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구산(峨媚山, 657.7m)

 

산행일 : ‘19. 6. 25()

소재지 : 충북 증평군 증평읍과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의 경계

산행코스 : 줄타기매표소눈썰매장체력단련지구2쉼터정상2쉼터1쉼터천문대별무리하우스바람소리길구름다리명상의집(산행시간 : 3시간20)

 

함께한 산악회 : 뉴갤러리 산악회

 

특징 : 좌구산은 높이가 657m에 불과한 나지막한 산이다. 전형적인 육산(肉山)이다 보니 가슴에 담아둘만한 볼거리 또한 없다. 전국의 모든 산을 올라보겠다는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면 구태여 찾을 필요가 없겠다는 얘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말만 되면 이 산은 사람들로 넘친다고 한다. 좌구산의 증평쪽 산자락에 자연휴양림을 조성해 놓았기 때문이다. ‘천문대구름다리등의 볼거리는 물론이고 눈썰매장물놀이장등의 즐길거리을 두루 갖췄으니 사람들이 찾지 않고 어찌 버티겠는가. 특히 극한의 공포와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짚 트랙(Zip trek)’은 탐방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할 것이다. 참고로 좌구산은 거북 구()’자에 앉을 좌()’자를 쓴다. 거북이가 웅크리고 있는 산세라는 것이다. 거북이라는 게 본디 행복과 장수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이곳 좌구산에 휴양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이 들어올 것을 미리 예견한 선현들의 지혜가 아닐까 싶다.


 

산행들머리는 좌구산 줄타기매표소(증평군 증평읍 율리 302-2)

중부고속도로 증평 I.C에서 내려와 508번 지방도를 타고 증평읍으로 들어온다. 연탄교차로(증평읍 연탄리)에서 우회전하여 54번 국도, 보강천을 건너자마자 좌회전, 군청사거리(증평읍 창동리 57)에서는 우회전하여 540번 지방도로 갈아탄다. 그렇게 증평읍을 통과한 후 계속해서 540번 지방도를 타고 초정약수 쪽으로 달리면 율리삼거리(증평읍 남차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좌회전해서 율리휴양로를 따라 좌구산자연휴양림으로 들어오다 보면 좌구산 줄타기매표소가 나온다. 하강레포츠의 일종인 줄타기(Zip trek)’의 표를 팔고 있는 이곳이 오늘 산행의 들머리이다.




매표소 앞에는 좌구산 휴양랜드좌구산 천문대로 들어가는 입구임을 알리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그 곁에는 이곳의 지명인 율리의 표지석도 보인다. 버스정류장의 이름표는 솟점말이다. 율리에 있는 자연마을인 솟점말이란 얘기일 것이다.



율리 웰빙타운 종합안내도도 세워놓았으니 한번쯤 살펴볼 일이다. 산행 중 길을 잃고 헤매지 않으려면 말이다. 아무튼 우린 숲속체력단련지구와 제2쉼터를 거쳐 좌구산 정상에 오른 다음 하산은 능선을 타고 천문대까지 내려올 계획이다.



삼기천(三岐川)을 가로지르는 점촌교다리를 건너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율리 삼거리에서 시작해 방고개(이정표에는 밤고개로 표시)’ 고갯마루까지 이어지는 길이 3.9km의 이 길을 거북이 별 보러 가는 길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맞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휴양림으로 들어가는 왕복 2차선의 도로지만 보도(步道)는 따로 만들지 않았다. 그러나 차량 통행이 뜸해서 위험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렇게 10분쯤 오르자 삼거리(이정표 : 좌구산 휴양림0.8/ 눈썰매장0.2)가 나타난다. 진행방향은 왼편이다. ‘2쉼터를 거쳐 좌구산 정상으로 오를 계획이기 때문이다.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잠시 올라가자 진행방향 저만큼에 몽골텐트가 쳐져있다. 좌구산으로 연결되는 탐방로는 이곳에서 왼편으로 방향을 튼다. 삼거리에 이정표(좌구산 정상1.84/ 눈썰매장0.1/ 수변산책로0.13)가 세워져 있으니 길이 헷갈릴 일은 없을 것이다.



일단은 눈썰매장부터 둘러보기로 한다. 이곳 좌구산휴양림이 자랑하는 명물 가운데 하나라는데 빼먹을 수야 없지 않겠는가. 이 눈썰매장은 길이 82m, 12m6명이 동시에 출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튜브자동이송기와 동시 출발시스템 등의 자동화시스템까지 갖추고 있단다. 하지만 지금은 여름. 허연 배를 드러내놓고 있는 트랙만이 눈에 들어올 뿐이다. 성인 10,000, 청소년 8,000원이라는 요금표도 눈에 띈다. 증평군민과 휴양랜드 숙박객, 단체 이용객은 10%를 할인 받을 수 있단다.



