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련산(蔚蓮山, 938.6m)

 

산행일 : ‘18. 2. 20()

소재지 : 경북 영양군 수비면

산행코스 : 황장교헬기장정상(왕복)815.9m삼각점봉질재고개(산행시간 : 3시간)

 

함께한 사람들 : 갤러리산악회


특징 : 바위다운 바위 하나 볼 수 없을 정도로 전형적인 육산(肉山)이다. 때문에 특별히 가슴에 담아 둘만한 산세는 보여주지 못한다. 정상을 제외하고는 조망(眺望) 또한 일절 없다. 흙산이 지닌 일번적인 특징일 것이다. 거기다 정상으로 연결되는 등산로가 무척 가팔라서 오르는 것도 만만치가 않다. 하지만 괜찮은 특징도 갖고 있다. 일단 오르고 나면 이후부터는 보드라운 흙길을 걷는 편안한 산행을 즐길 수가 있다는 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곳 울련산의 특징은 누가 뭐래도 울창한 금강송 숲이다. 산림청에서 울련산 자락에 위치한 본신리 일대를 에코투어가 이끄는 금강소나무 생태경영림으로 지정했다면 어느 정도인지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그렇지만 일부러 찾아올 필요는 없는 산이라고 본다. 전국의 산봉우리들을 모두 다 올라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몰라도 말이다. 그런데도 찾아왔다면 수려하기로 소문난 본신계곡이나 금강소나무 생태숲까지 함께 둘려볼 것을 꼭 권하고 싶다.


 

산행들머리는 황장교(영양군 수비면 신원리 산26-6)

중앙고속도로 풍기 IC에서 내려와 우회전하여 5번 국도를 타고 영주까지 들어온다. 가흥교차로(영주시 가흥동)에서 36번 국도로 갈아타고 봉화(법전1: 봉화군 법전면 어지리 118-2)까지 들어와서 이번에는 31번 국도로 갈아타고 영양방면으로 진행한다. 운암삼거리(영양군 일월면 문암리)에서 좌회전하여 88번 국도를 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수비면소재지에 이르고, 이어서 잠시 후에는 황장교가 나온다. 오늘 산행의 들머리이다.




황장교에서 발리리(수비면 소재지) 쪽으로 50m쯤 떨어진 지점에서 왼편 산자락으로 들어서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들머리에 이정표(울련산 1.89Km)가 세워져 있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산길은 가파르게 시작된다. 그것도 무척 가파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버겁다고 여겨지는 곳마다 계단을 놓아두었다는 점이다. 미끄러지는 것만큼은 막을 수 있다는 얘기이다. 이럴 때는 속도를 뚝 떨어뜨린 채로 한 걸음 한 걸음 오르는 방법 밖에 없다. 마침 주어진 시간까지도 넉넉하지 않겠는가. 금장산까지 이어지는 종주코스를 절반으로 줄여 울련산 구간만 타기로 했으니 말이다.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힘든 산행을 45분쯤 이어갔을까 산길이 그 기세를 살짝 누그러뜨린다. 그렇다고 내리막길이 나타났다는 얘기는 아니다. 가파른 경사가 조금 줄어들었을 따름이다. 오늘 산행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내리막길이 일절 없이 그저 오르막길의 경사가 가팔라졌다 누그러졌다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어제가 우수(雨水), 대동강 물이 녹는다는 절기이다. 하지만 뺨을 스쳐가는 공기가 차가운 것을 보면 아직은 겨울인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바닥에 깔린 낙엽을 조심해야 한다. 그 아래가 얼어붙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내딛는 발걸음마다 조심스럽기 짝이 없는 이유이다. 하지만 복병은 따로 있었다. 사람들의 왕래가 뜸했던 탓에 낙엽이 너무 두텁게 쌓여 있는 것이다. 낙엽을 헤집으며 나가는 게 더 큰 일이 되어 버렸다.



