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大島)

 

여행일 : ‘21. 2. 21(일)

소재지 : 경상남도 하동군 금남면 대도리

트레킹 코스 : 선착장→대도마을→범선전망대→금모래펜션→이순신공원→대도스톤헨지→워터파크→농섬인도교→스타우드리조트→연도교→선착장(소요시간 : 2시간)

 

함께한 사람들 : 청마산악회

 

특징 : 하동(금남면)의 노량항에서 뱃길로 20분 거리(4km)에 있는 대도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격전지인 노량해협의 한복판에 위치한 섬으로 0.32㎢의 본섬과 크고 작은 부속섬 6개로 이루어져 있다. 이 섬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1690년. 남해도에서 고기잡이를 하며 살던 부부가 입도하면서부터라고 한다. 덕분에 하동군 유일의 유인도가 되었는데, 그들의 후손이 늘어나면서 마을을 이뤄 ‘장수 이씨’ 집성촌이 되었단다. 주변 바다가 섬과 뭍으로 둘러싸여 태풍 등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했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다 해산물까지 풍부하다니 이보다 더 나은 삶의 현장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하지만 우리 같은 여행자들에겐 너무 작은 섬일 수도 있다. 유인도이긴 하지만 고작 20만 평도 되지 않아 한 바퀴 둘러보는데 2시간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여기저기 덧칠을 많이 했다. 대도스톤헨지(명상의 언덕), 이순신공원, 곰솔전망대, 농섬인도교 등의 볼거리들을 곳곳에 들어앉혀 투어시간을 꽤나 늘려놓은 것이다. 스타우드리조트나 해양펜션 같은 멋진 숙박시설들도 여럿 있으니 하루쯤 묵어갈 수도 있겠다.

 

▼ 찾아오는 방법

대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일단 ‘노량항(하동군 금남면 노량리)’까지 와야만 한다. 대도를 왕복하는 여객선이 이곳 ‘노량 선착장’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남해고속도로(순천-부산)의 하동 IC에서 빠져나와 19번 국도를 타고 남해방면으로 내려오다 금남교차로(하동군 금남면 송문리)에서 빠져나오면 ‘노량항(露梁港)’이 코앞이다. 하동과 남해도 사이의 거친 바다에서 이슬방울(露) 같은 작은 배가 바다를 건너는 다리(梁) 노릇을 했다는 뜻을 지닌 마을이다. 정확한 지명은 원래의 노량, 즉 구노량과 대비되는 ‘신노량’이다. 구노량에 비해 항만시설도 클 뿐만 아니라, 면사무소와 우체국, 파출소, 수협 등의 공공기관이 모두 이곳에 모여 있다. 참고로 구노량에는 '한려 나루터'가 있다. 대가야시대부터 어선의 기항지였고, 문모라성(남해군)으로 들어가는 도선장이며 일본과 교역한 최대 무역항이자 국제항이었다고 한다.

▼ 이곳 노량항과 대도를 오가는 차도선(車渡船) ‘대도 아일랜드호’이다. 정박지인 대도에서 30분 전에 출발하여 노량항에서 손님을 태운 다음 대도로 되돌아가는 형태로 운영되는데, 매일 오전 7시에서 오후 6시까지 하루 6회 노량항을 출발한다. 하지만 우리 일행에게는 그림의 떡이 되고 말았다. 정원보다 한참이나 줄여 태우라는 군청의 코로나19 방역지침에 크게 어긋나는 인원이라서 태워다 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 무슨 해괴한 일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엊그제 예약을 위해 전화를 했을 때 미리 알려 주었어야 하지 않았겠는가. 무슨 일을 하던 그에 합당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 ‘구하라 그리하면 얻을 것이다.’는 성경 말씀처럼 각고 끝에 낚싯배를 이용하여 섬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찾아냈다. 낚싯배의 정원은 7명. 섬까지 왕복하는 데는 25분이 걸린다. 섬에 도착한 팀을 둘로 쪼개기만 한다면 코로나 방역지침에도 딱 맞는 섬 투어가 되는 것이다. 다만 첫 팀과 마지막으로 들어가는 팀의 간격이 2시간을 훌쩍 넘긴다는 것은 큰 흠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금상첨화’는 못되어도 ‘궁여지책’은 되지 않겠는가.

