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보기엔 털투성이 게딱지처럼 볼품이 없으나 뚜껑을 열면 먹음직스런 뽀얀 속살을 수줍게 드러낸다. 그래서 ‘바다의 우유’라 했던가. 쇠고기와 닭고기가 식탁에서 물러난 사이 제철 만난 굴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예로부터 굴은 남성들의 강장식이자 여성들에겐 피부를 곱게 하는 미용식이었다.

 

▲담백하고 시원한 굴짬뽕 ‘후(侯)’ 모던한 신세대식 분위기의 중국집에서 굴짬뽕을 맛보고 싶다면 서울 홍대앞 주차장골목으로 가면 된다. 중국식당 ‘후’에서 계절별미로 내세운 굴짬뽕은 매일 산지에서 직송되는 통영 대굴로 맛을 낸다. 매운맛을 제거하여 마치 복지리탕처럼 담백하고 시원하다.

 

주방장은 30년 경력의 화교. 화교출신 주인 후혜리씨(28)는 미모 못지 않게 맛에 대한 집착도 대단하다. 굴짬뽕과 함께 특선메뉴로 내놓는 바지락 냉이탕면도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고, 신세대 입맛에 맞춘 누룽지탕도 인기다. 홍대앞 주차장 골목 사거리서 당인리발전소 쪽으로 200m쯤 내려가면 오른쪽(02)325-0943

 

▲피맛골에서 맛보는 굴전 ‘열차집’ 두툼한 생굴에 계란반죽을 입혀 노릇노릇하게 부쳐낸 굴전은 영양은 물론 맛 또한 일품이다. 서울 교보문고 옆 피맛골 골목 ‘열차집’엔 30년째 이어지는 고소한 굴전을 맛보려는 사람들로 늘 문전성시다.

 

맛의 비밀은 무공해와 무가공. 이집 굴전의 간은 오로지 굴에서 나오는 짭짤한 소금기로 맞춘다. 이때문에 기름에 부쳐도 느끼한 맛이 덜하다.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켜고 굴전 하나를 덥석 물면 왕후장상의 성찬도 부러울 게 없다. 기본 안주로 나오는 어리굴젓도 일품. 주인 우제은 여사(63)가 매일 담가 3일간 삭힌 후 식탁에 낸다. 1인분에 8,000원. 광화문 교보문고 뒤 버거킹 옆 골목으로 들어가서 보이는 첫 집이다.(02)734-2849

 

▲얼큰하고 시원한 굴순두부 ‘정원순두부’ 서울 중구 서소문동에 위치한 36년 전통의 순두부집. 그중에서도 굴순두부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뚝배기에서 팔팔 끓는 순두부가 돌솥밥과 함께 나오고 큰 대접이 따라 나온다. 큼직한 굴이 들어간 순두부를 돌솥에서 갓 퍼낸 밥에 썩썩 비벼먹는 맛이 일품이다. 돌솥에 물을 부어놓았다가 숭늉으로 먹으면 뒷맛도 개운하다. 1인분 6,000원. 소고기, 조개, 돼지고기 순두부도 있다. 지하철 1, 2호선 시청역 9번출구로 나오면 유원빌딩 뒤편 골목에 있다.(02)755-7139.

 

▲굴요리의 백화점 ‘통영 굴향토집’ 서해안 굴과 함께 우리나라 양대 굴산지인 경남 통영에 가면 굴에 관한 모든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굴밥, 굴죽, 굴정식, 굴떡국 등 식사류와 함께 굴전, 굴회, 굴찜, 굴구이 등 안주류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막 따낸 싱싱한 굴을 재료로 쓴다는 게 이집의 최고 장점이다. 신선한 해산물과 해초로 만든 맛깔스런 반찬이 입맛을 더한다. 6,000원짜리 굴밥부터 2만5천원짜리 굴찜까지 가격대가 다양하다. 통영 초입의 하이마트 뒤편에 위치해 있다. (055)643-4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