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 5곳

 

 ◆ 나는 따분한 연하녀와는 달라=그동안 연하녀와 대학가 선술집이나 패스트푸드점을 전전했을 연하남에게 비즈니스맨들이 웅성거리는 활기찬 장소로 안내해 보자. 새로운 만남은 새로운 음식에 대한 도전처럼 설레는 법. 역삼역 강남LG타워에 있는 '실크 스파이스'(02-2005-1007)는 2백평 규모의 에스닉한 분위기로 다양한 아시아권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인도네시아 볶음밥 '나시고랭'이나 태국식 게요리 '뿌팥 뽕가리'로 이국적 저녁 식사를 즐긴다. '필'이 꽂히면 다음엔 공연 관람 약속도 가능한 곳이다.

 

◆ 영화처럼 기억될 가든파티=나 또는 그의 생일날 깜짝 파티를 준비해 추억을 만든다. 영화처럼 멋진 정원에서 흰 모자를 쓴 주방장의 서빙을 받으면서 바비큐를 구워보자. 많은 비용과 신경써야 할 부분이 한 두가지가 아닐 것 같지만 모듬바비큐를 주문하면 간단하게 해결되는 곳이 있다. 논현동 건설회관 뒷골목에 있는 '헵시바'(02-511-3925)가 그곳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감나무.모과나무 등이 있고, 흰 아치기둥은 각종 덩굴이 감싸고 있다. 정원은 야외 결혼식장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다.

저녁엔 모닥불도 준비된다. 바깥이 춥다면 샹들리에와 와인색 커튼이 드리워진 2층의 특실에서 소규모 모임도 가능하다.

 

◆ 이번엔 신나게 놀아볼까=곧 밸런타인 데이다. 연하남의 손을 잡고 슬그머니 호텔의 문턱을 넘어보자. 얼마 전 연말에 알게 된 JW메리어트호텔의 '디모다'(02-6282-6762)가 타깃이다. 잘 차려입고 놀 준비가 완벽하게 끝난 밤이면 더욱 좋다. 프랑스의 물랭루주 같은 몽환적 느낌의 레스토랑과 이탈리아의 길거리 카페를 연상케 하는 분위기를 함께 즐길 수 있다. 포켓볼을 칠 수 있는 스포츠 바도 있다. 컨셉트별로 나뉜 4개 공간을 돌며 숨겨진 '끼'를 자연스럽게 내보일 수 있다. 오후 9시에 시작하는 라이브 재즈 공연에 함께 빠져볼 수도 있다.

 

◆ 오늘이 바로 D-데이 같은데….=여자에겐 직감이 있다. 특히 연하남을 보는 연상녀의 직감은 더 예리하다. 당할 것(사랑의 고백이나 프로포즈) 같은 날엔 청담동 '팔레 드 고몽'(사진(上) 02-546-8877)의 커다란 고목이 보이는 창가 자리를 예약해 둔다. 이런 날엔 정통 프랑스식이면서도 입맛에 편안하게 와닿는 코스요리가 제격이다. 샴페인을 사이에 두고 눈빛을 마주치며 귀를 쫑긋 세운다. 코스 식사는 다소 비싼 듯 여겨지나 정성스러운 디저트까지 음미하게 되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가격이 부담스러우면 점심코스도 무난하다.

 

◆ 방해꾼은 곱창구이로 퇴치=가끔은 데이트의 방해꾼이 등장할 때도 있다. 이럴 땐 징그럽게 생긴 음식이나 허름한 분위기로 정리할 수도 있다. 거꾸로 그 분위기가 더 좋다고 때론 버티는 넘(?)도 있긴 하지만 할 수 없지 어쩌랴. 아무튼 마음이 맞는 몇 명이 둘러앉아 곱창을 안주 삼아 소주 한잔하기 좋은 곳은 역시 씨네하우스 뒷골목에 있는 '영동돌곱창'(02-514-4821)이다. 돌판에 양.곱창.감자.양파를 노릇노릇하게 구워 먹다 보면 우리 둘만의 정은 더욱 깊어간다.