▼ 승선 차례를 기다리다 항구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다. 노량항의 방파제에는 빨강과 하양 말고도 노란색 등대가 하나 더 있었다. 빨강등대는 배가 항구로 들어올 때 항로의 오른쪽에 설치돼 항구가 왼쪽에 있음을 알린다. 하양등대는 그 반대다. 그에 반해 노랑등대는 ‘접근 금지’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니 이 근처의 수심이 낮거나 아니면 암초가 많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건 그렇고 방파제에는 꽤나 많은 낚시꾼들이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다. 매년 가을 이곳 노량항에서는 ‘참숭어 축제’가 열린다고 했다. 부두의 조형물도 역시 숭어다. 그러니 저들 또한 숭어를 낚고 있을 게 분명하다.

▼ 항구의 끄트머리에서는 아주 작은 섬 하나를 만났다. 썰물이면 육지와 연결되는 ‘학섬’이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학(鶴)처럼 생겼다고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항구 뒷산인 연대봉 자락과 연결하면 이 섬이 학의 머리에 해당한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주장한다. 참! 학섬의 뒤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섬이 잠시 후에 들어가게 될 ‘대도’이다.

▼ 학섬의 명물인 ‘코뿔소바위’를 줌으로 땅겨봤다. 주민들은 중앙에 뻥 뚫린 구멍을 ‘돌개구멍’이라 부른단다. 하지만 저 바위는 주민들보다 사진작가들로부터 더 사랑받는다고 한다. 저 구멍 속에다 황금빛 석양을 집어넣으면 기막힌 작품사진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하나 더. 음력 2일과 3일에는 보너스로 초승달까지 담을 수 있다니 한번쯤 때를 맞춰볼 일이다.

▼ 배가 출발하면 가장 먼저 노량대교가 눈에 들어온다. 2018년 개통한 노량대교는 세계 최초로 기울어진 교각과 3차원 케이블이란 기술을 적용해 만들었다고 한다. 그 뒤에 보이는 남해대교가 어느 정도 일본 기술과 자재를 활용했다면 46년 뒤에 지은 노량대교는 순수 국내 기술로 건설됐단다. 참고로 1973년에 준공한 남해대교는 당시 국내 최초의 현수교이자 동양에서 가장 긴 현수교였다.

▼ 대도에 가까워지자 바다 위에 떠있는 커다란 시설물이 나타난다. 참숭어 양식장이 아닐까 싶다. 녹차 먹인 참숭어가 대도의 특산품으로 꼽힌다니 말이다. 참숭어는 백질과 기능성 성분인 EPA·DHA 등을 다량 함유해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겨울철 별미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곳 대도에서 기른 참숭어는 노량해협의 거센 조류에서 녹차 사료를 먹고 자란 탓에 육질이 단단하고 쫄깃해서 최고의 횟감으로 쳐준다고 한다.

▼ 너른 바다 곳곳에는 낚시용 무동력선이 터를 잡았다. ‘해상콘도’라고도 불린다는데 하나같이 화장실까지 갖춘 방갈로 형이다. 저 정도면 수상 방갈로의 탄생지인 ‘타히티’의 것만은 못하겠지만 낚시 겸해서 하룻밤 머물다가기에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타이티 방갈로의 특징이 룸 내부에서 라군(lagoon)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이곳은 다도해의 푸른 바다에다 손맛까지 더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선지 낚시꾼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명물이 된 지 오래라고 한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숙식을 하며 낚시를 하는 색다른 경험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 노량항을 출발한지 15분 만에 ‘대도(大島)’에 도착했다. ‘큰 섬’이라는 지명에 걸맞지 않게 작고 앙증맞은 섬인데, 저지난해 말 방영된 KBS-1TV '6시 내 고향'의 ‘섬섬옥수’ 코너가 세간의 주목을 받는데 한몫했단다. 참고로 대도는 한 무리의 섬 가운데 가장 크다고 해서 ‘큰섬’으로 불린다. 남북으로 길게 띠처럼 이어졌다고 해서 옛날에는 ‘띠섬’으로 불리었다고 한다. 또한 노량항에서 바라보면 섬이라기보다 차라리 바다 건너의 육지처럼 커 보인다는 데서 연유된 지명이라는 설도 있으니 참조한다.

