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플섬(Purple Island), 반월도(半月島)-박지도(朴只島)

 

여행일 : ‘21. 4. 24(토)

소재지 : 전라남도 신안군 안좌면 반월리와 박지리

트레킹 코스 : 소곡리주차장→문 브릿지→반월선착장→마을카페→어깨산→반월도 당숲→마을카페→퍼플교→박지선착장→박지당산→라벤더정원→박지선착장→퍼플교→두리매표소(소요시간 : 4시간)

 

함께한 사람들 : 청산수산악회

 

특징 : 섬 1004개를 보유해 ‘천사섬’이라는 세계적 닉네임까지 얻은 신안군. 그중에서도 보랏빛으로 소문난 두 섬이 있다. 박지도와 반월도가 바로 그곳인데 어촌 지붕과 다리 등을 모두 보랏빛으로 칠한 가운데, 이른 봄에는 보라색 유채가, 5~6월엔 라벤더, 9~10월엔 아스타국화가 퍼플색감을 이어간다. 최근에는 외국 언론들에까지 보도되면서 국제적으로도 명성을 얻어가고 있다. 지난해 독일 최대의 위성TV방송인 ‘프로지벤(Prosieben)’과 홍콩의 유명 여행 잡지 ‘유 매거진(U magazine)’에 소개됐는가 하면, 올해는 미국 CNN에서 ‘사진작가들의 꿈의 섬’이라 소개했고, 폭스 뉴스(FOX NEWS)도 ‘퍼플섬의 독창성’을 조명했다. 로이터통신도 ‘퍼플에 흠뻑 젖은 한국 섬이 관광객들을 불러 모은다’는 제목으로 기사를 타전한바 있다.

 

▼ 트레킹 들머리는 소곡리주차장(신안군 안좌면 소곡리)

무안-광주고속도로 북무안 IC에서 내려와 국도 77호선을 타고 압해도까지 일단 들어온다. 압해읍사무소 앞에서 우회전하여 국도 2호선으로 갈아타고 길고 긴 천사대교를 건너면 암태도. 기동삼거리(암태면 기동리)에서 좌회전하여 805번 지방도를 타면 팔금도, 팔금도 끄트머리에서 ‘신안1교’를 건너면 안좌도에 이른다. 안좌중학교를 지나자마자 만나는 삼거리에서 우회전, 첫 번째 만나는 삼거리에서는 좌회전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두리선착장 근처에 조성된 널따란 주차장에 이르게 된다. 퍼플섬 트레킹의 들·날머리인데 차에서 내리자 퍼플나라에 들어온 착각에 빠진다. 퍼플교 입구까지 이어지는 보행도로도 마을을 소개하는 안내판도 모두 보라색이기 때문이다.

▼ 우리 부부처럼 산까지 올라보려는 사람들을 위해 등산로가 잘 나타나 있는 지도를 첨부해봤다. 새로 놓인 다리. 즉 단도(매표소)와 반월선착장을 잇는 ‘문브릿지’가 빠져있지만 등산로를 찾기에는 이만한 게 없어보여서이다.

▼ 관광안내소 부근의 조형물에서 ‘보랏빛(purple) 다리’와 ‘퍼플섬’이 있기까지의 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 박지도와 반월도를 한꺼번에 나타내려는 듯, 반으로 자른 박의 위에 반달을 얹고 그간의 추진과정을 적었다. 얘기는 평생을 박지도에서 살아온 김애금 할머니의 ‘두 발로 걸어서 육지로 나가고 싶다’는 소망에서 시작된다. 사연을 접한 신안군에서 안좌도의 두리선착장과 박지도, 박지도와 반월도를 잇는 총 연장 1.46㎞의 나무다리를 놓았다는 것이다. 지자체와 주민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특색 있는 섬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댔고, 당시 섬에 지천으로 피어있던 왕도라지꽃과 꿀풀꽃 등의 자연환경을 살려 섬 전체를 보라색으로 가꾸기 시작했단다.

