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 (678m)

 

산행코스 : 개심사→일락산→사잇고개→석문봉→옥양봉→남연군 묘→상가리

 

소재지 : 충청남도 예산군 덕산면과 서산시 해미면의 경계

산행일 : ‘05. 12. 17(일)

함께한 산악회 : 설피마을

 

특색 : 들판에 우뚝 솟아 산세가 당당하고 곳곳에 사찰이 자리하고 있어 은은한 풍경을 자아낸다. 가야산 정상인 가사봉은 출입금지 구역이다. 그래서 가사봉 북쪽 2km 거리인 석문봉(653m)을 오르는 데 그친다. 그러나 예부터 이곳 주민들은 석문봉을 주봉으로 해서 생각해 왔다. 대원군의 아버지 남연군의 묘와 가야사터에 맥을 대고 있는 봉이 바로 석문봉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호남, 충남지방에 폭설이 15일째 내리고 있는 중, 눈쌓인 산은 고와서 좋지만 한편으론 걱정을 안고 갈 수 밖에 없다. 근처 보령시에 석탄 출하장이 있는데 눈 때문에 어제도 작업을 못한 탓이다. 추위에 연탄소비는 줄지 않는데 석탄공급이 더디니 걱정이 태산... 제발 이제 그만 눈이 왔으면 좋겠다.

아니나 다를까 가야산은 눈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엉청난 눈... 너무 많다고 하면 맞는 말일 것이다.
오늘도 역시 많은 눈에 강풍까지 겹쳐서 시야가 막힐 정도... 겨우겨우 옥양봉에 올랐을 정도였고,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오르기를 포기했다.

 

개심사, 백제 의자왕 14년인 654년에 혜감국사가 창건. 대웅전의 기단만이 백제 때의 것이고 건물은 산불로 소실된 것을 조선 성종 때(1484)에 다시 중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문화재로는 대웅전(보물 제143호)을 보유하고 있다. 이산엔 가야사란 큰 절이 있었는데 대원군이 그 터가 명당자리라서 불을 지르고 그 자리에 아버지의 묘를 모셨으니, 그 곳이 남연군 묘이다.

이곳에서 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본디 충청남도의 산들은 주민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리 험하지 않다. 이곳 역시 완만한 경사로 이어진 능선에 해송인지 그리 크지 않은 소나무들이 그 고운 자태를 자랑하고 있고, 나무들마다 몸집 보다도 큰 눈덩이를 머리에 이고서 힘들어 하고 있다.

 

 

초입의 상왕산 개심사 앞에서 설피마을 회원들과 찍은 단체사진
언제나와 마찬가기로 이 산악회는 웰빙산행이다. 출발하자 마자 손수 만들었다는 김밥이 한줄씩 돌아오더니, 이어서 삶은 계란 두개씩, 이어서 약밥이 두덩어리씩 돌아온다. 또 조금 있으니 호박죽, 팥이 듬뿍 들어서인지 무지 맛있었다. 서해대교에 도착하기 전에 후식으로 커피까지...

 

 

바위도 나무도 산속의 모든 사물들이 버겁도록 눈을 이고도 있다. 가야산은 온통 새 하얀 눈의 세상이다. 숲 속~ 말라서 삐틀어진 단풍나무 잎사귀에 쌓여 있는 눈이 마치 목화송이처럼 몽실몽실 피어나는 솜사탕과도 같다.

 

 

눈부시도록 하얗게 피어 난 雪花로 만화방창이다. 바위에 뿌리를 박고 있는 청솔가지에도 무겁게 눈을 받쳐 들고 있다. 오늘 난 가야산에서 눈이 시리도록 새하얀 순백의 멋진 雪山을 마음껏 탐하고 있다.

 

일락산 정상
눈 때문에 시야가 가려 전경은 별로... 눈의 무게가 힘겨운듯 가지를 늘어뜨린 소나무가 정겹다.
여기까진 온화한 기온...바람도 순한게 역시 충청도? 그러나 그 인심도 잠깐이다. 여기서부터는 추위와 바람이 장난이 아니기 때문데...

 

 

일락산 정상에서는 아예 포즈를 잡아보라고 권하기에...
항상 붙어다니는 우리 부부의 모습이 보기 좋아 자기도 그렇게 하겠단다. 아직은 총각인 모양인데, 싹수가 괜찮은 편... 사랑은 마음으로만 쌓아가는 것 보다는 가까이서 챙겨주고, 챙김을 받으면서 쌓아가는게 더 진솔할 수가 있으니까... '스킨 쉽'이라고 하던가? 사전에도 없는 단어이다. 언젠가 영어권 대사관 몇곳에 전화해 봤지만 어원을 찾지 못했었다. 비록 출처가 모호한 어휘이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중요한 단어일 것이다.

 

 

석문봉 정상은 바람이 셀 것 같아 밑에서 한 컷,
아니나 다를까 정상은 좁고 바람도 작난이 아니었다. 건너편이 가야산인데, 가야봉 중계탑의 흉물스런 철제괴물에 가려 형체를 내밀지 않고 있다. 내밀어도 눈보라에 가려지겠지만...

일락산 정상에 없었던 바위덩이들이 석문봉 정상에서부터 보이기 시작한다. 석문봉은 가야산 봉우리가운데서 가장 바위가 많은 봉우리다. 가야산 쪽으로 암릉을 이루고 서남쪽은 단애를 형성하고 있다.

 

 

석문봉에서 옥양봉으로 가는 능선은 안부로 푹 꺼졌다가 바위가 많은 옥양봉으로 올라가게 되어있다. 이들 봉우리들은 산에서 느끼는 거리감이 항상 그렇듯이 상당히 먼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실제로는 1시간미만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옥양봉 아래,
옥양봉 올라가는 삼거리에서 앞선 몇분들이 탈출,, 옥양봉쪽 등산로는 이미 눈으로 덮여 길이 없어져버리지 오래이다. 총무라는 여성분이 다들 안갈거라며 은근히 가지마라 압력을 주지만, 끝장파 몇명이서 기어이 정상으로 향한다.

옥양봉에 도착하면, 아! 왜 이곳이 도립공원인지를 알게됩니다. 이곳 옥양봉은 제법 빼어난 암봉이다.  산은 육산보다는 암산이 아름다우니까... 눈도 무릎을 넘는 곳이 자주 나타나 걷기조차 힘들지만 역시 눈길을 헤치고 오르길 잘했다.
이곳에 다시 오기는 쉽지 않을 터인데, 만일 안왔더라면 가야산의 진면목을 모른채 다녀왔단 헛 자부심만 키웠을테니까 말이다. 암벽으로 둘러쌓인 산...강원도나 충북에는 흔하겠지만 충남지방에선 보기드문 바위산이었다. 좋은 경치를 구경한 값으로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로프에 매달려 힘든 하산길 고역을 치루었지만....

 

 

가야산으로 가는 길목의 행담도휴계소.
이곳은 얼마전 로비운운하며 세상을 떠들석하게 만들어서 유명해 진 곳이다. 서해고속도로 개통초기에 관광명소로 소문났던 서해대교의 아치가 뒷편으로 보인다.

서대산 (904m)

 

산행코스 : 서대리 원흥사입구→성불사→탄금대→정상→장군바위→북두칠성 바위→구름다리→용바위→드림리조트

 

소재지 : 충청남도 금산군 추부면과 충북 옥천군 군서면의 경계

산행일 : ‘05. 10. 29(일)

함께한 산악회 : 설피마을

 

특색 : 우뚝 솟은 산세는 대전 근교와 충북 남서부 어느 지역 산에서도 눈에 들어오는 늠름하고 독특한 산세를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충남의 아버지 산으로도 불리는 이 산은 군서면 추부면 군북면 들판에서 원추형으로 우뚝 솟아 있다. 산자락 곳곳에는 깎아지른 절벽과 기암괴석들을 들어올린 험준한 암릉들이 부챗살처럼 퍼져내려 있다

 

 

 

 

건너편에 어렴풋이 굴이 보인다. 공들이는 사람들이 찾는지 움막이 있고,
촛불등의 제기가 널려있었다

 

 

정상어림은 거대한 바위군이 꿈뜰거리고 있다

 

 

서대산 정상, 정상의 중앙에는 반듯하게 쌓아올린 돌탑이 자리를 지키고 있고, 정상표지석 대신에 ‘서대산 904m'라고 적힌 스테인리스 재질의 말뚝이 심어져 있다. 서대산레져타운에서 세웠다는 메모는 하단에 표시... 정상에 서면 계룡산과 천둥산, 대둔산, 바랑산. 향적산들이 첩첩이 겹쳐있고, 천태산에서 대성산을 거쳐 장령산과 마성산으로 뻗어가는 '천성장마'의 능선이 시원스럽게 흐르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정상에서 바라본 능선
장군대가 보이고, 그 밑에 신선암이 있다. 

 

 

군대에서 바라본 계곡. 단풍이 한창이었다.  장군바위 (장령대바위)는 크고 높아 넘을수 없고 등산로는 왼쪽으로 우회하여 나있다.

 

 

 

옆에 구름다리가 있다.
건너편 용바위 쪽으로 가기 위해서는 구름다리를 지나야만 한다.

 

 

 

충남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로서, 인근에 이보다 높은 산이 없으므로 사방팔방으로 조망이 트인다. 서대산은 오래전 서태산으로 불리기도 했다는데, 신라 문성왕 때 무양국사가 창건하였다는 서대사에서 지금의 이름이 유래했다고 하며, 예전에 신라와 백제의 접경지로 치열한 격전장 이었고 한국전쟁 땐 비극의 현장이었다고 하는데, 인근 일대를 내려다보며 호령할 수 있는 입지조건으로 봐서는 충분히 납득이 간다. 