▼ 대도의 남쪽 맨 끝에다 만들어놓은 선착장은 부잔교(浮棧橋)를 이용했다. 이곳 노량해협의 조수간만 차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일 것이다. 안내판은 이 선착장을 ‘피셔리나항’이라 적고 있었다. 피셔리나(fisherina)란 기존 어항에 레저, 레크리에이션 공간 등 어촌관광 기반 시설을 갖춘 다기능 어항을 말한다. 요트, 모터보트 등의 선박을 위한 항구인 마리나(marina)를 약간 줄여놓았다고 보면 되겠다.

▼ 배에서 내리면 선착장 앞에 있는 빨간 풍차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네덜란드에서나 볼 법한 풍경이지만 어엿한 절간이다. 반야용선이라는 배에다 법당을 차려 산사순례와 방생으로 인기를 모았던 동운 스님이 대도섬을 살리기 위해 토지와 건물을 매입하여 지은 어엿한 사찰이기 때문이다. 지은 목적이 목적인지라 2층에 법당을 두고 1층에서는 카페 겸 식당을 운영하고 있단다.

▼ 선착장에는 ‘대도섬 안내도’가 세워져 있었다. 대도는 넓이라고 해봐야 고작 0.32㎢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해안선의 길이도 5㎞ 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섬을 둘러보는 데는 한 가지 방법 밖에 없다. 섬의 양 끝을 연결시키는 방법이 동쪽 해안(서쪽 해안은 절벽이다)과 섬의 한가운데를 잇는 구릉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방향을 오른쪽이나 왼쪽 가운데 하나를 골라 걷기만 하면 된다.

▼ 부둣가에는 ‘쌈지공원’도 조성되어 있다. 이곳이 섬이라는 것을 나타내려는 듯 돛단배를 대표 조형물로 삼았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어색하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어째서일까? 대도가 바로 파라다이스인데도 불구하고 또 다른 이상향이라도 찾으려는 듯이 먼 곳을 응시하고 있는 남자상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부가 아닌 검객 차림을 한 것이며, 돛 아래에 만들어놓은 남근도 썩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 이곳에서 출토된 것인지는 몰라도 나무 화석인 ‘목화석(木化石)’도 전시되어 있었다. 지층에 묻힌 나무줄기에 물에 녹은 이산화규소가 외부로부터 스며들어 나무의 형태 그대로 굳어져 화석화된 돌이다

▼ 대도마을로 들어가면서 트레킹이 시작된다. 바닷가에 축대를 쌓아 널찍하니 길은 냈는가 하면 반대편 산자락은 꽃밭으로 만들었다. 펜더와 인어공주 등 수많은 조형물들이 일렬로 서서 탐방객들을 반기는 모양새이다.

▼ ‘대도 파라다이스’라는 글자 조형물도 보인다. 이곳 대도가 걱정이나 근심이 없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곳이라는 얘기일 것이다. 자기가 살고 있는 곳이 바로 ‘파라다이스’라고 자부하는 이들이 얼른 보고 싶어진다. 행복이 저 너머에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을 말이다.

▼ 잠시 후 ‘큰 동네’라 불리는 대도마을에 이른다. 동쪽 해안의 중간쯤에 형성되어 있는 마을은 얼핏 계단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바닷가 도로변이 일층. 그 뒤의 집들은 층을 달리해가며 위로 올라간다. 또 하나. 대도의 주택 역시 마당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해안길은 마을 공동의 마당이 된다. 섬마을의 일반적인 특징이라 하겠다. 여느 섬들과 다른 점도 있다. 눈에 들어오는 집들이 하나같이 깔끔하다는 것이다. ‘파라다이스’라는 칭호에 어울리게 잘 사는 마을인가 보다. 하긴 육지와 가까운 덕에 이미 오래 전부터 수중파이프로 전기와 상수도를 들여왔다니 이를 말이겠는가.

