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산(松山, 801.8m) - 매봉산(805m)

 

산행일 : ‘18. 5. 24()

소재지 : 경남 거창군 고제면과 웅양면의 경계

산행코스 : 군암재송산송산재매봉산하구송봉산리보건진료소(산행시간 : 3시간 40)

 

함께한 사람들 : 강송산악회


특징 : 큼지막한 바위 몇 개가 능선에 흩어져 있을 뿐인 전형적인 육산(肉山)들이다. 눈에 담을만한 산세를 갖고 있지 못한 이유일 것이다. 거기다 외진 곳에 위치한 탓인지 인적 또한 찾아볼 수 없다. 그러다보니 길이 제대로 나있을 리가 없다. 잡목들로 가득 차있는 산길은 그 흔적조차 찾기 힘들다. 특히 산초나무가 하도 많아 길을 헤쳐 나가는 것조차 쉽지가 않다. 우리나라의 산 모두를 올라보겠다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찾아올 필요가 없겠다는 얘기이다. 특히 초심자들은 꼭 피해야할 산이다.



산행들머리는 군암재(거창군 웅양면 군암리 산 85-8)

광주-대구고속도로 거창 IC에서 내려와 ’24번 국도’3번 국도를 이용해 김천방면으로 달리다 도평교차로(거창군 주상면 도평리)‘에서 ’1089번 지방도로 옮겨 고제·무풍방면으로 들어가면 궁항리 삼거리(고제면 궁항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우회전하여 고웅길을 따라 들어가면 잠시 후 산행들머리인 궁항리고개에 올라서게 된다. 고제면과 웅상면의 경계를 이루는 고갯마루이다. 대전-통영고속도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무주 IC’에서 내려와 ‘30번 국도를 타고 성주방면으로 달리다가 무풍사거리(무주군 무풍면 철목리)에서 ’1089번 지방도로 옮겨 거창방면으로 내려오면 된다. 실제로 강송산악회의 버스도 이 후자의 방법을 택했다.




고갯마루의 군암봉 방향, 그러니까 우리가 가려는 송산의 반대 방향에 군암재라는 이름표를 단 이정표(송산2.1Km/ 군암마을880m/ 고제면 군항리1.7Km)가 세워져 있다. 이정표의 방향표시는 맞은편에 보이는 절개지(切開地) 사면을 그냥 치고 오르라고 지시하는 모양새이다.



도로를 새로 내면서 만들어진 절개지의 비탈을 치고 오르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동쪽, 그러니까 절개지의 웅양면 쪽 끄트머리라고 보면 되겠다. 그렇다고 길이 나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방향만 보고 무작정 치고 올라야만 한다. 이쯤에서 이정표까지 세워진 곳에 설마 들머리가 없겠느냐고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10분 정도를 찾아보아도 눈에 띄지 않는 걸 어쩌겠는가.



길을 새로 만들어가는 개척 산행이다. 잡목들이 가득 찬데다가 넝쿨식물들까지 우거져있어 길을 내는 게 만만치 많다. 많은 곳에서 되돌아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그런 곳에서는 좌우를 오가며 헤쳐 나갈만한 조그만 틈새라도 찾아본다. 이어서 또 다른 악전고투가 시작된다. 경사까지 가파른 산비탈인지라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그 비탈이 짧은 게 그나마 다행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15분 정도를 헤매고 난 뒤에야 능선에 올라선다. 능선에는 희미하게나마 길이 나있다. 이때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왼편에 보이는 지능선이 옳게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른편, 즉 웅양면 방향이 주능선임을 명심해야 한다.



50m쯤 걸었을까 시야가 트이더니 산길은 벌목(伐木)을 끝낸 사면을 오른편에 끼고 이어진다. 덕분에 조망이 시원스럽다. 건너편에 있는 군암봉은 물론이고, 흰데미산과 수도산, 봉우산, 월매산 등 인근의 산들이 눈에 들어온다.





개활지(開豁地)를 지나자 산길은 까다로워진다. 희미한 흔적을 찾아나가야 하는 것만 해도 힘든데, 거기다 능선을 점령해버린 잡목들 탓에 숲을 헤집어야 하는 번거로움까지 더해진 것이다. 오늘 산행은 고생문이 훤한 것 같다.



능선은 작은 오래내림을 반복하면서 이어진다. 그런데 능선을 따라 녹슨 철조망이 쳐져있다. 뭔가 약용식물이라도 재배했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철조망과 너무 가까이 붙어서 산길이 나있는데다 철조망이 웃자란 잡초에 가려있기까지 하니 주의해서 진행해야 할 일이다. 자칫 방심하다간 가시에 찔리거나 옷이 찢길 수도 있겠기에 하는 말이다.




