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산(栢紫山, 485.9m)-현성산(賢聖山, 475.3m)-삼성산(三聖山, 554.2m)

 

산행일 : ‘17. 2. 16()

소재지 : 경북 경산시 평산동·여천동·유곡동과 남천면 그리고 남산면의 경계

산행코스 : 삼성현초등학교삼보사용천대353m백자산기필봉(其筆峰, 483m)현성산상대고개중방재삼성산상대온천(산행시간 : 4시간)

 

함께한 산악회 : 강송산악회

 

특징 : 오늘 오른 세 산은 전형적인 육산(肉山)이다. 용천대나 삼성산의 정상 근처에서 잠깐 바위를 만날 수는 있으나, 그 정도의 바위조차 없는 산이 어디 있겠는가. 때문에 눈요깃거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조망(眺望) 또한 내세울 게 별로 없다. 대신에 편안한 산행이 보장된다. 육산 특유의 보드라운 황톳길에다 경사(傾斜)까지 완만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특징도 있다. 도심(都心)에서 가까운 백자산은 이정표를 세우고 벤치와 운동기구를 설치해 마치 공원처럼 잘 가꾸어 놓았다. 그에 반해 삼성산은 벤치를 놓아 쉬어갈 수 있도록 배려는 했으나 이정표 등의 시설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더 흥미를 끄는 산은 삼성산이다. 불성 원효대사와 그의 아들인 설총선생, 그리고 삼국유사를 저술하신 일연선사가 이곳 삼성산 자락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삼성산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연유이다. 아무튼 한번쯤은 꼭 올라봐야 할 산들이 아닐까 싶다. 바람직한 후손들이라면 세 분 성인(聖人)이 이루어낸 업적을 되새기며 걸어보는 산행을 한번쯤은 해봐야 하지 않을까 해서이다.

 

산행들머리는 삼성현초등학교 앞(경산시 백천동 438-3)

중앙고속도로(대구-부산) 수성 I.C에서 내려와 좌회전한 뒤 월드컵경기장을 앞두고 다시 좌회전하여 곧장 25번 국도를 따른다. 이어서 25번 국도상의 백천셀프세차장이 있는 사거리에서 좌회전하면 삼성현초등학교가 나온다. 초등학교의 담벼락을 낀 사거리가 오늘 산행의 들머리이다. 사거리의 전신주에 삼보사(300m)‘ 이정표가 매달려 있으니 참조한다.



오늘 산행은 아래의 지도와는 조금 다르게 진행되었다. 대신대학이 아니라 삼성현중학교(초등학교)의 앞에서 산행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부산일보 산행팀이 걸었던 길을 따라 진행했다고 보면 된다.



삼성현초등학교를 오른편에 끼고 난 길을 따라 들어가면서 오늘 산행이 시작된다. 몇 걸음 떼지 않아 삼보사 가는 길이라고 적힌 이정표가 보인다면 제대로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하단에 전쟁터에서 싸워 백만 인을 이기기보다 자기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가장 뛰어난 승리자다라고 적혀 있다. 옳은 얘기이다.



잠시 후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이번에는 이전에는 게을렀더라도 지금 게으르지 않다면 그는 이 세상을 비추리라. 구름을 벗어난 달처럼이라 적힌 안내판이 왼편의 길로 안내한다. 이어서 진행방향 저만큼에 공사가 한창인 3층짜리 한옥건물이 나타난다. 삼보사(三寶寺)이다.



