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불산(成佛山, 520m)-도덕산(道德山, 456m)


산행일 : ‘16. 12. 3()

소재지 : 충북 괴산군 괴산읍과 감물면, 칠성면의 경계

산행코스 : 성불산자연휴양단지 주차장사방댐소나무감상로123성불산점골(휴양림)도덕산임도도덕사휴양단지주차장(산행시간 : 3시간50)

 

함께한 사람들 : 가보기산악회


특징 : 오늘 오른 두 산은 곁에 붙어 있으면서도 완벽하게 다른 산세(山勢)를 보여준다.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골산(骨山)인 성불산과는 달리 도덕산은 어머니의 젖가슴처럼 포근한 육산(肉山)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등산객들의 대부분은 성불산을 찾는 편이다. 이때의 코스가 짧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만이 도덕산까지 종주하게 된다는 얘기이다. 아름다움을 선호하는 인간의 기본심리가 작용했지 않았나 싶다. 그만큼 성불산은 뛰어난 볼거리가 많다. 성불산의 암릉은 거대하지도 그렇다고 위태롭지도 않다. 그저 아기자기 하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그런 왜소함이 등산객들에게는 더 좋은 볼거리로 작용하나 보다. 마음 턱 놓고 아름다운 경관에 빠져들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산을 뒤덮고 있는 소나무들 또한 성불산의 뛰어난 자랑거리이다. 분재(盆栽)를 연상시킬 정도로 잘생긴 소나무들이 산릉을 온통 점령하고 있다. 그리고 그 소나무들이 기암괴석들과 어우러지며 한 폭의 풍경화(風景畵)를 만들어 낸다. 그것도 잘 그린 그림이다. 아무튼 한번쯤 다시 찾고 싶을 정도로 잘 생긴 산이다.


 

산행들머리는 성불산자연휴양림 주차장(괴산군 괴산읍 검승리)

중부내륙고속도로 괴산 I.C에서 내려온다. 19번 국도를 타고 괴산방면으로 달리다가 기곡마을(괴산읍 검승리)‘ 앞 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1Km 정도를 들어가면 성불산자연휴양림 주차장이 나온다. 삼거리에 마을표지석외에도 자연휴양림의 들머리임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휴양림의 시설지구로 올라가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2~3분쯤 올라갔을까 왼편에 사방댐이 나타난다. 산길은 이 사방댐의 둑 위로 놓인 나무다리를 건너도록 되어 있다. 계속해서 도로를 따를 경우에는 성불산 자연휴양 단지의 시설 중 하나인 생태공원으로 연결된다. 이곳 자연휴양 단지는 괴산군에서 255억 원을 들여 만들어낸 종합휴양단지로 그 규모와 볼거리, 즐길거리가 모두 중부권 최대를 자랑한다. 최근에 운영을 시작했는데 138ha에 이르는 널따란 부지에는 숙소(숲속의 집)를 갖춘 자연휴양림과 생태공원. ’숲 관광 메가시티‘, ’도덕산 생태 숲‘. ’미선향 테마파크‘ ’산림문화 휴양관‘, ’한옥체험관등 다양한 테마(thema)와 주제가 어우러져 있다.



다리를 건너면 안내판 하나가 나타난다. 여기부터 성불산 소나무 감상로란다. ’감상로(感想路)‘라는 공식적인 이름을 붙일 만큼 괴산군에 공을 들여 가꾸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거기에 산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까지도 유치해 보려는 괴산군의 속셈이 보태졌음을 부인하지는 못하리라. 구태여 정상까지 갈 필요도 없이 품질이 보증된 소나무 감상로만 걸으면 본전은 뽑은 셈이 될 테니까 말이다.



안내판을 지나면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상당히 가파른 편이나 버거울 정도는 아니다. 조금 있다가 만나게 될 무지막지한 오름길의 예고편쯤으로 보면 되겠다. 조금은 여유가 있기에 눈길을 돌려본다. 주위는 울창한 소나무 숲이다. 하지만 특이할 게 하나도 없는 평범한 나무들뿐이다. ’소나무 감상로라는 안내판을 세워 놓은 이유가 궁금해진다. 그 이유는 잠시 후에 알게 되지만 말이다.