 

 

 

구름다리, ‘설치년도가 오래 경과되어 추락위험이 있으니 통제함’ 그러나 다리를 통제하고 있는 어떠한 장치도 구경할 수 없으니, 다니라는 것인지 마라는 것인지 어림대중을 잡을 수 없다.

 

 

산행날머리인 서대산 드림리조트, 이곳에서는 관리비라는 명목으로 입장료를 받고 있다.

 

도덕봉(512m)-금수봉(532m)-빈계산(415m)

 

소재지 : 대전직할시 유성구

산행일 : '06.9.23

산행코스 : 주차장-도덕봉(흑룡산)-가리울삼거리-금수봉삼거리-금수봉-성북동삼거리-빈계산-수통골 주차장

 

 

수통골 주차장에 주차를 하면 빈계산으로 오르는 길이 열려 있다.  하산시에 무릎에 오는 부담을 걱정한다면 도덕봉을 먼저 올랐다가 빈계산을 거쳐 하산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빈계산 오름길은 완만하고 도덕봉으로 하산하는 길은 가파르기 때문이다. 도덕봉을 먼저 오를 경우는 주차장을 지나 더 진행하면 제2 주차장이 있고, 국립공원 탐방센터를 지나자마자 오른쪽으로 산행로가 열려 있다.

 

도덕봉

 

도덕봉(535m)

육산이나 경사면은 절벽

 

 

금수봉(532m)

산정에 올라 산하를 둘러보는 경치가 비단으로 수를 놓은 것 같이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오르는 길은 급경사,, 헬기로 실어 나른 돌로 계단을 조성중이다.

정상에는 정자가 쉴 곳을 만들어 주고 있다. 계룡산 지역엔 정자가 많은 편이다.

 

금수봉 정상의 정자

 

 

빈계산(415m)

산의 생김새가 암닭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경사는 꽤 심하나 특색이 없는 산이다.

하산길에 계룡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정상에는 어설픈 돌탑이 존재

 

계룡산 전경

 

백암산(白岩山, 654m)


산행코스 : 잣고개→전승탑→전망바위→백암산 정상→흰바위지대→신선봉(752m)→이끼폭포→생태숲 탐방로→남이 자연휴양림 (산행시간 : 4시간40분)


소재지 : 충청남도 금산군 남이면과 전라북도 완주군 운주면 경계

산행일 : ‘10. 9. 4(토)

같이한 산악회 : 미투리산악회


특색 : 백암산과 서쪽 선야봉과 사이에 금산군에서 경영하는 ‘남이 자연휴양림’이 있다. 계곡의 물이 맑고 이끼폭포와 오십폭포 등 경관이 좋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특히 자연휴양림은 산림청이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한바 있는 ‘생태 숲’은 둘째치고라도, 물놀이 공간 등을 지니고 있어 가족나들이 장소로는 전국에서 제일 뛰어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산행들머리는 육백고지 전승탑

대진고속도로의 금산 I.C에서 나와 충남 금산읍을 거친 후, 진산-남이 간 635번 지방도를 따라 달리다 보면, 백령고개(일명 배티재.백티재)에 다다르게 된다. 도로 왼편에 팔각정을 낀 제법 널따란 주차장에서 ‘六百高地 戰勝塔’으로 오르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  배티제 고갯마루의 六百高地에는 戰勝塔과, 忠魂塔이 있다. 한국전쟁 당시 이곳에서 군인과 경찰, 민간이 276명이 전사했고, 빨치산은 2,287명이 죽었으며, 1,025명이 생포됐단다. 이 조그만 산에서 2,500여 명이 전사했다는 것은 아마 이곳이 전술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  전승탑을 오른편에 두고, 언덕을 차고 잠시 오르면 소나무 아래 ‘금산 栢嶺城’과 ‘栢嶺城址’라고 적힌 표지석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등산로는 백령성지의 돌무더기 위를 통과하게 된다. ‘백령성’은 견훤이 이곳 남이면에 경양현을 세우고, 금산의 서남방면을 방어하기 위해 쌓은 山城이란다. 축조 당시에는 성의 둘레가 4Km에 달하는 石築山城이었다고 하니 제법 큰 규모였겠으나, 지금은 흩어진 돌무더기만 약 400m 정도 길이에 널려있는 정도이다.  

 

 

 

 

▼  백령성을 지나면 등산로는 헬기장을 거쳐 잘록이로 내려섰다가 큰 등성이로 오르는 산길로 이어진다. 한 바탕 가파른 길을 올라서면 백암산 줄기에서 뻗친 바윗길을 만난다. 주변에는 진달래나무들이 많이 보이고, 문득 어느 봄날 다시 찾은 이 능선을 그리다 보면 산행을 시작한지 어느덧 50분, 이미 주능선 삼거리에 도착되어 있다. 오른편으로 가면 20분이 채 못 되어 서암산(630m)에 다녀올 수 있으나, 집사람의 컨디션이 별로 인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을 속으로 갈무리하면서 독수리봉이 있는 왼편 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  삼거리 안부에서 독수리봉을 거쳐 백암산으로 이어지는 이 일대의 바위등성이에는 落落長松이 많아 경관이 매우 뛰어나고, 양옆이 깎아지른 바위벼랑인 암릉 위를 걷는 산행은 아기자기하다. 이 일대가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이다.

 

 

 

 

 

 

▼  독수리봉 외에도 주능선 일대의 바위등성이는 주로 서쪽 휴양림 골짜기쪽으로 천길 낭떠러지를 이루며 노송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그려준다.  

 

 

▼  주능선 삼거리에서 20분 정도를 걸으면 매의 부리처럼 생긴 ‘독수리봉’에 도착한다. 독수리봉은 전위봉에서 사진에 옮겨야 제격, 봉우리 위에 사람 두어 명 얹으면 錦上添花가 된다. 일행이 정상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원하는 그림을 그린 후 발걸음을 옮긴다.   * 매부리봉이라고도 불리우는 독수리봉은 북쪽의 서암산에서 이 봉우리를 바라보면 마치 매의 부리처럼 생겼다해서 그리 부른단다. 매의 부리가 서쪽 하늘의 허공에 떠있고 그 아래는 천길 낭떠러지다.

 

 

 

 

 

▼  독수리봉 정상은 두세 평 정도의 공터, 이 봉우리를 올랐던 산객들이 쌓은 돌무더기라고 부르는 게 맞을 정도로 옹색한 톨탑 뒤, 잘생긴 소나무 가지에 ‘독수리봉’이라고 쓰인 손바닥만한 철판이 매달려 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그야말로 일품, 저 멀리 대둔산과 그 능선들이 한눈에 잡힌다.   

 

 

 

 

 

▼  독수리봉 前後에서 백암산을 거쳐, 힌바위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은 암봉, 그리 험하지는 않지만, 엊그제 무거운 짐을 들다가 허리를 다친 집사람이 걷기에는 만만치 않은 코스이다. 직원들과 어울려 술 마시느라 늦게 귀가한 탓에 그 무거운 짐을 들어야 했으니 결과적으로 그녀의 아픔은 내가 준 선물... 죄스러운 마음으로 정성들여 그녀를 붙잡아 주는 것은 어찌 보면 當然之事이다.  * 문득 梅窓(朝鮮 中期, 전북 부안의 이름난 기생이자 詩人) 의 시 한수가 떠오르는 것은 이곳의 풍광에 취한 탓이 아닐까. ‘취하신 님의 비단 옷소매를 잡았다네, 옷소매가 손길 따라서 찢어졌구려, 찢긴 비단옷은 전혀 애석하지 않지만, 다만 은정이 끊어질까 두렵기만 하다’   

 

 

 

 

 

▼  독수리봉부터는 그리 험하지 않은 암릉이 이어진다. 그 다음은 흙길, 그 흙길 끄트머리에 백암산 정상이 있다. 백암산정상에서 내려서 흰바위봉을 사진에 담으며 10분 정도 더 걸으면 오른편으로 남이자연휴양림(왼편은 백암마을)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백암산 정상에 서면, 북동으로 서대산 대성산이 펼쳐지고, 동으로는 진악산이 조망된다. 남동으로는 민주지산 대덕산 덕유산 구봉산, 남으로는 운장산 연석산 등이 눈앞으로 도열한다.  그 밖에도 북서로는 천등산과 대둔산...

 

  

 

▼  정상에서 남쪽으로 조금 더 바위벼랑 따라 내려가면 거대한 바위벽 옆을 지나게 된다. 이곳이 ‘흰바위 벼랑’이다. 이 바위벽이 아침나절 햇살을 받으면 하얗게 빛난다고 해서 ‘백암산’이란 이름이 붙었단다. 이 바위봉우리를 북쪽에서 보면 평범한 둥근 봉우리지만 남면은 높다란 바위벼랑을 이루고 있다. 이 거대한 바위벼랑에 푸른 소나무가 자라고 있어 경관이 좋다. *이 높은 바위벼랑이 아침나절 햇빛을 받으면 하얗게 빛나기 때문에 백암산(白岩山)이란 이름을 얻었고, 이 바위봉 바로 아래의 흰바위(백암리)라는 마을도 여기서 이름을 얻은 것이다.  

 

 

 

▼  흰바위 위에서 앞 방향의 바위벼랑과 백암마을을 바라보다 산행시간에 쫓겨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흰바위 벼랑을 내려서서 걷다 문득 돌아서니 저절로 나오는 歡呼, 눈앞에 흰바위 벼랑이 시원스레 펼쳐지는데, 건너보고 올려보는 맛이 일품이다.  