▼ 마을 앞에는 파라솔을 쳐둔 쉼터가 있었다. 목재로 바닥을 깔고 그 위에 파라솔을 씌웠다. 식탁을 겸할 수 있는 벤치를 놓아두었음은 물론이다. 커다란 화분을 빙 둘러놓아 멋까지 더했는데, ‘장수이씨 집성촌’이라는 부제를 단 ‘대도마을’ 표지석은 이 쉼터의 앞에 세워놓았다. 그런데 표지석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저 아름다운 여인은 누구일까?

▼ 종합안내판이 세워져 있어 카메라에 담아봤다. 조감도를 그린 다음 그 위에다 관광시설과 숙박시설, 그리고 편의시설들을 일일이 표시해놓았다. 각 시설의 연락처도 빼놓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 조그만 공간이라도 더 만들어내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바다에다 원형의 기둥을 세운 다음 나무로 바닥을 만들고 그 위에 파라솔을 설치했다. 가장자리는 철제 난간을 둘러 떨어지는 것을 방지했고, 파라솔 안에는 식탁을 겸할 수 있는 벤치를 놓아두었다. 그 오른편으로는 남해대교가 그림처럼 나타난다. 다리 앞에 위치한 작은 섬(대·소왜도가 아닐까 싶다)이 남해대교를 반으로 갈라놓은 모양새이다.

▼ 모퉁이를 돌아서자 또 다른 포구가 나타난다. ‘우럭개’로 불리는 작은 동네이다. 이 마을의 포구 앞에는 주지섬과 둥글섬이 떠있다. 그보다 위쪽에는 조각섬과 넓은섬도 있다. 이렇듯 대도 앞바다는 올망졸망 좁은 바다 위에 여러 개의 섬이 수놓아져 있는 해역이다. 그래서 대도를 둘러싼 바다는 웬만한 폭풍주의보에도 잔잔함을 잃지 않는다고 한다. 바다 안에 갇힌 호수인 셈이다.

▼ 두 번째 포구를 지나자 매립공사가 한창인데 그 옆에는 아까 섬으로 들어오면서 보았던 낚시용 방갈로가 떠있다. 하긴 물고기들의 놀이터로 소문난 곳인데 그런 포인트를 놓칠 낚시꾼들이 어디 있겠는가. 맞다. 대도 앞바다는 겨울부터 봄까지는 노래미와 도다리, 여름에는 농어, 가을에는 돔, 돌문어 등 계절마다 다양한 어종이 낚시꾼들의 손맛을 즐겁게 해준단다. 거기다 회맛까지 뛰어나다고 한다. 빠른 물의 흐름 때문에 생선의 육질이 단단해졌기 때문이다.

▼ 탐방로는 이제 해안선을 벗어나 언덕으로 올라선다. 이때 가로수용으로 심어놓은 매화나무가 눈길을 끈다. 아니 꽃망울을 활짝 연 매화꽃송이가 코로나로 얼어붙었던 내 마음을 녹여주었다고 보는 게 더 옳겠다. 매화는 옛 선비들이 글공부를 하다가 여유시간에 즐겨 그린 꽃이다. 찬 서리와 눈을 의식하지 않고 꼿꼿이 언 땅에서도 때가 되면 어김없이 꽃을 피워 기품 있는 향기를 풍겨주기 때문이다.

▼ 섬의 끄트머리에 있는 언덕으로 오르자 ‘범선전망대’가 나온다. 하동의 진산인 금오산이 한눈에 쏙 들어오는 언덕 위에 범선 한 척이 올라앉은 모양새이다. 내부에는 식탁용 벤치를 놓아 쉼터를 겸하도록 했고, 사방에는 망원경을 배치해 전망대의 기능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켰다.

▼ 배는 한쪽 팔을 잃고 ‘후크’를 팔에 낀 ‘후크선장’이 지키고 있었다. 그는 ‘제임스 메튜 배리(James Matthew Barrie)’가 쓴 희곡 ‘피터 팬 : 자라지 않는 소년’과 소설 ‘피터와 웬디’에 나오는 등장인물이다. 그는 또 주인공 ‘피터팬’을 괴롭히는 악랄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런 인물이 지키고 있다면 이 배의 안전성은 이미 보장되었다고 보면 되겠다.