▼ 바닥에 그려놓은 보라색 선을 따라 바닷가에 이르자 ‘신안갯벌 도립공원’이란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맞다. 이곳 안좌면. 아니 신안군의 갯벌은 지난 달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홈페이지에까지 소개되었을 정도로 유명한 갯벌이다. ‘한국 갯벌은 아주 생산적인 에코시스템’이라며 미네랄이 풍부한 갯벌에 생존하는 미생물들이 해양을 정화하여 많은 철새들의 중요한 중간 기착지가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신안 천일염이 강한 바람과 태양으로 만들어진다’며 천일염에 많은 양의 수분, 칼슘, 칼륨, 마그네슘 등 미네랄이 풍부하다는 호평도 덧붙였다.

▼ 보라색 선은 두리마을 앞 바다에 있는 꼬맹이 섬 ‘단도’까지 이어진다. 2020년 이곳 단도와 반월도를 잇는 ‘문 브릿지((Moon Bridge)’를 놓으면서 이곳에다 매표소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단도와 본섬을 방파제로 연결시켰음은 물론이다. 참! 퍼플섬을 탐방할 때 모자와 선글라스는 필수다. 퍼플교와 해안산책로 등 탐방로에 햇빛을 피할만한 그늘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친절하게도 매표소에서 햇볕을 가릴 수 있는 보랏빛 우산을 빌려 주니 말이다. 팁 하나 더. 보라색 옷이나 모자, 가방, 스카프 또는 머그컵을 소지한 사람은 입장료(3천원)를 면제 받는다. 무료입장 여부를 정하는 보랏빛 물건에 대한 판단은 표를 파는 이의 재량이란다.

▼ 자 이젠 퍼플섬으로 들어가 보자. 먼저 들러볼 섬은 반월도. 안좌면의 단도와 반월도를 잇는 ‘문 브릿지’를 건너면 된다. 이 다리는 ‘퍼플교’로 통하는 세 개의 보랏빛 다리 가운데 맨 마지막으로 놓였다. 총연장은 416m. PE부잔교(313m)에다 콘크리트 부잔교(2기, 20m)와 소형어선 통행을 위한 해상교량(63m)이 복합된 국내 유일한 ‘해상 보행교’이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부잔교(浮棧橋)란 수위에 따라 위아래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다리를 말한다.

▼ 다리 중간에는 쉼터도 만들어 놓았다. ‘느림보의 미학’이랄까? 쉬엄쉬엄 걸으며 주변 경관을 하나도 놓치지 말고 가슴에 담아가라는 배려일 것이다. 그런데 앉아보면 미세한 출렁거림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까지는 없다. 안전이 보장되는 시설이니 그저 짜릿한 쾌감이나 즐기면 될 일이다.

▼ 테이블에 앉으면 또 다른 퍼플교인 ‘소망의 다리’가 한눈에 쏙 들어온다. 반월도와 박지도를 잇는 다리인데, 저 다리를 배경삼아 사진을 찍을 경우 인생샷을 건지는 행운이 주어지기도 한다. 아니 퍼플교는 어딜 가더라도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푸른 바다 위에 놓인 보라색 다리와 그 위의 파란 하늘이 동화 속 세상처럼 신비롭기 때문이다.

▼ 소형어선의 통행을 위해 만들어놓은 ‘해상교량’은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보랏빛에 더해 입체감까지 주어지니 단체사진 찍기에 저만한 곳도 없겠다. 참! ‘문 브릿지’는 평상시에는 해상보행교이다. 하지만 큼지막한 선박이라도 지나갈라치면 다리가 열리는 장관을 연출한단다. 그렇다고 아무 때나 열리지는 않으니 때를 잘 만나야만 그런 이색적인 장면을 눈에 담을 수 있을 것이다.

▼ 출렁다리를 건너면 ‘반월도 선착장’. 이정표 역할까지 겸하고 있는 커다란 표지석이 길손을 반긴다. 반월도(半月島)는 섬의 형태가 사방 어느 곳에서 보더라도 반달 모양으로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런 반월도에는 두 개의 마을이 있다. 선착장이 있는 이곳이 ‘토촌마을’. 또 다른 마을인 ‘반월마을(안마을)’은 해안도로를 따라 2㎞쯤 걸으면 만날 수 있다.

