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암산(北巖山, 894m)문바위봉(884m)-사자봉(924m)

 

산행일 : ‘17. 8. 12(토)

소재지 : 경북 청도군 매전면과 경남 밀양시 산내면의 경계

산행코스 : 석골교석골사주차장수리봉능선삼거리사자봉 왕복문바위봉전망바위북암산인골산장인곡마을회관(산행시간 : 4시간)

 

함께한 사람들 : 청마산악회


특징 : 오늘 오른 산들은 억산에서 남쪽으로 뻗어 내린 능선에 솟구쳐 있는 봉우리들이다. 덕분에 골산(骨山)인 억산의 특징이 절반쯤 섞여있다. 즉 육산(肉山)과 골산의 특징들이 적당히 뒤섞였다고 보면 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산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바로 곁에 있는 억산은 물론이고 운문산이나 구만산 등 주변 명산들의 유명세에 철저하게 가려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 유명산들에 비해 조금도 뒤질 게 없어 보인다. 아니 오히려 더 뛰어나다고 평가하고 싶다. 앞에서 얘기했던 대로 골산과 육산의 특징들을 한꺼번에 맛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산길은 짙은 숲속으로 나있어 여름철 산행에도 무리가 없고, 거기다 산꾼들이 선호하는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빼어난 산세와 멋진 조망까지 곳곳에 품고 있다. 한마디로 명산의 반열에 놓아도 손색이 없을 산이라는 얘기이다. 다만 오르내리기가 무척 힘들다는 점이 문제다. 어느 코스를 선택하더라도 경사가 가팔라서 체력소모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쯤은 꼭 올라봐야 할 산으로 꼽고 싶다.


 

산행들머리는 석골교 앞 주차장(밀양시 산내면 원서리 1230-18)

중앙고속도로(대구-부산) 밀양 IC에서 내려와 24번 국도를 타고 울산방면으로 달리다가 원서교차로(산내면 원서리 1212-1)에서 빠져나와 좌회전하여 굴다리를 통과하면 곧이어 동천을 가로지르는 석골교()‘의 바로 앞의 주차장(대형차량용)에 이르게 된다. 오늘 산행의 들머리이다. 혹시라도 승용차를 몰고 왔다면 석골사 주차장까지 들어가도 된다. 화장실까지 갖춘 주차장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석골교 다리를 건너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다리 초입에 석골사 방향 1Km지점에 공중화장실이 마련되어 있음을 알리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으니 참조한다. 이러한 이정표는 화장실에 이를 때가지 심심찮게 나타난다. 이곳에 주차장을 마련하면서도 화장실을 갖추지 못했음을 미안해하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왼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잠시 후면 오르게 될 수리봉이 나타난다. 그 왼쪽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산은 북암산이다. 두 봉우리 모두 거대한 암벽(岩壁)을 끼고 있다. 오늘 오르게 될 산들의 일반적인 특징이 아닐까 싶다. 사진 게재는 하지 않았지만 오른편에는 운문산이 우람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다리를 건너면 흔히들 석골사 입구라고 부르는 원당마을(산내면 원서리)이다. 전형적인 산골마을이지만 그 규모는 제법 큰 편이다. 펜션은 물론이고 식당까지도 가끔 보인다. 운문산과 억산의 사이에 끼어있는 계곡을 찾는 사람들이 제법 된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건 그렇고 동네에 들어서자 거대한 빗돌(碑石) 하나가 보이고, 그 옆에는 밀양문화원에서 세운 안내판도 보인다. ’임진왜란창의유적기념비(壬辰倭亂倡義遺蹟紀念碑)‘라는데, 설명은 석동(石洞)이라는 곳을 해놓았다. ’호거산(虎踞山) 아래 석동(石洞)은 임진왜란 때 작원관(鵲院關, 밀양시 삼랑진읍 검세리 소재) 전투의 패배 이후 향촌수호(鄕村守護)를 위해 밀양의 오한 손기양(聱漢 孫起陽)이 근재 이경홍(謹齋 李慶弘), 진사 이경승(進士 李慶承), 김선홍(金善洪) 등과 함께 밀양에서 최초로 창의(倡義)한 전적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2얼음골의 오른쪽에 오한 손기양이 부모를 모시고 난을 피했던 손기굴이 있고, 석골사 북쪽 계곡 절벽에 근재 이경홍, 진사 이경승이 역시 노모를 모시고 난을 피했던 형제굴이 있다는 등 그들이 피난했던 굴에 대한 설명만 적혀있다. 만일 그들의 대일항쟁(對日抗爭) 기록까지 적혀있었더라면 금상첨화가 되었을 텐데 아쉽다.