소나무들이 많이 보인다. 아니 온통 소나무 일색인 곳도 있다. 송산이란 이름이 붙게 된 이유가 아닐지 모르겠다. 그래봤자 송산의 정상 부근에는 소나무가 드물었지만 말이다.




전형적인 육산(肉山)임에도 불구하고 바위다운 바위들이 얼굴을 내밀기도 한다. 선바위나 두꺼비바위 등의 이름을 붙여도 좋을 만큼 생김새 또한 또렷하다. 잠깐의 눈요깃감으로 충분하다는 얘기이다.



오르내림을 반복하던 산길이 이번에는 봉우리를 피해 우회(迂廻) 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난 일일이 올라가보는 번거로움을 택한다. 송산의 정상을 그냥 지나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이다.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인가 보다. 엉겁결에 올라선 봉우리에서 송산의 정상임을 알려주는 삼각점(무풍 429)을 만났기 때문이다. 정규 등산로에서 약간 비켜나 있었기에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었는데 행운이라 하겠다. 들머리에서 이곳까지는 1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매봉산으로 향한다. 산길은 길을 찾기가 힘들 정도로 거칠다. 웃자란 잡목들이 길까지 점령해버렸기 때문이다. 이곳을 찾는 등산객들의 숫자가 그만큼 적다는 증거일 것이다.




길가 나무에 구멍이 뚫려있는 게 보인다. 그 안에는 새끼 새 서너 마리가 짹짹거리고 있다. 산에 이골이 난 일행분 말로는 딱따구리란다. 생전 처음 보는 풍경인지라 사진을 찍어볼까 하다가 플래시(flash)에 놀랄까봐 그만두기로 한다. 잠깐의 호기심으로 인해 어린 생명에게 피해를 줄 수야 없지 않겠는가.




원시의 숲을 방불케 하는 능선이지만 사람들의 숨결은 있다. 묘역(墓域)이 조성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벌초(伐草) 등의 손질까지 해놓은 흔적이 보이는 것이다. 자손들의 지극한 효심을 엿볼 수 있는 풍경이지 싶다. 우리 다음 세대에서 어찌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묘역을 지나자마자 산길은 또다시 험악해진다. 갈 길을 방해하는 잡목들에 싸대기 서너 대쯤은 각오해야 하는 구간으로 변한 것이다. 하긴 여기까지 오는 동안 대부분이 이런 상황이었다.



송산을 내려선지 1시간여 만에 벌목이 끝난 개활지(開豁地)가 나타나면서 시야가 활짝 트인다. 건너편 산자락에는 성냥갑 같은 꼬마 집들이 옹기종기 들어앉았다. ‘용초마을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뒤에 보이는 산은 무주군 무풍면과 경계를 이루는 삼봉산이 분명하다. 진행 방향에도 산이 보인다. 잠시 후에 오르게 될 매봉산일 것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조망을 조금 더 넓게 펼쳐보자. 두류봉을 가운데에 놓고 볼 때 그 왼편 뒤에서 키재기를 하고 있는 산들은 갈미봉과 호음산이지 싶다. 오른편에 보이는 건 삼봉산일 게고 말이다. 갈미봉과 호음산은 거창군 북상면과, 그리고 삼봉산은 삼봉산은 무주군 무풍면과의 경계에 놓인 산들이다.




벌목지역으로 난 능선을 따른다. 봉산마을을 바라보며 내려간다고 보면 되겠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선택이었다. 내려가면 갈수록 능선에서 자꾸만 멀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어디로 가야 옳았는지를 얘기할 수는 없다. 애초부터 길을 잃었는데 어쩌겠는가. '(application)‘이라도 미리 깔아두지 않는다면 방법이 없을 듯 싶다.



길을 잘못 들어섰음을 뒤늦게 알아차린 우린 산허리를 그냥 가로지르기로 한다. 능선까지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많은 거리를 내려와 버렸기 때문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어 오른 낙엽송 숲을 헤쳐 나가며 올라가야할 능선에서 가장 낮은 부분을 헤아려본다. 어차피 지나가게 될 고갯마루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헤매길 15분 만에 송산재고갯마루에 내려선다. 고제면의 봉산마을과 웅양면의 송산동마을을 잇는 고갯마루로 길이 제법 또렷하게 나있다. 오늘 산행에서 두 번째로 만나게 되는 귀하디귀한 이정표(구름재(신촌) 1.4Km/ 고제면 구송 1.4Km)까지 보인다. 그만큼 중요한 지점이라는 증거일 것이다. 그건 그렇고 이정표는 이곳의 지명을 송산재로 적고 있으나 소사재 또는 소징이재로도 불리니 참조한다.




