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틀산(369.5m)

 

산행일 : ‘17. 7. 16()

소재지 : 경북 구미시 산동면과 해평면의 경계

산행코스 : 비재304m우베틀산(304m)베틀산(332m)좌베틀산(369.5m)동화사 갈림길동화사상어굴금산1리 마을회관(산행시간 : 3시간)

 

함께한 사람들 : 청마산악회


특징 : 팔공지맥 상에 놓여있는 높이 369.5m의 산으로 주봉(主峰)은 좌베틀산이다. 금산리에서 볼 때 왼편 동화사 뒤에 있는 산이 좌베틀산, 가운데가 베틀산, 그리고 남동쪽으로 약간 떨어져 있는 오른쪽 산이 우베틀산이다. 산은 그리 높지 않으나, 산세가 아기자기하고 암릉이 산재하고 있어 산행의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또한 산중턱의 바위절벽 곳곳에는 역암(礫岩, conglomerate)이나 사암(砂岩, sandstone)의 풍화나 해식작용으로 인해 생긴 해식굴(海蝕窟)이 널려 있는데, 그중에서도 큰 상어굴작은 상어굴은 베틀산의 명물로 꼽힌다. 작은 구멍들이 송송 뚫려있는가 하면 또 어떤 곳은 기묘하게 돌출되어 있는 것이 흡사 상어의 아가리를 빼다 닮았다. 또 다른 볼거리는 조망이라 할 수 있다. 해평면의 너른 들녘은 물론이고, 구미산과 천생산 그리고 냉산, 청화산, 가산, 팔공산 등 주변의 명산들이 빠짐없이 시야에 잡힌다. 아무튼 한번쯤은 꼭 가봐야 할 산으로 꼽고 싶다.


 

산행들머리는 비재(구미시 산동면 동곡리)

상주-영천고속도로 서군위 하이패스 T.G를 빠져나와 923번 지방도를 타고 장천(구미시)방면으로 달리다가 백현리삼거리(산동면 백현리 1181)에서 오른편 군도(郡道 : 동백로)로 들어서면 얼마 지나지 않아 비재에 올라서게 된다. 경부고속도로 구미 I.C에서 내려와 반대방향에서 비재로 오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514번 지방도를 이용해서 구미시가지를 통과한다. 이어서 67번 국도와 25번 국도를 번갈아 타고 산동교차로(구미시 산동면 신당리)까지 온 다음 군도(郡道 : 동백로)를 이용해 비재로 오면 된다. 아무튼 비재 고갯마루는 현재 등산객들을 태운 관광버스나 올라 다닐 뿐 일반 차량들은 이용하지 않는 옛 도로이다. 요 아래에 비재터널이 새로 뚫렸기 때문이다.



비재는 산동면 백현리(동쪽)와 동곡리(서쪽)의 경계이다. 비재 고갯마루에서 백현리 방향으로 200m정도 내려오면 도로가 거의 360도에 가깝게 휘는 지점이 있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난 임도(林道)를 따라 들어가면서 오늘 산행이 시작된다. 물론 고갯마루에서부터 산행을 시작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우리 일행은 지맥종주를 목적으로 하지 않기에 조금 더 편한 방법을 택했다. 봉우리 하나를 오르지 않고 우회(迂迴)했다고 보면 되겠다.



농로(農路)를 겸하고 있는 길을 따라 7분쯤 들어가면 임도는 끝을 맺는다. 산자락으로 들어선다는 얘기이다. 이어서 잠시 후에는 능선에 올라선다. 공짜로 능선에 올라섰다고 보면 되겠다. 아무튼 산길은 순한 편이다. 보드라운 흙길에다 경사까지도 완만하다. 하긴 400m에도 못 미치는 산을 오르는데 급하게 고도(高度)를 높여야 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산길을 따라 20분 정도를 진행했을까 왼편으로 돌출된 바위 하나가 나타난다. 능선에서 약간 비켜나 있지만 놓치지 말고 들어가 볼 일이다. 잠시 후에 오르게 될 베틀산의 전경이 시야(視野)에 잡히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현재 조성중인 구미 하이테크밸리 산업단지가 한눈에 쏙 들어온다(다른 곳에서도 나타나기에 사진은 생략했다).