 

 

▼  흰바위봉을 내려서서 조금 더 걸으면 헬기장, 이어서 사거리인 흰바위고개에 이른다. 왼편으로 내려가면 백암마을에 이르게 되고, 오른편으로 내려가면 남이 자연휴양림이 나온다. 그대로 금남정맥 능선을 따라 진행하면, 진안 땅에 있는 운장산으로 이어진다.

 

 

 

 

▼  흰바위고개에서 10분 정도 더 걸으면 오른편은 역시 자연휴양림이지만, 왼편은 입석리로 표시가 바뀌어 있다. 계속 이어지는 능선길은 완만한 흙길이 이어지다가 문득 암릉으로 변해버린다. 그리고 터지는 조망, 역시 암릉만이 보여줄 수 있는 선물이다.  

 

 

 

 

▼  제법 가파른 사면을 한차례, 아니 두어 차례 치고 오르면 선야봉이 분기되는 714봉에 이르는데, 다들 이곳을 七百高地의 초입이라 부른다. 이곳에서 그대로 직진 하면 금남정맥 마루금이고 우측으로 꺾어 진행하면 신선봉과 선야봉이 나온다.  

 

 

 

 

 

▼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어 몇 개의 고만 고만한 봉우리, 아니 오늘 같이 무더운 날에는 오르기가 쉽지 않을 정도의 봉우리 몇 개를 넘으면 신선봉이다. 아까의 분기점에서 점차 고도를 높여가며 만나는 봉우리들, '이 봉우리가 신선봉 이겠지?‘ 기대와 실망을 여러번 반복한 후에야 암릉으로 이루어진 신선봉에 도달하게 된다.  

 

 

 

 

 

▼  신선봉에서 20여분만 더 갈으면 선야봉이 나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집사람의 체력을 안배하는 차원에서 더 이상의 진행을 포기하고 이끼폭포 방향으로 내려선다. 선야봉을 올라야할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 이상 무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이곳 백암산은 이끼폭포가 유명하니 카메라에 담아볼 욕심도 있기도 하고...

 

 

▼  신선봉에서 오십폭포로 내려서는 길은, 초반에는 완만한 경사를 유지하고 있는 순한 암릉으로 이어지다가, 우리가 지나온 능선에 있는 독수리봉과 백암산이 한눈에 잘 들어오는 신선대를 지나면서부터는 급경사 내리막길로 변하고 만다. 조금만 잘못 건드려도 돌맹이가 굴러 떨어지는 급경사에, 安全施設도 全無한 상태이다. 그저 조심조심 내려설 수 밖에...  

 

 

 

▼  신선대에서 급경사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서다 바닥에 도착할 즈음, 원래의 등산로에서 우측으로 살짝 빗겨나 아래로 향하는 등산로가 희미하게 보인다. 그 길을 따라 50m 정도 내려가면 오십폭포가 보인다. 하늘을 뒤덮을 만큼 빽빽한 숲은 차라리 초저녁 어스름을 연상시키고, 계곡의 물은 그냥 마셔도 좋을 만큼 맑고 청량하다. 절벽에 걸친 오십폭포는 한 번만 낙하하는 것이 못내 서운한 듯, 절벽의 중간을 한 번 두들긴 다음, 다시 한번 落下의 행선지를 아래로 돌린다. * 오십폭포는 폭포의 높이가 50m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란다. 예전에는 사람 키로 50배 정도 된다고 해서 쉰길폭포라고 불린 적도 있는데, 과장된 표현이며 실제 높이는 40m 정도 된단다. 해발 약 550m에 자리한 오십폭포는 갈수기에는 물줄기가 힘 빠진 늙은 염소 오줌 나오듯 하지만, 장마철인 오늘은 수량이 많아진 탓에 장관을 이루고 있다.   

 

 

 

 

 

▼  이끼폭포에서부터 등산로는 로프와 돌계단 등 안전시설이 깔끔하게 정비되어있다. 그렇게 등산로는 계곡과 나란히 서서 하류에 있는 ‘남이 자연휴양림’을 향해 이어지고 있다.  

 

 

 

 

 

▼  오십폭포에서 200m 정도를 더 내려가면 이끼폭포가 나온다. 폭포수가 내리는 벽면이 온통 짙푸른 이끼로 뒤덮여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니나 다를까 폭포의 왼편 벼랑은 온통 진록의 이끼로 덮여있다. 비록 二年前 KBS의 다큐멘터리 제작팀과 함께 탐사를 했던 ‘무건리 이끼폭포’ 만큼 짙고 무성한 이끼는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이끼폭포라 불러도 좋을 듯...  

 

 

 

 

▼  길이 약 4Km 정도의 계곡을 따라 나란히 이어지는 등산로는 도중에 곧장 물길을 가로질러야 할 때도 있다. 물길 위에 위태롭게 놓여있는 징검다리를 폴짝거리며 건너는 風趣는 어느새 우릴 童心의 세계로 돌려놓아 버린다 

  

  

 

 

 

▼  산행 날머리는 남이자연휴양림

오십폭포에서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 산행 날머리인 ‘남이자연휴양림’이 나온다. 오십폭포에서 이끼폭포을 지나 휴양림 사무소까지는 잘 가꾸어 놓은 산책로를 따라, 사방댐과 八道숲, 숲속교실, 생태숲학습관과 숲속공연장이 촘촘히 설치되어 있다. * 선야봉과 백암산을 좌우에 끼고 있는 남이휴양림은 느티나무가 많아 느티나무골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산세가 좋고, 기암괴석과 폭포수 등 자연경관이 수려하며,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원시림에 가까운 숲을 지니고 있다. 금산군에서 그 장점을 살려 이곳에 휴양림을 개장하여 운영하고 있다. 누가 내게 가장 잘 가꾸어진 휴양림을 들라면 주저 없이 이곳 논산의 남이자연휴양림을 꼽겠다. 아니나 다를까 잘 가꾸어진 숲을 따라 내려가는 길가에는 이곳이 산림청에서 선정한 ‘가장 아름다운 숲’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천보산(天寶山, 330m)-천덕산(天德山, 343m)


산행코스 : 상천저수지→팔각정→암릉코스→천보산→지티고개→금지사 임도→천덕산→상천저수지 (산행시간 : 3시간30분)


소재지 : 충청남도 부여군 홍산면

산행일 : ‘10. 8. 21(토)

같이한 산악회 : 월산악회


특색 : 사람들은 天寶山이라하면 보통은 경기도 양주에 있는 산을 떠올리게 된다. 바위봉우리로 이루어진 山도 아름답지만, ‘회암사지 선각왕사비’ 등 보물을 3개나 품고 있는 회암사지(사적128호)가 있어 더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 충남 부여에 있는 천보산도 비록 소문난 史蹟을 품고 있지는 않지만, 山 자체만 놓고 볼 때는 결코 양주의 천보산에 뒤쳐지지 않는다. 비록 야트막한 산이지만 奇奇妙妙한 바위들을 바라보며, 암릉을 오르며 느끼게 되는 손맛은 양주의 천보산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기 때문이다.

 

 

▼  산행들머리는 홍산면 상천리에 있는 상천저수지

서천-공주고속도로 서부여 I.C를 빠져나와 4번국도를 타고 서천방면으로 달리다가 부여군 홍산면사무소 못미처에서 우회전 613번 지방도로를 따라 들어가다 보면 그리 오래지 않아 상천저수지가 보인다. 상천저수지 제방 못미처 왼편에 4~5대를 받칠 수 있는 주차장이 있고 주차장 건너편에 정자로 오르는 등산로 입구 표시가 있다. 등산로 입구에는 친절하게도 오늘 지나가게 되는 지점까지의 거리가 자세하게 적힌 이정표가 서 있고, 산행안내판은 들머리의 맞은편 도로 건너편에 세워져 있다.

 

 

 

▼  도로와 맞닿은 나무계단을 따라 오르면 그 끄트머리에 예쁘장한 정자가 있다. 정자의 뒤편으로 나 있는 등산로는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다. 등산로의 초입은 제법 경사가 심하지만 걷기 좋은 흙길, 산행이 진행될수록 등산로 주변에는 바위들의 숫자가 많아지다가, 어느새 암릉으로 변해있다.  

 

 

 

▼  커다란 바위들이 널려있는 때 묻지 않은 등산로를 따라 걷다보면, 문득 떠오르는 생각... 자갈 콘크리트를 연상케 하는 바위들은 이곳이 바다 밑이었음을 말해주는데, 이런 것을 보고 ‘타포니현상’이라고 일컫는데 그 기간은 1억 년이 넘는단다. 진안의 마이산을 가보면 이와 같은 현상을 볼 수 있다.  

 

 

 

 

 

 

▼  바위지대를 잠시 오르면 급경사에 굵은 밧줄이 매인, 날카로운 바윗길을 만나게 된다. 이어 아기자기한 암릉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약 10분 정도를 기어오르면 절벽에 세워진 높이가 얼핏 10m정도 되는 철사다리가 나온다. 철사다리를 올라선 후, 조금 더 걸으면 두 번째 철사다리, 두 번째 철사다리를 올라서면 완만한 암릉길이 마중나온다.

 

  

 

 

 

 

▼  천보산은 낮고(330m) 작지만 암릉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결코 얕볼 수가 없는 산이다. 바위에서 바위를 지나, 바위로 오르는 등산로는 오직 쇠줄사다리뿐, 암릉 사이의 공간이 협소하여 사다리를 고정시킬 수 없었던 탓인지, 사다리가 흔들리고 있어서 마음 약한 사람들이 오르기에는 제법 부담스러운 산이다.