시멘트 포장길을 잠시 오르자 높다란 철제구조물이 나타난다. ‘좌구산 줄타기(짚트랙)승강장일 것이다. 아니 세워진 위치가 바닥에 가까운 것을 보면 짚 트랙(Zip trek)’이 끝나는 하강장일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짚 트랙(Zip trek)’은 양 편의 나무 또는 지주대 사이로 튼튼한 와이어를 설치하고 탑승자와 연결된 트롤리(trolley, 일종의 도르래)를 와이어에 걸어 빠른 속도로 반대편으로 이동하면서 자연경관을 즐기며 담력을 키우는 공중 레저스포츠다. 국내에서는 짚라인(Zipline)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데, 와이어를 타고 이동할 때 트롤리와 와이어의 마찰음이 '~(zip~)‘하는 것처럼 들리는 점에 착안해서 지어낸 이름이라고 한다. 짚라인코리아()의 브랜드이자 등록상표명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는 지역에 따라 플라잉폭스(Flying Fox), 짚와이어(zip-wire), 에어리얼런웨이(Aerial Runway), 티롤리언크로싱(Tyrolean Crossing) 스카이플라이(SkyFly)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산길은 짚 트랙시설에 조금 못 미치는 곳에서 오른편으로 열린다. 나무계단의 입구에 이정표(좌구산 정상1.74/ 캠핑공원0.4/ 썰매장0.2)가 세워져 있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무계단을 올라서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능선으로 올라서자 사각의 정자가 보이는가 싶더니 다음에는 다양한 운동기구를 갖춘 쉼터가 나타난다. 첨부된 지도에 숲속 체육공원으로 표기된 지점이다. 이 부근이 생강나무군락지라는 안내판도 세워놓았다. 꽃의 생김새와 피는 시기가 비슷해서 산수유로 자주 오해를 받는 나무이다.



그렇게 잠시 진행하자 임도가 나타난다. 산행을 시작한지 20분 남짓 지난 지점이다. 좌구산 정상으로 오르는 탐방로는 오른편으로 10m쯤 빗겨난 지점에서 열린다. 들머리가 눈에 띄지 않으나 당황할 필요는 없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입구에 세워놓은 이정표(좌구산 정상 1.44/ 동고동락ART 체험마을 0.34/ 관리사무소주차장 0.7/ 좌구산 천문대 2.0)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산자락으로 들어서자 산길이 가파르게 변한다. 그것도 버겁다 싶을 정도로 가파르다. 너무 가파르다 싶은 곳에 통나무계단을 깔고 밧줄난간까지 설치해 놓은 게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그마저도 안 되는 곳은 왔다갔다 갈 지()’자를 그리며 위로 오르도록 했다.



그렇게 얼마간 진행하자 또 다른 사거리(이정표 : 2쉼터0.6/ 천문대 1.72/ 교육체험지구0.41/ 주차장0.89)를 만난다. 정상은 계속해서 능선을 타야 함은 물론이다.



이제 산길은 극기훈련장으로 변해버린다. ‘코에서 흙냄새가 난다는 표현에 딱 어울리는 코스라 하겠다. 하도 가파르다보니 코를 땅에 박다시피 해야만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도 역시 밧줄난간을 매어놓았다. 고마운 일이라 하겠다.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을 고생이 그나마 산술적으로 변했으니 말이다.



임도를 통과한지 30분 만에 주능선에 있는 2 쉼터에 올라선다. 두세 평쯤 되는 공터에 벤치 2개를 놓고, 이정표(좌구산 정상0.7/ 밤고개1.24/ 주차장1.44)에는 동명의 이름표를 달아두었다.



이후부터 산길은 편안해진다. 하지만 그 편안함은 오래가지 못한다. 작은 안부로 내려섰던 산길이 다시 오름짓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밧줄난간에 의지하지 않고는 위로 오를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어렵게 도착한 깔딱고개에는 벤치가 놓여있다. 턱에 차오른 숨도 고를 겸해서 쉬어가라는 모양이다.



