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아들아

2007. 1. 11. 15:10
 

아들아!


네 편지를 보면서 슬며시 웃음이 나오는 건 왜일까?

다른 부모들은 아들을 군대 보내 놓고 걱정들을 많이 한다던데...

내가 무심한 아빠라서 그럴까?? 아님 너를 사랑하지 않아서???


아니란다.... 아빠가 얼마나 너희들을 사랑하는데...

아빠 가슴이 많이 컸다면 틀림없이 너희를 가슴에 넣고 다녔을 걸~

그런데도 너에 대해 걱정을 않는 건 너에 대한 아빠의 믿음 때문이란다.

넌 언제나 아빠를 편안하게 만드는 듬직한 아들이었거든...


옛날 생각이 나는구나.

IMF가 막 시작되었을 때쯤이었을 거다.

당시엔 도산하는 기업들이 많아서 참으로 실업자들이 많았단다.

아빤 어떻게 하면 한사람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가를 고민했고, 그 일환으로 벤처기업을 육성시켰단다.

정책을 만들고 대통령께 보고하고...

수많은 밤들을 뜬눈으로 지새우고 동료들이 다들 근처 숙소에서 쉬고 있을 때 난 아침의 여명을 헤치고 집에 돌아올 수 밖에 없었지.

생각나니? 아빠가 싸준 도시락...

아빠가 매일매일 반찬을 다른 종류를 넣을 정도로 신경을 많이 썼는데...


그렇게 소중하게 키운 너희들이기에 아직도 너희들은 아빠에겐 어린애란다.

그런 네가 벌써 군대에 가다니...

군인아저씨!!!  듣기만 해도 의젓해지잖니?

동봉해 온 네 편지를 보니 벌써 의젓한 군인아저씨의 냄새가 나더구나.

그런 든든한 아들을 둔 아빠이니 당연히 흐뭇한 미소가 나올 수 밖에...


70년대에 군대생활을 한 아빠는 꽤나 많이 기합을 받았고, 많이 맞기도 했단다.

먼저 다녀온 선배들의 군생활 얘길 듣고는 입대하는게 꼭 죽으러 가는 기분이 들어, 어떻게 하면 군에 가지 않을가 궁리도 많이 했단다.

그런 아빠에게 너희 할아버지는 대한민국의 남아는 군대에서 만드는 것이라면서, 애시 당초 다른 생각을 못하게 욱박지르셨단다.

난 그런 할아버지가 엄청나게 미웠고...ㅎㅎㅎ

당시에 고등학교 선생님이셨지만, 영관급 장교 출신이었던 네 할아버지가 혹시라도 빼주지 않을가 많이 기대했었거든... 그런데 어불성설이더구나.

훈련소에서 받은 네 할아버지 편지엔 최전방으로 가게 될 것이라나?? 세상에~~

지금 생각해도 영 빵점짜리 부모... 맞지? ㅎㅎㅎㅎ


군 생활 3년... 아~ 그때는 복무기간이 3년이었단다.

어차피 간 군대... 그 3년을 아빠는 나를 고추 세우는 기간으로 삼았단다.

그리고 군생활 틈틈이 공부를 했고, 그게 믿거름이 되어 지금의 내가 되었지.

아빠의 공부 궁금하잖니? 엄청 멍청하게 공부를 했단다.

당시 영어회화책의 900문장을 외울 정도로 무식하게 덤볐지..ㅎㅎㅎ

그러곤 문장을 외우자마자 미국애들에게 달려가 실습하고...


아들아~

아빠의 듬직한 둘째인 너를 믿는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한사람의 당당한 군인이 될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고,

더불어 군복무기간을 자신이 바라는 장래를 위해, 소모하기 보다는 충전하는 시기로 만들어 나갈 것임을...


울 아들 홧팅!


관악산 밑에서 아빠가 사랑하는 둘째에게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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