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중국 태항산 여행

 

여행일 : ‘18. 10. 8() - 10.12()

일 정 : 석가장(8)휘현 천계산·왕망령·만선산(9)임주 태항산대협곡(10)임주 팔천협(11)안양 문자박물관(11)석가장 조운묘(12)

 

여행 넷째 날 : 팔천협(八泉峡)

 

특징 : 태항산맥이 품고 있는 수많은 관광지와 협곡 가운데서도 최고를 자랑하는 태항산대협곡은 그 기세가 웅장하고 다양한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산서성 장치시(山西省 长治市)에 위치한 팔천협은 태항산대협곡을 대표하는 가장 핵심적인 관광지라 할 수 있다. 길이 13에 면적이 170인 이 거대한 협곡은 태항산의 꽃이라 불리기도 하며, 그 웅장하면서 아름다운 경관으로 인해 중국의 ‘10대 협곡으로 당당히 꼽힌다. 또한 국가삼림공원·국가지질공원·국가 4A급 풍경구 등 다양한 수식어를 보유하고 있는데다 호수·계곡·기암괴석 등 한국인이 좋아하는 천혜의 관광자원까지 모두 함축하고 있다. 장가계(张家界)나 계림(桂林)을 뛰어넘는 관광지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이다. 팔천협이라는 이름은 협곡의 아래로 흐르는 세 갈래의 주요 지류(支流)가 숫자 8과 연관되어 있다는데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물줄기가 8개로 갈라져 흐르다가 하나로 이어지고, 다시 8갈래 갈라져 흐른다는 것이다. 참고로 이곳 팔천협에서는 다양한 탈거리를 경험할 수 있다. 그만큼 팔천협의 규모가 크다는 얘기가 되겠다. 가장 먼저 전동차를 타고 15분 남짓 이동한다. 다음에는 유람선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역시 15분 남짓 간다. 다음 탈거리는 길이가 2937m나 된다는 케이블카. 그리고 마지막에는 높이가 208m나 되는 엘리베이터를 탄다. 이렇게 둘러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3시간 정도. 물론 팔천협 일대에도 등산로가 있어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주차장에 도착하면 누각(樓閣) 형식으로 지어진 산문(山門)이 여행객들을 맞는다. 산서성의 장치시에 위치한 팔천협은 최근에야 뜨기 시작한 관광지다. 2014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201631일부터 일반에 공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 사이에서는 장가계나 계림, 황산 등 기존의 유명 관광지들보다도 뛰어나다는 호평이 오간다고 한다. 협곡과 산상(山上)을 걸으며 세외선경(世外仙境)을 감상할 수 있는가 하면 그런 경관을 유람선과 케이블카, 엘리베이터 안에서 바라보는 또 다른 재미까지 누릴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입구에는 이곳 팔천협 풍경구의 관광안내도를 세워놓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으니 보다 유익한 탐방을 위해서는 한번쯤 꼭 살펴보고 갈 일이다. 마침 고대의 종이()라 할 수 있는 죽간(竹簡) 모양으로 된 외형도 눈길을 끈다. 특히 양쪽 가장자리는 박물관에서 보아오던 죽간처럼 글을 아래로 써내려갔다.



산문으로 들어가면서 뒤돌아본 풍경이다. 중국은 산이나 들이나 계곡이나 무엇이든지 큼지막하다. 팔천협 역시 마찬가지였다. 산세가 험할 뿐만 아니라 사방이 온통 봉우리들로 둘러싸였다. 한 사람이 지키면 만 명도 열지 못한다는 천혜의 요새라 하겠다. 다만 그게 수려할 뿐이다.



표를 사서 안으로 들면 팔천협의 명물 가운데 하나인 천공지성(天空之城)’이 눈앞으로 성큼 다가온다. 높이가 무려 208m에 달하는 저 엘리베이터(elevator)는 하산을 할 때에 타고 내려오게 되는데 90도로 깎인 절벽에 이런 엘리베이터를 설치 한 자체부터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경내에는 또 다른 안내도를 세웠다. 이번에는 친절하게도 팔천협에 대한 설명과 함께 유람선과 케이블카, 엘리베이터, 빵차 등 풍경구에서 운영하고 있는 편의시설들에 대한 이용료까지 덧붙여 놓았다. 그 옆에는 국가지질공원 팔천협이라고 적힌 표지석을 세웠다. 이곳 팔천협이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긴 지질학자들은 옛날 이곳이 천해(淺海) 지역이었다면서 이 일대가 고대 해양박물관(古代 海洋博物館)‘이라고 주장한다니 그럴 만도 하겠다.