얼마쯤 올랐을까. 산행을 시작하고 20분 남짓 지났을 즈음에 이정표(소나무 감상로0.85Km) 하나가 나타난다.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면 소나무 감상로가 나타난단다. 아까 들머리에서 보았던 그 감상로(感想路)로 가는 길인 모양이다. 그렇다면 소나무 감상로는 아직까지 시작도 안 했다는 얘기가 된다. 아무튼 능선으로도 길의 흔적은 보인다. 아마 우회(迂回)를 하지 않고 능선을 따라 곧장 위로 치고 오를 수도 있는 모양이다.



오른편으로 방향을 튼다. 길은 거대한 바위절벽의 아래로 나있다. 바위절벽에 기대어 만든 데크길이 자못 멋스럽다. 바위에 기대어 자라고 있는 소나무들의 자태가 실로 빼어나기 때문이다. 서두를 필요 없이 여유롭게 걸으며 주변 풍광에 눈 맞추어보기에 딱 좋은 구간이다. 하지만 데크길은 그다지 길지가 않다. 아쉬운 일이지만 능선으로 다시 올라서야 한다.




데크길이 끝나면서 산길은 다시 오르막길로 변한다. 그러다 끝내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가팔라져 버린다. ‘흙냄새가 난다.’는 얘기가 떠오른다. 함께 걷고 있는 마음을 다스리는 산행의 저자 이석암선생께서 언젠가 하신 말씀이다. 산길의 경사(傾斜)가 너무 심할 경우,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상체를 최대한 앞으로 숙일 수밖에 없는데, 그 정도가 코가 거의 땅바닥에 닿을 정도까지 된다는 얘기이다. 지금 오르고 있는 산길에 딱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싶다. 그 정도로 가파른 오르막길이라는 얘기이다. 이런 길은 일반적으로 왔다갔다 갈지()자를 그리면서 위로 향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나타나는 오름길은 거의 일직선으로 위로 향하고 있다. 더 힘들어 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숨이 턱까지 차고 오를 즈음에야 쉴만한 곳이 나타난다. 전망데크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갖가지 시설들이 촘촘하게 들어선 휴양단지가 발아래에 펼쳐지는데, 그 뒤에 버티고 있는 산은 도덕산이 분명하다. 그리고 오른편에서는 괴산읍이 살포시 고개를 내민다. 데크길에서 이곳까지는 대략 15분 정도가 걸렸다.




전망대를 지나서도 산길의 형편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지는 것이다. 그 가파름이 부담스러웠던지 길가에 굵직한 밧줄을 매달아 놓았다. 버거울 경우 붙잡고 오르라는 배려일 것이다. 그래도 힘들기는 매한가지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다. 길가에 늘어선 소나무들의 자태가 사뭇 범상치가 않기 때문이다. 눈이 호사를 누리다보면 힘들다는 것까지도 잃어버릴 정도이다.



소나무들만 눈요깃거리가 되는 건 아니다. 심심찮게 조망도 트인다. 조금 전 전망에서 보았던 괴산읍 방향의 경관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한다.



그렇게 7분쯤 즐기다보면 방향만 표시된 이정표(성불산/ 사방댐)와 자그만 돌무더기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봉우리에 올라서게 된다. 돌무더기 꼭대기에 세워놓은 돌맹이에 성불산이라고 썼던 흔적이 보인다. 그렇다면 이곳이 지도에 나와 있는 ‘1쯤 되는 모양이다.



1봉에서의 조망(眺望)도 역시 뛰어나다. 괴산군의 서쪽 지역이 거침없이 펼쳐진다. ‘35 명산(名山)’을 내세우는 지역의 특성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높고 낮은 산들이 첩첩이 쌓여있다.



1봉에서부터는 능선을 따른다. 작은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반반한 능선길이 계속된다.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구간이지만 능선은 결코 그럴 여유를 주지 않는다. 능선에 늘어선 명품소나무들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거기다 조망까지도 한 수를 더한다. 오른편 방향에 자리 잡고 있는 군자산의 능선이 한눈에 쏙 들어오는 것이다. 안개에 역광(逆光)까지 겹친 탓에 사진촬영에는 실패했지만 오늘 산행의 백미(白眉)가 아닐까 싶다.



1봉에서 8분쯤 더 걷다보면 별다른 의미가 없어 보이는 이정표 하나를 만나게 된다. 진행방향 0.32Km 지점에 ‘2이 있다고 표기가 되어 있을 뿐 다른 방향은 아예 비어있다. 1봉의 표지판 아래에 붙어있는 표지판도 글씨가 사라진지 이미 오래이다.