 

 

 

▼  안심하고 주위의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잠시, 얼마 안가 수직절벽에 걸친 세 번째 철사다리에 닿는다. 이곳에는 우회로도 있으나 구태여 돌아갈 필요는 없다. 앞서 올랐던 철사다리보다 어려울 것이 없으므로... 철사다리를 올라서면 뾰족한 암봉을 이룬 대문바위 꼭대기를 밟는다. 대문바위 위에 서면, 발아래로 상천저수지의 風景이 정겹게 다가온다.   

 

 

 

 

▼  천보산의 남쪽으로 뻗어 내리는 산줄기는 온통 바위로 되어있다. 암릉의 양쪽 斜面은 절벽의 수준인데, 암릉을 이루고 있는 바위덩어리들은 그 크기나 모양이 제각각으로 가히 奇巖怪石의 展示場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 싶다.  어떤 것은 바위 봉우리를 이루고 있고, 또 어떤 것은 너럭바위, 그런가 하면 새의 주둥이처럼 하늘을 향해 치솟고 있는 바위들도 있다.  

 

 

 

 

▼  대문바위에서 완만한 바윗길을 따라 10분 정도 더 오르면 정상, 천보산이라고 쓰인 이정표가 아니라면 결코 정상이라고 느끼는 것이 더 이상할 정도로, 결코 정상 같지 않은 모습이다. 이곳에서 지티고개까지는 2.5km가 남았다.  

 

 

 

▼  아니나 다를까 정상이정표를 지나 조금 더 진행하면 또 다른 정상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는 정상표지석이 있는데, 제일 높은 지점도 아닌 어중간한 곳에 설치되어 있다. 정상에 서면 남쪽으로 구룡평야가 넓게 펼쳐져 있고, 서쪽으로 눈을 돌리면 천덕산에서서 월명산으로 흐르는 산줄기를 볼 수 있다.  天寶山의 정상은 2곳, 두 곳 모두 높이를 330이라고 표기하고 있으나, 지도상에는 325, 323으로 나온다. 전망은 정상 못미쳐 사다리를 오른 직후가 제일 좋은 것 같다.

 

 

 

 

 

 

 

▼  천보산 정상에서 1Km 조금 넘게 걷다보면, 천보산 능선은 지티고개로 고도를 내려뜨리기 전에 봉우리 하나를 만들어 놓고 있다. 왼편으로 내려서면 지티고개, 계향산으로 가려면은 곧바로 직진해서 2.5Km정도를 더 걸어야 한다. 이곳 이정표들은 대체 어떤 것을 믿어야할까? 분명히 같은 지자체에서 동시에 설치한 시설물들일 터인데도, 이정표들의 거리표시와 지명표시가 제각각이다. 입구에서부터 지금까지 지티고개로 적혀있던 지명이 이곳에는 삽티고개로 바뀌어 있다. 그 삽티고개라는 표기는 오로지 여기 하나, 고개를 지나며 천보산으로 향하는 길에서 만나게 되는 이정표는 또다시 지티고개로 바뀌어 있으니 말이다.

 

 

 

 

   

 

▼  613번 지방도인 지티고개, 천보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만난 이정표에서 삽티고개라는 낯선 이름을 보았으나, 아무래도 지티고개가 맞는 듯 싶다. 조금 전, 계향산 진행방향을 알려주던 '삼거리 이정표' 외에는, 지도나, 다른 이정표들이 모두 지티고개로 표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천덕산으로 가려면 이 고갯마루에서 서쪽 절개지로 올라서야한다. 절개지를 올라서면 오른편 밤나무단지와 왼편에 평범한 林野를 끼고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걷게 된다. 그렇게 30분 정도를 크게 굴곡이 없는 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金池寺 林道’에 닿는다.

 

 

 

 

▼  金池寺 林道

지티(삽티)고개에서 高低가 심하지 않은 능선을 따라 1Km 정도를 걷다보면 자동차가 넉넉히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널따란 금지사林道에 다다른다(사실 고갯마루에 SUV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왼편으로 내려가면 ‘윗삽티 승강장-상천저수지 문녕기(문녕기는 저수지를 일컫는 이 지방 사투리란다)’, 오른편으로 가면 월명산 금지사이다. 오늘의 답사할 마지막 봉우리인 천덕산까지는 2Km가 남았다. 

 

 

 

 

▼  金池寺 林道에서 큰낫고개 사이에 있는 405봉을 오르는 길은 오늘 산행중 제일 힘든 코스이다. 우선 임도가 움푹 꺼진 低地帶인 것은 차지하고라도 405봉 자체가 오늘 우리가 걷는 봉우리 중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300m가까이 되는 高度를 500m 정도의 거리에서 올리다보니 말할 수 없이 경사가 심하다. 오늘은 폭염주의보가 발표될 정도로 무더운 여름날, 산을 오르는 이들 모두가 죽을 맛인지 얼굴 표정이 밝은이들을 볼 수가 없다. 사랑스런 내 집사람도 체면을 벗어버린 지 이미 오래... 어느새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리고 있다. 옛날 여자들은 외간 남자들에게 ‘맨발’만 보여주어도 보여준 사람에게 시집가야한다고 했는데.... 

 

 

 

▼  405봉에서 ‘큰 낫고개’를 거쳐 ‘작은 낫고개’까지 이어지는 2Km가까이 되는 능선은 좌우양쪽 사면이 날카롭게 서있는 날등의 형태, 만일 이 능선이 바윗길이었다면 아마 ‘칼날능선’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 싶다. 대부분이 내리막길인지라 걷기에 부담이 없기에 좌우를 살피는 여유까지 생긴다. ‘찾아라 그리하면 얻을지니라’ 성경말씀이 옳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집사람과 난, 그 귀하디귀한 영지버섯을 꽤나 많이 채취할 수 있었다.  

 

 

 

 

 

▼  ‘작은 낫고개’에서 능선을 따라 5분정도 오르면 오늘 산행의 마지막 봉우리인 天德山이 나온다. 정상은 서너 평 남짓 되는 분지, 허리춤에 닿을 정로로 잡초가 무성하게 우거져있고, 중간어림에 이정표 하나만 우두커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무런 특징이 없는 밋밋한 야산이고, 주위는 숲으로 둘러싸여 조망 또한 열어주지 못하고 있다. 정상에서 남릉으로 발길을 옮겨 약 40분 내려가면 아홉사리고개에 닿게 된다.  

 

 

-= IMAGE 10 =-
원본 크기의 사진을 보려면 클릭하세요

 

 

▼  하산은 다시 ‘작은 낫고개’로 돌아와 오른편 상천저수지 방향으로 내려선다. 급경사 내리막길은 갈지(之)자를 그리고 있다. 등산로는 제법 넓으나 사람이 별로 다니지 않는지, 수북하게 쌓인 낙엽과 잡목들 때문에 길이 곱지 않다.

 

 

  

 

▼  산행날머리는 산행을 시작했던 상천저수지의 맞은편에 있는 동네도로

등산로 옆으로 흐르는 작은 개울로 내려가 시원한 물로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 나면 오늘의 피로는 어느덧 가셔버린 지 오래다. 계곡을 벗어나면 곧바로 만나게 되는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10분정도 내려가면 상천저수지가 보인다. 저수지 주위의 나무숲을 헤치면 건너편에 산행을 시작했던 들머리가 코앞에 있다.

 

덕숭산 (德崇山, 495m)


산행코스 : 주차장→소림초당→수덕사→소림초당→정혜사→정상→정혜사→우측능선→수덕사→주차장 (산행시간 : 2시간30분)


소재지 : 충청남도 예산군 덕산면

산행일 : ‘10. 4. 24(토)

함께한 산악회 : 집사람과 함께(산행 후, 수덕산을 오른 회사산악회와 합류)


특색 : 한마디로 말하자면 ‘작지만 큰 산’이다. 한 시간 남짓이면 정상에 도달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동네 뒷산 만한 야트막한 산. 그러나 그 안에 한국 조계종 5대 총림중 하나인 ‘德崇 叢林’을 품었으니 결코 작을 수 없는 산이다. 전체적으로는 흙산이나 계곡을 중심으로 암벽이 도사리고 있고, 곳곳에 기이한 형상의 바위들을 만날 있어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이 산행을 마칠 수 있다.

 


▼  산행들머리는 수덕사 주차장

40번 국도를 따라가다 수덕사방향으로 들어서서면 곧바로 수덕사입구 주차장이다. 언젠가 ‘일주문 밖이 사바세계’라는 글귀를 읽은 적이 있다. 수덕사의 일주문 밖에 위치한 집단시설지구는 사찰의 호젓한 멋과는 天壤之差인 혼잡 그 자체, 사바세계를 몸소 보여주고 있는 듯 싶다.  

 

 

▼  벚꽃이 만발한 길을 따라가다 보면 좌측에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읽은 적이 있는 ‘수덕여관’이 보인다. 이응노화백이 머무르며 그림을 그렸던 곳으로 소문이 나 있으나, 지금은 영업을 하고 있지 않다.  ‘청춘을 불사르고’의 저자인 김일엽스님과 한국 최초의 여류화가인 나혜석, 그리고 평생 이 여관을 지켜온 이응노화백의 부인 박귀희여사, 수덕여관과 인연이 깊은 세 여인을 기리며, 정호승 시인이 쓴 ‘수덕여관’이라는 시를 옮겨본다.

‘일생에 한번쯤 수덕사 수덕여관에 여장을 풀고 평생 오지 않았던 잠을 자보아라. 

열매 맺지 않는 꽃이 붉은 열매를 맺을 것이다.

비록 이튿날 아침 깨어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일생에 하룻밤쯤 수덕여관 산당화에 기대어 잠을 자보아라.

열매 맺지 않는 꽃이 맺은 열매에, 다시 붉은 꽃이 피는 것을 볼 것이다.

