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지산(紫芝山, 367m)
산행일 : ‘14. 1. 4(토)
소재지 : 충남 금산군 제원면
산행코스 : 난들교→암릉→성터→자지산→부엉이봉→주차장(산행시간 : 2시간30분)
함께한 산악회 : 기분좋은 산행
특징 : S라인을 만들어내고 있는 금강의 조망(眺望)이 빼어난 산이다. 육(肉:흙)과 골(骨:바위)을 함께 지니고 있어서 지루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바윗길도 위험하지도 않기 때문에 가족산행지로도 추천할 만하다. 다만 산행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 흠이나 가족나들이에는 충분할 것이다. ‘자지산’이란 이름이 왠지 남세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성(性)은 은밀한 것’이라는 우리네 풍속(風俗) 탓이다. 그러나 자지산의 ‘자지’는 자주 빛 지초를 말한다. 이 산에서 자주 빛 지초가 많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이다.
▼ 산행들머리는 난들교
대전-통영고속도로 금산 I.C에서 내려와 68번 지방도를 타고 영동읍 방면으로 달리다보면 얼마 안 있어 제원면소재지에 이르게 된다. 이곳 제원우체국 앞에서 좌회전하여 진행하다가 대원교(橋)를 건너자마자 우회전하여 강변(江邊)을 따라 들어가면 버스가 더 이상 들어가지 못하는 지점에 이르게 된다. 난들교(橋)에서 약 200m쯤 못 미친 지점이다. 원래는 금강변(錦江邊)에 위치한 천내리(금산군 제원면)에 있는 기러기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하려했지만, 산행코스가 너무 짧다고 해서 근처에 있는 천앙산(490.1m) 하나 더 타기 위해 이곳으로 온 것이다. 그러나 이 선택은 좋은 생각은 아니다. 천앙산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올라갈만한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 천앙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난들교를 건너지 말고 계곡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곧장 들어가야 한다. 계곡은 개인의 소유인지 차단기(遮斷機)를 설치해서 차량의 통행을 막고 있다. 차단기를 지나 100m남짓 더 들어가면 컨테이너박스가 보인다. 산길은 컨테이너박스 뒤로 나있다. 임도(林道)를 겸하고 있는 산길은 처음에는 제법 또렷하게 나있다. 그러나 얼마간 가다보면 길의 흔적은 사라져버리고 능선은 온통 아카시아나무 천지다. 한 발짝 옮기기도 쉽지 않을 정도이다. 20분쯤 올라갔을 즈음 드디어 집사람의 얼굴표정이 변하기 시작한다. 구태여 이 고생을 해가면서 올라가야만 할 가치가 있느냐는 것이다. 집사람의 의견을 쫒아 발걸음을 돌린다. 자지산 산행이 시작되는 난지교까지 다시 되돌아오는데 걸린 시간은 35분, 천앙산을 오르지도 못하고 시간만 쓴 게 아까웠지만 정상정복을 포기한 것은 잘 내린 결정이었다. 천앙산을 다녀온 사람들에 의하면 특별한 볼거리도 없는데다가, 아카시아나무 가시에 바지까지 찢긴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 난지교에서 이번에는 자지산으로 향한다. 산행은 다리를 시작된다. 들머리에 ‘자지산’이라고 쓰인 커다란 빗돌(碑石)과 산행안내도가 세워져 있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들머리에 들어서자 길이 세 개로 나뉘기 때문에 어디로 가야할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빗돌의 뒤로 난 길 외에도 왼편 능선으로 곧장 치고 오르는 길, 그리고 작은 골짜기를 따라난 길이다. 오른쪽과 왼쪽의 길은 15분쯤 후에는 다시 만나게 되니 마음 내키는 대로 들어서면 될 일이다.
▼ 산행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계곡을 따라 난 가운데 길로 들어서본다. 한 50m쯤 들어가니 플라스틱 파이프에서 물이 흘러내리고 있는 것이 보인다. ‘개구리약수(藥水)’이다. 제법 넉넉하게 물이 흘러내리지만 마시는 것은 사양하고 발길을 돌린다. 수질(水質) 분석결과를 붙이도록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으나, 분석결과는 붙어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 다시 입구로 되돌아와 이번에는 왼편에 보이는 길로 들어선다. 곧장 능선으로 오르는 길이다. 초입에서 잠깐 잡목(雜木)들이 발길을 잡던 산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짙은 소나무 숲길로 변한다. 마침 경사(傾斜)도 그다지 가파르지 않으니 여유롭게 산행을 시작해본다. 코끝을 스치는 소나무향이 무척 신선하다. 저 향(香)속에는 건강에 좋다는 피톤치드(phytoncide)까지 듬뿍 실려 있을 것이다. 덕분에 오늘 산행은 웰빙(well-being), 아니 힐링(Healing) 산행으로 변한다.
