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금산(鑄錦山, 813.6m)

 

산 행 일 : ‘23. 8. 19()

소 재 지 : 경기도 남양주시(수동면)과 포천시(내촌면) 가평군(상면) 일원

산행코스 : 불기고개(수동고개)시루봉몽골문화원(독바위) 갈림길선바위전망대주금산 정상불기고개(소요시간 : 5.15km/ 3시간 30)

 

함께한 사람들 : 산과 하늘

 

특징 : 한북정맥의 수원산(水源山) 서파고개에서 남쪽으로 가지 쳐놓은 산줄기(사람들은 이를 천마지맥이라 부른다)에서 첫 번째로 솟구친 산이다. 옛 이름은 비단산’. 비단을 펼쳐놓은 듯 아름답다 칭송받는 산이다. 최근에는 가을 단풍이 아름답다고 입소문을 탔다. 주금산(鑄錦山)이란 이름처럼 비단을 녹여 풀어놓은 듯 아름답다나? 주금산은 수도권의 알려지지 않은 명산으로 분류된다. 잘난 산세에다 서울에서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은 있지만, 대중교통의 이용이 썩 편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춘선이 전철화 되고, 마석역에서 몽골문화원까지 시내버스가 40~50분 간격으로 다니면서 접근성까지 좋아졌다. 최근 찾은 이들이 부쩍 늘어난 이유일 것이다.

 

 산행들머리는 불기고개(가평군 상면 상동리)

서울-양양고속도로 화도 IC에서 내려와 387번 지방도를 타고 현리(가평) 방면으로 들어가면 몽골문화촌(남양주시 수동면)을 지나 불기고개(또는 수동고개)에 올라서게 된다. 남양주와 가평의 시·군 경계인 고갯마루에 간이식당과 작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주금산 산행은 원점회기가 가능한 몽골문화촌(남양주시 수동면)이나 내리(포천시 내촌면)에서 시작하는 게 보통이다. 상동리(가평군 상면)와 베어스타운(포천시)에서 출발할 수도 있다. ! 우리처럼 정상만 찍고 되돌아오려면 불기고개에서 시작하는 게 최선이다.

 09 : 00. 건너편 산자락으로 들어붙으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이때 도로를 횡단하게 되므로 오가는 차량을 조심해야 한다. 첩첩산중이던 옛날 늑대나 여우를 살펴가며 고개를 넘었듯이 말이다. 오죽했으면 산 아래 마을의 이름이 돌아우마을이었겠는가. 혼자 고개를 넘는 선비를 돌아오우, 돌아오우하고 애타게 불렀으나 그냥 넘다가 짐승 밥이 되었다나?

 정상까지 거리는 2.5km. 주금산의 등산코스 중 가장 짧은 코스이다. 높여야 할 고도(高度)도 가장 적다. 핸드폰의 고도계가 389m를 찍고 있으니 앞으로 400m 남짓만 더 높이면 된다.

 산길은 시작부터 무척 가파르다. 거짓말 좀 보태 코에서 흙냄새가 느껴질 정도라고나 할까?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통나무계단을 놓았는가 하면, 그래도 버거운 사람들을 위해 밧줄 난간까지 매어놓았다.

 09 : 05. 숨이 턱에 차오른다. 5분 만에 지능선에 올라설 수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랄까? 거기다 잣나무 숲이 내뿜는 피톤치드가 심신까지 맑게 해주니 이 아니 좋을 손가.

 광활하지는 않지만 잣나무 숲이 펼쳐진다. 하지만 국내 잣 생산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가평의 본모습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 저 나무에서 채취되는 잣 또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가평군이 타 지역보다 일교차가 큰 탓에 이곳에서 생산되는 잣 또한 타 지역의 것보다 더 고소하면서도 영양이 높기 때문이란다.

 능선에 올라섰는데도 산은 사나운 기세를 누그러뜨릴 줄 모른다. 그 기세에 눌린 산길은 왔다갔다 갈 지()’자를 써가며 겨우겨우 고도를 높여간다.

 09 : 20, 15분쯤 더 걸어 폐 헬기장에 올라선다.

 헬기장을 지나면서 산길은 사나웠던 기세를 많이 누그러뜨린다.

 10 : 35 : 불기고개 코스는 서너 곳에서 갈림길을 만난다. 첫 만남은 몽골문화원이 있는 비금계곡(남양주시 수동면)’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몽골문화원에서 원점산행을 할 경우, ‘독바위쪽으로 올라 정상을 찍은 다음 하산하면서 저 길로 내려간다. 참고로 비금계곡은 옛날 선비들이 이 산에 놀러왔다가 거문고를 숨겨뒀다는 데서 유래된 지명인데, 갈수기에도 물소리가 화려한 암반계곡이다.

 이정표(정상 1.53km/ 몽골문화촌 3.14km/ 불기고개1.1km)는 친절하게도 위도와 경도까지 적고 있었다.

 삼거리 조금 못미처에는 행선지를 알 수 없는 갈림길이 나있었다. 행여 길이라도 잘못 들어설세라 누군가가 나뭇가지로 막아두는 친절을 베풀었다.