상당히 가파르게 내려선 산길이 다시 위로 향한다. 오르막길 역시 상당히 가파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까지는 없다. 오르내림의 길이가 그다지 길지 않기 때문이다. 능선을 따르다보면 암벽(岩壁)으로 띠를 두른 것 같아 보이는 왼편 산자락이 눈길을 끈다. 바위들이 층을 이루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렇게 15분 정도를 진행하면 벤치가 놓여있는 봉우리(304m)에 올라서게 된다. 일행 중 한 명이 우베틀산이라고 귀띰을 해준다. 헨드폰에 깔아놓은 어플(Application)에 이곳이 우베틀산이라고 뜬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상은 텅 비어있다. 이곳이 우베틀산이라는 것을 증명할만한 표식이 아무것도 없다는 얘기이다. 정상표지석은 물론이고 그 흔한 이정표 하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조망만은 괜찮은 편이다. 왼편이 바위벼랑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아까 전망바위에서 얘기했던 구미 하이테크밸리 산업단지가 한눈에 쏙 들어온다. 구미 하이테크밸리는 구미권의 기존 전자반도체 산업과 연계하여 디지털 산업클러스터 구축 등 전자정보산업의 메카로 입지를 강화 하고 이와 더불어 첨단복합산업단지로의 개발을 통한 국가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조성되는 산업단지이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우베틀산정상에 올라선다. 하지만 이곳이 우베틀산의 정상이라는 것을 증명할 방법은 없다. 그저 이정표(베틀산 0.7Km/ 동곡리 4.9Km)에 매달려 있는 정상표지판(우베틀산 332m)를 보고 이곳이 정상이려니 할 따름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개인이 매달아 놓은 표식이지만 믿어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아무튼 우베틀산에서는 조망이 터지지 않는다.




베틀산으로 향한다. 큰 바위들이 듬성듬성 보이는가 싶더니 이어서 긴 철계단이 나타난다. 그런데 이 계단을 내려서는 게 썩 편치만은 않다. 경사가 가파를 뿐만 아니라 디딤판의 폭이 좁기까지 한 것이다. 사면(斜面)의 경사가 가파르다보니 어쩔 수 없었나 보다.



계단을 내려가기 전에 북쪽으로 뻗어나가는 주능선이 시야(視野)에 들어온다. 바로 앞이 베틀산이고 그 뒤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 건 좌베틀산이다. 그런데 베틀산이 여간 뾰쪽한 게 아니다. 우베틀산 정상에서 만났던 이정표에 뾰족봉이라고 낙서(落書)가 되어있었는데, 그 표현은 베틀산에다 붙여야 할 것을 잘못 들이 덴 것이 확실하다.



우베틀산을 내려선지 15분쯤 지나면 임도(이정표 : 베틀산0.3km, 좌베틀산 1.2Km/ 도중리1.9Km/ 우베틀산0.3Km)가 나온다. 도중리(서쪽)와 백현리송산리(동쪽)를 잇는 임도이다.



산길은 한마디로 잘 가꾸어져 있다. 길이 나뉘는 지점에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고, 경사가 가팔라 조금이라도 위험하다 싶으면 어김없이 철계단을 놓았다. 곳곳에 벤치를 놓아 쉬어갈 수 있도록 했음은 물론이다. 10년쯤 전엔가 언론과 밀접한 일을 하면서 이곳 베틀산의 등산로 정비에 관한 기사를 본 것 같은데 당시에 설치한 시설들일지도 모르겠다.



얼마 걷지 않아 진행방향 저만큼에 거대한 암벽이 가로막으면서 길이 두 갈래(이정표 : 베틀산 0.1Km, 좌베틀산1.0Km/ 금산10.9Km/ 우베틀산0.3Km)로 나뉜다. 정상은 오른편에 보이는 철계단을 올라야만 만날 수 있다. 왼편은 우회하는 길로서 만일 이 길을 따를 경우 정상에 오를 수 없음은 물론이다.