▼ 산행을 시작한지 18분쯤이면 임도(林道)를 만나게 된다. 아까 입구에서 오른편으로 올라왔을 경우에는 이곳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임도를 따라 5분 조금 못되게 오르면 왼편 절개지(切開地) 위의 나뭇가지에 산악회의 시그널들(signal)이 마치 무당집 대문 앞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이 보인다. 등산로는 이곳에서 임도를 떠나 다시 산자락으로 올라서게 된다.
▼ 산자락으로 들어서면서 산길은 서서히 경사가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별로 힘들게는 생각되지 않는다. 울창한 소나무 숲에서 보내오는 짙은 소나무향이 그 원인일 것이다.
▼ 산자락으로 들어선지 10분쯤이면 거대한 암벽(巖壁)이 앞을 가로막는다. 바윗길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암벽의 경사(傾斜)는 제법 심한편이지만 그다지 높지도 않을뿐더러 튼튼한 밧줄까지 매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곳 바윗길은 2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바위구간을 오르면, 어디로 갈까를 갖고 잠깐 고민을 해야 하는 구간이 나온다. 이곳에는 안전시설이 없기 때문에 약간의 주의가 요구된다. 오른편이나 왼편, 어느 곳으로 올라가도 되지만 이왕이면 오른편으로 올라갈 것을 권하고 싶다. 그래야 로프에 한 번 더 매달려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 자지산에는 유난히도 부처손이 많다. 부처손(卷柏)은 건조한 바위면에서 자라는 사철 푸른 잎을 가지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습기가 없을 때는 말리므로 공처럼 되었다가, 습기가 있으면 다시 활짝 펴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 잎, 줄기, 뿌리 전체가 약재(藥材)로 쓰이는데, 지혈, 이뇨, 거담 등의 효능이 있고 천식을 가라앉힌다. 그리고 토혈, 혈변, 대하증, 붕루(崩漏-월경이 멈추지 않는 증세로 적대하라고도 한다) 등의 치료에 주로 사용된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그 약효(藥效)가 대부분 여자에게 쓰이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곳에서 자란 부처산보다 이곳의 부처손이 훨씬 더 약효가 뛰어날 것이 분명하다. 남자산(?)에서 양기(陽氣)를 먹고 자란 약초(藥草)이니 여성에게 더 뛰어난 효능을 보일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참고로 부처손이란 한자명인 보처수(補處手)에서 유래된 것이다.
▼ 금산에서 흘러내려온 오른쪽의 봉황천이 둥글게 휘면서 돌아나가고 있는 금강줄기와 합쳐지고 있다. 그 뒤에 보이는 산들은 진악산과 구봉산일 것이다.
▼ 바윗길을 지나 다시 7분쯤 더 오르면 돌무더기가 보인다. 바로 자지산성(紫芝山城)이다. 자지산성은 임진왜란(壬辰倭亂) 때에 호남을 공략하려는 왜군들을 막기 위해 쌓은 성으로 성곽(城郭)을 쌓은 돌들은 강에서 옮겨왔다고 한다. 당시 조총을 든 왜군들에게 의병들이 챙겨 들 수 있는 것이라곤 고작해야 죽창이나 낫이 다이었을 거다. 그런데 만일 그런 무기도 없을 경우에는 어땠을까? 아마 돌맹이가 최후의 무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강돌을 주워다가 성을 쌓은 것이다.
▼ 자지산성을 지나면 곧바로 정상직전의 봉우리에 올라서게 된다. 이곳은 뛰어난 조망대(眺望臺)로 신안천계곡이 한눈에 잘 들어온다. 그 너머로는 국사봉이 보이고, 충남에서 가장 높다는 서대산은 국사봉 뒤에서 고개만 내밀고 있다. 신안천계곡을 따라 계속 들어가면 신안마을에 이르게 된다. 건너편에 보이는 산은 아까 올라가다가 포기하고 돌아온 천앙산이다. 자지산 정상은 동봉과 서봉으로 나누어져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 올라선 이 봉우리가 서봉일 것이다.