그래도 평생 오지 않는 잠이 있다면 수덕여관 샘물을 한 바가지 들이켜보아라. 

물위에 코끼리를 타고 모든 쓸쓸한 사랑이 지나가 버린다.‘  

 

 

 

 

 

 

▼  수덕여관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덕숭산 수덕사’라고 적힌 일주문이 나온다. 때는 바야흐로 부처님 생일인 ‘사월 초파일’이 내일 모레... 사찰 주변엔 온통 연등으로 넘쳐난다. 역시 이곳이 총림이라서? 다른 사찰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 많은 연등들이, 머리위에서 하늘에 넘실거리는 구름무늬를 따라 출렁이고 있다.

 

  

 

 

 

 

▼  修德寺 대웅전(國寶 제49호)

백제 위덕왕 때 지명스님이 창건, 鮮末 萬空스님이 중창하면서 후학들을 많이 배출한, 조계종 5대 叢林(총림이란 경전을 배우는 강원, 선을 닦는 선원, 율을 배우는 율원이 다 갖추어진 사찰로서 영축총림(양산 통도사), 해인총림(합천 해인사), 조계총림(전남 송광사), 덕숭총림(예산 수덕사), 고불총림(전남 백양사) 등이 있다) 중 하나, 국보 제49호인 대웅전은 부석사 부량수전과 함께, 현존하는 한국 最古의 목조건물이란다. 대웅전에 서면 단청이 빛을 바래 오랜 시간의 흔적만이 나뭇결에 이끼처럼 배어있지만, 그 소박한 빛깔은 오히려 우아하게 내 마음속으로 다가온다.

 

 

▼  본격적인 등산로는 수덕사 뒤에서 시작된. 대웅전 왼편 울타리 너머로 등산로가 있다. 출구를 개울 곁으로 난 계단을 따라 곧바로 진행하면 된다. 왼편 다리를 건너면 정혜사까지 이어지는 능선과 연결된다. 등산로는 돌계단, 계단은 가파르다, 완만해지기를 번갈아가며 이어진다.  

 

 

 

▼  골짜기를 끼고 정혜사로 가는 숲길은 참나무류가 주종, 느티나무와 굴피나무, 때죽나무가 군락을 이루는데, 산벚나무, 서어나무, 단풍나무 들도 심심찮게 보이고 있다.  소나무 숲 사이 골짜기 일대의 풍경은 푸르고 맑다. 희미한 물살 소리가 들려오는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등산로는 좀 가파르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다. 거기다 기분 좋을 만큼 시원한 골짜기 바람이 뒤를 밀어주니, 발걸음은 무겁기보다 차라리 상큼하기만 하다. 거기에다 곳곳에서 어여쁜 진달래들이 살포시 고개를 내밀고 손짓을 하고있는데야...

 

 

 

▼  10여분쯤 오르면 거대한 바위벼랑이 보이고, 그 위에 동양화에서 금방 뛰쳐나온 듯 싶은 초가 한 채가 올려져 있다. 만공선사가 손수 터를 잡아 지었다는 소림초당이다. 절벽과 어우러진 落落長松, 그 어렵다는 깨달음조차 이런 도원경에서는 자연현상으로 치부될 것 같다.   수덕산은 의외로 바위가 많은 산이다. 주차장에서 수덕사로 들어오며 느꼈던 온화한 기운은 언제부터 사라져 버리고, 곳곳에 나타나는 거대한 바위지대는 덕숭산의 새로운 면을 보여준다. 外柔內剛의 산??

 

 

 

▼  소림초당에서 조금 더 오르면 관음보살상이 자애로운 미소를 띠고 눈을 맞춰준다. 바위에 몸체가 붙어 있는 것이, 아마 바위에 직접 조각을 했나 보다. 이것 역시 만공선사가 만들었단다 

 

 

 

 

 

▼  석불을 지나 진달래의 향기를 코끝으로 감싸안으며 잠깐 오르다보면 만공선사를 추모하는 현대식 부도인 만공탑이 세워져 있다. 여기서부터 정상까지 650m가 남았다고 부도 옆에 서있는 이정표가 알려주고 있다.   

  

 

 

▼  정혜사, 수덕사와 같은 연대에 지어진 절로서, 수덕사 대웅전에서 정혜사까지 1,080개 계단이 놓여 있다. 오르면서 108번뇌를 열 번이나 떨쳐버리라는 의미일까?  여하튼, 이 암자는 구한말 만공 스님이 禪불교를 중흥시킨 곳으로서 한국 현대불교를 움직인 수많은 고승들을 배출한 ‘禪의 종갓집’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절의 약수를 ‘부처님의 젖’에 비유하여 ‘佛乳閣’이라는 현판을 붙여 놓았다.  

 

 

 

 

▼  정혜사에서 정상까지는 경사가 심하지 않은 훍길로 이어진다. 덕숭산은 두드러지지 않고 두루뭉술하다.  가야산의 큰 힘과 용봉산의 날카로움을 적당히 포용하고 있는 산, 中庸의 美學을 담고 있는 산이라 칭하고 싶다  

 

 

 

 

 

▼  싱싱하게 우거진 소나무 숲 사이를 흐르듯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르며 산을 음미해 본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너무 심오한 화두였을까? 화두의 짜뚜리를 잡아보기도 전에 나타나는 정상... 아니 화두가 어려웠던 게 아니라 등산로가 너무 짧았기 때문이다. 겨우 20분 정도의 거리였으니 말이다.    덕숭산은 동쪽의 수암산에서 시작해서 용봉산, 홍동산, 삼준산, 연암산, 뒷산, 가야산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산들로 빙 둘러싸여 있는 가운데, 오롯이 바위산으로 솟아 있다. 어떤 이들은 연꽃을 닮은 형상이라고 한다. 연꽃은 불교와 인연이 깊으니 산은 당연히 名刹을 품고 있을 것이고, 그 절이 바로 수덕사일 것이다.

 

 

 

 

▼  정상에서 바라본 가야산, 정상에 서면 북쪽으로 어디 한 군데 모나지 않은 평평한 들녘, 그 오른편과 왼편에 용봉산과 가야산 줄기가 길다랗게 늘어서 있다. 서쪽에는 그저 고만고만한 산들...그 너머로 서해의 바다가 어렴풋이 보인다.  

 

 

 

▼  정혜사 바로 아래에 있는 石門

사찰에서는 대부분 문을 통과하면 殿閣이 나타나지만 이 石門의 안에는 아무런 건물도 없다. 이왕에 들어선 몸, 돌아 나오지 않고 아랫길을 찾아본다. 유난히 오른편 방향으로 두리번거림은 올라왔던 길을 또다시 밟기 싫은 것도 원인이지만, 사실은 오른편 능선에 있다는 견성암에 들러보기 위해서다.

 

 

 

▼  정혜사에서 소림초당으로 내려가는 길을 벗어나 견성암을 찾아보았지만, 행여 선방에 든 비구니들의 수행에 방해될 것을 우려한 부처님의 계시였는지, 견성암 대신 하산할 때까지 등산객이 한 사람도 보이지 않은 호젓한 능선을 밟게 되었다. 견성암은 만공선사가 세운 암자로서, 청도 운문사와 함께 최대의 比丘尼 선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을 정도이니 차라리 잘 되었는지도... 

  

 

 

 

   

 

▼  比丘尼들의 수행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는 내 선심에 대한 보답? 하산길은 奇奇妙妙한 바위들과 팔자 좋게 가지를 늘어뜨린 소나무들, 그 사이사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진달래 군락, 오늘 산행 중에 제일 풍광이 좋은 등산로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이 능선은 아까 산행을 시작했던 수덕사의 울타리로 이어진다.

 

 

 

▼    아무리 다른 산을 올랐을망정 서울서부터 같이 내려왔고 같이 올라갈 사이인데... 산악회에서 마련해준 맛난 저녁식사(파김치 민물장어구이) 후에 한 컷! 서두르다 보니 가야산을 올랐던 직원들 중에 안보이는 사람들이 꽤 많다. 

진락산 (進樂山, 732m)


산행코스 : 수리너머재→북서릉→전망대→737봉→도구통바위→영천암→보석사 (산행시간 : 4시간)


소재지 : 충청남도 금산군 금산읍과 남이면의 경계

산행일 : ‘09. 12. 12(토)

같이한 산악회 : 청지산악회


특색 : 그리 높지 않은 흙산이나 정상을 잇는 능선이 암릉으로 이루어져있어, 흙산의 단점인 지루함을 없애게 만들어 주는 산. 보석사로 내려가는 하산길은 급경사로 겨울철에는 주의가 필요  

 

 

산행들머리는 수리넘이재

금산읍에서 남이면 방향으로 넘어가는 고개에 주차장이 설치되어있다. 오로지 진락산을 찾아오는 등산객들을 위한 편의시설인 모양인데, 등산로 주변정비나 이정표 설치 등, 금산군에서 진락산에 쏟는 정성들이 한층 살갑게 다가온다.  

 

 

 

지그재그, 그리고 임도를 연상케하는 평탄한 길, 그렇게 10분 넘게 오르면 우측으로 잘 정비된 소나무숲길로 이어진다.  등산로 가에는 장승이 둘... 

 

 

다시 지그재그 등산로를 따라 한참을 오르면 왼편 이래로 금산읍이 내려다보이는 북서릉 사거리 안부에 닿는다.

 

 

 

사거리 안부에서 북서릉을 타고 10분 정도 오르면 정면으로 수석처럼 암골미를 드러내는 진락산 북사면이 펼쳐진다. 서서히 왼편 멀리로 대둔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땀을 닦아주는 한줄기 산들바람과, 저 장엄한 산줄기가 주는 시원함, 그리고 배낭에서 꺼내 마시는 한 모금의 시원한 물, 이것이 바로 산을 오르는 이유가 아닐까? 아무튼 산을 오르는 것은 정신의 청량함을 맛보려는 것일 것이다.