계단을 올랐다 싶으면 또 다른 삼거리가 나온다. 그런데 이정표(이정표 : 베틀산 80m, 좌베틀산 950m. 금산1리 우회로 950m/ 우베틀산 450m) 뒤의 바위벼랑이 좀 묘하게 생겼다. 바위에 작은 구멍들이 숭숭 뚫려있는 것이다. 이곳 베틀산이 바다 아래에 있던 지표면이 융기(隆起, uplift)하면서 생겨났다고 하더니 그 흔적들인 모양이다. 해식작용(海蝕作用, coastal erosion), 즉 해수가 육지를 침식하면서 만들어 낸 구멍들 말이다.




암벽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잠시 오르니 왼편에 너럭바위가 나타난다. 조망 좋기로 소문난 곳이니 절대 놓치지 말 일이다. 너럭바위의 끝은 천길 단애(斷崖)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이 조망이 좋은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비가 온 뒤끝이어선지 안개가 자욱하다. 준비해온 간식도 먹을 겸해서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려보기로 한다.



하늘은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20분쯤 지나자 안개가 걷히기 시작한 것이다. ‘진인사대천명 (盡人事待天命)’은 이런 때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우선 발아래에는 구미 하이테크밸리 산업단지가 펼쳐진다. 그 뒤의 낙동강 너머로 보이는 산은 아마 금오산일 것이다. 그리고 방금 지나온 우베틀산 너머에는 천생산이 희미하다. 시야(視野)가 뻥 뚫려있어 날씨만 받혀준다면 가히 환상적인 조망이 펼쳐질 게 분명하다. 하지만 비온 뒤 끝에 이 정도만 해도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잠시 후 베틀산 정상에 올라선다. 바위와 흙이 적당히 섞여있는 정상은 해발고도를 273m로 잘못 표기해놓은 이정표(좌베틀산 900m/ 우베틀산 500m)와 서툴게 쌓아올린 케언(cairn)이 주인노릇을 하고 있다. 정상표지석은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어느 등산 마니아가 매달아놓은 정상표지판(베틀산 324m)이 이를 대신하고 있을 따름이다. 참고로 배틀산의 원래 이름은 조계산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베틀산으로 바뀌었는데, 구미시지(龜尾市誌)에서는 그 이유를 세 가지의 옛 이야기로 전하고 있다. 첫 번째는 문익점의 손자 문영이 구미시 해평면에 자리 잡고서 할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베 짜는 기계 만들기에 고심하다 이 산의 모양을 본떠 베틀을 만들었다고 해서 베틀산이란 이름을 얻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베틀산의 산꼭대기에 석굴이 있는데 옛날 난리 때 사람들이 석굴로 피신하여 베틀을 놓고 베를 짰다는 데서 베틀산이란 이름을 얻었다는 이야기다. 나머지 하나는 일기가 화창하면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와 산꼭대기에서 금실로 베를 짰다는 데서 베틀산이라는 이름이 연유되었다고 한다.



정상에서는 조망이 트이지 않는다. 그게 불만이라면 왼편에 보이는 벼랑 쪽으로 조금만 나아가면 될 일이다. 북서쪽으로 시야가 열리기 때문이다. 천년고찰 도리사를 품고 있는 냉산이 하늘금을 이룬다. 그 뒤에 보이는 산은 아마 청화산일 것이다.




좌베틀산으로 향한다. 산길은 가파르게 아래로 향한다. 중심을 잡기가 힘들 정도로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이어서 아까 베틀산으로 오르면서 헤어졌던 우회로(이정표 : 좌베틀산800m/ 금산1리 우회로800m/ 베틀산100m, 우베틀산 700m)와 다시 만난다.



함께 걷고 있던 김선배가 ()’()’의 차이를 물어온다. 같은 능선으로 연결되고 있더라도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의 골이 깊을 때에는 별개의 산으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베틀산과 좌베틀산 사이의 골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깊어 보인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그는 봉과 산의 차이를 떠올렸음이 분명하다. 아무튼 베틀산에서 내려선지 10분쯤 지나면 안부삼거리(이정표 : 좌베틀산600m/ 금산1700m/ 베틀산300m, 우베틀산 800m)에 내려선다. 누군가는 이곳을 베틀재로 적고 있는데 맞는지는 모르겠다.