▼ 신안군의 브랜드인 ‘천사 섬(1004)’ 조형물도 보인다. 맞다. 이곳 신안군은 섬을 무려 1,004개나 보유하고 있단다. ’섬 마케팅‘으로 관광자원화 할 정도이니 오죽하겠는가. 참고로 해양수산부는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섬의 숫자를 3,358개(유인도 482개, 무인도 2,876개)라고 발표한바 있다. 그중 전라남도는 무려 65%인 2,165개의 섬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라남도 섬의 절반가량이 신안군 소속인 셈이다.

▼ 섬에 들어서자 보랏빛 세상이 펼쳐진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강렬한 보랏빛인 것이다. ‘토촌마을’의 지붕은 물론이고 도로와 자동차, 화장실, 안내표지, 심지어 쓰레기수거함까지 온통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하긴 이 정도는 되어야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세상은 온통 보랏빛 물결’이더라는 기사를 올릴 수 있지 않겠는가.

▼ 보랏빛의 정점은 ‘재활용품 수거함’이 찍고 있었다. 리사이클(recycle)의 터닝 포인트까지 보랏빛으로 물들었으니 더 이상 할 말이 어디 있겠는가.

▼ 바닷가를 따라 내놓은 해안산책로를 따라 어깨산의 들머리가 있는 ‘마을카페’로 향한다. 산책로의 주변은 꽃밭으로 조성되어 있었다. 라벤더와 루드비키아, 접시꽃, 아스타국화, 자엽안개나무, 팥꽃나무 등 보랏빛의 꽃을 피우는 꽃나무들을 심었다.

▼ 화사하지는 않지만 보랏빛 꽃망울을 열고 있는 나무가 있어 카메라에 담아봤다. ‘우애’라는 꽃말을 갖고 있는 라일락인 것 같은데 맞는지는 모르겠다.

▼ 보랏빛 꽃밭을 기웃거리며 잠시 걷자 Purple Island ‘반월도 카페’가 잠시 쉬어가라며 손짓한다. 맛있는 커피와 간식을 사 먹을 수 있는 카페(현재는 양심 무인카페 운영 중)로 마을 주민이 운영하고 있다는데 안으로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아무튼 그 옆에는 보라색 공중전화 부스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네모난 공중전화 대신 자그마한 벽걸이 다이얼 전화가 걸려 있어 이국적이란 느낌이 들었다.

▼ ‘반월도 카페’로 다가가자 거대한 보라색 반달이 반긴다. 어린 왕자와 사막여우가 보라색 반달 위에 앉아 건너편 박지도를 바라보고 있는 조형물이다. 이곳은 소문난 포토죤이기도 하다. 차례를 기다리는 줄이 제법 기니 눈치껏 찍고 빨리 자리를 비워주는 게 좋다.

▼ 반월도와 박지도는 자전거를 타고 섬을 돌아 볼 수도 있다. 아니 자전거 이용을 적극 권해본다. 박지도와 반월도의 둘레길이 각각 4.2km, 5.7km나 되므로 하루 만에 두 섬을 걸어서 구경하는 게 힘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요금은 1시간 당 5천원(청소년 3천원). 자전거 대여소에서 빌리면 된다.

▼ 어깨산 등산로는 ‘마을카페’와 ‘자전거대여소’ 사이에 있다. 들머리에 이정표(딸당 0.5㎞, 어깨산 정상 0.9㎞/ 박지도 1.5㎞)가 세워져 있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정표에는 ‘대덕산(큰재)’란 지명까지 적혀있었다. 봉우리 따먹기나 하는 사람들이 찾는 봉우리인데 1.3km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단다.

▼ 들머리에는 어깨산등산로 안내판도 세워놓았다. 이곳을 출발해 정상과 절골재를 거친 다음 안마을로 내려오는 1.8㎞ 길이의 코스가 상세하게 그려져 있다. 그런데 반월도의 또 다른 산봉우리인 ‘대덕산’은 누락되어 있다. 일부러 찾아볼 필요까지는 없다는 신호가 아닐까 싶다.