팔천협 여행의 가장 큰 특징은 여러 종류의 교통수단을 번갈아 타고 가면서 눈앞에 펼쳐지는 경관을 즐기는 것이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교통수단은 ‘’빵차이다. 좌우로 문이 없어 시원한 협곡의 바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데다, 주변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시야까지 트이는 등 장점이 많은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이곳 팔천협에서는 그런 효용가치가 필요 없어 보였다. 고작해야 산문(山門)에서 고협평호(高峽平湖)‘의 선착장까지와 천공지성(天空之城) 주차장에서 산문까지 왕복하는 게 전부인데, 거리가 짧은데다 눈에 들어오는 풍경 또한 보잘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빵차는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지어준 별명이다. 생김새가 빵처럼 생겼다고 해서 그러 이름이 붙여졌단다. 또 다른 이들은 구불구불한 산길에서 서로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자주 빵빵거린다는 데서 어원(語源)을 찾기도 한다. 그만큼 중국 운전자들이 빵빵거린다는 얘기일 것이다. 하긴 중국의 운전면허는 빵빵 대들이 대’, ‘돌려 대3개의 대학을 나와야만 취득할 수 있다는 우스개까지 공공연하게 떠돌 정도이니 두말하면 뭐하겠는가.



전동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유람선 선착장. 이곳에서는 '부두'로 부른다. 수백 미터 높이의 절벽과 절벽 사이에 거대한 초록빛 호수가 있고, 그곳에 유람선 선착성이 만들어져 있다. 호수의 이름은 고협평호(高峽平湖)라고 한다. 협곡과 협곡 사이에 있는 잔잔한 호수라는 의미일 것이다. 협곡에 댐을 쌓고 물을 가둔 인공 호수인데 그 깊이가 무려 60m나 된다니 믿기 힘들 정도다.



이젠 두 번째 교통수단인 유람선을 타볼 차례이다. 구명조끼를 입고 자리에 앉자마자 출발한 배는 절벽과 절벽 사이로 이어지는 물길을 따라 천천히 움직인다.



유람선은 에메랄드빛 호수를 10여 분쯤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들은 어느 하나 절경이 아닌 것이 없다. 그때마다 배에 탄 사람들은 길게 목을 내밀어 하늘 끝까지 뻗어 있는 절벽의 경치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진 초록빛 물빛이 깎아지른 절벽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요산요수(樂山樂水)의 진정한 맛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행복에 취해 있는데 배는 어느덧 상부 선착장에 도착했다. 이제는 다리품을 팔면서 주변경관에 취해볼 차례이다.



유람선에서 내리면 트래킹코스가 이어진다. 케이블카 승강장까지 약 2쯤 되는 협곡을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팔천협(八川莢)은 한자에서 보듯 여덟 개의 샘물이 모여 흐르는 비좁은 협곡(峽谷)이다. 그 협곡의 가장자리를 따라 탐방로를 내놓았다. 길 아래는 온통 맑은 물이 흐른다. 운 좋으면 팔뚝만한 송어 떼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태항산대협곡 가운데 기세가 가장 웅대하고 아름답다는 팔천협은 가장 높은 곳이 1,700m인데 반해 가장 낮은 곳은 600m라고 한다. 표고차가 크다고 볼 수 있겠다. 300여 개에 이른다는 천원(泉源)에서 흘러나온 물은 이런 표고차로 인해 만들어진 협곡을 따라 아래로 흐른다. 그리고는 수많은 폭포와 소(), ()을 곳곳에 만들어 놓았다. 그만큼 볼거리가 많다는 얘기이다. 꼽을 만한 경관으로는 고협평호(高峽平湖)와 현류적취, 호혈동천, 적곡구련, 팔천홍분, 생초배천, 옥황운정, 백장천제, 시공터널, 직벽엘리베이터 등이 있다.



첫 번째로 만나게 되는 경관은 현류적취(懸流積翠)’라는 폭포이다. 협곡에서 흘러온 물줄기가 이곳에서 여덟 갈래의 폭포로 나뉘어 졌다가, 아래로 떨어진 뒤에는 다시 하나로 합쳐진단다. 누군가는 글에서 물줄기가 떨어지면서 내는 소리가 마치 비파를 연주하는 것 같다고 적었는데 나로서는 글쎄다. 하긴 음률에 문외한인 내 귀에까지 들린다면 어디 그게 절경이라 하겠는가.