▼ 서봉에서 정상인 동봉까지는 10분이면 충분하다. 서봉에서 바라볼 때는 경사(傾斜)가 제법 가파르게 보이지만, 생각보다 완만(緩慢)하기 때문에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바위봉우리이려니 하고 생각했던 정상은 의외로 흙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상을 주인인양 차지하고 있는 소나무들 사이에 검은 정상표지석이 자리 잡고 있을 뿐 이정표나 안내판 등 다른 시설은 일절 찾아볼 수 없다. 정상에서의 조망(眺望)은 더 시원스러워진다. 가야할 부엉이봉 뒤로 월영산과 갈기산은 제법 또렷한데, 민주지산은 희미하니 형태만 나타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케 만드는 미세(微細)먼지 탓일 것이다. 난들교에서 정상까지는 50분이 걸렸다.
▼ 정상에서 부엉이봉으로 방향을 잡자마자 제법 널따란 공터가 나온다. 이곳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길 찾기에 주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부엉이봉으로 향하는 능선이 ‘C’자형으로 휘어있는 탓에 잘못하면 오른편 길을 부엉이봉으로 가는 길로 오해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부엉이봉으로 가는 왼편 길이 더 또렷하고, 거기다가 산악회의 시그널들이 더 많이 붙어있으니 참조하면 된다.
▼ 부엉이봉으로 방향을 잡으면 산길은 갑자기 가파른 내리막길로 변한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순한 능선길로 변한다. 정상을 출발한지 15분 남짓 되면 왼편에 지도(地圖)에도 없는 갈림길 하나가 나타나지만 무시하고 진행하면 된다. 이어서 18분 정도 작은 오르내림을 몇 번 하다보면 또 다시 왼편으로 갈림길 하나가 나뉜다. 왼편은 천태산으로 가는 길이니 주의가 필요하다.
▼ 천태산 갈림길에서 부엉이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은 중간에 딱 한번 조망(眺望)이 트일 뿐 특별한 볼거리가 없는 그저 그렇고 그런 산길이 계속된다. 능선은 큰 오르내림이 없이 35분 동안 완만(緩慢)하게 이어진다.
▼ 조망터는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만큼 조망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월영산과 갈기산, 비봉산이 또렷하고, 천태산까지 눈에 들어온다.
▼ 부엉이봉 정상은 정상표지석 대신에 나무판자로 만든 정상표지판이 나무에 매달려 있을 뿐, 자지산과 마찬가지로 다른 시설물은 일절 눈에 띄지 않는다. 정상표지판이 붙어있는 나무의 뒤편에 커다란 바위 하나가 보인다. ‘부엉이봉’이라는 이름을 얻게 한 부엉바위라고 한다. 만일 산행을 하다가 이런 바위를 만났을 때에는 그냥 지나치지 말고 올라가 보는 것이 좋다. 어김없이 뛰어난 조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바위 위로 오르면 구비치는 금강과 맞은편 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월영산과 갈기산이다.
▼ 부엉이봉에서 산길은 가파른 내리막길로 변한다. 경사(傾斜)가 심한 탓에 요리조리 갈지(之)자를 그려가면서 고도(高度)를 낮추어간다. 그러다가 왼편으로 방향을 틀면 전망대이다. 나무데크로 만들어진 전망대는 의외로 조망이 시원찮다. 금강과 기러기공원으로 연결되는 세월교가 보이지만 나뭇가지에 가려서 또렷하지 않는 것이다.
▼ 전망대에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 나무계단이 이어진다. ‘신경 써서 잘 만들었네요.’ 무릎에 무리를 주지 않을 정도로 계단의 높이가 알맞다는 것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계단을 내려서는 집사람의 발걸음이 무척 가볍다. 강변에 이르러서도 나무데크는 끝이 나지 않는다. 기러기공원으로 넘어가는 세월교까지 데크로 연결시켜 놓은 것이다.
▼ 산행날머리는 기러기공원 주차장
강변을 따라 난 데크길이 끝나면 금강을 가로지르는 세월교가 나온다. 비가 많이 올 경우 잠수교로 변하는 이 다리를 건너면 곧바로 기러기공원 주차장이다. 하산지점인 기러기공원에 이르면 건너편 바위벼랑에 인공폭포가 보인다. 그 오른편에 약간 시커멓게 보이는 것이 자지산 음양조화(陰陽調和)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는 음굴이다. 자지산은 음양(陰陽)의 조화를 갖춘 산이라고 한다. 풍수지리(風水地理)상 남성의 성기 비슷하게 생긴 자지산이 양(陽)을 나타내며, 천내리 원골 건너편의 강가 수십 길 바위 벼랑에 여자의 성기(性器)를 닮은 굴이 음(陰)을 대신한다고 한다. 그 둘이 합해서 음양의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부엉이봉에서 주차장까지는 40분 정도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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