▼ 50m쯤 들어가 산자락에 부딪힌 등산로는 오른편으로 방향을 튼다. 꺾이는 지점에 세워진 이정표를 참조하면 된다. 이어서 50m 남짓 더 가자 이번에는 길이 둘로 나뉜다. 그런데 왼편(첨부된 사진의 무덤 방향). 그러니까 산자락으로 파고드는 길이 더 또렷하니 문제다. 옳다구나 하고 산자락으로 들어선 우리 부부는 죽도록 고생만 하고 되돌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희미해지더니 나중에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게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 삼거리로 되돌아 나오니 샛별산악회(광주광역시 소재)에서 매달아놓은 리본에 ‘등산로 없음’이란 글씨가 보인다. 아까는 왜 눈에 띄지 않았는지 모른다. 이후부터는 한눈팔지 않고 널찍한 임도를 따르기로 했다.

▼ 산을 오르는데 오른편으로 시야가 열리면서 이색적인 풍광이 눈앞에 펼쳐진다. 보라색으로 물든 아름다운 다리가 바다 위에 놓여있는가 하면, 주민들이 사는 동네 지붕도 하나같이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 등산로는 한마디로 잘 다듬어져 있다. 널찍한데다 조금이라도 가파르다싶으면 어김없이 자연석으로 계단을 쌓았다. 그렇게 0.5㎞쯤 오르자 ‘딸당’이다. 반월도 할아버지당의 딸을 모신 제당이라는데 기품 있는 동백나무 두 그루 앞에 제단이 있다.

▼ 몇 걸음 더 걷자 이번에는 ‘돌탑공원’이 나온다. 이 돌탑들은 반월도 출신 장상순(69세) 님께서 2016년 봄부터 건강을 기원하며 틈틈이 시간을 내어 정성스레 쌓아 올린 것들이라고 한다.

▼ 정상에 가까워졌는데도 길은 여전히 널따랗다. 아니 오히려 더 넓어진 듯하다. 그만큼 정성들여 가꾼 결과가 아닐까 싶다.

▼ 돌탑공원에서 10분 남짓 더 오르면 반월도 최고봉인 ‘어깨산(210m)’의 정상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40분. 트레킹을 시작한지는 1시간 10분 만이다. 정상은 헬기장처럼 넓다. 쉬어가라는 듯 벤치도 놓여있다. 하지만 정상석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 흔한 선답자의 ‘표지기’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저 ‘어깨산 정상’이라는 이름표를 단 이정표가 이 모든 것을 대신할 뿐이다. 참고로 어깨산이란 지명은 산의 지형이 사람의 어깨와 같이 생겼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한자어로는 견산(肩山)이 된다.

▼ 반대편 급경사지대를 잠시 내려가자 만호정(萬戶亭)에 닿는다. 봉수대가 들어앉기 딱 좋은 곳에 우뚝 솟은 팔각정이다.

▼ 정자의 옆에는 수직의 바위절벽인 ‘만호바위(萬戶岩)’가 있다. 바위에서 바라보면 일만 가구가 보인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단다. 그만큼 시야가 넓게 터진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난간으로 나가자 다도해의 풍광이 널찍하게 펼쳐진다. 이제는 본섬(안좌도)이 되어버린 ‘우목도’는 물론이고. 도초도와 비금도, 사치도 수치도 등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그렇다면 저 섬들에 일만 호가 살고 있다는 얘기일까?

▼ 이후의 산길은 고운 편이다. 널찍한 것은 기본. 거기다 경사까지 없으니 콧노래라도 부르기에 딱 좋은 구간이라 하겠다. 그렇게 10분 정도를 걷자 울창한 대나무 숲속에 감추어진 ‘절골재(이정표 #1 : 안마을← 0.5㎞/ 달바위→/ 만호바위↓ 0.4㎞ 이정표 #2 : 대덕산→)’가 나온다. 삼거리인 이곳에서 안마을은 왼편이다. 오른편은 물론 대덕산. 30분 정도 크게 한 바퀴 도는 원점회귀 코스다.