능선은 참나무가 주인이다. 가끔 굵직한 소나무들이 보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참나무라고 보는 게 옳겠다. 그런데 그 나무들이 하나 같이 범상치가 않다. 엄청나게 굵은 데다 그 생김새까지도 제멋대로인 것이다. 오지(奧地)의 산이라서 사람들의 때를 덜 탔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12분쯤 진행하면 무명봉에 올라서게 된다. 이름이 없다보니 정상표지석은 있을 리가 없다. 이정표를 세워 0.5Km만 더 가면 울련산이 나온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을 따름이다. ! 벤치 두 개를 놓아 쉼터를 겸하도록 했다는 것을 깜빡 잊을 뻔했다. 힘들게 올라왔으니 잠시 쉬었다가라는 배려인 모양이다.




2~3분쯤 내려섰을까 봉우리들 사이에 들어앉은 너른 분지(盆地)가 나타난다. 드디어 주능선에 올라선 것이다. 이곳에 있는 내버려진 헬기장에서 길은 두 갈래(이정표 : 울련산0.38Km/ 옥녀당9.32Km/ 황장교1.50Km)로 나뉜다. 울련산 정상은 왼편 방향이다. 하지만 최종 목적지인 질재는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진행해야 한다. 울련산을 둘러본 다음에는 다시 이곳으로 되돌아와야 한다는 얘기이다.





또 다시 나타나는 가파른 오르막길을 6~7분쯤 오르니 전위봉이 나타난다. 진행방향의 나뭇가지 사이로 울련산 정상이 그 자태를 드러낸다. 뾰쪽하게 솟아오른 것이 정상에 올라서는 게 만만치는 않을 것 같다.




가파른 오르막길과의 힘겨운 싸움을 한 번 더 치르고 난 다음에야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10분 만이다. 정상은 대여섯 평도 되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좁다. 그나마도 절반은 무인산불감시탑이 차지해 버렸다. 참고로 울련산은 울람산, 우련산, 우렁산이라고도 불리는데, 울련산(蔚蓮山)이란 지명은 산맥이 울진군과 연결되어 있고, 또한 그 산세가 연꽃의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에는 울연산(蔚然山)’으로 표기되어 있다.



말뚝 모양으로 생긴 정상표시목은 공터의 가장 높은 곳에다 꽂아놓았다. 그 뒤에는 벤치를 놓아 쉬어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정표(옥녀당 9,70Km/ 섬촌 1.60Km/ 수하산촌마을 2.43Km)도 보인다. 방향 표시판이 세 곳으로 나뉘는 것을 보면 산행들머리로 삼을 수 있는 곳이 우리가 올라온 황장교 말고도 두 곳이 더 있는 모양이다.



정상에서의 조망(眺望)은 뛰어나다. 서쪽으로는 낙동정맥(洛東正脈)의 마룻금이 물결치고 남쪽 멀리에는 백암산(1,004m) 능선이 꿈틀거린다. 남쪽 신원천 건너편으로는 남이장군이 칼을 갈았다는 검마산(918.2m)이 보이며 서북쪽으로는 장수포천 너머로 일월산(1,219m) 정상에 서 있는 송신탑과 중계소가 한눈에 들어온다.




다시 헬기장 삼거리로 되돌아와 산행을 이어간다. 이번에는 옥녀당 방향이다. 산길은 널찍한 분지(盆地)의 한가운데를 한참동안이나 따른다. 10분 이상을 걸어야할 정도로 너른 분지이다. 하지만 지루하지는 않다. 기괴하게 생긴 고목(古木)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기 때문이다.




안부를 지난 산길은 또 다시 오르막길로 변한다.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거기다 상당히 길기까지 하다. 봉우리를 피해 오른편으로 우회로(迂廻路)가 나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도 있겠다.




봉우리를 피해 오른편으로 우회(迂廻)를 하면 잠시 후 삼거리(이정표 : 옥녀당7.96Km/ 생태숲1.70Km/ 울련산1.74Km)가 나온다. 헬기장을 지난 지 35분 만이다. 이곳에서 오른편은 금강소나무 생태경영림으로 연결된다. 그런데 이정표에다 표기하기에는 그 지명이 너무 길었나보다. ‘생태숲이라고 간략하게 적어놓은 걸 보면 말이다. 아무튼 생태 숲이란 생물이 군집(群集)을 이루어 영양 상태를 공유하는 기능적 환경조건을 만들어 주는 식물군락을 말한다. 이곳 금강소나무 생태경영림이 왕피천의 상류인 신원천의 맑은 물과 울련산 자락에서 군락을 이루고 있는 금강송이 그만큼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일부러라도 한번쯤은 찾아볼만한 곳이라는 얘기이다.




