서 가장 큰 호수가 있다)’가 있다. 망운면에서 흘러온 물줄기(이름은 알 수 없었다)와 청계면에서 흘러나온 물줄기(태봉천)가 피서리(망운면)와 도대리(청계면) 사이에서 합쳐져 톱머리 앞바다로 흘러드는데, 이 하천을 방조제로 막아 만든 인공호수가 창포호이다. 천연기념물인 황새와 독수리가 발견돼 세간의 이목을 끌었는가 하면, 수달과 삵 등 멸종위기 동물이 다수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배수갑문을 지나면 도로(청운로)와 헤어진다. 그리고는 서해랑길이란 이름값이라도 하려는 양 바닷가를 따른다. 그 초입(이정표 : 종점 8.6/ 시점 10.1) 멀구슬나무 그늘 아래에 간식 먹기 딱 좋은 쉼터가 만들어져 있었다.

 이후부터는 바닷가를 따라 난 오솔길을 걷는다.

 이때 자연미를 퐁퐁 풍기는 포구를 만났다. 그 흔한 방파제 하나 없다보니 배도 바닷가 나뭇가지에 매어놓았다.

 오솔길을 빠져나오자 기다란 방조제가 어서 오란다. ‘톱머리라는 지명을 낳게 한 방조제로, 낚시꾼들에게는 소문난 놀이터가 되어준다. 입질이 좋을 때면 들어앉을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낚시꾼들로 붐빈다고 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낚시용 무동력선까지 띄워 놓았다. 참고로 이 부근은 망둥어(전라도에서는 운저리 문저리로 불린다) 낚시 포인트이나, 숭어의 입질도 심심치 않단다.

 방조제의 끝에는 톱머리항이 들어섰다. 무안군수가 관리하는 지방어항으로, 십여 척의 어선이 전부인 작은 포구이다.

 하지만 물양장만큼은 여느 국가어항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넓었다. 무안의 대표 볼거리를 그려 넣은 관광안내도도 눈에 띈다. 서해랑길 20코스는 그중 톱머리해변을 포함하고 있다.

 선착장 끝에는 비행기를 쏙 빼다 닮은 조형물이 서 있었다. 무안국제공항 인근이라는 지역적 특색을 투영시켰다는 등대. 하지만 비행기는 대각선이 아닌 수직으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방조제를 걸어오는 내내 우주선으로 오해했던 이유일 것이다.

 안내판은 오색 관광조명을 가미했다는 자랑을 늘어놓고 있었다. 덕분에 야간에 해안도로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밤바다 풍경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단다.

 포구를 지나 톱머리 해안으로 간다. ‘피서리(皮西里)’, 즉 피란지에서 유래되었다는 지명만큼이나 안온한 느낌을 주는 해안이다. 국정이 혼란하고 민심이 소란했던 조선 중엽 안정적인 삶을 찾아 떠돌던 이들이 이곳에 정착하여 마을을 이루었다고 한다. 하지만 피세(避世)가 피서(皮西)로 변한 이유나 시기는 알려지지 않는다.

 이때 거무스름한 갯벌이 드넓게 펼쳐진다. 갯벌 풍경은 무안의 자랑거리다. 갯벌을 뒤덮은 염생식물 칠면초(해마다 색깔이 7번 변한다는 바다의 단풍)가 붉은 옷으로 갈아입으면 무안 전역도 가을 풍경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가을철 무안은 그래서 더 예뻐진다고 한다.

 바닷가를 따라 호텔과 리조트, 펜션 등 다양한 숙박업소들이 들어서 있다. 음식점과 카페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찾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일 것이다.

 톱머리해수욕장은 수심이 얕고 경사가 완만한데다 물까지 맑아 가족단위 여행지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백사장 뒤로는 200년 이상 된 곰솔이 숲을 이루고 있어 피서객들의 쉼터가 되어준다.

 해수욕장의 하이라이트는 곰솔이 아닐까 싶다. 줄지어 늘어선 굵직한 소나무가 백사장과 어우러지며 한 폭의 그림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어느 향토사학자는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었다. 개발로 인해 규모가 확 줄어들어버렸다면서 말이다. 예전에는 인근 학교에서 소풍 장소로 즐겨 찾았을 정도로 곰솔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는 것이다.

 피서객들을 위한 정자도 심심찮게 보인다. 바닷가에 잇대어 지어놓은 것이 소나무 그늘만으로는 피서객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었던 모양이다.