 

 

첫 번째 만나는 암봉에 올라서면, 자욱한 안개사이로 금산읍내와 인삼밭들이 눈 안에 들어온다. 산으로 둘러싸인 낮은 분지에 들어앉은 금산읍은 아늑한 모습을 띠고있다.

 

 

 

산의 능선길을 걷는다. 등산로 주변은 소나무, 대부분 반송이다. 키가 크지 않고. 나무 둥치의 아래에서 가지가 벌어지고 있다.  

 

  

 

능선 길에는 소나무가 주종이다. 아직 활엽수들이 여기까지는 잠식하지 못한 것 같아 다행이다. 뭐니뭐니해도 우리네 산은 소나무가 제격이니까...  

 

 

 

될 수록 천천히 걸어본다. 멀리 바라보이는 산봉우리들에 눈을 맞추기도 하면서 걸어간다. 서두를게 무에 있으랴~ 날이 저물면 못다간 길은 남겨둔 채로 내려서면 그만인 것을...  

 

 

진락산은 금산인삼의 발생지, 지금으로부터 약 1500년전 백제시대에 효성이 지극한 강처사가 노모의 병 치료를 위해 관음봉 관음굴에서 기도하던 중 산신령의 현몽으로 인삼의 씨를 얻어 처음 재배하기 시작했단다.  

 

 

능선의 올망졸망한 암릉을 따라 걸으며, 바위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멋진 경관에 빠지다보면, 원효암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효암 내려가는 바위 위로 길다란 밧줄이 늘어져있다. 바위의 경사는 그리 심한 것 같지 않지만, 밧줄을 매어 놓은 것을 보면, 원효암에서 올라오는 길은 그리 쉽지 않을 듯...  

 

 

정상에서 금산읍 방향을 내려다보면 수십 길 낭떠러지가 아찔하게 서있다.   금산은 역시 ‘인삼의 고장’ 들판이 온통 인삼밭 천지이다.  

 

 

원효암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안부에서 주능선을 타고 10분 못되게 오르면 30여 평 넓이 헬기장이 나온다. 바로 진락산 정상이다. 정상에는 어른 키 높이의 정상표지석이 서 있다.   

 

 

 

 발 아래로 금산읍내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금산읍 뒤 멀리 보이는 것은 아마 천태산일 것이다.

 

 

남쪽을 바라보니 수많은 연봉들이 구름위에서 파도처럼 일렁이고 있다. 낮게 깔린 구름 때문에 시계가 그리 맑지 않아 어느 산인지를 딱 부러지게 끄집어 낼 수는 없지만 장엄하기는 짝이 없다.

 

 

남으로는 전북 운장산과 구봉산... 대둔산은 어디에 있지?  

 

 

정상에서 아기자기한 암릉구간과, 바위 위에 심혈을 기울여 기른 듯 싶은 소나무들... 어렵게 바위위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들 사이를 통과하면 정상보다도 더 높다는 737봉이 나온다.  

 

 

 

봄, 여름이 지나고, 가을 또한 가버린 山川, 빈 나뭇가지 사이로 파란 하늘이 있다. 나무 하나하나가 裸木... 그래서 낙엽활엽수는 겨울철이면 서러워 보이나보다. 일년 내내 가꾸고 지켜왔던 자존심, 잎새와 함께 잃어버리고, 다가오는 겨울철 찬바람 앞에 서서 빈 가지만 흔들어댄다. 얼마 안 있으면 저 가지위엔 흰눈 소복이 쌓일 것이고, 그리고 나목들은 또 다른 나날들을 기다리겠지, 찬란한 봄을...  

 

 

 

정상비석이 있는 진락산에서 남동쪽 주능선으로 1.3km 거리에 있는 737봉은 정상인 주봉(732m)보다 조금 더 높다. 그런데도 주봉이 못된 것은 금산읍에서 737봉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란다.  

   

 

하산은 남동쪽 737봉을 경유하여 석동리 보석사로 내려서는 코스가 보편적이다. 737봉에서의 하산로는 급경사, 로프가 메어져 있지만 겨울철 등반시에는 주의가 요망된다.  

 

 

능선을 따라 내려가다, 남쪽 등산로로 접어들면 돛대처럼 생긴 바위가 나온다. 일명 ‘도구통 바위’, 도구통은 절구통의 전라도 사투리이다. 우리네 나이쯤 되면 도구통이 무엇인줄 알겠지만, 과연 젊은 사람들은 저 바위에서 도구통의 어떠한 형상을 떠올릴 수 있을까???

 

 

 

영천암

도구통바위를 뒤로하고 남쪽 급사면을 지나, 바닥이 바짝 말라버린 계곡을 따라 걷다보면 산중 암자인 영천암이 나타난다.  영천암은 보석사와 같은 연대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 절 뒤의 동굴에서 샘물이 흘러나오는데, 사계절 끊이지 않고 나오는 영험한 샘으로 알려져 있다.  

 

 

영천암의 곁에서 절의 오랜 역사와 함께한 듯 싶은 나이를 측정할 수 없는 괴목... 

 

 

스님 한둘  정도는 머물법도 하건만 영천암의 대문은 굳게 닫혀있다. 절의 뜰에 있는 감나무 밑에는 꽤나 멀리서 올라온 듯 싶은 동네 꼬마 녀석들이 감을 따먹느라 정신이 없다.

 

 

 

영천암을 뒤로하고 계류를 따라 20분쯤 내려서면 거대한 은행나무가 어서오라 손짓하고, 아치형 나무다리 건너에 영천암과 같은 해에 창건되었다는 고찰 보석사가 보인다.

보석사(전통사찰 제5호)는 신라 헌강왕(886년) 때 祖丘大師가 창건한 절로서 마곡사의 말사이다. 처음 세울 당시 절 앞에서 캐낸 金으로 지었다고 해서 보석사라 불렀단다. 문화재로는 유형문화재 제143호인 대웅전이 있으며, 대웅전 앞에는 의승장 영규대사가 머물렀다는 의선각이 있다.   

 

 

보석사의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365호)

보석사 입구에 있으며 수령은 약 1천년 이상된 것으로 추정, 조구대사가 보석사 창건 무렵(886년) 제자와 함께 심었다고 전해지며, 근동 마을이나 나라에 재앙이 있을 때 운다고 해서, 마을의 수호신으로 전해지고 있단다.

 

 

보석사 앞의 전나무 숲길... 200m정도로 짧지만 알찬 길이다. 은행나무만큼이나 나이를 먹은 듯, 하늘을 향해 거대하게 솟구치고 있다. 이 길의 끄트머리에 보석사 주차장이 있다. 

 

 

작은 소

이것이 별것 아니겠지. 이렇게 생각하며 조그만 악이라도 소홀이 말라, 저 물방울이 모이고 모여 마침내 큰 항아리를 가득 채우듯... 어리석은 이는 조그만 악을 소홀히 하여 그 결과로 마침내는 큰 재앙을 불러들인다.

 

계룡산 (鷄龍山, 845m)


산행코스 : 동학사 주차장→큰배재→남매탑→삼불봉→남매탑→동학사→동학사 주차장(산행시간 : 점심시간 포함 여유로운 4시간)


소재지 : 충청남도 공주시, 논산시, 대전광역시 경계

산행일 : ‘09. 12. 12(토)

같이한 산악회 : 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노사화합 산상 전진대회


특색 : 계룡산은 보편적으로 동학사, 갑사, 신원사를 산행 들머리로 하는 경우가대부분이나 이들 코스의 단점은 구경하지도 않는 문화재관람료(2,000원)를 내는 일이다. 이런 사람들을에게 동학사 입구 주차장 끝머리의 우측에 있는 천정골을 들머리로 삼기를 권해본다.

 

* 본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해주신 노사협의회 관계자분들, 허차장과 총무팀, 그리고 막걸리를 다섯박스나 협찬해주신 이종월 감사님, 현지에서 이것 저것 준비하느라 고행을 많이 하셨고 거기에다 한산소곡주까지 협찬해주신 대전 기술개발센터 직원분들, 싱싱한 회와 과메기에 화랑주까지 그득 싣고 달려오신 월성환경관리센터 직원분들, 족발과 점심을 준비해 주신 본사 직원분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참여했기에 아무 사고없이, 즐겁고 행복한 행사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동학사 입구 주차장에 도착하면, 대전의 '기술개발센터’ 직원들이 환영 프랑카드를 내걸고, 본사와 월성환경관리센터 식구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맨 마지막으로 도착한 ‘본사 용인팀’의 감사님과 직원들  

 

 

반갑습니다.... 주고받는 마음들이 정감 가득한지라, 마주잡는 손길은 자연히 따스할 수 밖에...  

 

 

 

‘자 점심은 각자들 챙겨가야겠지요?’ 김밥, 물, 귤, 초콜렛, 사탕 등이 골고루도 들어있다. 준비하느라 고생한 직원분들의 넉넉한 정성도 가득...  

 

 

주차장에서 곧바로 올라가면 입구 탐방지원센터 앞에서 정면 식당쪽은 동학사 가는 길이고, 다리직전에서 오른쪽 등산로 안내입간판이 세워져 있는 오르막길을 따라 오르면 천정골로 가는 등산로이다.  계룡산은 바위산인지라 등산로 폭이 좁을 수 밖에 없어 오고가는 사람들을 피하려다 보면 피곤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천정골코스는 흙길이어서 등산로 폭이 넓은 탓에 오고가는 사람들이 부딪치지 않아서 좋다.