산나리가 꽃망울을 활짝 열었다. 하긴 개화시기가 6~7월이니 철에 맞게 피어난 셈이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순결(purity / virginity)’이라는 꽃말 보다는 전장의 핏물을 머금은 붉은 꽃으로 더 다가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이마에 흐르던 땀이 마르기도 전해 또 다시 길을 나선다. 산길은 이번에도 엄청나게 가파르다. 그 오르막길이 아까보다는 많이 짧아졌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2쉼터를 출발한지 25분 만에 돌탑이 주인노릇을 하고 있는 봉우리에 올라선다. 이곳도 역시 벤치를 놓아두었다. !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이 능선은 한남금북정맥이다. 백두대간상의 속리산에서 갈라져나간 한남금북정맥은 충청북도를 동서로 가르며 북쪽으로 올라가 칠장산에서 한남정맥과 금북정맥으로 갈라진다. 60km에 걸쳐 뻗어 있는 이 산줄기는 사실 눈에 띄는 봉우리가 드문 곳이다. 대부분의 산봉우리가 600m에 미치지 못하다보니 657m 높이의 좌구산이 최고봉이 되었다.



가파르게 돌탑봉을 내려서자 안부삼거리(이정표 : 좌구산 정상0.1/ 바람소리길0.93/ 천문대2.6)가 나온다. 바람소리길을 이용해 이곳으로 올라올 수도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경사가 가파른데다 습기까지 많아 미끄러우니 조심하라는 경고판까지 세워놓은 걸 보니 그다지 편한 코스는 아니라는 얘기일 것이다.



산길은 다시 위로 향한다. 이어서 잠시 후에는 날카로운 칼날을 세워놓은 것처럼 생긴 바위지대를 만난다. 안내판은 이곳을 칼춤바위라 적고 있다. 바위의 생김새가 칼춤을 추는 형상이라는 것이다.



잠시 후 좌구산 정상에 올라선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25분 만이다. 두세 평이 채 되지 않는 비좁은 정상에는 자연석으로 만든 커다란 정상표지석과 이정표(한남금북정맥 질마재/ 대덕마을2/ 한남금북정맥 분젓티4) 외에도 벤치를 놓아 쉼터의 기능까지 겸하도록 했다. 참고로 좌구산(坐龜山)앉을 좌()’자에 거북 구()’자를 쓴다. 말 그대로 거북이가 앉아있는 모양으로 생겼다는데서 연유된 이름이라고 한다. 그러나 원래는 개 구()’자를 사용한 좌구산(坐狗山)으로 불렸다고 한다. 이 지역에 민가가 없던 옛날에는 산에 올라가야만 개 짖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단다. 다른 주장도 있다. 조선의 광해군 시절 김치(金緻)라는 인물이 관직에서 물러나 이곳에 은거하고 있었는데, 인조반정을 모의하던 그가 좌구산에서 들려온 세 번의 개짓는 소리에 깨어 거처를 옮긴 덕분에 변고를 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좌구산 정상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또 다른 이정표(질마재 2.4/ 밤고개 1.9)의 발아래에는 ‘2등 삼각점(미원 22)’이 설치되어 있다. 좌구산의 높이는 해발 657m, ‘한남금북정맥의 마룻금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이다. 위에서도 얘기했듯이 좌구산은 산의 생김새가 거북이가 앉아있는 모양새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거북이라면 장수의 상징이 아니던가. 증평군에서 이곳 좌구산 일대에 좌구산 휴양랜드를 조성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건강한 일상을 위한다면서 말이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별로이다. 증평방면의 평원지대가 있는 서쪽 방향을 제외하고는 웃자란 나무들이 시야를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2쉼터로 되돌아와 산행을 이어간다. 이번에는 천문대 방향의 능선을 따른다. 가파른 구간이 대부분이지만 내려서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 난간 삼아 매어놓은 밧줄에 의지하면 되기 때문이다.



조금 더 내려오니 칼로 자른 듯 반듯하게 갈라진 충절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이 바위는 좌구산 아래 율리에 살았던 백곡(栢谷) 김득신(金得臣, 1604~1684)의 이야기가 서려 있는 곳이다. 어릴 때부터 심약했던 그가 좌구산에서 심신을 단련하면서 이 바위를 칼로 치며 마음을 다잡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나이 59세에야 중광시 병과에 급제한 그는 늦깎이로 유명한 문인(文人)이다. 어릴 때 천연두를 앓았던 그는 노둔한 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버지의 가르침과 훈도를 받아 서서히 문명을 떨친 인물이다.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고 한문 사대가였던 이식(李植)으로부터 그대의 시문이 당금의 제일이라는 평을 들었을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옛 선현과 문인들이 남겨놓은 글들을 많이 읽는 데 주력한 그가 백이전(伯夷傳)’113천 번(요즘 셈법으로는 113,000)이나 읽었다는 일화는 그의 서재인 억만재(億萬齋)’와 함께 후세의 귀감으로 전해진다.