이후부터 산길은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고도(高度)를 낮추어간다. 가끔은 가파른 내리막길도 나타나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완만한 능선길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해하기 힘든 이정표도 보인다. ‘3 탐방로라는데 양쪽 끝까지의 거리만 적어 놓았을 뿐, 그 끝이 어디인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이정표를 세운 산림청 직원들만이 알 수 있겠지 않나 싶다. 명색이 중앙행정기관에서 만든 시설물이기에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가파른 내리막길이 자주 나타나는가 싶더니 문득 능선안부에 내려선다. 이정표(옥녀당 7.76Km/ 울련산 2.56Km) 옆에 벤치를 놓아 쉼터를 겸하도록 했다. 오른편 산자락에 분포되어 있는 금강소나무 숲이 잘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편히 쉬면서 숲을 감상해 보라는 배려일지도 모르겠다. ‘생태숲 갈림길에서 이곳까지는 20분 정도가 걸렸다.




또 다시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던 능선이 이번에는 제법 긴 오르막길을 만들어 놓는다. 또 다른 특징도 보인다. 언제부턴가 소나무들의 개체수가 많이 늘어나 있다는 점이다. 모두가 다 그렇지는 않지만 그 크기도 아까보다는 훨씬 더 굵어졌다. 금강송(金剛松) 본연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아무튼 하늘을 향해 쭉쭉 솟아오른 소나무들의 자태가 너무나 싱싱하고 곱게 다가온다. 오죽했으면 미인송(美人松)이란 말이 생겨났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솔향에 취해 걷다보면 어느새 815.9m봉에 올라선다. 안부 쉼터에서 6분 거리이다. 정상에는 우렁산이라고 적힌 낯익은 정상표시지가 걸려있다. 2년 전에 돌아가신 고() 한현우선생님의 작품이다. 가끔가다 산행을 함께 해오던 그는 ‘3000산 오르기라는 캐치 프레이즈(catchphrase)로 산행을 이어가던 분이었다. 또한 그는 산을 오를 때마다 저런 정상표시지를 하나씩 걸어놓았었다. 그러고 보니 이 산은 그가 5,685번째로 올랐던 모양이다. 그 옆에는 서래야 박건석선생이 걸어놓은 코팅지도 보인다. 울련산 산행을 함께 시작했었는데 나보다 앞서 이곳을 통과하신 모양이다. 그는 봉우리의 이름을 번동봉이라고 적어놓았다.




벌목(伐木)이 된 산자락 아래로 임도(林道)가 뚫려있다. 이 또한 금강소나무 생태경영림사업의 일환일 것이다. 이 일대가 금강소나무 숲의 후계숲 조성을 위한 시범림으로도 지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숲가꾸기 작업들이 계속해서 이루어질 것은 불을 보듯이 뻔한 일이다. 그런 제반 작업들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투입되는 임업장비들이 드나들 수 있는 필수시설이 바로 임도가 아니겠는가.



이후로도 능선은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고도를 낮춘다. 아니 오르막이 제법 긴 구간도 나온다. 가파르기까지 하다 보니 왼쪽 산자락을 헤집으며 난 임도가 자꾸만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경사가 가팔라 내려설 수는 없다. 고달프지만 능선을 따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주변은 온통 금강송(金剛松) 세상이다. 산림청에서 이곳 본신리 일대를 에코투어가 이끄는 금강소나무 생태경영림으로 지정했다더니 그에 걸맞는 풍경이 아닐까 싶다. ‘금강소나무 생태경영림이란 인위적인 벌채와 환경적인 여건 변화로 쇠퇴되어가고 있는 금강소나무를 조선 말엽의 울창했던 금강소나무 숲으로 복원하고 아울러 국민들이 건강한 숲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관리하기 위한 사업이다. 이곳 본신리 외에도 울진 소광리와 봉화 고선·대현리 등이 지정되었는데, 100년 후 현재 숲을 대체할 수 있는 금강소나무 후계림 606를 조성해놓았다. 또한 방문객들이 금강소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와 음이온을 흠뻑 들여 마실 수 있도록 생태탐방로를 조성했음은 물론이다.