 

 

계룡산에서 유일하게 적당한 흙을 밟고 걸을 수 있는 코스가 천정골 코스, 가장 완만하면서도 부드럽다.   겨울 빛이 완연한 계룡산, 엊그제 내린 비 때문에, 대부분 돌로 이루어진 등산로가 많이 미끄럽다. 이런 때에는 조심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이마에 땀 몇 방울 송글거릴 즈음에 첫 휴식, 酒계의 거성인 박실장은 어느새 한산 소곡주를 돌리고 있다. 원래 이 시간이 등산객들이 제일 붐비는 시간인지 몰라도, 등산로는 수많은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흡사 어느 재래시장 초입의 풍경...  

 

 

계룡산에서 유일하게 문화재관람료를 안내고도 산을 오를 수 있는 청정골코스가 능선과 맞닿는 안부, 남매탑은 이곳에서 왼편 능선을 따라 오른다.  ‘계룡산의 문화재 관람료는 1인당 2천원’ 난 유명산을 찾을 때마다 이 문화재 관람료를 내는 것이 제일 못마땅하다. 산을 오르려고 찾아왔기에 사찰내의 문화재를 볼 일이 없는데도 꼬박꼬박 돈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계룡산 남매탑(男妹塔, 보물 1285호)

정식이름은 청량사지 칠층석탑이며, 동학사(東鶴寺)에서 북쪽으로 약 2㎞ 지점에 위치하며 오뉘탑, 청량사지쌍탑(淸凉寺址雙塔)이라고도 한다.  

한 스님이 위기에 처한 호랑이를 구해주었더니, 그 호랑이가 보은의 뜻으로 속세의 한 처녀를 그 스님에게 물고 왔고, 이를 인연으로 스님과 처녀는 남매의 분을 맺어 불도(佛道)를 행하며 평생을 마쳤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후세 사람들이 이를 기념하기 위해 탑을 둘 세우고 이름을 '오누이탑'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몇몇 사람은 정성을 다하여 곱게 절을 하고 있다. 무심코 흘려버린 작은 소망 다시 챙겨 볼 수 있게 해 달라는 듯...   

 

 

 

남매탑을 지키고 있는 상운암, 암자 앞에 쉼터(식탁과 의자)를 마련해 놓았다. 

 

 

남매탑을 안고 있는 봉우리, 신선봉(?)

 

 

 

남매탑에서 삼불봉으로 가려면, 제법 경사가 급한 돌계단을 따라 10여분을 올라야만 한다. 

 

 

능선 안부 삼거리, 삼불봉은 왼편 능선을 따라 올라야한다. 곧 바로 진행하면 금잔디고개... 

 

 

 

 

삼불봉정상 아래 안부에는 노약자를 위한 우회길과 곧장 오르는 가파른 철계단이 버티고 있다. 우회하여 관음봉까지 가라고??? 관음봉까지 갈 수 있는 체력이라면 저 정도 철계단인들 못 오르랴, 과잉친절이 아닐까?  

 

 

 

삼불봉(775m) 정상,

서너평 됨직한 공터에 삼불봉설화 안내판과 조망도가 설치되어 있지만 정상석은 없다.   계룡산은 수치상으로 주봉은 천황봉(845m)이지만 등산객들이 다가갈 수가 없고, 등산객들이 오를 수 있는 주봉은 관음봉(816m)이다. 그러나 풍수상의 주봉은 삼불봉(775m)이란다. 고로 오늘 우리는 계룡산의 주봉을 다녀온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곳 삼불봉의 설화는 계룡팔경 중의 하나

계룡팔경은 대표적인 관광명소인데 제1경은 천황봉의 일출, 제2경은 삼불봉의 설화(雪花), 제3경은 연천봉의 낙조(落照), 제4경은 관음봉의 한운(閑雲), 제5경은 동학사 계곡의 숲, 제6경은 갑사 계곡의 단풍, 제7경은 은선폭포, 제8경은 오누이탑의 명월(明月)을 가리킨다.  

 

 

삼불봉에서 바라본 계룡산 주능선인, 관음봉, 문필봉, 연천봉... 

 

 

반대편 능선인 신선봉, 장군봉.. 

 

 

 

관음봉 방향 능선 안부에서 바라본 삼불봉

3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형상이 세 부처의 모습과 닮았다 하여 붙여진 것이라지만, 가까이서 보면 세 개로 분리되지 않는다.  

 

 

남매탑에서 동학사 방향으로 내려가는 오성대 계곡...   

 

 

 

 

동학사는 신라 때, 상원조사가 계룡산에 암자를 짓고 수도하다가 입적한 뒤, 그의 제자인 회의화상이 신라 성덕왕(724년) 때 쌍탑과 함께 건립하였단다.   본래의 암자 이름은 청량사였는데, 고려초에 류차달이라는 사람이 박혁거세와 박제상의 초혼제를 지내기 위해 확장한 후,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계룡산은 암봉, 기암절벽, 울창한 수림 등 수려한 경관 외에도, 이름난 古刹과 사육신 등 선현들의 충절을 기리는 사당이 많은 산으로 유명하다. 숙모전(사육신 등의 위패를 모심), 삼은각(고려의 정몽주, 길재, 이색의 위패를 모심), 동계사(박혁거세와 박제상의 위패를 모심)

 

 

 때는 바아흐로 겨울의 초입... 나뭇잎은 말라 시들어진지 오래지만 그렇다고 피톤치드 없으랴... 앙상한 나무들 사이에 틈틈이 박힌 상록수들이 저렇게 심심찮게 보이는데~~  

 

황금산 (黃金山, 130m)


산행코스 : 독곡수산→군부대 경고문→능선 사거리→황금산 정상→산불감시초소→바닷가 능선길→코끼리바위→능선 사거리→독곡수산(산행시간 : 3시간10분)


소재지 : 충청남도 서산시 대산읍 독곶리

산행일 : ‘09. 12. 6(일)

같이한 산악회 : 월산악회


특색 : 130m 높이의 산이니 산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구릉이라고 불러야 맞을 듯싶으나, 산의 사면을 따라 이어진 해안선은 그야말로 빼어난 장관을 자랑하고 있어, 한번쯤은 트래킹을 다녀올 것을 권하고 싶은 산이다.

 

 

산행들머리는 독곶수산

독곶수산 못미처 오른편으로 난 비포장도로를 따라 진행한다. 독곶수산 근처는 조개구이로 소문난 곳으로 저녁이면 제법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조개구이를 무지하게 좋아했던 나도, 1년 전에 이곳의 가리비구이가 일품이라는 얘기를 듣고 수행원 몇 명과 함께 2시간 가까이를 달려왔던 기억이 있다. 

 

 

황금산 입구로 이어지는 비포장도로변에 있는 연못과 갈대 밭...  더 안쪽에 있는 제법 큰 연못에는 많은 철새들이 평화롭게 놀고 있어 그 광경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으나 다가갈 수가 없었다.

 

 

황금산 입구에는 일몰 후에는 민간인의 출입을 통제한다는 軍부대장, 시장, 경찰서장 등 현지 기관장들의 합동 경고문이 붙어 있다.   옛날 이 산에서 금이 생산되어서 황금산이라 불리었고, 지금도 금을 파내던 흔적이 있단다.

 

 

등산로 주변은 소나무가 주종, 잔 돌맹이 하나 없는 흙은 곱고 경사도 완만해서 걷기에 좋다.  산 전체가 대부분 소나무이지만 서쪽 해안선에는 떡갈나무들이 온통 사면을 점령하고 있다.

 

 

 

철조망을 따라가다가 좌측으로 오르면 능선 안부 사거리, 이곳에서 좌측의 통나무계단을 따라 오르면 황금산 정상이 나온다.  

 

 

 

 

황금산 정상은 黃金山祠와 산사 뒷편의 돌탑이 지키고 있다.

산신령과 임경업장군의 초상화를 모신 사당이 세워져 있고, 매년 봄 제사를 지내고 있단다. 임경업장군과 이 산의 인연을 내새우려는 목적인 모양인데, 차라리 황금산의 이름이나 지형의 명칭을 임경업장군과 매칭 시켜보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사당 안에는 위패가 하나, 과연 임경업장군의 위패일까? 아님 산신령...  

 

 

 

정상에서 바라본 해안선으로 내려갈 방향의 능선, 전면의 건물은 산불감시초소다.   

 

 

산불감시초소에서는 서해바다가 시원스럽게 내려다 보인다.   

 

 

 

정상에서 오를때 지났던 사거리까지 되돌아 나와, 곧바로 직진하면 연기를 내뿜고 있는 대산석유화학단지 내의 삼성종합화학공장의 굴뚝들이 보인다.  

 

 

 

첫번째 해안은 밀물로 인해 내려서지 못하고 언덕에서 사진촬영면... 얼마 전, 봉화군의 비룡산에 갔을 때도 이정표가 전혀 없어 길 찾는데 애를 먹었는데, 이곳 황금산에도 이정표가 전혀 없다. 그저 현지의 지형과 방향을 잘 살펴보고 진로를 잡아야만 한다.

 

 

 

첫번째 몽돌해안, 해변으로 내려서면 철썩이는 파도가 너울거리는 물결로 우릴 반긴다. 파도소리에서 난, 문득 겨울바다의 낭만을 떠올린다.

 

   

    

 

해안의 바위는 주상절리이다. 주상절리의 암벽아래 솟아오르는 기기묘묘한 바위들은, 광주의 무등산이나 다른 곳에서 보았던 주상절리와는 다른 독특한 아름다움을 선사해 준다.