공사 중이라서 어수선하기 짝이 없지만 일단은 절 마당으로 들어가고 본다. 삼보사(三寶寺)라는 이름에 끌려서이다. 삼보(三寶)란 불교도의 세 가지 근본 귀의처(歸依處)인 불보(佛寶)와 법보(法寶), 그리고 승보(僧寶)를 말한다. 불교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삼보가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그리고 불교도는 삼보에 귀의함으로써 시작되며 최후까지 삼보에 귀의해야만 한다. 따라서 삼보에 귀의하는 것은 불교도에게는 불가결한 요건이며, 대승(大乘)과 소승(小乘)을 막론하고 삼보를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 그만큼 중요한 삼보를 이름으로 삼았으니 어찌 들어가 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 기웃거림은 실망으로 연결되어 버렸다. 대웅전과 삼성각, 그리고 요사(寮舍)가 전부인 단출한 사찰인데다, 전각에 새겨진 글들이 대부분 한글이란 것을 제외하면 특이한 점이라곤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누가 언제 무슨 사연으로 지었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모시는 부처님의 영험함만은 인정받았나 보다. 새로 신축중인 전각(殿閣)의 규모가 저리도 큰 것을 보면 말이다.



절을 둘러봤으면 이젠 산행에 나설 차례이다. 잠시 후 산불감시초소에서 왼편으로 약수터가는 길(이정표 : 약수터1.1Km/ 쉼터0.2Km)을 나눠보내고 나면 곧이어 쉼터가 나타난다. 정자와 벤치, 그리고 운동기구까지 두루 갖춘 것으로 보아 신경 써서 가꾼 흔적이 역력하다. 이곳에는 백자산 등산로 안내도도 세워 놓았다. 백자산 정상으로 연결되는 등산로가 꽤나 많으니 잘 살펴보고 어느 코스를 이용할 것이지를 골라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멋지게 생긴 조형물을 만난다. 안내판에는 비상급수시설이라고 적혀있다. 생김새로 보아서는 음수대(飮水臺)가 분명한데도 말이다. 아마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모양이다.



쉼터에서 길이 둘로 나뉜다. 계곡을 건너 오른편으로 향한다. 용천대를 지나 정상으로 연결되는 1등산로이다. 통나무계단을 오르자마자 길이 또다시 둘로 나뉘고(이정표 : 용천대/ 백자산 정상) 있다. 오른편 용천대 방향으로 향한다. 왼편은 제2등산로와 제3등산로로 연결되지 않나 싶다.



갈림길을 지나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곧장 치고 오르지를 못하고 왔다갔다 갈지()자를 쓰고 나서야 겨우 위로 향할 수 있을 정도이다.



얼마쯤 올랐을까. 산행을 시작한지 20분쯤 되면 오른편으로 시야(視野)가 열린다. 쉼터에서는 6~7분쯤 되는 거리이다. 아무튼 경산시가지가 한눈에 쏙 들어오는 멋진 조망처이다.



잠시 후 너덜지대를 지났다싶으면 저만큼에 바위절벽이 나타난다. 절벽 아래에는 작은 건물이 하나 들어서있다. 용천대란다. 강송산악회 오회장님 말씀에 의하면 용천대자는 샘 천()‘ 자라고 했다. ’물이 솟아나는 곳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철문(鐵門)과 가시철망으로 꽁꽁 막아놓았기 때문이다. 어떤 이가 이곳에서 치성을 드렸다고 한다. 그 후에 집안이 번창하고 자손들이 잘 살게 되자 자신들의 기도처로 삼아버렸다는 설()이 있는데 맞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물맛이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 아쉬운 일이다.



가파르게 위로 향하던 산길은 금방 끝이 난다. 이어서 사면(斜面)을 따라 옆으로 돌고 있다. 그 가파름을 배겨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8분쯤 걸으면 표지판이 다 떨어져 나간 이정표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능선삼거리에 올라선다. 누군가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 하나를 주워 기둥에다 끼워 놓았다. ’옥곡동(백농교) 0.8Km’라고 적혀 있는 걸로 보아 오른편 길이 옥곡동(경산시)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참고로 옥곡동은 아까 우리가 산행을 시작했던 백천동(삼성현초등학교)과 맞닿아 있는 이웃동네이다.



또 다시 오름길이 시작된다. 하지만 그 경사가 심하지는 않은 편이다. 그저 오르는데 부담이 없을 정도로 가파르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게 10분 정도를 오르면 353m봉에 올라서게 된다. 오회장님 말로는 이곳을 용천봉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아까 보았던 용천대의 위에 있는 봉우리라는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조망은 시원찮다. 경산시가지 방면으로 시야가 열리지만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거의 없다. 잡목(雜木)들이 풍경화의 아랫도리를 모두 잘라먹어 버렸기 때문이다.



