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중남미의 멕시코 및 페루

 

여행일 : ‘18. 4. 23() - 5.2()

여행지 : 멕시코, 페루. 쿠바(비행기 사정으로 인해 취소)

 

일 정 :

4.23() : 멕시코시티(소깔로광장, 과달루페성당)

4.24() : 멕시코시티(테오티우아칸)

4.25() : 쿠스코(마추픽추)

4.26() : 쿠스코(12각 돌, 쿠스코대성당, 산토도밍고성당)

4.27() : 리마(아르마스광장, 사랑의 공원, 라르꼬마르)

4.28() : 파라가스(바예스타 섬), 이카(와카치나 사막)

4.29() : 나스카(나스카라인)

4.30() : 멕시코시티(소우마야 미술관)

 

여행 일곱째 날 : 하늘에서 내려 보는 지상 최대의 미스터리, 나스카라인(Nazca lines)

 

특징 : 신화가 사라져가는 시대에 페루의 나스카는 수많은 미스터리로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것은 바로 하늘 위에서만 볼 수 있다는 거대한 나스카 라인(Nazca Lines), 즉 나스카의 지상화(地上畵) 때문이다. 누가 언제 어떻게 왜 그렸는지 여전히 상상만 난무할 뿐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이 없어서 더욱 미스터리한 지상화의 도시가 바로 나스카다. 리마에서 동남쪽으로 370떨어진 곳에 위치한 나스카라인은 450가 넘는 광대한 벌판에 800개가 넘는 직선과 300개에 달하는 그림들이 있다. 간단한 선과 기하학적 형상이 주를 이루지만 이 가운데 70여 점은 새, 물고기, 야마, 재규어, 원숭이 같은 동물이나 사람, 그리고 나무와 꽃 같은 식물을 형상화했다. 크기도 다양해서 큰 것은 370m에 달하는 것도 있다. 이 가운데 경비행기를 타고 볼 수 있는 것은 모두 12개로 고래, 삼각형과 콤파스, 우주인, 원숭이, , 콘도르, 거미, 벌새, 왜가리, 앵무새, 나무 등이다. 참고로 '세상에서 가장 큰 그림책'이라는 나스카라인은 1994년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에 등록되었으며, 그 규모와 모양, 특성 때문에 '지상화(地上畵)'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기도 한다.

 

 

 

나스카라인(Nazca lines)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리마의 동남쪽 약 370지점에 위치한 나스카(Nazca) 마을까지 와야만 한다. 해발고도가 700m쯤 되는 이 도시는 잉카 이전의 문명, 프레 잉카(Pre-inca)’의 유적들이 많이 남아있어서 남미 고고학 연구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나스카 문명(BC 200~AD 600)’의 중심지다. 나스카 문명은 파라카스 문명에 이어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나스카 강 유역의 카와치(Cahuachi)가 대표적인 유적이다. 이 유적은 우리의 흙벽돌과 비슷한 아도베(adobe)로 만든 신전과 피라미드를 비롯해 광장을 중심으로 한 공공건물들, 관개용수로 등 수준 높은 과학 기술을 보여준다. 이밖에도 고도의 제작기술과 함께 섬세함과 상징적 모티프를 지닌 채문토기(彩文土器)가 나스카 문명의 명성을 높여준다. 주전자와 접시, 주발 등에 고추, 옥수수, 감자, 사슴, , 개구리, 물고기 등 다양한 동식물 무늬가 새겨진 이 토기들은 제작 기술도 빼어나지만 예술적으로도 매우 높은 평가를 받는다.