 이곳은 원래 반도모양의 곶()이었다고 한다. 간척사업으로 인해 반도의 특성을 잃어버렸지만 원래는 마을 앞뒤로 모래톱이 쌓여 있었단다. 당시만 해도 왕모래로 덮여있던 뒤편이 더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았다나?

 백사장의 품격은 리조트 앞에서 완성된다. 아까 호텔 앞에서 시작된 넓이 100m의 백사장이 1km를 달려와 이곳에서 대미를 장식한다.(전체 길이는 2km쯤 된단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낙조는 일품으로 알려져 있다. 운남면의 구릉지 위로 해가 떨어질 때면 하늘과 바다가 온통 붉게 타오른다고 한다.

 톱머리해변을 빠져나오면 ‘815번 지방도를 만난다. 하지만 탐방로는 바닷가를 조금 더 고집한다.

 그렇다고 바닷가에 잇대어 나있지는 않으니 너무 기대는 하지 말자.

 대신 흐드러지게 핀 동백꽃을 만날 수 있었다. 김유정의 동명 소설에 반해 좋아하게 된 꽃이다. 나를 쏙 빼다 닮은 덜 떨어진 주인공 와 점순이가 부둥켜안고 쓰러지는 ending scene이 되어 준 꽃밭이니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나 더, 김유정이 적은 노랑 동백꽃의 실제 정체가 생강나무꽃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지만 그렇다고 좋아했던 걸 무를 수야 없지 않겠는가.

 트레킹을 시작한지 2시간. 또 다시 ‘815번 지방도(청운로)’로 올라섰다. 이로보아 서해랑길 20코스는 청운로를 수시로 오르내리며 이어진다고 보면 되겠다. ! 이 일대는 단감 생산지로 유명하다는 것도 기억해두자. 당도와 빛깔에서 단연 으뜸이며 옛날엔 임금님께 진상까지 되었단다.

 이때 선두대장이 곁을 스치고 지나간다. 우리보다 5km를 더 걸었으니 6km/h의 속도로 걸어온 셈이다. 한 갑자를 훌쩍 넘긴 나이에 뛰다시피 걸을 수 있는 그의 체력에 경의를 표해본다. 느림의 미학을 추구해오는 나로서는 강 건너 불구경이지만.

 오른편은 무안국제공항. 호남권 유일의 국제공항이나 2021년 기준 국내 공항 중 운항편수가 가장 적은 공항이라고 한다. 하나 더, 무안공항은 순수 민간공항이라고 했다. 그래선지 차단막이 쳐져있지 않아 사진촬영이 가능했다.

 6분쯤 더 걸으니 무안 갯벌낙지직판장이 잠깐 들렀다 가란다. 기운 세기로 유명한 세발낙지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낙지는 무안의 5 중 하나, 그러니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일단은 들어가고 본다. 소주를 반주 삼을 안주는 물론 낙지볶음(난 날것을 회피하는 편이다)’, 서울보다 조금 비쌌지만 갓 잡아 올린 낙지를 쓴다니 어쩌겠는가. 그나저나 안주발을 받아선지 은 그 이름처럼 술술 잘도 넘어갔다.

 날머리는 용동마을(무안군 망운면 송현리)

나머지 구간(5km)은 음식점 사장님의 트럭을 이용해서 왔다. 시나브로 마시다보니 얼큰하게 취해버렸고, 주변 풍광을 가슴에 담을 수조차 없게 몽롱해져버렸으니 어쩌겠는가. 아무튼 오늘은 8.17km를 걸었다. 20코스가 18.7km이니 절반도 못 걸은 셈이다. 낮술에 취해버린 탓이지만 특별한 볼거리가 없는 구간을 빼먹었으니 손해 볼 게 없는 장사였다.

 오늘도 집사람과 함께 했다. 아니 오늘뿐만 아니라 우리부부는 항상 붙어 다닌다. ‘Dirty is out of the place’ 모든 것은 제자리에 있을 때 아름답다는 진리를 자기 자리를 벗어난 더러움을 빌어 얘기한다. 즉 논밭에서는 꼭 필요한 흙이 집안에서는 깨끗하게 닦아내야 하는 골칫덩어리로 변한다고나 할까? 맞다. 우리에게는 저마다 주어진 자리가 있고,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그 자리를 지킬 때 아름다운 본질을 지켜나갈 수 있다. 우리 부부에게는 그 자리가 서로의 곁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