▼ 봉 따먹기에 관심이 없는 우리 부부의 발걸음은 안마을로 향했다. 이어서 원시림을 연상시키는 울창한 숲길을 통과하자 널찍한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정상에서 내려선지 35분 만에 안마을에 이른 것이다. 마을 앞바다에 떠 있는 작고 귀여운 섬은 ‘노루섬’이라고 한다. 한자로 장도(獐島)로 표기되기도 한다.

▼ ‘반월 새벽교회’ 앞에서 길은 둘로 나뉜다. 양쪽 모두 섬 일주도로지만 우리는 조금이라도 덜 걸어도 되는 왼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몇 걸음 더 걷지 않아 ‘당숲’에 이르렀다. 주민들이 마을의 평안과 풍어를 기원하던 숲이다. 참! 반대편으로 가면 ‘반월마을’이 나오는데, 섬 주민들이 ‘마을 식당’을 운영한다니 시간이 나면 한번쯤 들러볼 일이다. 마을에서 나는 재료로 밥상을 차리는데 제철 재료로 만들기 때문에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단다.

▼ 도로변에 있는 이 ‘당숲’은 제14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을 받기도 했다. 300년 된 팽나무와 동백, 후박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데, 매년 정월 대보름날이면 마을 주민들이 이곳에 모여 마을의 평안과 풍어를 기원하며 제를 지낸다 한다.

▼ 반월마을은 ‘인동 장씨(仁同 張氏)’가 모여 사는 집성촌이라고 한다. 시조 금용 할아버지로부터 시작된 인동 장씨의 반월도 정착은 400여 년 전 경북 인동에서 금용(金用) 시조의 23대손으로 태어난 할아버지의 입주로 시작됐다고 전해진다. 그래선지 당숲 근처에 그네들의 제각(祭閣)이 떡하니 들어서 있었다. 마을 뒷산이 그네들의 세장산(世葬山)임을 알리는 커다란 빗돌도 세 개나 세워놓았다.

▼ 이제 탐방로는 해안산책로를 따른다. 이곳 반월도나 박지도는 섬 둘레에 아름다운 바다를 낀 해안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걷거나 또는 자전거를 빌려서 돌아볼 수 있다. 또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산책로를 따라 산행을 즐길 수도 있다.

▼ 다음은 ‘소망의 다리’를 건너볼 차례이다. 아까 어깨산을 오를 때 들머리로 삼았던 ‘마을카페’ 앞에서 시작되는데, 평생을 박지마을에서 살아온 김매금 할머니의 ‘걸어서 섬을 건너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담아 만든 다리라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반월도와 박지도를 잇는 이 나무다리의 길이는 915m. 물론 차량 통행이 불가능한 보행자 전용의 다리이다.

▼ 다리가 길어서인지 중간 두어 곳에 쉼터를 만들어 놓았다. 아니 ‘슬로시티’는 아니지만 너무 서둘지 말고 쉬엄쉬엄 걸으면서 아름다운 주변 경관을 가슴에 담아보라는 배려일지도 모르겠다. 참! 다리가 처음 개통되었을 때만해도 이 다리는 디자인이 다소 밋밋했다고 한다. 하지만 컬러 마케팅을 거쳐 보라색 옷으로 갈아입은 후로는 반월도·박지도의 랜드 마크가 됐다.