 

 

 

 

아침식사를 일찍 마치고 10분 거리에 있는 공항으로 향한다. 이른 시간에 경비행기를 타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해가 뜬 직후에 나스카라인(Nazca Lines)을 가장 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보다도 안전과 관련된 것이 더 중요하단다. 한낮 비행은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낮에 햇볕을 받아 땅이 데워지면서 상승기류가 생기게 된다. 때문에 경비행기가 나스카라인 가까이 접근하려고 하강할 때 요동을 치게 된다는 것이다. 가장 좋은 조건에서 안전하게 나스카라인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가이드의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비행장 안에는 꽤나 많은 경비행기(세스나, Cessna)들이 늘어서 있다. 경비행기 투어는 나스카 라인을 감상하기에 최적인 수단이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멀미를 할 경우도 있으므로 웬만하면 비행 전에 식사를 삼가고 멀미약을 미리 먹어 두는 것이 좋을 듯 싶다.

 

 

건물로 들어서니 여러 개의 부스(booth)가 만들어져 있다. 그만큼 많은 항공사들이 경비행기(세스나, Cessna) 투어를 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투어는 나스카에 있는 여러 여행사나 항공사, 일부 호스텔 등을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3인승 경비행기 기준에 70~80달러 선에서 이용이 가능하며 성수기 때는 좀 더 가격이 올라간다고 한다. 비행시간은 대략 30분 내외로 보면 되겠다.

 

 

출입문에는 수많은 스티커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홍보용으로 보이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눈길을 끈다. ‘릴라링이라는 글자를 도안 형태로 써놓긴 했지만 분명히 한글인 것이다. 스티커의 하단에 사진·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인 인스타그램(instagram)ID까지 적어 놓았지만 뭘 의미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게 뭐 대수겠는가. 수천, 아니 수만 킬로나 떨어진 낯선 땅에서 내가 쓰고 있는 언어를 만났다는 게 중요하지 않겠는가.

 

 

 

 

벽에는 나스카라인의 지도가 걸려있다. 지도의 상단에는 나스카라인의 연구에 일생을 바쳤다는 마리아 레이체(Maria Reiche)’ 박사의 사진이 실려 있다. 그녀를 떼어놓고는 나스카라인에 대해 왈가왈부를 할 수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기다리기 지루하면 밖으로라도 나가볼 일이다. 기념품가게에 들러 보들보들한 면 티셔츠나 꼼꼼하게 손질이 된 작은 손지갑도 추천할만하다. 아니면 나스카라인과 관련된 기념품 하나 챙겨도 될 일이고 말이다.

 

 

꽤 오랜 시간을 기다린 끝에 체중계 위에 올라선다. 몸무게를 재기 위해서이다. 비행기가 하도 작다보니 좌우의 무게까지도 균형을 맞추어야 한단다. 가운데를 통로로 두고 양 옆으로 나뉜 좌석의 번호가 주어졌음은 물론이다.

 

 

비행기 앞에 이르니 우리를 인솔하던 부기장(조종간이 없는 보조석에 앉았다)이 비행 중에 지켜야할 주의사항을 일러준다. 영어로 읊어대고 있느니 100%를 다 알아들을 수는 없다. 그저 기장이 오른쪽 또는 왼쪽이라고 알려 줄 경우 비행기의 날개 끝이 향하는 곳에 시선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만 명심해 두자. 라이트(right)냐 레프트(left)의 발음을 어떻게 알아들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잠시 후면 영어가 아니라 발음도 선명한 우리나라 말로 오른쪽’ ‘왼쪽이라면서 그 끄트머리에 있는 그림의 종류까지도 우리나라 말로 전해줄 테니까 말이다.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무섬증에 머리끝이 쭈뼛해진다. 고소공포증(Acrophobia, 高所恐怖症) 탓이다. 그런 내가 이렇게 작은 경비행기를 타고 있으니 무섭지 않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하긴 2014년엔가 이곳을 찾았던 윤상과 유희열, 이적 등 꽃보다 청춘의 멤버들도 무비카메라(movie camera) 앞에서까지 두려움을 호소했는데 오죽하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무사히 비행을 마쳤었고, 원숭이와 벌새 등 나스카 라인의 절경에 연신 감탄사를 쏟아냈었다. 고소공포증에도 불구하고 경비행기에 내 한 몸을 실었던 이유이다.