빗돌을 읽어본 후 길을 다시 나선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석골사로 올라가는 길이 시작되는 셈이다. 길은 외길이다. 약간의 경사와 주변의 경관이 어우러져 걷는 내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 산행을 시작한지 15분쯤 되자 석골사 주차장에 도착한다. 이곳으로 오면서 심심찮게 보았던 화장실을 갖추고 있다던 그 주차장이다. 이곳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석골사(石骨寺)가 나온다. 신라 진흥왕 때 비허선사(備虛禪師)‘가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한국전쟁 때 소실된 후 20여 년 전에 불사(佛事)를 연 탓에 내세울 만한 문화재는 딱히 없지만 천년이라는 오랜 역사 하나만 갖고도 한번쯤은 들러봐야 할 의미는 있다. 하지만 난 그만두기로 한다. 10년쯤 전에 억산과 구만산을 연계해서 답사를 할 때 둘러봤었기 때문이다.



주차장 입구 근처에서 보면 왼편으로 작은 임도가 하나 나뉜다. 수리봉 등산로의 들머리인데 입구에 이정표(수리봉1.6, 문바위 3.1, 북암산 4.1/ 운문산5.1Km, 억산 2.97Km)가 세워져 있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분 후 임도를 벗어나 오른편 산자락으로 들어선다. 이곳에도 역시 이정표(수리봉 1.46Km)가 세워져 있다.



산길은 처음부터 기()를 죽이고 본다. 시작부터 엄청나게 가파른 것이다. 그냥 치고 오르지를 못하고 왔다갔다 갈지()자를 그리고 나서야 겨우 위로 오를 수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그런 길은 끝도 없이 계속된다. 오늘 산행의 특징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끝도 없이 계속되는 가파른 오르내림 말이다.



그런 가파른 오르막길에 통나무계단이 놓여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 아닐까 싶다. 암반이나 너덜이 아닌 곳에는 어김없이 통나무 계단을 설치해 놓은 것이다. 아무튼 고도(高度)를 높여가는 속도는 빠른 편이다. 워낙 길이 가파르기 때문이다.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힘들게 20분쯤 올랐을까 오른편에 커다란 바위가 하나 나타난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일단은 오르고 본다. 뭔가 조망이 트일 것 같아서이다. 그런 내 결정은 옳았다. 올라온 반대 방향으로 운문산에서 석골사로 바로 연결되는 능선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헌걸찬 암릉을 끼고 있는 것이 여간 멋진 것이 아니다. 허나 얼음골 케이블카 상부 승강장이 시야에 들어온다고 했는데 난 확인할 수가 없었다.




또다시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산길은 그런 가파름이 못내 부담스러웠었나보다. 바윗길이라도 섞였다싶으면 어김없이 밧줄을 매어놓았다. 지친 몸을 의지해보라는 배려일 것이다.



그렇게 7분쯤 더 치고 오르자 이번에는 왼편으로 시야(視野)가 열린다. 널찍한 마당바위가 그쪽 방향으로 살짝 튀어나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역시 나아가본다. 아니 앞서가는 집사람이 먼저 서두른다. 집사람의 발걸음 가볍기 짝이 없다. 오랜만에 산을 찾은 것이 무척 즐거운 모양이다.



이곳에서의 조망은 빼어나다. 오늘 산행에서 만난 최고의 전망대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우선 발아래에는 산내면의 들녘이 펼쳐진다. 주변의 높다란 산들 사이에 낀 협곡(峽谷)의 모양새이다. 그 뒤에 보이는 산들은 능동산(983m)과 천황산(1,189m), 실해산(828m)과 정각산(860m)이 아닐까 싶다. 협곡의 왼편도 조망됨은 물론이다. 범봉과 운문산이 코앞으로 다가와 있다.



잠시 후 석골사에서 올라오는 것으로 여겨지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를 만난다. 삼거리에서 왼편으로 방향을 틀면 잠시 누그러졌던 산길이 또 다시 가팔라진다. 그리고 가파른 오르막길은 끝날 줄을 모르고 계속된다. 가히 죽을 맛이다. 특히 오늘 같이 무더운 여름 날씨에는 더하다고 할 것이다.