▼ 전망대는 눈터지는 조망을 자랑한다. 시야를 가로막는 게 없어 대도의 주변 풍경이 일목요연하게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대도는 7개의 부속 섬(넓은섬·조각섬·둥글섬·주지섬·장도·농섬·밴월도)들이 떠다니는 아름다운 바다를 끼고 있다. 작은 섬들이 떠다는 예쁜 바다지만 유독 더 눈길이 가는 곳은 단연 노량 앞바다이다. 저 너머로 보이는 남해도의 어디쯤엔가 충무공 유적지인 관음포가 있을 것이다. 이 바다가 바로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해전지이니 말이다. 200여 척의 적군을 침몰시키고 마지막 한 척의 배까지 모두 침몰시키려다 근접 전투에서 유탄을 맞아 죽음을 맞이했던 전장이다.

▼ 전망대 근처에는 ‘파고라’도 세워져 있었다. 여름에 찾아오는 탐방객들을 위한 배려일 것이다. 거기다 식수대까지 갖추었으니 이보다 더한 배려가 어디 있을까 싶다.

▼ 이젠 본격적인 투어에 나설 차례이다. 섬은 한마디 잘 꾸며져 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산책로라 하겠다. 특히 남북으로 길게 뻗어나간 능선을 따라 내놓은 산책로는 대도섬 트레킹의 핵심이라 하겠다. 공원과 정원 등 각종 볼거리들을 능선 곳곳에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박석(薄石)을 곱게 깐 길가는 봄, 여름, 가을 없이 꽃밭으로 변한단다. 갖가지 관상용 꽃들을 심어 탐방로 주변이 온통 환상적인 꽃 세상이 된다는 것이다.

▼ 모퉁이를 돌아서는데 바닷가로 연결되는 길이 희미하게 보이기에 따라 내려가 봤다. 그리고 모래 반 조개껍데기 반인 아주 작은 해변을 만났다. 그렇다고 지닌바 풍경까지 작은 것은 아니다. 하얀 모래사장과 바위절벽, 그리고 바다 건너의 하동화력발전소가 한데 어우러지며 아름다운 풍경화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 자그만 섬이라고 해서 경작지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작은 터라도 나올라치면 어김없이 마늘 등의 채소를 심었다.

▼ 걷다보면 대도를 둘러싸고 있는 풍경이 일목요연하게 펼쳐진다. 대도는 본섬과 농섬을 비롯해 크고 작은 7개의 섬이 띠를 형성한 듯 줄지어 서있어 장관이다. 그럼 남해대교가 있는 동쪽 바다부터 살펴보자. 가장 왼쪽, 즉 북쪽에 위치한 섬이 ‘넓은 섬’이고, 그 다음 섬이 ‘조각섬’이다. 그리고 북방파제 앞에 위치한 섬이 ‘동굴섬’이고 그 아래에 위치한 섬이 ‘주지섬’이다. 주지섬 아래 즉 남쪽 끝에 위치한 섬은 ‘장도’라는 섬으로 이 섬에는 등대가 있다. 이 다섯 개의 섬이 일렬로 서서 대도 동쪽 해안, 그러니까 마을이 있는 해안을 보호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섬진강 하구 쪽 풍경이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그 중심에는 광양제철이 있다. 저기에 '갈사'만에 자리한 '하동화력발전소'와 바다 건너의 '여천화학공단'까지 합치면 개발의 아이콘(Icon)이 된다. 누군가는 눈살을 찌푸리는 풍경이겠지만 저런 시설이 있었기에 우리의 국력이 세계에서도 탑클래스에 들어갈 수 있지 않았겠는가.

▼ 탐방로는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면서 이어진다. 이때 눈터지는 조망이 좌우로 펼쳐진다. 파란 바다가 눈앞에 펼쳐지는데 눈과 가슴으로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을 즐기다보면 걸음은 자연스레 느려져 간다. 마침 주어진 시간에 맞추면 되니 느리게 걷는다고 재촉하는 이도 없다. 그러고 보니 ‘느림보의 미학’이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 ‘이상덕 정원’으로 여겨지는 언덕을 둘러본 다음 건너편에 보이는 정자로 갔다. 어떤 이는 이곳을 ‘곰솔전망대’라 불렀는데 맞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루에 올라가더라도 새로운 풍경은 눈에 띄지 않으니 일부러 찾아갈 필요는 없겠다.