 

 

 

무섬증이 조금 가라앉자 숨은 그림 찾기가 시작된다. 지상에는 그림들 외에도 여러 가지의 줄무늬들이 나타나고 있다. 자연이 만들어낸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작품인지가 구분이 안 되는 직선들이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개중에는 곡선도 있어 우리가 보고 싶은 원숭이나 벌새, 거미 등 아까 지도에서 보았던 그림들을 찾는 게 만만치가 않다.

 

 

 

 

민낯의 사막, 그 바싹 마른 광활한 대지에서 그림 찾기를 하고 있는데 기장의 안내 멘트가 시작된다. 이때쯤이면 다들 화들짝 놀라는 게 정상일 것 같다. 그 멘트가 우리나라 말로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오른쪽! 오른쪽 날개! 고래!’ 거기다 발음까지도 또렷하다. 이곳을 찾는 우리나라 관광객의 숫자가 그만큼 많다는 증거일 것이다. 하긴 꽃보다 청춘팀이 이곳을 다녀갔다니 이를 말이겠는가. 그렇다면 반대편 줄에 앉은 사람들은 어떻게 그림을 보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 또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승객들이 좌우로 나누어 앉은 만큼 모든 승객들이 나스카라인을 볼 수 있도록 비행하기 때문이다. 일단 좌우 어느 편이든 날개의 밑에 목표물이 오도록 비행을 하고 이어서 8자형으로 날아 반대편 날개 밑에 목표물이 오도록 돌아온다. 이때는 멘트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바뀌어 있음은 물론이다.

 

 

기장이 알려주는 오른쪽 날개 밑을 내려다보니 정말 고래가 나타났다. 바다가 아닌 모래 위에서 말이다. 그런데 로비의 지도에서 구경한 고래의 생김새와 약간 달라서 당황한다.

 

 

기장의 멘트를 기다리기만 하면 될 텐데도 사람들의 시선은 쉴 새 없이 움직인다. 하나라도 더 많은 그림을 찾아보기 위해서이다. 그러다가 비슷한 그림이라도 하나 발견할라치면 자신도 모르게 환호성을 내지른다. 오직 비행기에서만 그 형태를 가늠할 수 있는 거대한 그림들이다. 그렇다면 저렇게 큰 그림들은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평생 나스카 라인 연구에 매달려온 마리아 레이체(Maria Reiche)’ 박사는 말뚝에 줄을 매어 고정시키는 방법으로 직선을 그리고 콤파스의 원리를 이용해 원과 곡선을 그렸다고 확신했다. 실제 말뚝을 박았던 흔적도 발견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왜 만들었는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이왕에 시작했으니 한걸음 더 나아가 보자. 왜 만들었는지에 대한 첫 번째 가설은 천체 관측과 고대인들이 사용한 달력이라는 것이다. 옛 사람들이 농경을 위한 계절의 변화를 알기 위해 천체를 관측하고 그 움직임을 지면에 새겼다고 보는 주장이다. 하지만 천문학자들이 고대의 해와 달, 별들의 위치를 추정한 결과 나스카 라인이 당시의 천체 위치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나스카가 고도(古都)인 만큼 종교 의식이나 성지로의 인도를 목적으로 한 그림을 그린 것이라고도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자연과 산을 숭배하는 고대인들이 성스러운 마음과 풍년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만든 그림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흥미로운 가설은 외계인과의 교류를 위해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고대 외계인들이 두 개의 활주로를 건설하고 떠난 뒤 그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약하고 자신들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공중에서 알아볼 수 있도록 거대한 도식을 그린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명확히 납득할 수 있는 주장과 근거는 밝혀지지 않고 있어 미스터리는 더욱 의문으로 남는다. ‘세계 7대 불가사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산비탈에서 우주인(astronaut)의 형상을 찾아낸다. 아까 지도에서 보았던 것처럼 누워있는 형상이라서 찾아내기는 쉬웠는데, 섬세하게 묘사된 다른 그림들과는 달리 사람의 모습을 영 닮지 않았다. 그림을 그린 이가 과감하게 선을 생략해버린 모양이다.