 

 

 

 

바위에 조개가 덕지덕지 붙어있어서 바위 위를 걷다가 미끄러질 위험은 적다. 그라나 조개껍질의 날카로움 때문에 맨손으로 바위를 잡는 것은 삼가는 게 좋을 듯 싶다. 아프기도 하거니와 넘어지면 다칠 위험도 있으니까...  

 

 

 

 

주상절리의 절벽이 해안선을 따라 장대하게 치솟고, 그 절벽 위를 落落長松(사실은 倭松)으로 장식하고 있다.

   

 

 

 

 

해식으로 인해 만들어진 奇奇妙妙한 바위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놀고 있는 곳, 그리고 파도와 몽돌의 절묘한 어우러지는 하모니... 황금산을 둘러싸고 있는 해안선은 기막힌 아름다움과 자연의 선율을 함께 들을 수 있는 곳이다.  

 

 

 

 

 

 

첫 번째 주상절리 해안에서 두 번째 해안으로 이동할 때는 가급적 이 길을 이용하지 않는 게 좋다. 경사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부여잡을 나무등걸이나 로프도 없고, 게다가 자갈이 굴러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이 사고를 당할 위험이 있다. 호기를 부리며 오른 뒤, 주 등산로를 벗어나 내려가는 길을 우격다짐으로 만들며 내려가던 난, 해식동굴 위에서 목숨을 건 묘기를 부리며 다시 되돌아 올라와야만 했다. 안전한 등산로는 아까 이 해안으로 내려왔던 등산로를 다시 되돌아 올라갔다가 능선 못 미쳐서 오른편으로 내려서야 한다.  

  

 

 

죽을 고생을 해서 도착한 두번째 해안선은 볼만한 경관을 내 놓지 못한다. 곧바로 코끼리바위가 있는 해안으로 내려갔으면 좋았을 거라는 후회감까지 들 정도이다. 조금 전에 내려오려고 했던 코스가 저 해식동굴의 위였으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해식동굴 해안에서 코끼리바위 해안으로 넘어오려면 지난번과 같이 내려왔던 길로 되돌아 올라가야만 한다. 모험을 좋아하는 난, 해안선의 절벽에 매달리는 모험을 강행했고, 거기서 등산로를 찾아내고야 말았다. 덕분에 난 20분 정도의 시간을 절약했고, 그 시간에 바위에 덕지덕지 달라붙은 자연산 굴을 꽤나 많이 따 먹을 수 있었다. 소주 한 병쯤 챙겨왔으면 좋았으련만...  

 

 

 

해변에 우뚝 솟은 암봉, 그 위에 소나무가 자라고 있어, 내륙의 바위산에서나 볼 수 있는 ‘바위와 노송의 조화’를 맛볼 수 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이 암봉의 위를 오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매어놓은 로프가 이 소나무에 매어있는 것이다. 혹시라도 매달아 놓은 저 밧줄이 소나무에 해를 끼치지나 않을지 걱정스러운 마음을 떨칠 수 없다. 과연 저 암봉 위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으리오...

 

  

   

 

 

커다란 코끼리가 긴 코를 바닥에 늘어뜨리고 있는 모습이다. 밀물 때면 저 코는 바닷물에 잠겨 있을 것이다. 마치 목이 많이 말라 더는 버티기 힘든 모습으로... 몸통과 코 사이는 구멍이 뻥 뚤려 있어, 사람들이 지나다닌다.  

 

 

 

 

몽돌해변에서는 조금 큰 돌이 물에 밀려왔다 밀려갈 때, 돌 구르는 소리가 아름답게 들린단다.  

 

 

코끼리 바위 옆 몽돌해안 뒤편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황금산사 앞의 능선 안부 사거리에 도착하게 된다. 사거리에서 곧바로 진행하면 출발지인 독곶수산이다.  

 

 

귀경길에 들른 삼길포항, 회를 사먹으라고 두시간의 여유시간을 주었지만, 일행이 없고, 낯선 얼굴을 익숙하게 대하는 재주가 없는 난, 버스속에서 챙겨 간 소설책만 열심히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월성봉 (650m, 대둔산 도립공원 관할)


산행코스 : 오산리 위령탑→법계사 못미쳐 우측 진입→수락재→월성봉→바랑산(555m)→남쪽능선→위령탑 (산행시간 : 여유로운 4시간)


소재지 : 충남 논산시 양촌면과 벌곡면 경계

산행일 : ‘09. 10. 24(토)

함께한 산악회 : 산악랜드


특색 : 양촌면 쪽에서 바라보면 날카롭게 서 있는 천길 절벽이지만, 벌곡면에서 바라보면 완만한 흙산이다. 심한 경사도에 비해 등산로는 편하고 부드럽다. 숲은 짙어 그늘을 만들어 주지만, 계곡이 크지 않고 수량도 적어 여름산행지로는 10% 부족하다.    

 

 

산행들머리인 대둔산 참전 유공자탑

이곳 오산리는 한국전쟁 때 북한군이 대둔산에 잔류하면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으며, 수복 후에도 잔류 북한군들로 인해 인명피해가 컸던 곳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대둔산 참전유공자회에서 이 탑을 세웠단다.

 

 

산 아래에서 바라보는 바랑산은 바위로 병풍을 두른 것 같다. 문득 충북 보은의 구병산이 떠오르는 것은 아마 병풍 같다는 이미지를 받아서일 것이다. 참전유공자탑에서 법계사로 가는 포장도로를 따라 10분정도 걷게 된다.

 

 

오산리는 감나무 천국

집집마다 ‘곶감 건조장’을 갖고 있는 듯 싶다, 감을 따는 집, 감을 깎고 있는 집, 보이는 사람들이 모두 곶감 만드느라 분주한 모습들이다.  

 

 

 

 

 

법계사 조금 못 미쳐서, 오른편에 등산로임을 알려주는 이정표를 따라 진행한다.

 

 

가을가뭄에 바짝 말라버린 좁은 계곡을 건너면서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된다. 등산로는 왼쪽으로 계곡을 끼고 이어진다.   

 

 

 

 

여기가 수락재?

산행대장은 오늘 우리가 답사하는 코스에 수락재를 경유한다고 했지만, 내가 사전에 검색해본 산행기에는 이곳 안부에서 월성봉과 반대방향으로 한참을 내려가야만 수락재가 나온다고 적혀있었다. 

 

 

 

월성봉을 향해 걷다보면 굵직굵직한 소나무군락을 지나가게 된다. 큰 소나무들의 위용에 감탄하다보면 등산로 왼편으로 시야가 트이면서 전망대가 나타난다.  

 

 

 

 

전망대에서 보면 발 아래로 법계사, 오산리가, 오른편으론 바랑산까지 이어진 능선이 잘 조망된다.

 

 

 

 

월성봉 직전의 흔들바위.

가장 확실한 것은, 내가 본 흔들바위 중에서 제일 못생겼고 제일 작다는 것, 그러나 작은 대신에 흔들림은 가장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월성봉의 제1명소인 ‘흔들바위’ 에서 바라본 월성봉 

 

 

월성봉(일명 달이성봉)

수락재에서 약1.6Km 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월성봉은 자그마한 정상석과 나무에 걸린 정상 이름표가 반갑게 맞아준다.  

 

 

이 돌무더기가 달이산성의 흔적?

고려 개국 초기 나라가 안정되지 않았을 때, 달이라는 장사가 의적을 모아 달이산성을 근거로 토호나 권력가들의 재물을 탈취하여 주민들에게 나누어주었단다.

 

 

전망대에서 오른편으로 바위능선이 이어지며, 등산로 왼편은 절벽이나 마찬가지이다.  

 

 

월성봉을 조금 지나서 헬기장 근처에서 만나는 산행안내판, 이곳에서 하산코스를 결정하면 된다.  

 

 

 

능선 주변은 그야말로 단풍이 절정이다.  

 

 

 

 

 

 

 

오늘 만난 소나무 중에서 제일 빼어난 자태를 자랑하는 소나무...  

 

 

월성봉에서 10분 내외의 거리에 위치한 삼거리, 이곳에서 곧바로 법계사로 하산할 수 있다. 

 

 

 

 

능선에서 바라본 소서바위 

 

 

 

548m(소서바위)봉에서는 법계사가 발밑에 내려다 보인다.

 

 

548m(소서바위)봉은 월성봉-바랑산 능선에서 가장 조망이 빼어난 곳 중의 하나로서, 마천대를 비롯한 대둔산 능선이 시원스레 다가온다.  

 

 

이곳도 이념의 현장

등산로 오른편엔 소나무가, 왼편엔 참나무들이 정확히 편을 가르고 있다  

 

 

능선에서 바라본 바랑산.  

바랑산은 산의 모양이 마치 중이 바랑을 짊어진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월성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보기 드문 절경을 자랑한다.  

 

 

바랑산 정상은 정상석 대신에 산 이름이 적힌 나무 팻말이 세워져 있다.   

 

 

바랑산 정상은 잡목으로 둘러싸여 있다. 벌곡면이 보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지나온 전망대보다 질은 한참 떨어진다.

 

 

하산길 등산로는 깔끔하게 정비가 잘돼있어 걷기에 무리가 없다. 

 

 

하산길에 만난 약수터는 가을 마뭄에 말라 어디가 약수터인지도 분별하기가 쉽지 않다. 그저 등산로 옆에 매달린 약수터라는 푯말로 유추해 볼 따름...  

 

 

법계사 방향으로 내려가는 하산길은 온통 붉게 불타고 있는 단풍나무 숲사이를 걷게 된다

 

 

 

  

 

 

 

 

법계사

팔각형으로 지어진 독특한 건물로 108개 수행실이 있는데, 전국각지의 나이 많은 수행승들이 이곳에 모여 참선과 기도로 노후를 보낸다고 한다. 요즘말로 ‘실버 템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