중간에 전망대까지 없었더라면 거의 지옥 수준이었을 게다. 문바위와 북암산 등 주변의 산들이 한눈에 쏙 들어오는데, 비록 잠시지만 힘들다는 것까지 잊게 만들 정도로 빼어난 자태들에 자랑하고 있었다. ! 이곳 말고도 조망이 열리는 곳이 또 하나 있다는 것을 깜빡 잊을 뻔 했다. ’석골사 갈림길을 지난 뒤 오른쪽으로 수리봉 정상 아래의 수직 암벽인 수리덤이 살짝 보인다.



잠시 후 수리봉 정상에 올라선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20분 만이다. 수리봉 정상은 흙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까 오르면서 보았던 수리봉은 거대한 암봉이었기에 의외가 아닐 수 없다. 아무튼 10평 남짓 되는 공터로 이루어진 정상에는 오석(烏石)으로 만든 정상표지석이 세워져 있을 뿐 텅 비어있다. 삼각점은 물론이고 그 흔한 이정표도 보이지 않는다. 조망까지도 트이지 않는다. 오래 머무를 필요가 없다는 얘기이다. 참고로 다른 이들의 글을 보면 정상석 오른편으로 5~6분쯤 더 나아가면 수리덤 암벽 위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 석골사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라지만 확인해 보지는 못했다.



사자봉으로 향한다. 답사로는 정상석의 뒤로 나있다.



완만한 능선을 잠시 걸으면 분재(盆栽)처럼 생긴 멋진 소나무 한 그루가 나타난다. 오랜 세월이 버거웠던지 상체를 바닥에 기댄 채로 아예 드러누워 버렸다. 그런데 그 생김새가 기묘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다른 산에서 보아오던 명품 소나무들에 비해 조금도 뒤질게 없다는 얘기이다.



소나무의 아름다운 자태뿐만이 아니다. 이곳에서는 시야(視野)까지도 활짝 열린다. 문바위봉에서 사자봉으로 연결되는 능선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암릉으로 이루어진 산세(山勢)가 자못 심상치가 않다. 빼어나다는 얘기이다. 하긴 억산(億山)에서 뻗어 내린 산줄기이니 이미 검증을 마친 미모(美貌)가 아니겠는가. 억산(億山)이란 이름은 '수많은 하늘과 땅 그리고 우주'라는 의미의 억만건곤(億萬乾坤)에서 유래된 것으로 전해온다. 즉 하늘과 땅 사이의 수많은 명산 가운데 명산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는 얘기이다. 그 줄기에 속해 있는 봉우리들이니 응당 저 정도의 모양새는 갖추어야 하지 않겠는가.



잠시 후 또 다른 전망대가 나타난다. 헌걸찬 암릉으로 이루어진 봉우리들이 그 아름다운 자태를 한껏 자랑하던 조금 전의 풍경화에다 건너편 산릉(山稜)으로 연결되는 능선을 하나 더 첨가했다. 중간이 날카로운 암릉으로 이루어졌는데 그 위를 걸어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위태롭기 짝이 없어 보인다.




이후부터는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그렇게 10분 정도를 내려서면 거대한 바위지대가 앞을 가로막는다. 조금 전에 보았던 서슬 시퍼런 암릉이다. 우회로(迂廻路)라도 있을까 살펴보지만 눈에 띄지 않는다. 직진해서 곧바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이다. 바윗길은 생각보다는 쉬웠다. 암릉의 위가 제법 너를 뿐만 아니라 위험한 곳에는 철제계단을 설치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저 좌우로 터지는 명품 조망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이번 산행의 백미(白眉)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날등을 따라가는 묘미도 짜릿하지만 좌우로 펼쳐지는 풍광이 그 이상의 감동을 전해준다.  





짧은 암릉이 끝나면 산길은 다시 숲속으로 나있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7분쯤 진행하자 안부로 여겨지는 곳에 이정표(억산 2.92Km/ 수리봉 0.44Km) 하나가 세워져 있다. 첨부된 지도에 운곡갈림길로 표기된 지점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정표에는 갈림길이 나와 있지 않다.



운곡갈림길을 지나자 가파른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7분쯤 지나서 오른편으로 억산으로 가는 길 하나를 분가시키고 나면 6분 후에는 또 하나의 멋진 바위전망대가 나타난다. 오늘 산행 중 가장 장관으로 꼽히는 문바위와 농바위가 멋진 모습으로 다가온다. 문바위의 왼쪽은 북암산이다.