353m봉을 지나자 산길이 울창한 소나무 숲속을 헤집으며 이어진다. 코끝을 스쳐가는 바람결에 솔향이 짙게 배어 있다. 그 향기 속에는 그렇게나 몸에 좋다는 피톤치드(phytoncide)가 그득할 것이다.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무 중의 하나가 바로 소나무이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오는 산행은 웰빙(Well-being)산행이라고 봐야 하겠다. 아니 힐링(healing)산행이라고 하는 게 더 옳겠다. 아무튼 산행을 하면서 속세(俗世)에 찌든 몸까지 치유할 수 있다니 행운이 아닐 수 있다. 하긴 이런 맛에 끌려 주중이나 주말을 불문하고 시간만 나면 산을 찾고 있을 것이다.



힐링뿐만이 아니다. 이 구간에서는 눈까지 호사(豪奢)를 누리기 때문이다. 왼편으로 시야가 열리면서 경산시가지가 한눈에 쏙 들어온다. 아까 용천대 근처에서 보았던 풍경보다 그 범위가 사뭇 넓어졌다. 그만큼 고도(高度)를 높였다는 의미일 것이다.



4분 후 운동기구와 벤치 두어 개를 놓아 쉼터를 겸하도록 하고 있는 삼거리(이정표 : 정상0.9Km/ 주차장(쉼터)0.8Km/ 용천대0.7Km)를 만난다. 왼편은 아까 개울을 건너자마자 헤어졌던 제2등산로일 것이다.



능선으로 곧장 치고 오르려는데 제2등산로에서 올라오던 비구니(比丘尼) 스님이 오른편으로 가라고 외치신다. 오른편으로 난 편한 길을 이용하라는 것이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쉬엄쉬엄 가라는 당부까지 빼놓지 않으신다. 여성의 섬세함에다 불자의 자비심까지 갖추신 모양이다.



그녀의 권유대로 오른편의 사면 길을 따른다. 널찍한데다 경사까지 완만해서 조금도 부담이 없는 편한 길이다. 그리고 9분 후에는 또 다른 능선의 안부사거리(이정표 : 정상0.6Km/ 군부대2.0Km/ 남천2.0Km/ 주차장1.5Km)에 올라선다. 길 찾기에 주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정상과 군부대로 가는 두 길의 방향이 엇비슷해서 자칫하다간 잠시 후에 다시 만나게 될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곳에서는 능선을 따른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제부터는 꿈결 같은 능선이 이어진다. 보드랍기 짝이 없는 황톳길에다 경사까지 거의 없다. 거기다 산길은 울창한 소나무 숲을 뚫고 나있다. 잠시 후 왼편이 참나무 숲으로 변하지만 오른편은 여전히 소나무들의 천국이다. 코끝을 스쳐가는 솔향은 여전하다는 얘기이다.



그렇게 12분쯤 오르면 널따란 헬기장(이정표 : 정상100m/ 사동3.0Km/ 주차장(쉼터)2.0Km)이 나타난다. 헬기장은 활용을 안 한지 오래인 듯 억새들이 주인노릇을 하고 있다. 산길은 이곳에서 또 다시 나뉜다. 왼편은 제3에서 제8까지 6개의 등산로가 중간에서 합쳐져서 함께 올라오는 길이다.



헬기장과 정상은 바로 이웃이다. 1~2분만 더 걸으면 백자산 정상(이정표 : 상대온천 3.5Km/ 주차장(쉼터) 2.1Km)에 올라선다. 산행을 시작하고 1시간을 조금 더 넘겼다. 열 평도 훨씬 넘어 보이는 널따란 정상에는 정상표지석이 두 개나 세워져 있다.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는 기념으로 세웠다는 검은색 정상석에는 현성산의 맥을 이어 받고 있으며 잣나무가 많았다하여 백짐산 또는 백자산(柏紫山) 이라 이름 하였다는 유래를 적어 놓았다.