 지자체의 배려도 엿볼 수 있었다. 곳곳에 쉼터를 만들어 지친 다리를 쉬어갈 수 있도록 했다.

 아직도 길은 평탄하다. 하지만 걷는 게 만만치만은 않다. 삼복더위가 물러갈 줄 모르고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엊그제 내린 비가 습도까지 잔뜩 높여놓았다.

 편안하다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상황이 변해버린다. 통나무 계단을 놓아야만 했을 정도로 길이 가팔라져버린 것이다.

 두 번째 이정표(정상 1.3km/ 수동고개 1.2km) 근처에서는 커다란 바위도 만날 수 있었다. 전형적인 육산에서 보는 바위라선지 더 반갑다. 아니 주금산은 육산답지 않게 바위가 많았다. 특히 독바위는 주금산의 백미로 알려지지 않았겠는가.

 길을 갈수록 더 사나워진다.

 그냥 치고 오르지를 못하고 왔다갔다 갈 지()’자를 쓰고 나서야 겨우겨우 고도를 높여간다. 그렇다고 멈출 수야 없는 노릇. 밧줄 난간에 의지해 쉬엄쉬엄 올랐다.

 구름이 낮게 갈아 앉은 게 비가 오려나 보다. 맞다. 기상청은 오후 2시 무렵 소나기를 예고하고 있었다.

 9 : 55. 숨이 턱에 차오를 즈음 두 번째 삼거리에 이른다. 이정표(정상 1.1km/ 상동리 1.0km/ 수동고개 1.4km)는 오른쪽이 수동리(가평군)의 주말농장에서 올라오는 길임을 알려준다.

 이정표 뒤, 언덕처럼 생긴 봉우리가 시루봉(585m)’이다. 하지만 쉼터라는 것 말고는 아무런 특징이 없었다.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조망도 트이지 않는다. 하나 더, 언제부터 시루봉이란 이름이 붙여졌을까? 10년여 전, 주금산을 답사하기 위해 사전조사를 하던 때만 해도 시루봉이란 이름은 없었다.

 아무튼 정상은 텅 비어 있었다. 정상석은 물론이고 그 흔한 표지기(정상석이 없을 경우 산꾼들이 인증용으로 매달아 놓은) 하나 눈에 띄지 않는다. 그게 서운했던지 누군가가 밧줄 난간 기둥에다 시루봉이라고 적어놓았다.

 아무리 밋밋해도 시루봉은 산봉우리였다. 내려가는 길이 저렇게 가파른 걸 보면 말이다.

 오가는 이들이 안전 산행을 기원하며 하나 둘 쌓아올린 돌탑이 눈에 띈다. 소박한 바람만큼이나 엉성한 돌탑이다.

 또 다시 긴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고온다습한 날씨 탓에 온몸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어버렸다. 그러니 저런 오르막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버겁다.

 이즈음 바윗길도 만나게 된다. 힘은 들지만 요리조리 피하다가 넘는 맛이 제법 쏠쏠한 구간이다.

 10 : 20. 또 다른 쉼터, 이번에는 통나무를 세워 의자를 만들었다.

 이정표를 겸한 안내판도 눈에 띈다. 자연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산림을 보호하잔다.

 이때 울창한 숲 너머에서 거대한 암벽이 살짝 얼굴을 내민다. 산꾼들 사이에서 선바위로 불리는 명물이다.

 또 다시 긴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이번도 역시 밧줄 난간을 매어놓아야 했을 만큼 가파르다.

 요런 폐 벙커도 눈에 띈다. 얼마나 많은 우리네 아들들이 저 속에서 힘든 인고의 시간을 보냈을꼬?

 10 : 35. 세 번째 갈림길은 몽골문화원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이곳에서 왼쪽(비금리)으로 가면 주금산 산행의 하이라이트라는 독바위가 나온다. 하지만 우린 정상으로 간다. 되돌아오다가 들러도 되니까. 그게 삼복더위에 지쳐 깜빡 해버렸지만...

 이정표(정상까지 0.48km)는 왼쪽과 우리가 올라온 길의 최종 목적지를 몽골문화원으로 적고 있었다. 내리(포천시)에서 올라오는 길을 빠뜨린 것이다. 남양주시에서 만들었다고 자기 지역의 등산로만 표시하다니 해도 해도 너무했다.

 주금산 숲길 안내도 역시 마찬가지다. 하다못해 진입로 표시라도 해두었으면 좋았으련만, 자기 관내만 쏙 뽑아 그려 넣었다. 때문에 불기고개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은 주금산의 명물인 독바위를 놓쳐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정표나 안내도만 살펴볼 게 아니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시야가 열리기 때문이다. 아까 쉼터에서 살짝 얼굴을 내밀던 선바위가 거칠게 없다는 듯이 성큼 다가온다. 그 오른편으로는 가평의 산하가 펼쳐진다.