또 다시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오르막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가파른 내리막길의 연속이라고 보는 게 옳겠다. 하지만 안전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흙길이라서 다칠 염려가 없다는 얘기이다. 그저 옷이 더러워지는 일만 피하면 될 일이다.



그렇게 20분 조금 못되게 진행하면 삼각점(울진 438)이 주인노릇을 하고 있는 666.8m봉에 올라선다. 이곳도 역시 정상표지석은 없다. 그러니 조금 전에 지나간 박건석 선생이 매달아놓고 가신 코팅지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작은번동봉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지어놓은 것에 약간의 거부감은 생기지만 말이다.



눈에 들어오는 나무들이라곤 오로지 금강송(金剛松)들 뿐이다. 금강송은 국내 소나무 가운데서 으뜸으로 꼽힌다. 소나무의 껍질부터 붉은 색을 띠고 있는데 거죽을 벗겨내도 붉은 색을 띠기에 황장목(黃腸木)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워낙 귀한 나무라 조선시대에도 궁궐을 지을 때만 벨 정도로 엄격하게 관리해왔다. 참고로 이곳 본신리 일대(1,839ha)는 소나무 중 최고의 나무로 꼽히는 금강소나무(金剛松)가 밀집해서 자라고 있다. 이 외에도 27종의 미적 가치가 뛰어난 나무들이 즐비하여 아름다운 숲을 이루는 것으로 소문나 있다. 특히 이곳의 소나무는 궁궐이나 사찰 등의 보수에 사용할 수 있는 아름드리 소나무로 문화재 복원용 목재생산림(700, 40ha)으로도 지정된바 있다.



길가 소나무들마다 생채기를 안고 있다. 송진채취를 위해 소나무의 껍질을 벗겨내면서 생긴 흠집들이다. 그러나 나무들의 수령(樹齡)을 감안할 때 일제(日帝)가 남긴 흔적들은 아닌 것 같다. 60년대 한창 어려웠던 시절 송유(松油)를 생산하기 위해 송진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생긴 상처로 보인다는 얘기이다. 당시 송유는 고무제품 생산을 위한 고무반죽 첨가제(添加劑)’로 사용되었다. 소나무에서 채취한 송진을 가마에 넣고 열을 가하여 만든 기름이 송유이다.



이왕에 나온 김에 한걸음 더 나아가 보자. 금강소나무는 속이 짙은 황색으로 황장목(黃腸木)’, 춘양역을 통해 외부로 반출되었다고 하여 춘양목’, 나무껍질이 붉다하여 적송(赤松)’, 그밖에도 강송등으로 불리고 있으며 우리나라 소나무 중 가장 우수한 나무로 칭송받는다. 조선시대에는 봉산제도(封山制度) 등으로 울창하게 관리되었으나 일제강점기에 무차별적으로 수탈되어 일본 관서지방으로 반출되었고, 해방 후 사회혼란기의 도·남벌과 6·25전쟁으로 산림자원이 파괴되면서 전체적으로 쇠퇴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울진 소광리와 영양 본신리, 봉화 고선·대현리에 그 명맥을 이을 군락지가 분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곳이 금강소나무 생태경영림으로 지정되어 있는 이유이다.