매봉산으로 향하는 능선으로 올라서자 능선은 또다시 거칠어진다. 그러나 아까보다는 훨씬 좋아졌다. 눈여겨보면 길의 흔적이 보이기 때문이다. 경사 또한 적당히 가팔라서 기분 좋은 산행이 이어진다.




그렇게 10분 정도를 진행하자 널따란 헬기장이 나타난다. 이어서 잠시 후에는 잘 다듬어진 가족 묘역(墓域)이 나온다. 앞서가던 집사람이 발걸음을 멈추더니 손길이 부지런해진다. 다가가보니 이제 막 솟아오른 고사리가 지천이다. 올 제사(祭祀) 때도 고사리를 사는 일은 없겠다.




묘역을 지나면서 산길은 가팔라진다. 하지만 길을 찾는데 어려움은 없다. 능선이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잡목들이 비집고 들어올 틈을 내주지 않았던 모양이다.




20분이 지나자 드디어 매봉산의 정상이다. 송산재에서 30, 그리고 송산에서는 1시간 50분이 걸렸다. 정상은 두세 평쯤 되는 공터로 이루어졌는데 정상표지석은 보이지 않는다. 이정표나 삼각점도 역시 눈에 띄지 않는다. 그저 새마포산악회에서 매달아놓은 정상표지판이 이 모든 것을 대신하고 있을 따름이다. ! 잡목들에 둘러싸인 탓에 조망도 트이지 않는다.




하산을 시작한다. 정상에서 봉산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두 가지이다. 곧장 왼편 지능선을 타는 것이 그 하나이고 다른 하나의 방법은 계속해서 주능선을 타고가다 구덤재에서 왼편으로 하산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두 방향 모두 길의 흔적이 확실하지가 않다. 이곳도 역시 '(application)‘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이다. 핸드폰을 보며 열심히 길을 찾고 있는 일행분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결론부터 얘기해서 우린 왼편 지능선을 탔다. 잠시 후 삼봉산 방향이 얼핏 나타나는가 싶던 산길은 이내 잡목들 속으로 잠겨버린다. 그리고 오늘 산행에서 만났던 난관들 가운데서도 가장 어려운 상황과 마주쳐버린다. 길을 가로막는 잡목들이 하나 같이 산초나무인 것이다. 어찌나 자주 가시에 찔렸던지 아까 맞은 싸대기가 차라리 그리워질 정도였다.



그런 악전고투는 30분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거리에 비해 오래 걸린 셈이다. 산초나무 천지인 산길이 그만큼 힘들게 만들었다는 얘기일 것이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옛말이 있다. 쓴 것이 다하면 단 것이 온다는 뜻으로, 고생 끝에 즐거움이 옴을 이르는 말이다.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산초길이 끝나자마자 산길은 개할지 사이로 난 임도를 따른다. 이 길은 집사람의 손놀림이 엄청나게 빨라지는 구간이다. 길가에 취나물이 지천으로 널려있었기 때문이다.




몸이 편해지니 시선도 여유로워지나 보다. 길가에 지천으로 피어난 찔레꽃이 눈에 들어오는 걸 보면 말이다. 달콤한 향기가 코끝을 스치자 지쳤던 육신에 생기가 되돌아온다. 몸은 비록 땀에 찌들었지만 마음만은 행복하다. 이런 맛에 사람들은 산을 찾는가 보다.



마을이 가까워짐에 따라 사과나무들도 그 숫자를 늘려가고 있다. 이제 막 묘목을 심었는가 하면 또 어떤 곳은 오래 묵은 고목(古木)들도 즐비하다. 그러고 보니 이곳 고제지역의 특산품이 사과였다. 이곳의 사과는 당도가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맛도 일품이란다. 해발 500m~800m의 고원지역인데다 모래와 점토가 적당히 섞여있는 질 좋은 토양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란다.




산행날머리는 송산보건지료소(거창군 고제면 봉산리)

사과밭이 끝나면 하구송 마을이 나오고 이어서 봉산보건진료소에 이르게 되면서 오늘 산행이 종료된다. 오늘 산행은 총 4시간이 걸렸다. 간식을 먹느라 중간에 쉬었던 시간을 감안할 경우 실제로 걸을 시간은 3시간 40분이 된다. 하지만 마음에 둘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산나물을 채취하느라 지체된 시간까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도착지에 있는 보건진료소 건물이 눈길을 끈다. 입구에 철제 그늘막을 만들었는데 지붕을 태양열집열판으로 덮었다. 요즘 대세가 클린 에너지임을 감안할 때 신선한 발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