 몇 걸음 더 걷자,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샛길이 어렴풋이 나타난다. 물론 주 등산로는 아니다. 하지만 그냥 지나치는 일은 없도록 하자. 멋진 전망대가 거기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올라선 선바위(혹은 조망돌뼈)’ 상부는 폐자재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전망이 좋은 곳이니, 군부대의 망루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조망도도 만들어놓았다. 하지만 2%가 아니라 20%쯤 부족한 듯. 마을 이름은 몰라도 눈앞에 펼쳐지는 산 이름이라도 적어놓았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

 아쉽게도 조망은 허락되지 않는다. 구름을 잔뜩 머금은 날씨가 시야를 가로막아 버렸기 때문이다. 주금산 정상은 물론이고, 수원산에 개주산, 철마산, 그리고 천마산으로 흐르는 천마지맥까지 한눈에 쏙 들어온다는데 말이다.

 이후부터는 천마지맥(天摩枝脈)’을 탄다. 한북정맥이 운악산을 지나 수원산에 오르기 전 명덕삼거리에서 남쪽으로 가지를 친 천마지맥(도상거리 49.4km)은 이곳 주금산을 지나 철마산·천마산·백봉·예봉산을 일군 다음 팔당호에서 숨을 거둔다.

 정상으로 가는 도중 바윗길을 타기도 한다. 모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곳도 있다. 거대한 바위가 날카롭게 서있기 때문에, 크랙을 붙잡고 통과해야만 한다.

 잠시 후 만난 또 다른 갈림길, 암봉으로 연결되는 샛길은 아까처럼 희미하다. 하지만 걸러서는 결코 안 된다. 조금 전 올랐던 선바위보다 훨씬 더 나은 조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주금산 정상. 그 오른편에 지난 해 답사했던 개주산이 있고, 당시 눈여겨 본 바 있는 가평 베네스트 골프장도 눈에 들어온다.

 우리가 올라온 불기고개(수동고개)의 뒤로는 화채봉과 서리산, 축령산이 줄을 잇는다.

 시선을 조금 옮기면 주금산의 두 명물이 성큼 다가온다. 왼쪽의 수직절벽은 선바위, 그 오른편에서 독바위가 솟아올랐다. 항아리를 엎어놓은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지 않나 싶다. 하나 더, 예전에는 덕암(德岩)’으로 불렸다는 얘기도 있다. ‘어진 덕()’자가 왜 붙었는지는 몰라도, 그게 덕바위를 거쳐 독바위가 되었다나?

 선바위에서 정상까지는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이어진다. 짧고 완만한 내리막에 길고 가파른 오르막으로 보면 되겠다.

 명색이 정상인데 그리 쉽게 정복을 허락하겠는가. 막바지에 만나는 오르막은 상당히 가팔랐다.

 10 : 55.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55. 헬기장에 올라선다. 웃자란 잡초가 무성하지만 ‘H’자 보도블럭은 최근에 칠한 듯 하얀색으로 빛난다. 산악 안전사고를 대비해 관리해오고 있는 것 같다.

 몇 걸음 더 걸으면 주금산 정상이다. 정상은 주금(鑄錦)’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도 가슴에 담아둘만한 볼거리가 없었다. 숲으로 둘러싸인 탓에 조망도 트이지 않는다. 육산의 전형적인 특징이라 하겠다. 그저 두 개나 되는 정상석이 눈길을 끈다고나 할까?

 주금산은 포천시와 가평군의 경계(남양주시에서는 약간 빗겨나 있다)에 놓여있다. 정상석이 두 개인 이유일 것이다. 인증 사진은 잘 생긴 포천시의 것을 제켜두고 말뚝 모양의 가평군 것을 배경으로 삼았다. 삼각점(일동 20)까지 포함시키는 게 좋을 것 같아서이다.

 포천시라고 해서 남양주시와 다를 게 하나도 없었다. 이정표의 방향표시에 남양주시나 가평군의 지명은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등산안내도도 마찬가지. 포천시에서 만든 듯 자기 관내만 그려 넣었다. 망국의 지름길일 수도 있는 지역 이기주의가 언제쯤 사라질까?

 이제 하산할 일만 남았다. 차량을 이용해서 왔으니 불기고개로 다시 내려가야 한다. 때문에 하산 기록은 생략. 대신 걷다가 만난 버섯 몇 컷을 올려본다. 첫 만남은 느타리버섯 식용에다 채취한 양도 꽤 되어 우리 집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었다.

 흰둘레줄버섯’. 항암효과(특히 자궁암)가 있다지만 사진만 찰칵.

 식용인 뽕나무버섯으로 여겨지지만 확실하지 않아 그냥 패스.

 꽃으로 오인하기 딱 좋을 정도로 잘생긴 버섯도 한 컷.

 마지막으로 먹음직스런 산머루 열매도 한 컷. 그나저나 오늘은 왕복 3시간 30분을 걸었다. 앱이 5.15km를 찍고 있으니 무척 더디게 걸은 셈이다. 삼복더위로도 모자라 습기까지 잔뜩 머금은 날씨가 발길을 붙잡았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