▼ 다리를 건너는데 물 빠진 갯벌에 ‘노두길’ 하나가 살포기 그 자태를 드러낸다. 애틋한 사랑 얘기가 스며있는 ‘중(스님) 노두길’이다. 옛날 박지도 산속에 조그마한 암자가 있었고 반월도 뒷산에도 아담한 암자가 하나 있었다고 한다. 박지도 암자에는 젊은 비구니 스님 한 분이, 반월도 암자에는 비구 스님 한 분이 살았다. 얼굴을 본적은 없지만 서로를 그리워하던 스님과 비구니는 썰물 때면 돌무더기를 바다에 쌓아 징검다리를 만들면서 두 섬을 이으려 했다. 수년이 지난 후 마침내 두 사람은 바다 한 가운데 돌무더기에서 서로 만나 얼싸 안았지만 그만 밀물이 들어와 두 사람을 삼켜버리고 말았단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들이 쌓아올린 노둣길은 아직까지 남아 슬픈 사랑의 얘기를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 고개라도 돌릴라치면 이번에는 아까 반월도로 건너올 때 이용했던 ‘문 브릿지’가 성큼 다가온다. 수위에 따라 위아래로 움직이는 PE부잔교이나 해상교량을 만들어 놓아 소형 어선이 지나다닐 수도 있도록 했다.

▼ 박지도에 가까워지자 선착장 근처의 편의시설들이 눈에 들어온다. 화장실 말고도 술까지 파는 휴게실이 들어서 있어 나처럼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쉬어가기에 딱 좋은 곳이다.

▼ 생각보다 긴 다리를 건너 두 번째 섬인 ‘박지도(朴只島)’에 다다랐다. 박지도는 박 씨가 처음 들어와 살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러나 1700년께 ‘김해 김씨’가 이주 정착해 마을이 형성됐다는 구전도 전해진다. 섬의 지형이 박 모양이라 하여 ‘바기섬’ 또는 ‘배기섬’이 되었다는 설에 믿음이 가는 이유이다. ‘범죄 없는 마을’임을 자랑하는 빗돌도 보인다. 하긴 도망갈 수도 없는 곳에서 죄를 지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 선착장에 세워놓은 커다란 조형물이 시선을 끈다. 박지도를 상징하는 조형물인데, 반으로 갈라놓은 조롱박에서 샘물이 흘러나오는 모양새다. 이 조형물 앞은 관광객들로 항상 붐빈다. 퍼플섬을 찾은 탐방객들이 인증샷을 찍는 필수 코스로 통하기 때문이다.

▼ 섬은 걷지 않고도 둘러볼 수 있다. 3천원만 지불하면 전동 셔틀이 섬을 한 바퀴 돌아준다. 친환경 전기차를 타고서 섬 이곳저곳의 풍경과 섬사람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은 섬 여행의 또 다른 재미가 분명하다.

▼ 박지도에서의 첫 일정은 당산(堂山)을 오르는 것이다. 등산로는 마을표지석 뒤쪽에서 열린다.

▼ 들머리에 섬길(둘레길) 및 산책로를 그려 넣은 ‘안내판’이 세워져있으니 산을 오르기 전에 한번쯤 꼭 살펴볼 일이다. 당산 등산로(산이 낮아서인지 산책로라는 표현을 쓰고 있었다)에다 둘레길의 절반씩을 끼워 넣은 2개의 코스에다 섬을 일주하는 코스 등 3개의 코스로 나누었다.

▼ 왼편은 2.1㎞ 길이의 ‘박지도 둘레길이다. 이따가 산행을 마치고 나서 저 길을 따라 이곳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 산으로 오르다가 뒤돌아본 풍경은 가히 일품이다. 박지도에서 안좌도의 두리매표소를 잇는 퍼플교와 바다의 풍경이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 왼편으로는 또 다른 퍼플교인 박지도와 반월도를 잇는 다리가 길게 놓여있다. 조형미를 가미한 오른편 다리와는 달리 일직선으로 뻗어나가는데, 끝이 보이지 않는 탓에 더 길게 느껴진다.

▼ 잠시 후 산책로는 울창한 숲속으로 파고든다. 원시의 숲을 걷는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숲이 우거져 있다. 안내판은 이 나무들을 ‘사스피레(구정풀)’로 적고 있었다. 보통 꽃다발의 바닥나무로 이용되는데 마을에서 보호수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단다.