가파른 오르막길은 계속된다. 해발 700m를 조금 넘는 안부에서 900m까지 곧바로 치고 올라가야 하니 별 수 없었을 게다. 그렇게 10분 조금 못되게 치고 오르면 능선삼거리(이정표 : 억산2.29Km/ 문바위0.35Km/ 주차장2.91Km)‘이다. 오른쪽은 사자봉을 거쳐 억산으로 가는 길이고 문바위는 왼쪽으로 간다. 사자봉을 둘러본 후에는 이곳으로 되돌아 나와야 한다는 얘기이다.



사자봉으로 향한다. 이정표가 지시하고 있는 억산 방향의 능선을 따르면 된다. 능선을 따라 난 길은 오르내림이 거의 없다. 119의 구조지점표시목이 설치되어 있는 삼거리에서 억산으로 가는 길을 나뉘어 보내고 나면 곧이어 사자봉 정상이다. ’능선삼거리에서 7분이 걸렸다.



두세 평도 못 되어 보이는 비좁은 정상에는 사각의 정상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그 외의 다른 풍경은 수리봉과 매한가지이다. 이정표나 삼각점이 보이지 않을뿐더러 조망까지도 터지지 않는다.



하지만 너무 서운해 할 일은 아니다. 정상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멋진 전망바위가 있기 때문이다. 잠시 후에 걷게 될 문바위와 북암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코앞으로 다가와 있고 그 뒤는 운문산이 늠름하게 버티고 있다. ! 다른 이들의 글에서 구만산이 조망되는 전망바위가 근처에 있다고 했는데 확인해 보지는 못했다. 이곳까지 오느라 너무 지쳐버린 탓에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그들의 글을 잠시 옮겨본다. <발아래 기도원의 뒤가 복점산이고 정면의 구만산 뒤로는 육화산과 화악산, 남산이 나타난다. 우측 저 멀리 통신탑 뒤로는 통내산과 학일산, 선의산, 용각산, 효양산이, 그리고 왼쪽엔 문바위와 북암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다시 삼거리로 되돌아와 이번에는 문바위봉으로 향한다. 능선을 따라 난 길은 두 갈래이다. 능선 안쪽으로 안전한 길이 있는가 하면 절벽의 끄트머리 위로도 길이 하나 더 있다. 물론 천 길 낭떠러지의 위이다. 다른 이들이 농바위라 부르는 지점을 지나가고 있지 않나 싶다. 문바위처럼 거대한 바위로 이루어졌다는 그 농바위 말이다.



문바위까지 이어지는 이 구간이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싶다. 눈을 호사시켜줄만한 조망이 계속해서 터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무나 그런 호사를 누릴 수는 없다. 두 갈래로 나있는 길 중에서 절벽 끄트머리를 따라 난 길을 따라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까 지나왔던 수리봉이 코앞으로 다가와 있는가 하면 진행방향에는 문바위봉이 그 빼어난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계속해서 터지는 조망을 즐기면서 10분쯤 진행하면 드디어 거대한 바위덩어리로 이루어진 문바위봉 정상이다. 정상표지석은 그 바위 꼭대기에 오롯이 앉아있다. 밀양의 마음산악회에서 세운 것이라는데 문바위, 884m‘라고만 적혀있다. 독자적인 하나의 봉우리라는 의미의 ()‘자가 빠져있는 것이다. 그들이 표현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내 생각에도 능선 상에 놓여있는 바위 중 하나쯤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다만 그 규모가 다른 것들보다 훨씬 더 거대하다는 것이 특이할 따름이고 말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문바위가 둘로 나뉘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거대한 바위가 둘로 갈라지면서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의 틈새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런 모양새를 하고 있어 문바위라는 이름을 얻지 않았나 싶다. 둘 사이의 틈을 문()으로 보고 말이다. 실제로 문바위라는 이름은 요 아래에 위치한 마을에서 올려다볼 때 문짝처럼 보이는 생김새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조심조심 문바위의 위로 오르면 일망무제의 조망(眺望)이 펼쳐진다. 바로 앞에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이루어진 사자봉이 위풍당당하게 버티고 있고 그 오른쪽으로 미끈하게 뻗어나간 능선 위에는 수리봉이 솟아올랐다. 수리봉의 뒤에서는 운문산(1,195m)이 넉넉함을 자랑한다. 진행방향에는 북암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또렷하고 그 오른편으로 보이는 또 다른 능선에서는 구만산이 나도 있다며 손짓을 보낸다.