능선을 걷다보면 생채기를 안고 있는 소나무들이 자주 눈에 띈다. 송진채취를 위해 소나무의 껍질을 벗겨내면서 생긴 흠집들이다. 안내판은 소나무에 남겨진 아픈 역사의 흔적이라고 적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군수물자를 얻고자 우리 국민들을 혹사시켜 송진을 채취한 흔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일제만 송진을 채취했던 것은 아니다. 60년대 한창 어려웠던 시절에는 우리나라도 송유(松油)를 생산하기 위해 송진을 채취했었기 때문이다. 당시 송유는 고무제품 생산을 위한 고무반죽 첨가제(添加劑)’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소나무에서 채취한 송진을 가마에 넣고 열을 가하여 만든 기름이 송유이다.



하산길이 내리막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밧줄을 매어놓아야만 했을 정도로 가파른 구간도 나타난다. 그게 비록 길지는 않지만 말이다.



2쉼터를 지난 지 15분 만에 1쉼터에 이른다. 이곳도 역시 이정표(밤고개0.98/ 주차장1.72/ 정상1.26)와 함께 벤치를 놓아두었다. 힘들게 올라온 이들을 위한 배려일 것이다.



뒤처져서 걷다보니 조용하기 짝이 없다. 더 이상의 고요함이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낮잠이라도 자다 일어났는지 새들의 노랫소리마저도 다소 몽환적이다. 사색하면서 걷기 딱 좋은 길이라 하겠다.



그렇게 20분 조금 못되게 내려오자 좌구산 천문대가 나온다. 그런데 건물이 들어선 위치가 조금 묘하다. 산봉우리에 올라앉은 다른 천문대들과는 달리 능선의 안부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어쩌랴 해발이 657m나 된다니 말이다. 거기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356mm 굴절망원경이 설치되어 있단다. 1층에는 천체 투영실과 전시실 등이 있고 2층에는 스페이스랩이라는 전시 공간이, 그리고 3층에는 주 관측실인 우주를 보는 창과 보조 관측실인 하늘을 보는 눈’, 그리고 태양 망원경 등이 설치되어 있단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점심시간에 딱 맞춰버린 덕분에 내부관람을 하지 못했다. 대신 야외전시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건물의 1층에는 측우기와 첨성대 등을 포함한 다양한 천체관측기구 모형들이 전시되어 있고, 옥외에는 반구형(半球形)의 지붕을 만들고 그 안에다 여러 별자리들을 그려 넣었다.




천문대 밖으로 나오면 울창한 소나무 숲이 펼쳐진다. 공기 서늘하고 새소리가 평화로운 곳에는 벤치와 식탁 등이 놓여있다. 첨부된 지도에 나와 있는 소나무숲 산림욕장은 이곳을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새소리를 벗 삼아 쉬어가기 딱 좋은 장소이다.



천문대부터는 임도(이정표 : 좌구정2.8/ 별무리하우스0.6/ 미원9.0/ 좌구산2.7)를 따른다. 양 옆으로 줄지어 선 단풍나무들이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구간이다. ‘일본 땅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국의 도로가에 늘어선 벚꽃나무들에 식상해온 나였기에 더욱 감명 깊게 다가왔지 않나 싶다.



잠시 후 숲속에 들어선 철제 구조물이 눈에 띈다. 다섯 개 코스로 이루어진 총 길이 1.2좌구산 줄타기(짚 트랙)’가 시작되는 타워(tower)이다. 하늘을 날기 전에 받게 되는 안전교육이 저곳에서 이루어짐은 물론이다. 고개를 들어보니 짚 트랙의 줄(wire)이 숲의 위나 사이를 지나도록 매어져 있는 게 보인다. 그렇다면 길이가 짧을 뿐만 아니라 경사도 약할 게 분명하다. 그렇다고 미리부터 액티비티(activity)’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상상은 하지말자. 3년쯤 전인가 라오스방비엥Vang Vieng)’에서 타본 경험에 의하면 저 정도만 갖고도 짜릿한 공포감을 느끼기에는 충분했기 때문이다.



단풍나무의 매력에 흠뻑 취해 걷다보면 별무리하우스가 나온다. 매점과 식당이 들어선 건물인데 우리 일행의 점심상이 차려져 있단다. 이곳의 청국장이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산악회 회장님이 미리 예약해 두었던 모양이다.