안부를 지난 산길은 또 다시 오름짓을 시작한다. 커다란 바위들이 널려있는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까지는 없다. 버겁다는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13분쯤 오르면 전위봉인 310m봉에 올라선다. 정상표지석이나 이정표 등 아무런 시설물도 보이지 않는 밋밋한 봉우리이다.



하지만 조망만은 뛰어난 편이다. 왼편으로 시야가 열리면서 구릉(丘陵)처럼 생긴 나지막한 산릉(山陵)이 기다랗게 펼쳐진다. 고만고만한 산들을 비집고 구비 구비 마을과 들판이 자리 잡고 있다. 잠시 후에 오르게 될 좌베틀산과 그 너머에 있는 냉산과 청화산이 눈에 들어옴은 물론이다.



좌베틀산으로 향한다. 짧게 아래로 내려선 산길이 다시 위로 향한다. 두 봉우리 사이의 골이 깊지 않다는 얘기이다. 오늘 걷고 있는 이 길은 팔공지맥(八公枝脈)의 일부 구간이다. 백두대간(白頭大幹)에서 갈려나온 낙동정맥(洛東正脈)은 주왕산과 통점재를 지나서 가사령에 내려서기 바로 전에 서쪽으로 큰 산줄기 하나를 가지치고 가사령으로 내려서서 침곡산으로 간다. 서쪽으로 가지 친 큰 산줄기는 면봉산(1121m)과 보현산(1126m)을 지나 석심산(石心山 750.6m)에 이르러 또 다시 두 갈래로 나뉘는데, 이중 남서진(南西進)하는 한줄기가 팔공지맥(八公枝脈)이다. 즉 남서진하며 방가산(755.8m)과 화산(828.1m), 팔공산(1,192.8m)을 만들고 가산(901.6m)에서 북진하여 좌베틀산(369.2m)과 청화산(700.7)을 일군 후 상주시 중동면 우물리 새띠마을에서 그 숨을 다하는 총 길이 120.7km의 산줄기다. 오늘은 그중 일부를 걷게 되는 것이다. 참고로 위에서 말한 두 갈래 산줄기 중 나머지 하나는 보현지맥(普賢枝脈)으로 석심산(石心山)에서 북서진하여 어봉산(634.2)과 산두봉(719) 구무산(676.3) 푯대산천제봉(359) 해망산(400m) 곤지산(330m) 비봉산(579.3) 등을 지나 상주시 중동면 우물리에서 팔공산쪽으로 온 산줄기를 마주보며 끝을 내는 총 길이 127.4km가 되는 산줄기다. 두 산줄기는 위천을 남과 북으로 애워 싸고 서로 마주보고 달리다가 다시 위천이 낙동강과 만나는 상주시 중동면 우물리에서 위천을 가운데 두고 마주보며 만난다.



산길이 오르막으로 변하면서 길의 풍경 또한 확연하게 뒤바뀐다. 잠시 흙산으로 변하는가 싶었던 산길이 또 다시 바위의 숫자를 확실하게 늘려놓는 것이다. 그러다가 끝내는 골산(骨山)으로 분류를 해야만 할 정도로 바위산의 풍모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 덕분인지 두어 곳에서 조망이 열린다. 여기까지 오면서 보았던 산하가 다시 한 번 깔끔하게 열린다.



잠시 후 좌베틀산 정상에 올라선다. 전위봉에서 12, 베틀산에서는 36분이 걸렸다. 널찍한 공터로 이루어진 정상은 의외의 풍경을 보여준다. 언제 바윗길을 탔었냐는 듯이 온전한 흙산의 모양새인 것이다. 이곳 역시 정상표지석은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 이정표(상어굴 500m/ 베틀산 900m, 우베틀산 1.4Km)에다 정상표지판(좌베틀산 370m)를 매달아놓았을 따름이다. 그 외에도 삼각점(선산 22, 1981 재설)등산로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아까 베틀산에서 보았던 케언(cairn)은 그 크기를 배로 불려놓았다. 베틀산의 3개 봉우리 중 좌장(座長)이 좌베틀산인데 이에 걸맞는 대접이 아닐까 싶다.