조망(眺望) 좋은 곳에는 옛 정상석이 자리 잡았다. 정상석 뒤로 시야(視野)가 열리는데 인터불고(INTER-BURGO) 경산골프장과 경산시가지가 한눈에 쏙 들어온다. 그 뒤에 버티고 있는 산은 팔공산이 분명하다.



현성산으로 향한다. 정상표지석의 오른편, 즉 올라온 반대방향이다. 산길은 한마디로 곱다. 황톳길 자체만으로도 보드랍기 짝이 없는데, 울창한 소나무 숲속으로 산길이 나있어 솔가리(소나무 落葉)들까지 수북하게 쌓여있다. 폭신폭신한 게 이건 숫제 양탄자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이다. 거기다 경사까지도 거의 없다.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이어진다는 얘기이다.



원래의 자연환경을 그대로 살린 쉼터도 보인다. 참나무 토막을 기둥에 걸어 의자를 만들었다. 그 옆에는 통나무 몇 개를 쌓아 놓았다. 키 작은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아닐까 싶다. 반반한 것이 비박(bivouac)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공간이 될 듯도 싶다.



그렇게 20분쯤 걸으면 안부삼거리를 만난다. 이정표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 경산불교산악회에서 아름다운 현성산 둘레길이라고 적힌 안내판을 걸어 놓았다. 널판에는 이 둘레길의 지도(地圖)를 그려 넣었다. 현성산을 중심으로 문수봉과 보현봉, 대구한의대를 잇는 둘레길이란다. 아무튼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정성들여 산을 가꾸어 가는 모든 이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해본다. 그러나 눈에 거슬리는 부분도 보인다. 보현봉이나 문수봉 등의 지명이다. 무명의 봉우리에다 불교와 관련된 새로운 이름을 붙인 것까지는 뭐라 하지 않겠다. 그러나 이럴 경우에는 그 지점에다 새로운 지명이 적힌 안내판 정도는 매달아 놓는 게 도리일 것 같아서이다.




안부를 지나면서 산길은 조금 가팔라진다. 그리고 오르막구간의 거리가 많이 길어진다. 그만큼 높여야할 고도(高度)가 크다는 증거일 것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까지는 없다.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적당히 가파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14분 정도를 더 걸으면 기필봉 정상이다. 열 평 남짓 되는 공터로 이루어진 정상은 텅 비어있다. 정상표지석이나 이정표 등이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만일 누군가가 꽂아놓은 표지판(기필봉 483.9m)마저 없었더라면 이곳이 기필봉 정상이라는 것을 눈치 챌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봉우리라기보다는 차라리 능선상의 한 지점이라고 봐야 할 정도로 밋밋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또 다시 산행을 이어간다. 그런데 능선의 풍경이 많이 바뀌어 있다. 계속되던 소나무 숲이 언제부턴가 참나무 숲으로 바뀌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경사가 거의 없이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있는 건 아까와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10분 남짓 걸으면 송전탑(送電塔)이 나타난다. 길 찾기에 주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철탑을 지나자마자 길이 둘로 나뉘는데 이정표가 세워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주변을 잘 살펴보는 게 우선이다. 그러면 뭔가가 보일 테니까 말이다. 아까 안부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현성산 둘레길안내판이 이곳에도 매달려 있다. 왼편에 현성산이 있단다. 그리고 삼성산은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가라고 지시하고 있다.




삼거리에서 몇 걸음만 떼면 현성산 정상이다. 열 평이 훨씬 넘는 널따란 정상에는 삼각점(영천 472, 1995재설)외에도 정상표지석을 세워 놓았다. 경산불교산악회에서 현성산 둘레길을 개통하는 기념으로 만든 것이란다. ‘발걸음 인연마다 영험한 산기운과 함께하라는 글귀가 눈길을 끈다.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능선은 이곳 현성산에서 오른쪽으로 휘어간다. 발걸음도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어야 함은 물론이다. 만약 그대로 직진하면 봉우리 아래로 곧장 떨어져 산행이 끝나버린다.