북암산으로 향한다.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잠시 후 가인계곡으로 내려가는 오솔길이 오른편으로 나뉘고, 이어서 산길은 다시 오름짓을 시작한다. 아니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한다는 것이 옳은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북암산으로 오르는 길 중간쯤에 거대한 바위지대가 나타난다. 산길은 그 바위들을 왼편에 끼고 이어진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약간의 모험심을 발동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그에 대한 보상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조심조심 암릉 위로 오르면 수직절벽으로 이루어진 문바위봉과 사자봉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이곳까지 오면서 눈에 담았던 아름다운 그림들 중에서도 가장 빼어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수리봉도 보이지만 아까보다는 훨씬 더 멀어졌다. 그래선지 아까와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암벽으로 치마를 두른 듯한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 뒤에 보이는 높은 산은 운문산과 가지산(1,241m)이 분명할 것이다. 그 오른편은 천황산(1,189m)일 게고 말이다.



바위지대를 지나면 산길은 다시 오름짓을 시작한다. 이어서 10분 후에는 북암산 정상이다.



서너 평 남짓한 정상은 정상표지석이 외롭게 지키고 있다. 이정표나 삼각점 등 다른 시설물은 일절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아니다. 누군가 정상석의 뒤에다 돌탑 하나를 서툴게 쌓아놓았다. 정상석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싶었던 거나 아닌지 모르겠다. 조망 또한 트이지 않는다. 오래 머물지 않고 하산 길을 재촉하는 이유이다. 참고로 북암산은 정상 서쪽의 바위인 북암에서 따 붙였다고 전해진다.



하산은 직진이다. 경사가 거의 없는 길을 5분쯤 진행하자 ’Y’자 갈림길이 나온다. 이정표(인골산장 1.9Km/ 문바위 1.2Km, 억산 3.9Km)에 나와 있지 않지만 오른편으로도 길이 나있다. 하지만 개의치 않고 이정표의 지시를 따르기로 한다.



삼거리를 지나면서 산길은 가팔라진다. 이어서 6분 후에는 봉의저수지가 내려다보이는 바위전망대를 만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오를 일은 아니다. 턱이 높아 오르내릴 때 어려움에 봉착할 수도 있어 보이기에 하는 말이다. 참고로 봉의(인곡)저수지는 억산에서 구만산으로 뻗은 줄기와 북암산으로 뻗은 줄기 사이를 구비 흐르는 가인계곡을 가로막아 만든 저수지이다. 여기서 말하는 가인계곡은 갖가지 모양의 기암괴석과 옥빛을 띤 맑은 물이 잘 어우러지는 계곡으로 알려져 있다. 계곡 군데군데의 올망졸망한 바위들을 돌며 만들어내는 소()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신비로움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세간(世間)에 덜 알려진 덕분에 찾는 이들까지 적다니 한번쯤 들러볼 만도 하겠다.



전망바위 아래로 굵은 밧줄이 매어져 있다. 그만큼 내려가기가 어렵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어서 또 다른 밧줄이 나타난다. 이번 것은 아주 길게 매어져 있다. 밧줄 구간이 끝나고 나서도 산길의 경사는 누그러지질 않는다. 지긋지긋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가파른 내리막길이 끊임없이 계속되는 것이다.



18분쯤 후 삼거리를 만난다. 능선을 벗어나는 느낌이지만 오른편으로 향한다. 잠시 완만하다 싶던 산길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원래대로 돌아가 버린다. 또다시 가팔라졌다는 얘기이다. 곧장 아래로 내려가지를 못하고 왔다갔다 갈지()자를 쓰고 나서야 겨우 아래로 내려설 수 있다고 하면 이해가 갈지 모르겠다. 그래도 내려서기가 만만치 않음은 마찬가지이지만 말이다. 아무튼 알파인 스틱(alpine stick)을 적절히 짚어가면서 조심스럽게 내려서는 수밖에 없다.



산행날머리는 인곡마을회관(밀양시 산내면 인곡길 79)

그렇게 20분 남짓 더 내려서야만 산길이 완만해지고 이어서 10분 정도를 더 내려서면 봉의저수지(인곡저수지) 둑 아래에 위치한 인골산장이 나오면서 오늘 산행이 종료된다. 하지만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인곡마을회관까지는 10분 정도를 더 걸어 나가야만 한다. 대형버스의 진입이 마을회관까지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오늘 산행은 대략 4시간 10분 정도가 걸렸다. 간식을 먹느라 중간에서 쉬었던 시간을 감안할 경우 4시간이 걸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