하산을 시작한다. 그리고 잠시 후 냉산과 청화산이 한눈에 쏙 들어오는 멋진 조망처를 만났다 싶으면 산길은 거대한 바위 사이로 들어선다. 베틀산에서 가장 멋진 사진을 선사하는 곳이다. 협곡(峽谷)을 연상시키는 바위 사이로 길게 통나무계단이 놓여있는 풍경이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잘 그린 그림이다.



계단을 빠져나오면 길은 두 갈래(이정표 : 금산11.5Km/ 군위소보/ 좌베틀산50m, 베틀산 950m)로 나뉜다. 길 찾기에 주의가 요구되는 지점이다. 이정표의 상어굴 방향으로 내려왔는데 그 지명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아무튼 군위소보 방향으로 향할 경우 계속해서 팔공지맥을 따르게 되므로 이곳에서는 금산1리 방향으로 진행해야만 한다. 이어서 잠시 후에는 또 다른 삼거리(이정표 : 동화사200m/ 상어굴400m, 금산11.43Km/ 좌베틀산150m, 베틀산 1.03Km)를 만난다. 이곳에서는 어디로 가더라도 베틀산의 명물인 상어굴에 들를 수 있다. 그냥 각자의 취향에 맡겨볼 일이다.



동화사로 향한다. 절간 뒤에 있다는 마애불(磨崖佛)을 둘러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절로 내려가는 길이 또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침목(枕木)으로 계단을 놓았는데 그 모양새가 소라껍질을 연상시킨다. 나선형(螺旋形)으로 놓인 계단이 주변 숲과 어우러지며 멋진 경관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계단이 끝나는가 싶으면 동화사이다. 일천한 역사라도 말해주려는 듯 절간의 모양새는 한마디로 을씨년스러운 풍경이다. 임시로 지은 듯한 조립식 대웅전은 합판(合板)들을 얼기설기 엮어놓은 형태이고 요사채로 보이는 건물은 동남아에서라도 온 듯이 뾰족지붕을 하고 있다. 아무튼 필요한 건물들을 하나씩 지어나가고 있는 듯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대웅전 옆으로 내놓은 난간을 따라 뒤로 돌면 거대한 바위벽에 키가 3m 정도 되는 부처님(磨崖如來三尊立像)이 새겨져 있다. 해 뜨는 동쪽을 향하고 선 마애불은 조성시기를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그다지 오래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고깔을 쓴 듯한 모습은 야무지다. 다문 입술사이로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마저 보인다. 양손에 약병으로 보이는 항아리를 들고 있으니 '약사여래불(藥師如來佛)'인 셈이다. 누군가의 글에 의하면 이 마애불은 법난(法難)이 있었던 19801027일 흰색 페인트를 뒤집어쓰는 수난을 겪어야만 했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페인트 자국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불상 곳곳에 아직도 당시의 흔적이 남아있다.



마애불 앞에는 여섯 분의 부처님을 따로 모셨다. 그 앞을 통과하면 또 다른 공양간이다. 거대한 바위 아래에다 산신령으로 추정되는 상()을 모셔놓았다. 산신각(山神閣)의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싶다. 아무튼 산신각의 앞은 멋진 조망처이다. 금산리를 위시해서 해평면의 너른 들녘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해평은 말 그대로 바다처럼 넓은 평야라는 의미다. 토지도 비옥해 이곳에서 나는 쌀은 특산물로 통한다.