곧이어 호혈동천(壺穴洞天)‘이 나온다. 포트(pot) 모양의 오목한 구덩이들이 여럿 보이는데 안내판은 이걸 호혈(壺穴)‘이라 적고 있다. 사람들은 산과 내로 둘러싸여 경치가 빼어나게 아름다운 곳을 이르는 단어인 동천(洞天)을 덧붙여놓았다. 그나저나 저런 현상은 급한 소용돌이 안의 조약돌들이 하상을 침식하면서 생겨난 것이라고 한다. 억겁의 시간을 말없이 흐르던 물줄기가 인간의 힘으로는 결코 만들 수 없는 신비롭고 경이로운 풍경을 만들어냈나 보다.




탐방로는 대부분 시멘트로 포장이 되어 있다. 얼핏 보면 나무처럼 보이는 난간까지 죄다 콘크리트로 만들었다. 엄청난 자금과 인력이 투입되었겠지만 자연(自然)을 자연답게 남겨두지 않은 점은 아쉽다 하겠다. 길에 사람이 손을 댄 흔적이 있거나 말거나 눈앞에는 절경이 펼쳐진다. 발아래에는 협곡을 따라 옥빛의 물이 흐르고 이따금 고개를 들면 까마득한 절벽이다.



얼마간 더 오르자 적곡구련(滴谷九蓮)‘이라고 적힌 안내판이 보인다. 폭포수가 떨어지면서 내는 소리가 마치 교향곡을 연주하는 것 같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폭포는 눈에 띄지 않는다. 왼편에 놓인 계단을 올라야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폭포와의 만남을 포기하기로 한다. 요즘이 갈수기(渴水期)인지라 물줄기가 말라버렸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잠시 후 이번에는 팔천성수(八泉圣水)‘라고 적힌 안내판이 나타난다. 천연샘물이라면서 물맛이 감칠맛이 나 여름철에 이 물로 녹차를 끓이면 최상의 맛을 낼 수 있다고 한다.



중간에는 과자와 음료를 파는 매점도 들어서 있다. 휴게소의 역할을 겸하기에 딱 어울리는 풍광을 갖고 있으니 잠깐 쉬어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다만 주전부리용 먹거리는 미리 챙겨가야 한다. 매점에서 진열해놓은 것들 중에는 입맛을 돋을 만한 게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로도 눈에 담아둘만한 경관들은 끊임없이 나타난다. 그중에서도 산자락에서 물망울이 떨어져 내리며 만들어내는 작은 폭포들이 눈길을 끈다. ’()처럼 가는 물줄기들이 개울가를 따라 수없이 펼쳐지는 것이다. 마치 장막을 펼쳐놓은 것 같다.




이 근처에는 팔천홍분(八泉洪粉)’이라고 적힌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안내판에는 이곳이 팔천협 아래코스의 종점이라면서 그 생김새를 설명해 놓았다. 광활하게 펼쳐진 공간이 무릉도원을 방불케 하며 산골짜기와 샘물, 암석, 그리고 짙푸른 초목이 한 폭의 그림을 그래낸다는 것이다.



몇 걸음 더 걷자 합수지점에 만들어진 쉼터가 나온다. 매점은 물론이고 화장실까지 갖추고 있으니 잠시 쉬어가는 게 좋을 것 같다. 계곡 상류에 폭포가 보이는 등 마침맞게 주변 경관까지도 괜찮은 편이다.




탐방로는 쉼터에서 왼편 계곡을 따른다.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이나 계단을 만들어 놓아 오르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 그렇게 잠시 오르면 케이블카 승강장이다. 이 케이블카는 산상으로 연결되는데 그 길이가 무려 2,937m나 된다고 한다. 길이가 많이 길다보니 케이블카를 타고 산 몇 개를 한꺼번에 넘는다고 보면 되겠다. 특히 중간 정류장에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기역()’ 자로 꺾이기까지 한다.