▼ 산행을 시작한지 15분 만에 박지당산(130m)의 정상에 올라섰다. 산꼭대기에 당(堂)이 있었다고 해서 ‘당산’이란 이름의 붙여졌는데, 주민들은 매년 정월 대보름날 마을의 안녕과 질병퇴치를 위해 흠 없는 송아지의 각을 떠서 당제를 지내왔다고 한다. 외지의 등산객들이 다른 곳의 당산과 구분하기 위해 섬의 이름을 앞에 붙여 ‘박지당산’이라 부르기 시작한 것이 이젠 본명으로 굳어져버렸다.

▼ 정상은 자그마한 언덕 같은 암반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반월도의 어깨산을 바라보고 앉아 기(氣)를 받으면 만사형통 한다는 ‘기바위’이다. 그렇다면 사실 여부는 제켜놓고라도 일단은 앉고 볼 일이다. 설사 기를 못 받는다고 뭐가 문제겠는가. 잠시나마 쉬었으니 하산길이 편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 올라온 반대편. 그러니까 ‘900년의 우물(우실샘)’ 이정표를 따라 5분 정도 내려가면 울창한 상록수 숲속에 들어앉은 우물을 만날 수 있다. 900년이나 묵었다는 ‘우실샘’인데, 세월의 사실여부는 확인할 수 없고 그저 크기가 약수터 수준이라는 정도. 바가지까지 놓여있지만 고인 물이라서 썩 내키지는 않는다. 참! 이정표는 아직도 ‘우실샘’이라 적고 있었다. 위에 있는 암자터와 연계해 ‘사랑샘’으로 이름을 바꾼다는 기사가 있었는데, 아직도 계획단계에 머물고 있는 모양이다. 젊은 연인들이 선한 천사의 마음으로 다리를 건너와 중노두를 함께 걸으면서 사랑을 확인해보는 일정. 이 얼마나 가슴 설레는 콘셉트인가. 하루빨리 계획대로 되었으면 좋겠다.

▼ 정상으로 되돌아가 ‘박지당’으로 향한다. 갈림길(이정표 : 정상← 70m/ 박지당↑ 180m/ 우실샘↓ 150m)에 ‘당산 안내도’가 세워져 있으니 참조하면 되겠다. 지도를 보면 ‘암자 터’란 지명이 눈에 띈다. 옛날 박지도와 반월도의 사이에 노두길을 놓았다는 스님. 즉 애틋한 사람의 전설을 만들었던 비구니 스님이 머물던 암자의 터일지도 모르겠다.

▼ 몇 걸음 더 걷자 또 다른 삼거리(이정표 : 해안산책로↑ 0.9㎞/ 박지당← 50m/ 우실샘↓ 350m). 고민할 필요도 없이 왼편으로 들어서자 빙 둘러서 돌담을 쌓아놓은 널따란 공터가 나온다. 안내판은 이곳을 ‘박지제당(朴只祭堂)’으로 적고 있었다. 매년 정월 대보름날 마을의 안녕을 위해 당제를 지내오던 곳이란다. 하지만 지금은 중단되었다는 사실도 적었다.

▼ 박지마을로 내려가는 길 또한 울창한 상록수림 지대다. 등산로를 정비하면서 심은 듯한 굵지 않은 측백나무 숲길도 지난다. 그렇게 10분쯤 내려서자 ‘바람의 언덕’이 반긴다. 바다 쪽으로 시야가 툭 터지는 언덕인지라 바람이 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지명의 유래가 아닐까 싶다.

▼ 언덕의 꼭대기에는 ‘바람의 언덕’이란 조형물과 함께 쉼터를 만들어 놓았다. 사진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예쁜 보랏빛의 공중전화 박스도 세워져 있었다. 당장이라도 누군가에게 전화를 해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이다.

▼ 언덕 너머에는 박지마을이 들어앉았다. 아까도 얘기했듯이 반월도와 박지도의 주민들은 각기 ‘마을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박지마을은 ‘마을호텔(성수기 4인실 6만원, 8인실 12만원)’까지 준비되어 있다니 참조하면 되겠다.

▼ 바람의 언덕에는 ‘라벤더 정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상당히 큰 규모의 라벤더 꽃밭이다.