동화사의 화장실 앞에서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베틀산의 명물인 상어굴로 가려면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진행해야만 한다. 들머리에 이정표가 두 개(#1 : 상어굴 200m, 금산1500m/ 좌베틀산 350m, 베틀산 1.25Km, #2 : 상어굴 0.3Km/ 등산로입구 0.65Km/ 좌베틀산 0.5Km))나 세워져 있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바위벼랑 아래로 난 오솔길을 따라 5분 남짓 걸으면 작은상어굴이 나온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그런 굴은 아니다. 거대한 암벽이 안으로 약간 파여 있다고 보면 되겠다. 그런데 그 바위벽면이 여러 가지 특이한 문양(紋樣)을 하고 있다. 바다 밑바닥이 융기작용에 의해서 위로 솟구쳐 올라온 흔적들이란다. 베틀산이 위치한 해평면(海平面)의 지명 또한 이와 연관이 있지 않나 싶다. 조금 전에 지나온 동화사의 용왕당은 물론이고 말이다.





작은 상어굴에서 큰 상어굴은 금방이다. 아니 거대한 바위벽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봐도 되겠다. 수평으로 산허리를 돌면 만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잠시 후 길이가 30~40m쯤 되는 큰 상어굴에 이른다. 작은상어굴과 거의 비슷한 외모를 지녔는데 크기만 더 커졌다고 보면 되겠다. 아무튼 큰 상어굴은 그 크기도 어마어마하지만 물결모양과 벌집처럼 숭숭 구멍이 뚫린 기묘한 모습이다. 바람과 물, 자연이 빚어놓은 불후의 명작(名作)이란다.




작은 구멍들이 송송 뚫려있는가 하면 또 어떤 곳은 기묘하게 돌출되어 있다. 그런데 그 생김새가 흡사 상어의 아가리를 빼다 닮았다. 그러다보니 옆으로 길게 파인 굴의 형상이 마치 살아있는 상어가 입을 쩍 벌리고 있는 듯한 모양새이다. 그래서 상어굴이라는 이름을 붙였나 보다.




이색적인 풍경을 감상하고 난 후 큰상어굴을 빠져나오면 길은 다시 두 갈래(이정표 : 금산리1.1Km/ 좌베틀산500m, 베틀산 1.4Km/ 동화사300m)로 나뉜다. 오른편에 보이는 높다란 철계단을 오를 경우엔 아까 동화사의 위에서 헤어졌던 삼거리를 만나게 된다. 하산지점인 금산리는 물론 왼편이다.



울창한 소나무 숲을 헤치며 나있는 산길은 한마디로 곱다. 보드라운 흙길에다 경사까지도 완만한 편이다. 산행코스라기보다는 오히려 산책코스로 분류하는 게 더 옳겠다. 이런 길에서는 구태여 서둘 이유가 없다. 마침 길까지 넓으니 일행과 함께 옛이야기라도 나누면서 한가하게 걸어보자.



산행날머리는 금산1리 마을회관

그렇게 20분 가까이 걸으면 동화사로 연결되는 시멘트포장 임도(이정표 : 상어굴 1.2Km, 좌베틀산 1.6Km/ 베틀산 2.5Km)에 내려서게 된다. 산행은 이쯤에서 끝났다고 보면 된다. 산악회버스가 주차되어 있는 금산1리까지는 10분 남짓 더 걸어야하지만 말이다. 오늘 산행은 총 3시간 30분이 걸렸다. 간식을 먹느라 중간에 쉬었던 시간을 감안할 경우 3시간쯤 걸린 셈이다. 참고로 산행날머리인 금산리의 옛 이름은 쇠산골(金山洞)이다. 옛날 마을 뒷산에서 철이 많이 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소상골로도 불리는데 마을에 소상강이 있다는데서 소상곡이라 불리다가 점차 어휘가 변하면서 소상골로 변했단다. 아무튼 이 마을에는 고려시대 해평부원군을 지낸 영의공 윤석(尹碩)의 단소(壇所)와 그를 추모하는 영모재(永慕齋)가 있다.



하산 길, 뒤돌아보면 세 개의 뾰족한 봉우리가 나란히 서 있다. 베틀산을 가운데에 놓고 왼편이 좌베틀산, 그리고 오른편은 우베틀산이다. 바윗길을 오르내렸던 기억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생김새가 마치 공룡의 등허리를 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