▼ 정자의 주변을 살피는데 문정남 선생님의 표지기가 눈에 띄는 게 아닌가. 다산(多山), 다봉(多峰)의 대부라 할 수 있는 분인데 이곳 대도에도 산이 있다며 우리와 함께 섬에 들어왔었다. 아무튼 어느 글에선가 대도에서 가장 높은 곳을 ‘높은 재’라 부른다고 했는데 이곳을 이르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국제신문 산악회에서 거론한 ‘다물만당(45m)’이라는 봉우리는 지중해펜션의 뒤쪽에 있다는 것도 기억해 두자.

▼ 탐방로는 능선의 꼭대기를 살짝 비켜나기도 한다. 섬진강 하구와 광양제철을 실컷 보게 되는 구간이다.

▼ 그렇게 잠시 걷다보면 언덕 아래로 ‘금모래 힐링펜션’이 내려다보인다. 지금은 펜션으로 변해있지만 1947년 개교하여 2008년에 폐교되었다는 노량초등학교 대도분교이다. 그런데 운동장과 바다의 경계가 좀 애매하다. 거기다 운동장도 아이들 손바닥만큼이나 작다. 축구라도 할라치면 수영은 필수였겠다. 살짝만 차도 바닷물에 퐁당 빠져버렸을 테니 말이다.

▼ 펜션 옆으로 보이는 섬은 ‘밴월도’와 ‘투구섬’이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지는 않았다. 물이 빠지면 걸어서도 건널 수 있다지만 지금은 밀물 때라서 그러지를 못하는데 일부러 다가갈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물이 차올랐을 때 군대의 철모로 변한다는 ‘투구섬’의 형상은 조금 멀리서 바라보아야 제멋이라지 않는가.

▼ ‘이순신 공원’도 조성되어 있었다. 관음포를 바라보고 있는 충무공의 동상에 더해 팔각정을 지어놓았는데,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이곳에 상륙하여 휴식을 취한 것이 인연이 되었단다. 아니 그보다는 눈앞에 펼쳐지는 대도의 앞바다가 충무공께서 최후 전투를 벌인 '노량해협(露粱海峽)'이라는 게 보다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 조금 더 가면 ‘명상의 언덕’이다. 남해대교와 섬진강의 하구가 시선의 양쪽으로 걸치는 이곳은 아름다운 꽃밭으로도 유명하다. 혹자는 언덕으로 오르는 이 길이 마치 천국으로 가는 꽃길을 장식해 놓은 게 아닐까 착각할 정도로 아름답다고 했을 정도이다. 하지만 때를 잘못 맞춘 탓인지 꽃은 찾아볼 수 없었고 그저 바닥에 깔려있는 꽃이 없는 꽃잔디만 눈에 들어올 따름이다.

▼ ‘명상의 언덕’의 본래 이름은 ‘대도 스톤헨지’이다. 석재기둥을 빙 두른 모양새를 영국 Salisbury 평원의 ‘스톤헨지(Stonehenge)’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는 얘기일 것이다. 고대 앵글로색슨어로 ‘공중에 매달린 바윗돌’이란 뜻의 이 스톤헨지는 그 특이한 구조 때문에 아틀란티스 후예들이 건설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래선지 이곳 대도의 스톤헨지도 기둥에다 고대 중원대륙을 지배한 배달한국의 금문(今文)이라는 난해한 문양을 새겨 넣었다. 아무튼 이 선사암각화를 바라보며 선현들의 얼을 떠올리다보면 삶의 화두 하나쯤 얻어갈지 또 누가 알겠는가.