이정표에서 5분쯤 더 걸으면 2봉의 정상이다. 하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이곳이 2봉의 정상이라는 것을 증명할만한 표시가 일절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이정표에 적혀있는 거리표시와 선답자들의 기록을 감안해서 이곳이 ‘2이려니 짐작해볼 따름이다. 2봉에서의 조망 또한 뛰어나다. 오른편 발아래 계곡에 위치한 자연휴양단지가 한눈에 쏙 들어오고, 반대편 그러니까 왼편의 시야도 넉넉하게 트인다.




능선을 따라 걷는다. 능선은 온통 소나무들로 둘러싸여 있다. 하나같이 잘 다듬어 놓은 정원수를 연상시킨다. 아니 분재(盆栽)를 닮았다고 하는 표현이 더 옳겠다. 그만큼 그 자태가 빼어나다는 얘기이다. 마침 길까지도 순하다. 심심찮게 바윗길이 나타나긴 하지만 조금도 위험하지 않을뿐더러 경사까지도 완만한 편이다. 그저 눈요기나 즐기면서 걸으면 된다.



얼마쯤 더 걸었을까 깊게 파인 안부가 나타난다. 내려가는 길은 제법 가파른 슬랩(slab)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굵직한 밧줄이 매어져 있으니 등산화의 마찰력을 못 믿겠다는 사람들은 밧줄에 의지해서 내려가면 되기 때문이다.



반대편 능선으로 오른다. 바위로 이루어졌지만 부담스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는 얘기이다.



예쁜 능선길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잘생긴 명품소나무들이 끊임없이 나타나는가 하면, 시야 또한 시원스럽게 열린다. 능선은 오로지 소나무들뿐이다. 다른 나무는 일체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누군가는 소나무만 남기고 나머지 잡목들을 모조리 제거한 결과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는가 보다. 한다. 아무튼 아기자기한 바위들과 소나무들이 어우러지며 만들어내는 풍경이 자못 빼어나다. ’소나무 감상로라는 공식적인 이름을 얻기에 부족함이 없을 듯 싶다.



그렇게 눈요기를 즐기며 걷다보면 어느덧 3봉의 정상이다. 2봉에서 18분쯤 걸렸다. 서툴게 쌓아올린 돌탑이 주인노릇을 하고 있는 3봉의 정상에는 데크전망대가 만들어져 있다.



3봉에서의 조망(眺望)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남쪽으로 시선을 맞추면 성불산자연휴양단지가 잘 조망되고, 가야할 북동쪽에서는 암릉으로 이루어진 성불산 정상이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그 오른편에 보이는 산은 아마 박달산일 것이다. 그리고 휴양단지의 뒤에는 도덕산을 중심으로 왼편에 군자산의 능선이 또렷하다



성불산 정상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산행을 이어간다. 명품소나무들이 길손을 맞는 예쁜 산길이다. 아까와는 달리 가끔은 잡목(雜木)들도 눈에 들어온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일 것이다.



그렇게 잠시 걸으면 진행방향의 표시가 지워져 버린 낡은 이정표(점골0.8Km/ 이탄1.9Km)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안부사거리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왼편은 이탄마을, 그리고 오른편은 휴양단지가 있는 점골을 지나 도덕산으로 연결된다. 성불산의 정상은 곧장 능선을 타면 된다. 도덕산까지 종주산행을 이어가려면 성불산의 정상을 둘러본 후에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얘기이다.



능선으로 올라서자마자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계속해서 능선을 타고 싶다면 밧줄을 잡고 오르면 된다. 밧줄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왼편으로 우회(迂回)를 하면 된다. 하지만 바위벼랑이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에 그냥 올라도 무방할 듯 싶다. 조금만 고생을 한다면 탁 트인 조망이 충분한 보상을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산행을 이어간다. 정상으로 가는 길의 우측은 절벽을 이루고 있어 전망은 좋지만 자칫 추락의 위험이 있으므로 유의하며 진행한다. 그렇게 잠시 진행하면 ’4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작은 봉우리 위에 올라선다. 아무런 특징이 없는 봉우리의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코팅(coating)지가 눈에 띈다. 서래야 박건석선생 작품인데 서귀바위봉이라고 적혀있다. 새로 지어진 이름에 거부감을 느낀 누군가가 떼어버린 모양이다.