케이블카 승강장에도 규모가 제법 큰 폭포가 있었다. 그것도 하나둘이 아니고 여러 개가 겹쳐진 것이 경관까지 빼어났다. 그나저나 이곳 팔천협에는 300여 곳의 천원(泉源)과 더불어 저런 폭포들이 30여 개나 된다고 했다. 이곳 팔천협은 가장 높은 곳과 가장 낮은 곳의 표고 차이가 1,100m나 된다. 그러니 저런 폭포를 만들지 않고는 물길을 낼 수 없었을 것이다.



정원이 8명인 케이블카는 아주 천천히 움직인다. 그렇다고 스릴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리 보아도 산이요, 저리 보아도 산인데다 높이가 장난이 아니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산을 지나 산과 산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가다 보면 케이블카 아래로 유람선을 타고 지나갔던 물길이 내려다보인다. 그런데 까마득하게 멀다. 우리는 대체 얼마나 높은 곳에 올라와 있는 것일까?




15분 정도가 지났을까 케이블카는 산상에 만들어놓은 정류장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옥황각까지는 대형 차량 두 대가 비켜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널찍한 도로로 연결된다. 정류장을 건설하면서 내놓은 도로이지 싶다.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리자 첩첩이 쌓여있는 태항산맥의 산봉우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기암괴석(奇巖怪石)으로 이루어진 봉우리들이 한 폭의 수묵화처럼 아스라이 펼쳐져 있다. 그것도 잘 그린 그림이다.



200m 남짓 걷자 널따란 광장에 도착한다. 난간에 팔천협의 풍경 사진들이 걸려있는가 하면, 바닥에는 태극문양(太極文樣)도 그려져 있다. 이곳이 도교(道敎)와 관련이 깊다는 얘기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건너편 봉우리에 옥황각(玉皇阁)’이라는 도교 사원이 지어져 있으며, 그보다 더 높은 반대편 산봉우리에는 같은 성격의 옥황궁(玉皇宮)이 자리 잡았다.




광장에서도 태항산의 빼어난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옥황궁에 다녀올까 하다가 그만두고 옥황각(玉皇阁)으로 향한다. 길어 보이는 계단을 오른다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옥황각과 별반 다른 느낌을 주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옥황각은 8각 지붕으로 된 3층짜리 붉은색 누각(樓閣)이다. 중국의 전통문화와 도교문화가 융합되어 있는데, 붉은색은 신성(神聖)을 뜻하며 팔각은 사면팔방’, 그리고 3층은 ((()’의 삼재(三才)를 나타낸단다.



1층은 감실(龕室)이다. 안에는 도교의 신()으로 여겨지는 조각상을 모셔놓았다.



하산을 시작한다. 지그재그로 나있는 절벽 방향의 잔도(棧道)이다. 북천문(北天門)을 거쳐 절벽 엘리베이터가 있는 천공지성으로 연결되는 계단길인데 폭이 좁은데다가 경사 또한 만만치 않다. 발을 딛는 디딤면 또한 좁아터졌다. 발을 내려딛는데 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건너편 바위 절벽에 구멍이 하나 뚫려있다. ‘중천문(中天門)’일 것이다. 저 아래로 운애잔도(雲崖棧道)가 지나간다. 5의 길이에 3,880개의 계단으로 이루어진 팔천협의 명품 트레킹 코스이다.



내려오는 길에 기암(奇岩) 하나가 눈에 띈다. 이정표에 그려놓은 지도의 생초배천(生肖拜天)’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는 저 바위를 거론하면서 눈앞에 펼쳐지는 능선 사이로 보고도 믿기 힘든 작품이 나타난다고 적었다. 그는 또 십이간지(十二干支)’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인간의 손길을 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작품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 바위에서 자신의 띠를 찾아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도 전했다. 하지만 난 그런 형상을 그려낼 수가 없었다. 그다지 높지 않는 내 수양 탓일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내가 바위를 잘못 찾았을 것이고 말이다.



계단이 놓였다곤 하지만 길은 엄청나게 좁다. 한 사람 혹은 두 사람이 걸으면 꽉 찰 정도로 좁은데 길 아래는 깎아지른 절벽이다. 거기다 경사까지도 가파르기 짝이 없다. 난간을 만들어 놓아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질 일이야 없겠지만, 까딱하다가 발을 잘못 내려딛기라도 하면 자칫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겠다. 어떻게 이런 곳에 길을 낼 생각을 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바윗길에 익숙하다는 양치기들도 다니기 힘들 정도로 험해보였기에 하는 말이다.