▼ 다음은 지중해펜션이다. 이름처럼 지중해의 연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건물. 즉 주황색 지붕에 하얀 벽면으로 된 펜션이다. 이 숙박시설 뒤에는 언덕이나 다름없는 산이 하나 있다. 국제신문 산악회에서 ‘다물만당(45m)’이라 표기한 산봉우리인데 막상 길이 나있지 않아 올라보지는 못했다. 들머리를 찾지 못한 게 원인일 수도 있겠지만 이렇듯 대도는 정규 탐방로만 벗어나면 길이 사라져버린다. 그렇다고 탐방로가 끊겨 있는 것도 아니어서 헷갈리는 곳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 ‘다물만당’을 찾으려고 한참을 헤매다가 내려오니 트레킹을 시작했던 ‘풍차식당’이다. 아니 풍차식당의 뒤라고 하는 게 옳겠다. 아무튼 이 구간에 나는 ‘하늘공원’이라는 또 하나의 볼거리를 놓쳐버렸다. 장수이씨 입도 기념동산이라는데 아쉬운 일이라 하겠다.

▼ 풍차식당의 오른편에는 물놀이장이 들어앉았다. 하동군에서 운영하는 워터파크로 ‘대도 파라다이스라’는 이름을 갖고 있단다. 워터파크는 메인 풀과 착수 풀, 어린이 풀 등 3개의 풀장과 자이언트슬라이드, 워터슬라이드, 미니슬라이드, 샤워시설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누구나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물놀이장 주변에는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뛸 수 있는 에어바운스와 다양한 놀이시설도 있다. 거기다 워터파크 앞에는 인조 잔디가 깔린 축구장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 워터파크를 오른편에 끼고 돌면 잠시 후 편의점이 나온다. 관광안내소와 글램핑장도의 관리까지 겸하는지 관련 간판도 걸려있다. 참! 그 옆에는 ‘어업인안전센터’도 들어서 있었다.

▼ 조금 더 가면 농도로 넘어가는 인도교가 나온다. 그런데 오른편 해안선을 따라 도로공사가 한창이다. 아까 탐방로가 속절없이 끊겨있었던 것은 저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서였던 모양이다.

▼ 자 이젠 ‘농섬’으로 들어가 볼 차례이다. ‘농섬’은 폭은 좁지만 좌우로 길어서 남쪽 해안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본섬에서 들어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철근콘크리트로 지은 연도교를 이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농도의 서쪽 끝과 본섬의 서남쪽 끝을 연결시켜놓은 ‘인도교(人道橋)를 건너면 된다.

▼ 다리의 길이는 224m, 본섬인 대도와 농섬 사이의 해협에 7개의 철제 교각을 세우고 너비 2.5m의 상판은 나무를 깔았다. ‘돈을 쏟아 부어도 너무 부었네. 정부의 지원이 너무 과했던 거 아녀?’ 함께 다리를 건너던 일행이 내뱉는 넋두리가 귓전을 때린다. 내 생각도 같았다. 하지만 여행을 마치고 알아보니 개발비의 대부분은 주민들 몫이었다고 한다. 하동화력발전소 건설에 따른 어업소멸 보상금을 쾌척했다는 것이다. 그 종자돈에다 정부의 지원금을 더했단다. 이 일련의 과정은 대도 주민들의 섬 사랑 깊이를 측정할 수 있게 해준다. 다른 한편으론 광양제철소와 여수 율촌산단, 갈사산업단지의 조성 등으로 인해 위축된 어업. 즉 삶의 터전에 대한 두려움이 그만큼 컸다는 반증도 될 것이고 말이다.

▼ 다리 중간에는 가로세로 10m의 정사각형 낚시터도 만들어 놓았다. 참! 그러고 보니 대도 앞바다가 물고기들의 놀이터로 소문이 자자하다고 했다. 특히 민물고기인 ‘은어의 주산지’라고도 했다. 갈사만의 매립으로 은어의 숫자가 현저히 줄어들었다지만 아직도 이곳을 찾는 낚시꾼들이 꽤 많은 모양이다.

▼ 이 다리는 저녁 무렵에 건너야 제멋이라고 한다. 바다 건너로 보이는 광양제철 너머로 해가 넘어갈 때가 가장 아름답다는 것이다.