이어지는 능선도 역시 뛰어난 볼거리를 제공한다. 바윗길을 걷지 않고서도 뛰어난 암골미를 느껴볼 수 있는 구간이다. 산길 또한 순한 편이다. 작은 오르내림이 반복될 뿐만 아니라 정상 즈음에서 나타나는 마지막 오름길 또한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주변 풍광을 즐기며 산행을 이어가면 될 일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게 하나가 있다. 정상의 바로 아래에서 오른쪽으로 난 희미한 길의 흔적이 보인다는 것이다. 방향으로 보아 점골에서 올라오는 길로 보이지만 자신은 없다.





4봉에서 8분쯤 더 걸으면 드디어 성불산 정상이다. 예닐곱 평이나 됨직한 정상에는 충청북도 특유의 검은 오석(烏石)으로 된 정상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그 옆에다 돌탑(cairn) 하나를 공들여 쌓아올렸다. 기곡(점골) 방향만 남아있는 이정표도 보인다. 나머지 매전과 이탄 방향은 떨어져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까지는 없다. 정상석의 아랫부분에다 방향과 거리를 표시해 이정표의 기능까지 겸하도록 해놓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성불산의 원래 이름은 송명산(松明山)이었단다. 소나무가 많은 산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그러다가 언제부턴가 산 아래에 있었다는 성불사에 따온 새 이름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25분이 지났다.




정상에서의 조망(眺望)은 뛰어난 편이다. 인근에 가리는 것이 없어 멀리까지 시야(視野)가 트이기 때문이다. 동쪽으로는 맹이저수지와 그 너머로 박달산이 보이고 월악산의 영봉과 신선봉, 조령산, 덕가산, 보개산도 눈에 들어온다. 남으로는 군자산과 비학산이 보인다.



사거리 안부로 되돌아와 산행을 이어간다. 도덕산으로 가려면 일단은 점골방향으로 내려가야만 한다. 초반은 무척 가파른 사면길이 이어진다. 벼랑에 가까울 정도로 비탈진 사면(斜面)을 따라 길이 나있기에 주의가 필요한 구간이다. 거기다 참나무 낙엽까지 수북하게 쌓여 미끄럽기까지 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굵은 밧줄로 난간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가파름을 자랑하던 산길은 낙엽송(일본이깔나무) 숲을 만나면서 사납던 그 기세를 뚝 떨어뜨린다. 그렇게 15분 정도를 진행하면 성불산 자연휴양단지상단의 생태공원에 도착한다. 안부 이정표 상의 점골에 해당되는 곳이다. 이곳에서 성불산의 산행이 끝났다고 보면 된다. 2시간에도 못 미치는 산행시간이 짧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진행방향에 보이는 도덕산을 연계하면 된다. 1시간30분 정도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점골은 널따란 분지(盆地)이다. 성불산의 1·2·3봉과 남쪽 도덕산의 사이에 위치한 넓고 평평한 골짜기로 보면 된다. 괴산군은 이곳에 자연휴양림을 조성해 놓았다. 아니 괴산군에서 산림휴양 단지(團地)‘라고 명명했으니 이를 따르는 게 옳겠다. 아무튼 이곳 휴양단지에는 생태 숲에 필수인 산책로와 야영장 외에도, 숙박동과 체험관, 세미나 실, 숲속캠핑장, 생태공원, 수석전시관 등 종합시설을 차려 놓았다. 가족단위 휴양객들이 자연에서 생태 숲을 걸으며 삼림욕과 치유를 할 수 있는 휴양단지를 모토(motto)로 내걸었다니 한번쯤 찾아볼 만도 하겠다.



도덕산까지 산행을 이어가기로 한다. 도덕산으로 가려면 우선은 생태공원을 가로질러야 한다. 반대편 산자락에 도덕산 등산 안내도와 이정표(정상 1.45Km)가 세워져 있으니 들머리를 찾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올라선다. 나선형으로 만들어진 통나무계단이 제법 멋스런 오르막길이다. 4분 정도를 걸어 능선에 올라서면 길이 두 갈래(이정표 : 정상1.3Km/ 갈읍/ 검승리)로 나뉜다. 고개를 넘을 경우 갈읍리(칠성면)로 연결된다. 도덕산 정상은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어 능선을 타면 된다  




능선을 따라 난 산길은 상당히 가파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버거울 정도까지는 아니기 때문이다. 거기다 바닥은 보드라운 흙길, 서두르지만 않는다면 어렵지 않게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15분 정도를 진행하면 첫 번째 봉우리에 올라선다. 이후부터 산길은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해가면서 고도(高度)를 높여간다. 아니 짧은 내림과 긴 오름이라고 하는 게 옳겠다. 거기다 제법 가파른 오르막 구간도 나타난다. 그 거리가 짧지만 말이다.