▼ 그러나 퍼플섬에 어울리는 보랏빛 꽃 라벤더는 구경할 수 없었다. 6~7월이나 되어야 꽃을 피우기 때문에 철모르고 피어난 꽃들이 듬성듬성 보일 따름이다. ‘풍부한 향기’라는 꽃말처럼 향수나 화장품의 재료로 사용될 정도로 향기가 좋다는데 아쉬운 일이라 하겠다. 참! 라벤더(lavender)에는 ‘정절, 기대, 대답해주세요’와 같은 또 다른 꽃말도 있다는 걸 기억해 두자.

▼ 자그만 웅덩이까지도 관광 자원화 했다. 이름 하여 ‘생태 둠벙’. 농사를 짓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웅덩이란 얘기일 것이다. 이게 또 다양한 생물의 터전이 된다는 의미에서 ‘생태’라는 단어를 덧붙였을 게고 말이다.

▼ 박지마을에서 퍼플교로 가는 길은 두 갈래다. 해안산책로와 숲 산책로 어느 곳을 택하든 1.4㎞ 거리다. 일단 해안산책로를 따라 걷고 본다. 이때 길 오른편으로 광활한 갯벌이 끝 간 데 없이 펼쳐진다. 그런데 아까 반월도에 들어올 때 보다 바닷물이 훨씬 더 빠져나갔다. 밀물 때 가득 차있던 바다가 썰물 때가 되자 통째로 사라지면서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게 꼭 인생을 보는 것 같다. 우리네 삶도 저렇게 비움과 채움이 반복되는 과정이 아니겠는가.

▼ 잠시 후 ‘숲 산책로’로 옮겨 걸었다. 정성들여 닦아놓은 길이 고운데다가 햇빛까지 가려주는 숲길을 놓아두고 일부러 해안산책로를 걸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 숲 산책로 중간에서 ‘혹이 붙은 이당나무(예덕나무)’를 만났다. 좀 색다른 모습의 꽃을 피우는 낙엽소교목인데, 나무줄기가 온통 혹으로 뒤덮여 있는 것이다.

▼ 박지도까지 모두 둘러봤다면 이젠 출발지인 안좌도(두리선착장)로 되돌아갈 차례이다. 이때도 역시 퍼플교를 이용하면 된다. 두리마을과 박지도를 잇는 이 다리의 길이는 547m. 아까 건너왔던 다리. 즉 반월도를 잇는 또 다른 퍼플교와 함께 2008년에 완공됐다.

▼ 이 다리는 아까 박지도로 들어올 때 건너왔던 다리와는 또 다른 외모를 지냈다. 다리 중간에 너른 공간을 만들어 쉼터를 배치했던 아까와는 달리 이번에는 양 옆으로 길게 다리를 놓은 다음 그 끄트머리에다 쉼터를 만들어놓은 것이다. 이런 곳에서는 그냥 앞만 보고 내달릴 일은 아니다. 쉬엄쉬엄 걷다가 목교 아래도 한번쯤 내려다보라는 얘기이다. 다리 아래로 펼쳐진 비옥한 갯벌에서 맘 놓고 뛰어다니는 짱뚱어와 안좌도의 특산물이라는 감태를 눈에 담을 수 있을 것이다.

▼ 어떤 이들은 퍼플교를 ‘천사의 다리’라 부르기도 한다. 천사의 마음으로 이 다리를 건너란 뜻도 되고 이 다리를 건너면 천사가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된다면서 말이다.

▼ 다리 건너 ‘두리매표소’에는 퍼플교의 역사를 알려주는 공간이 만들어져 있었다. 안좌·반월·박지도의 역사와 함께 퍼플교의 설치 배경을 적었다. 또한 과거와 현재의 사진을 나란히 게시함으로써 눈으로 직접 대비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참! 관광객들 사이에는 보라색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기념품 가게를 겸한 매표소에서 파는 상품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은 상품이 자수를 넣은 보라색 티셔츠(2만원)라더니 사실이었던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