철탑이 있는 삼거리로 되돌아와 이번에는 삼성산으로 향한다. 내려가는 길 역시 편하다. 약간 가파른 구간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경사가 없는 내리막길의 연속이다. 상큼한 바람이 뺨을 스치며 지나간다. 그러고 보니 주변의 숲이 깔끔하게 간벌(間伐)이 되어있다. 간벌된 숲을 통해 들어오는 것은 바람뿐만이 아니다. 텅 빈 나뭇가지들 사이로 시야가 열리면서 널따란 들녘이 성큼 다가온다. 그 한켠에는 저수지가 자리 잡았다. 논농사를 위해 만든 것일 게다.



그렇게 18분 정도를 진행하면 차도에 내려선다. 경산시 남천면 상대리와 금곡리를 이어주는 925번 지방도인데, 이곳에서 왼편으로 50m쯤 이동하면 상대고개의 고갯마루이다. 이곳에서 삼성산으로 향하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곧장 능선을 치고 올라 453m봉을 경유하는 방법이 그 하나이고, 나머지 하나는 임도(林道)를 따라 중방재까지 편하게 가는 방법이다. 참고로 지방도를 따라 내려가면 상대온천에 이르게 된다.



우린 차량차단기가 문지기 노릇을 하고 있는 임도를 택하기로 했다. 4개월 만에 산행에 나선 집사람의 체력을 생각해서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453m봉이 꼭 올라봐야만 할 의의(意義)가 없었다는 게 더 큰 이유일 것이다. 능선 상에 위치한 그저 그렇고 그런 산봉우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가는 길에 중방재에 이르면 오른편 지능선으로 난 산길이 보인다. ‘다랑골산으로 가는 길인데 이 또한 무시하기로 한다. 왕복 1Km이므로 다녀올 수도 있겠지만 집사람을 남겨놓고 나 혼자서 다녀올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어서 431m봉도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 계속해서 임도를 따른다.



가는 길에는 오른편으로 시야가 열린다. 건너편에 보이는 산들은 선의산과 상원산 등이 아닐까 싶다.



삼성산 들머리까지 이어지는 임도는 제법 먼 거리지만 지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특별한 볼거리는 없지만 길이 곱고 가로수로 심어 놓은 단풍나무들이 그동안 벚꽃나무 가로수들에 식상해 온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30분 정도를 진행하면 '상대온천 내려가는 길'이란 작은 푯말이 임도 옆에 자리하고 있다. 삼성산으로 가기 위해선 이곳에서 산자락으로 들어서야만 한다. 왼편으로 내려가는 길은 상대온천으로 연결되니 참조한다.



산자락으로 들어서자마자 가파른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어쩌면 오늘 산행에서 가장 힘든 구간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까지는 없다. 중간에서 만나게 되는 벤치를 그냥 지나치지 말고, 잠시 쉬어가며 오르면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 평상(平床)을 만들어 놓았다. 조망이 트이지는 않지만 야영(野營) 장소로는 안성맞춤이겠다. 주변이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피톤치드를 맘껏 마시며 하룻밤 머물 수 있으니 이보다 더 나은 야영장이 어디 있겠는가.



이 구간에서는 바위길도 만나게 된다. 거대하지도 그렇다고 날카롭지도 않지만 하도 바위가 귀한 산이라서 그런 표현을 써봤다.



산자락으로 들어선지 23분 만에 널따란 공터로 이루어진 쉼터에 올라선다. 빙 둘러서 벤치를 놓아둔 것이 수십 명이 몰려와서 쉬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겠다.



이후부터는 편한 산행이 이어진다. 오늘 산행의 특징인 보드라운 흙길과 경사가 거의 없는 산길이 계속된다는 얘기이다. 6분쯤 더 걷자 삼성산의 유래가 적혀있는 정상표지석이 길손을 맞는다. 삼성산(三聖山)이라는 지명은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617686)와 학자 설총(655~미상), 그리고 삼국유사를 지은 고려의 고승 일연선사(1206~1289) 등 세 성현이 이 산자락에서 태어났다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정상은 헬기장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널따랗다. 그 덕분에 멋진 조망을 즐길 수 있다. ‘인터불고(INTER-BURGO) 경산골프장과 경산시가지 등 아까 백자산에서 보았던 풍경화가 다시 한 번 그려진다. 대구의 명산인 팔공산이 그림 속에 들어있음은 물론이다.