산행날머리는 질재 고갯마루(영양군 수비면 본신리 산 15-6)

그렇게 20분쯤 더 내려서면 질재 고갯마루(이정표 : 옥녀당 5.20Km/ 울련산 4.50Km)를 만난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산간도로가 널찍한 것이 노선버스가 다녀도 되겠다. 고갯마루에는 또 다른 이정표(본신 1Km/ 번동 3Km/ 공수하 9Km)도 보인다. 임도의 방향표시일 것이다. 그건 그렇고 고갯마루에는 산악회의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종주산행을 하는 A팀의 하산지점인 옥녀당까지 버스로 이동시켜 준단다.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덕분에 잃은 것도 있었다. 요 아래에 있는, 경치 좋기로 유명한 본신계곡(本新溪谷)을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렸기 때문이다. 그 길이가 장장 6km에 달한다는 본신계곡은 울창한 숲 주위로 흐르는 물이 마치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시킨다고 알려져 있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오늘 산행은 총 3시간이 걸렸다. 중간에 멈추지 않고 걷기만 했으니 오롯이 걷는 데만 소요된 시간이라 하겠다.



옥련산과 금장산을 연계해서 산행을 한 팀들의 하산지점인 구주령 고갯마루에 올라서니 옥녀당(玉女堂)’이라는 사당(祠堂)이 지어져 있다. 잠시 이 옥녀당에 얽힌 옛 이야기나 더듬어 보자. 조선 인조 때 황()씨 성을 가진 사람이 영해부사로 있었는데 그에게는 옥녀라는 딸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영양은 독자적인 행정구역을 갖지 못하고 영해부에 편속되어 있었다. 어느 날엔가 아버지의 명(부탁)으로 영양관아(수비)에 중요한 공문서를 전달하려 왔던 옥녀가 임무를 마치고 영해로 돌아가던 길에 이 구주령에서 덜컥 병이 들어버렸던 모양이다. 아무튼 그녀는 나졸들의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하루 만에 객사하고 말았단다. 이에 본신리 주민들이 꽃다운 나이에 안타깝게 죽은 옥녀의 넋을 위로하고 공을 기리기 위하여 옥녀가 죽은 이 고개에 무덤을 만들고 사당을 세웠으며 매년 음력 정월 보름날에 동제(洞祭)를 지내오고 있단다. 참고로 옥녀사당은 95년 수비-온정간 도로공사 때 시멘트블록 건물로 이전 개축되었으나 민속자료로서의 원형복원을 염원하는 지역주민들의 건의에 의해 현재의 건물로 복원되었으며 20025월에는 옥녀무덤에 묘비(墓碑)까지 세우고 주변에 조경공사를 실시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사당의 안에는 옥녀(玉女) 외에도 선풍도골(仙風道骨) 노인의 초상화가 하나 더 걸려있다. 아랫단에는 달마대사로 보이는 초상화도 보인다. 그나저나 안은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정리·정돈 또한 잘 되어있다. 외부에 세워놓은 조형물들에도 오색(五色)의 천들을 묶어놓았다. 정월 대보름에 지낸다는 동제를 위해 새롭게 단장을 해놓은 모양이다. 옥녀의 무덤에 벌초만 해도 득남을 하거나 작은 소원이 이루어진다는데 어느 누가 정성들여 관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귀경길에는 후포(울진군)에 있는 맛집 조선시대에 들렀다. ‘붉은 대게를 무한 리필 해준다는 쌈밥 식당이다. 1인당 28천원만 내면 배가 터질 때까지 홍게를 먹을 수 있다니 어찌 그냥 지나칠 수가 있겠는가. 누군가는 대게가 아니니 별 것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속살이 꽉 차오른 홍게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문가들까지도 혹시 대게가 아닐까 하며 헷갈려할 정도로 그 맛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젊은 주인장의 매너 또한 뛰어나다. 게를 먹는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줄 뿐만 아니라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늘어놓는 훈수 또한 넉살스럽기 짝이 없다. 한마디로 말해 기분 좋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얘기이다. SBS-TV의 인기 프로그램인 백년손님에도 나왔다는 선전문구가 꼭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찾아볼만한 식당이지 않나 싶다. 아니 시간이 허락된다면 횟수에 관계없이 자주 찾아보고 싶은 식당이다. 아무튼 우리 부부는 배가 터지도록 먹을 수 있었다. 이런 기회를 제공해주신 갤러리산악회 임원진분들에게 글로서나마 감사를 드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