그렇게 조심조심 내려서다보면 어느새 북천문(北天門)이다. 얼핏 보면 사람이 쪼아 만든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자연이 만들어낸 돌문(石門)이란다. 높이 22m에 폭이 22m인 구멍이 남북으로 뚫려있는데, 벼랑 끝에 걸려있는데다 그 모양이 웅대하고 출입문처럼 생겼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비탈길을 내려가는 길에는 팔천협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직접 눈으로 느껴볼 수 있다. ‘미국에 그랜드 캐니언이 있다면 중국에는 팔천협이 있다고 할 만큼 스케일 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중국 사람들의 자랑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곳 팔천협은 관광의 다양성을 자랑한다.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이 위에서 절벽 아래로 흐르는 코로라도 강을 바라보는 관광인 반면에 이곳 팔천협은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는 관광으로 시작되다가 어느 순간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관광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산위에서 놓고, 하늘위에서 구경하고, 구름위에서 걸어 다닌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 이 부근에서 염왕비(閻王鼻)’라는 지명이 적힌 이정표를 만났다. ‘염왕비염라대왕의 코를 말한다. 그만큼 지세가 험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싶다. 이런 곳에서는 한 걸음만 잘못 옮겨도 절벽으로 떨어져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고로 염라대왕의 코는 죽지 않고서는 결코 만질 수도 그렇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러니 염라대왕을 만나지 않으려면 조심하라는 경고성 지명으로 보인다는 얘기이다.



팔천협은 아직도 현재진행형(現在進行形)이다. 곳곳에서 공사가 한창인데 그 가운데서도 산꼭대기에 짓고 있는 건축물이 눈길을 끄는데, 우람한 것이 호텔일지도 모르겠다. 중국의 유명산들이 갖고 있는 특징 가운데 하나가 바로 산의 정상에 숙소가 들어서 있다는 것이니 말이다. 그나저나 까마득한 절벽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사현장은 한마디로 경이롭다. 자연의 거대한 변화에 인간이 어떻게 적응했는지, 자연이 얼마나 장엄한지, 그리고 그런 자연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노력은 또 얼마나 위대한지를 깨달을 수 있는 현장이 아닐까 싶다.



얼마쯤 더 내러가자 아까 산문을 들어서면서 바라보던 천공지성(天空之城)’, 208m 높이의 엘리베이터가 나온다. 4000을 투자해서 설치했다는 이 엘리베이터는 반 오픈식으로 밖을 훤하게 내다 볼 수 있어서 관광용으로는 최상급이다. 3대의 엘리베이터는 각각 21명을 태우고 4m/초의 속도로 오르내린다. 특히 3층에는 현공투명관광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어 재미를 더 한다.



하늘 위의 도시라는 천공지성(天空之城)’의 옥상은 투명유리로 되어 있다. 일단은 유리 위를 걸어보기로 한다. 발밑에 또 하나의 세계가 펼쳐진다. 다만 아래에 유리 층이 하나 더 만들어져 있다는 게 흠이라 하겠다. ! 여기서 팁 하나를 공유해보자. 유리 위를 걷다가 공포감이 엄습할 때는 정면을 응시하면 된다. 스릴을 느끼고자 할 때는 물론 까마득하게 내려다보이는 발아래로 시선을 돌리면 된다.



조금이라도 더 스릴을 느껴보고 싶다면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된다. 유리 아래를 가로막는 게 없어서 까마득하게 먼 절벽아래까지 한눈에 쏙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두어 번의 유리잔도를 거쳐 오는 동안 사람들의 간덩이가 많이 커졌나보다. 허공에 뜬 느낌일 텐데도 그런 느낌을 사진으로 남긴답시고 아예 바닥에 누워서 팔베개를 하는 등의 온갖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럿인걸 보면 말이다.



엘리베이터의 탑승은 채 1분이 되지 않아 끝나버린다. 엘리베이터의 높이가 208m나 된다기에 엄청난 스릴이 느껴질 줄 알았는데, 케이블카에 비해서 한참이나 못 미쳤다. 그저 투명한 창을 통해 태항산의 웅장한 자태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게 다였다. 하긴 놀이동산도 아닌 이곳에 굳이 어드벤처(adventure)까지 가미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다중 이용시설이란 게 본디 안전이 우선 아니겠는가. 그나저나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아까 고협평호로 들어올 때 타고 왔던 전동차가 여럿 대기하고 있었다. 셔틀버스처럼 운행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