반대방향으로 산행을 이어간다. 그쪽 방향에 있는 산봉우리 하나가 이곳 정상보다 오히려 더 높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4분 후에는 또 다른 정상표지석을 만난다. 이번에는 삼각점(영천 332, 1995복구)까지 보인다. 제대로 된 삼성산 정상에 올라선 것이다. 그렇다면 조금 전에 보았던 정상석은 뭐란 말인가. 지자체(地方自治團體)에서 예산까지 들여 만드는 시설물들이라면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이곳에서의 조망(眺望)은 별로이다. 잡목들이 아랫도리를 잘라먹어버리기 때문이다. 정상표지석을 다른 곳에 세운 이유가 아닐까 싶다.



하산을 시작한다. 올라왔던 반대방향, 즉 상대온천 방향이다. 왜 그쪽이냐는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올라올 때 만났던 상대온천표지판들은 모두가 하나 같이 되돌아가도록 표시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곳으로 내려가도 상대온천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다만 내리막길의 경사(傾斜)가 심하고, 비록 잠시지만 바윗길을 타야 하는 불편까지 피할 수는 없다. 표지판을 굳이 반대방향으로 돌려놓은 이유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위험하다 싶을 정도로 경사가 가파른 곳에는 어김없이 굵직한 밧줄을 매어놓았으니 걱정할 일은 아니다.



가파른 구간이 끝나면 산길은 다시 고와진다. 보드라운 황톳길에 경사까지 완만해지기 때문이다. 콧노래라도 흥얼거리며 걷기에 딱 좋은 구간이 아닐까 싶다. 거기다 곳곳에 벤치까지 놓아두었다. 아무튼 주변 경관도 바라볼 겸 쉬엄쉬엄 걸어볼 일이다. 옛날 세 분 성현들이 뛰어놀던 공간이었을지도 모르지 않겠는가.



그렇게 40분쯤 내려서면 좌우로 길이 나뉘는 능선안부에 이른다. 물론 최대한으로 속도를 떨어뜨린 채로 내려오는데 걸린 시간이다. 이곳에서는 왼편 방향으로 내려서야 상대온천으로 연결된다. 물론 이정표는 세워져 있지 않다



산행날머리는 상대온천

7~8분쯤 산자락을 내려오자 복숭아로 보이는 과수원단지가 나타난다. 그리고 진행방향 저만큼에 상대온천 건물이 보인다. 오늘 산행이 종료되는 것이다. 오늘 산행은 총 4시간30분이 걸렸다. 간식을 먹느라 중간에 30분 정도를 쉬었으니 대략 4시간을 걸은 셈이다. 참고로 상대온천(上大溫泉)은 경산온천이라고도 하는데, 조선시대부터 대추골더운샘, 온수골, 온암정이라 하여 한 겨울에도 얼지 않아 빨래터로 이용되었다. 1972년 국립지질연구소의 조사에 의해 온천지대로 판정되었는데, 수량은 풍부하고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알칼리성이 강한 황산천으로 알려져 있다. 부근에서 신비의 돌로 알려진 맥반석이 출토되는데, 이 성분이 온천수에 용해되었는지 황산이온과 염소, 과망간산칼륨 등의 광물질이 풍부하다. 하지만 수온은 25에 불과해서 40까지 가열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다. 아무튼 이 온천수는 피부병과 신경통, 위장병, 비뇨기질환, 동맥경화증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1982년 상대온천관광호텔의 완공 이후 본격적으로 개발되었는데, 대구에서 비교적 가까운(대구광역시 동쪽 18) 거리에 있어 대구시민의 휴양지로 인기가 있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