 

*** 강북 5곳

 

◆ 연하남 마음 단번에 사로잡기=키포인트는 젊음. 나도 마음은 '20대'다. 연하남을 처음 만나는 장소로 이왕이면 20대의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잡는다. 그래도 소란스러운 종로나 대학로보다는 홍대 앞의 분위기 있는 카페가 좋을 듯하다.

'공주가 쓰는 침실 카페'라는 의미를 담은 '프린세스'(사진(下) 02-335-6703)는 독특한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푹신한 의자에 하얀 커튼이 쳐져 있어 은밀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원하는 연인들에겐 최적의 장소다. 소파에 캐노피가 있어 다른 사람들의 눈길을 크게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낮에는 카페로, 밤에는 바(bar)로 변하기 때문에 마실 메뉴가 다양하다. 키위.바나나.딸기.피나콜라다를 섞은 '골든 메달리스트'가 인기 메뉴다.

 

◆ 본격적인 작업은 정공법이다=첫 만남이 두번째로 이어진다면 어린 그에게는 생소한 정통 고급 레스토랑으로 차분하게 이끌어 본다. 연상녀의 식문화 감각에 잠시 긴장하며 한껏 들뜰 것이다. 삼청동 초입에 있는 '더 레스토랑'(02-735-8441)은 강북의 대표적인 고급 레스토랑. 1층은 차와 케이크를 파는 카페, 2.3층은 식사가 되는 레스토랑이다. 이왕이면 비나 눈이 오는 날을 고른다. 큰 유리창에 잡힌 경복궁 풍경이 한 장의 그림엽서가 되기 때문이다. 값이 부담스럽더라도 스테이크에 와인을 주문한다. 이따금 테이블 매너를 알려주며 식사 분위기를 리드해 간다.

 

◆ 프로포즈를 내가 하면 어때=도도하게 흐르는 한강, 강물을 감싸고 질주하는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그리고 강 건너 보이는 강남의 야경. 이 모든 것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서 첫 키스의 추억을 만든다.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당한 척하면 더욱 기분 좋은 일.

'괴르츠'(02-447-4360)는 원목 인테리어의 차분한 분위기로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 좋은 장소다. 특히 실내에 잔잔히 흐르는 재즈 음악이 추억을 연출하는 데 맞춤이다. 커피와 차 외에 와인 셀러도 있어 와인을 마시며 사건을 저질러도 좋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엔 괴르츠 앞 선착장을 걷는 것도 분위기를 잡는 방법.

 

◆ 연하남 친구들에게 쏘는 날=연하남 친구들을 다 불러서 연상녀의 재력과 매력을 한껏 과시하는 것도 그와의 관계에 '도장'을 찍어두는 좋은 방법. 홍대 앞에 있는 힙합 클럽 'NB'(02-782-7809)로 불러모은다. 나이트클럽처럼 스테이지가 있어 시끄럽긴 하지만 그리 '대화'가 필요없는 만남이기에 오히려 소란스러운 것이 다행이다. 이런저런 병맥주와 각종 양주를 잔으로도 판매한다.

 

◆ 연상녀가 '봉'인 줄 알아?=엔조이 상대로 연상녀에게 접근하는 카사노바도 있게 마련이다. 이럴 땐 올드 버전(Old Version)으로 정을 뗀다. 저렴하고 맛있기로 소문난 대학로의 '봉추찜닭'(02-745-6981). 대기 번호까지 받아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자리를 차지하면 입맛이 더 산다. 저절로 닭다리를 양손으로 쥐고 쪽쪽 빨게 된다. 콧물이 나오면 힘차게 풀기도 한다. 영락없는 아줌마다. 그러면서 한마디 한다. "너도 나이 먹어봐. 이런 음식이 더 좋아져." 먹다 말고 똘똘한 연상녀를 만난 것을 후회하면서 줄행랑을 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