식사를 마치자마자 명상 구름다리로 향한다. 휴양림의 명소로 자리매김한지 이미 오래라는데 어찌 건너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산악회의 버스 또한 구름다리의 아래에다 주차시켜 놓았단다. 구름다리는 임도를 따라 내려가다가 명상의 집에서 다리 위로 올라가는 방법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우린 별무리하우스의 담벼락에서 시작되는 바람소리길을 이용하기로 한다. 단조롭기 짝이 없는 아스팔트도로보다는 울울창창한 숲길을 걸으면서 참나무와 소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에 흠뻑 빠져보기 위해서이다.



그렇게 10분쯤 걸었을까 사각정자 앞에서 삼거리(이정표 : 주차장9.23/ 교육체험지구1.36/ 천문대0.76)를 만난다. 구름다리는 이곳에서 왼쪽으로 내려가야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이정표에는 구름다리대신에 주차장이라는 지명만 적혀있을 따름이다. 구름다리를 놓기 전에 만들어진 이정표라는 얘기일 것이다. 시기적절한 교체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3~4분쯤 내려가자 임도(이정표 : 주차장0,12/ 병영체험장1.47/ 천문대0.87)가 나오고, 잠시 후에는 계곡을 가로지르고 있는 멋진 구름다리가 눈앞에 펼쳐진다. ‘명상구름다리로 길이 230m(출렁다리구간 130m)에 폭은 2m, 최고높이가 50m에 이른단다. 산꼭대기에 설치된 다른 구름다리들에 비해 고도감과 스릴이 한참이나 떨어진다 하겠다. 그러나 계곡 사이에 놓인 구름다리의 자태가 아름답고 규모도 웅장해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 볼거리가 된다.




이곳 좌구산의 구름다리는 조금 묘하다. 계곡이나 호수 위에 걸쳐놓은 다른 구름다리들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단순한 이동수단으로서의 다리는 물론 아니다. 그렇다고 오직 관광객 유치만을 목적으로 한 것 같지도 않다. ‘명상(冥想)’이라는 주제 안에 설치도 동선(動線)의 하나일 따름이란다.



다리 아래로 2017년에 문을 열었다는 체험시설 숲 명상의 집이 내려다 보인다. 건강한 사람들이 찾아와 산림 치유를 체험하는 곳이란다. 자율신경과 스트레스, 혈관건강 등 신체의 기본적인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숲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명상구름다리에서 수변산책로까지 걸은 다음, ‘습식 족욕(濕式 足浴)’ 또는 건식 족욕과 꽃차 마시기 등을 체험하는 코스로 운영되고 있단다. 병을 치료하는 곳은 아니라는 얘기이다.



다리의 끄트머리에는 데크로 작은 광장을 만들어 놓았다. 하트 모양의 포토죤(photo zone)도 보인다. 하트의 품안으로 끌어들인 구름다리를 배경으로 세운다면 멋진 추억으로 채워질 게 분명하다.



데크 광장의 앞에는 거북바위 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수많은 돌탑과 산책로, 거북이와 토끼의 조형물로 꾸며졌는데, 아직도 마무리가 되지 않았는지 공사자재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공사를 마치면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으나 아직까지는 어설프게 보인다.



공원의 맨 꼭대기에는 전망대가 자리 잡았다. ‘바위전망대라는 이름에 걸맞게 커다란 바위에다 거북이와 토끼를 그려 넣었다. 하지만 전망대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조망은 보잘 것이 없다. 우거진 숲이 시야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너무 서운해 할 일은 아니다. 공원을 걷다보면 구름다리가 눈에 쏙 들어오는 멋진 조망터들을 여러 곳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산행날머리는 좌구산 숲 명상의 집(증평군 증평읍 율리 산 61-30)

구름다리 입구로 되돌아와 이번에는 물놀이장 방향으로 진행한다. 100m 조금 못되게 내려서면 만나게 되는 삼거리에서는 좌회전이다. 길은 잘 닦여 있는 편이다. 그렇다고 마냥 이 길을 따를 수는 없다. 우리를 태우고 갈 버스가 명상의 집앞에 주차되어 있기 때문이다. 100m남짓 걷다가 오른편 계곡으로 내려서는 이유이다. 계곡을 건너자 천문대로 이어지는 도로 위에 주차된 버스를 만난다. 산행이 끝난 것이다. 오늘 산행은 총 4시간 20분이 걸렸다. 별무리하우스에서의 점심시간과 간식을 먹느라 쉬었던 휴식시간을 감안할 경우 실제로는 3시간 20분을 걸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