얼마쯤 걸었을까 바위가 선을 보이는가 싶더니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밀도(密度)를 높여간다. 당연히 볼거리도 늘어난다. 기억에 남을 만큼 괴상하게 생긴 바위들이 심심찮게 나타나는 것이다.




조망이 트이기도 한다. 두어 곳에서 만나게 되는 전망바위가 바로 그곳이다. 칠보산과 군자산, 남군자산, 사랑산 등 괴산의 명산들이 줄줄이 버티고 있다.



바위들이 만들어내는 괴이(怪異)의 절정(絶頂)큰 바위 얼굴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은 이 바위의 생김새가 사람의 얼굴을 쏙 빼다 닮았다고 한다. 하지만 내 눈에는 로댕(Auguste Rodin)생각하는 사람에 더 가까워 보인다. 이는 보는 사람들에 따라 각기 다른 형상으로 나타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특징이 있기에 괴이함의 절정이라는 표현을 써봤다.



잠시 후 또 다른 볼거리를 만난다. 이번 바위는 뫼 산()’를 만들어내고 있다. 실물(實物)은 탄성을 내지르게 만들 정도로 자를 빼다 닮았는데, 사진으로 보니 엉성하기 짝이 없다. 디지털카메라의 한계가 아닐까 싶다.



눈요기가 끝났다싶으면 이내 도덕산의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들머리에서 50, 성불산에서는 1시간 30분 만이다. 숲속에 들어앉은 정상은 육산(肉山)의 특징대로 평범하기 짝이 없다. 정상표지석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이정표(검승리/ 두천리/ 둘레길) 하나와 삼각점이 이를 대신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누군가가 도덕산 456m’라고 쓰인 코팅(coating)지를 이정표의 기둥에 붙여 놓았다는 것이다.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가 아니었으면 이곳이 도덕산의 정상인지도 모르고 지나쳤을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망도 트이지 않는 정상에서 오래 머무를 이유는 없다. 하산을 서두르는 이유이다. 가파르게 시작되는 검승리 방향의 하산 길은 미끄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내려서는 게 부담스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여느 산에서나 만날 수 있는 보통의 내리막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는 얘기이다.



그렇게 20분 정도를 내려서면 임도(이정표 : 도덕사/ 두천리/ 정상0.8Km)에 내려선다. 타고 온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성불산 자연휴양단지주차장으로 가려면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진행해야 한다. 임도를 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12분 후 도덕사에 이른다. 대한불교법화종 소속의 사찰인데 역사가 있는 유서 깊은 사찰이라기보다는 새로 지었다는 느낌이 강한 사찰이다. 삼간짜리 대웅전과 산신각, 그리고 시중의 여염집이나 다름없는 요사채가 모두이니 절간의 규모도 단출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석탑(石塔)과 석불(石佛)은 그 규모나 생김새가 반듯하다. 이끼하나 끼어있지 않을 정도로 그 역사가 일천하지만 말이다.



절을 빠져나와 타고 온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휴양림 주차장으로 향한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이지만 최대한으로 속도를 떨어뜨린다. 그리고 쉼 없이 사방을 살펴본다. 혹시라도 성불사에 관한 안내판이라도 찾아볼까 해서이다. 이곳 성불산(成佛山)은 부처형상의 바위가 있다는 전설로 화제가 되고 있는 명산이다. 그래서 산의 이름이 성불산으로 붙여졌고, 산 아래에는 성불사(成佛寺)라는 절도 있었다고 한다. 터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이 절이 요즘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로 찍은 직지(직지심체요절)가 태어난 곳이라는 것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과 서울대 규장각 소장(所藏)'청구도(靑邱圖·제작연도 미상)''成佛山(성불산)', 그리고 서울대 규장각 소장의 '동여도(東輿圖·19세기 중엽)''成佛寺(성불사)'를 각각 괴산군에 위치하고 있다고 표기해 놓았기 때문이다. ’대한불교천태종에서 절을 복원할 계획을 세우고 총무원장인 도정스님 등 관계자들까지 다녀갔다기에 그에 대한 기록이라도 찾아볼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눈에 뜨지 않았다. 아무튼 오늘 산행은 총 3시간 50분이 걸렸다. 쉼 없이 걷는데 걸린 시간으로 보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