▼ 농섬 해변의 한쪽 면 900m 구간에는 나무데크로 해변산책로를 만들었다. 밀물 때 걸으면 마치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드는 멋진 산책로이다. 반면에 썰물 때 바닷물이 빠져나가면 산책로 아래는 갯벌이 민낯을 드러낸다고 한다. 누군가는 대도의 진면목은 바닷물이 빠질 때 드러난다고 했다. 물때에 따라 다르지만 물이 한 번 빠지면 수백 미터 폭의 갯벌이 드러나는데 조개나 굴이 지천으로 널려있어서 심심찮게 주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굴은 ‘꿀’이라고도 불린다. 맛이 ‘꿀맛’이어서다. 그러니 지금처럼 찬바람이 돌 때는 그 자리에서 따는 대로 까먹으면 된다. 갯벌체험의 진미라 하겠다.

▼ 저 멀리 아치형의 다리가 보인다. 이곳 농섬과 본섬을 잇는 연도교(連島橋)이다. 그런데 다섯 개로 나뉜 아치의 규모가 작아 나룻배 정도나 지나다닐 수 있겠다. 그건 그렇고 저 다리 아래는 썰물 때 물이 빠지면 바닥이 드러나는 갈라짐 현상이 연출되기도 한단다. 탐방객들이 조개류를 채취할 수 있는 기회이다.

▼ 바닷가를 따라 내놓은 데크로드를 걷다보면 가끔 갯벌로 내려가는 계단을 만나기도 한다. 맞다. 대도는 섬과 섬 사이에 펼쳐진 수심이 10m 이내의 평탄한 해저로 이루어져 있어 바지락과 고동, 낙지 등 다양한 어패류가 서식한다고 했다. 주민들은 이런 뛰어난 자연조건을 활용하여 갯벌체험장을 열고 있다고도 했다.

▼ 얼마쯤 걸었을까 반원형의 쉼터가 조성되어 있다. 벤치를 놓아두었는가 하면 주변은 야자나무 등의 열대목과 함께 동백나무로 치장을 했다.

▼ 길이 나뉘는 쉼터에서 정자가 지어져있는 언덕으로 올라가 봤다. 남해도 최고봉인 망운산이 조망되는 곳인데 ’해양 식물원‘과 접해 있었다. 곰솔을 바탕에 깔고 야자나무와 동백나무 등으로 치장을 했을 뿐 특별한 볼거리는 없는 식물원이다. 하지만 아고라와 벤치를 놓아두었으니 잠시 쉬어가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 해양식물원을 빠져나와 반대편으로 향하니 지중해풍. 즉 주황색 지붕에 하얀색 벽면으로 치장하고 있는 스타우드리조트가 나왔다. 세계적인 호텔 체인인 스타우드(Star wood) 그룹의 체인인지는 모르겠으나 제법 큰 규모임은 분명하다. 터도 노량해협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 좋은 곳에 잡았다.

▼ 리조트 앞의 연도교를 건너면 또 다시 ’풍차식당‘이 나오면서 트레킹이 끝난다. 해물 밑반찬과 함께 나오는 풍차정식이 푸짐하면서도 정갈하다고 입소문을 탄 식당이다. 바다를 바라보며 차를 마실 수도 있단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문이 닫혀있는 탓에 맛보는 것은 다음으로 미를 수밖에 없었다. 그건 그렇고 오늘 트레킹은 2시간이 걸렸다. 전체 거리가 5.5㎞인 점을 감안하면 무척 더디게 걸은 셈이다. 이는 섬의 풍광이 시간가는 줄도 몰랐을 정도로 아름다웠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 에필로그(epilogue), 대도는 트레킹을 하기에 안성맞춤인 섬이다. 산책로 어디에서나 푸른 바다를 조망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비록 인공이지만 볼거리들을 곳곳에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거기다 탐방로 대부분을 꽃길로 조성해 카멜레온처럼 사시사철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도 있단다. 하지만 이에 대한 앎이 부족했던 우리는 방문시기를 잘못 맞추는 우를 범했다. 봄부터 가을까지 온갖 화초로 뒤덮여 섬 전체가 꽃동산이 된다는데, 하필이면 겨울철에 찾았으니 말이다. 그나마 날씨가 좋아 ‘아름다운 어촌 100선(2003년)’에 선정되었을 정도로 빼어나다는 풍광을 실컷 볼 수 있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