 

 

아래 그림은 원숭이(monkey)이다. 꼬리를 돌돌 말고 있는 게 인상적인데, 선이 가는 탓인지 희미하게 보여 찾아내는 게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까 지도에서 보았던 tringletrapezoids의 그림은 엉겁결에 지나쳐버렸다. 비행기의 날개가 지나간 뒤에까지 해당 그림을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요즘 부쩍 나빠지는 시력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어서 개(dog)의 그림이 나타난다. 첨부된 사진에는 희미하게 나타나지만 실제로 눈에 들어오는 그림은 선명하다. 나스카 지상화가 2천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도록 선명하게 유지된 이유가 비가 거의 오지 않는 이곳의 특별한 기후 때문이라고 했는데, 과연 물감을 기다리는 마른 캔버스처럼 암갈색의 평원은 평평하고 광활했다.

 

 

 

 

날개와 꼬리 부분을 세밀하게 묘사한 벌새(hummingbird)는 단단한 지형으로 보이는 곳에 그려져 있다. 나스카사람들은 사물을 섬세하게 묘사하기도 했지만, 과감하게 생략하는 다양성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다음은 거미(spider)이다. 암갈색의 평원 위에 새겨진 이 그림들은 자연이 빚어낸 수많은 다른 선에 섞여 있고, 심지어 고속도로 같은 인공 선들도 얽혀 있어서 시력이 좋은 사람들도 집중하지 않으면 제대로 보기 어려울 것 같았다.

 

 

 

 

이어서 비행기는 콘도르(condor)의 위를 나른다. 2013년엔가 우리나라의 방송에서도 나스카의 지상화들을 집중 조명한 일이 있었다. MBC-TV에서 방영했던 신비한 TV 서프라이즈가 바로 그것이다. 당시 방송은 나스카라인의 발견 과정과 그림을 만든 이들에 대한 다양한 주장들을 소개하면서 이런 주장들이 각자의 추측일 뿐 아직까지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그래서 세계 7대 불가사의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알카트라즈(alcatraz)라는 새이다. 지상화 가운데 가장 큰 그림이 아닐까 싶다. 구불구불 지그재그로 길게 꺾인 부리를 갖고 있는데, 하도 크다보니 그림을 찾기가 쉽지 않지만 구불구불한 부리를 찾았다면 당신은 이미 알카트라즈를 찾은 셈이다. 엄청나게 긴 부리와는 상반되게 아주 작은 몸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앵무새(parrot)라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앵무새 같지가 않으니 문제다. ‘시안견유시 불안견유불(豕眼見唯豕, 佛眼見唯佛)’이라는 말이 있다. 조선 개국초기의 승려인 무학대사가 썼던 어휘인데, ‘돼지의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는 의미이다. 전문가들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내 안목을 잘 나타내주는 글이 아닐까 싶다.

 

 

가운데를 일직선으로 지나가는 굵은 선은 판아메리칸(Pan-American)이라는 고속도로(Highway)이다. 남아메리카와 북아메리카를 잇는 고속도로망으로 총 연장이 거의 48,000에 달한다. 아메리카 지역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사회간접자본(社會間接資本, social overhead capital)이라 하겠다. 하지만 이 도로가 뚫리면서 허리가 잘려나간 그림(도마뱀)이 생겨났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허리가 잘려나간 슬픈 도마뱀의 오른편에는 나무(tree)와 손(hands)이 그려져 있다. 특히 손 그림이 눈길을 끈다. 병아리처럼 생긴 무언가에 두 개의 손이 달려있다.

 

 

비행기가 공항으로 방향을 돌리자 푸른 들녘이 펼쳐진다. 이런 사막지대에 경작지라니 놀랍기 짝이 없다. 그러다 문득 나스카라는 이름에 얽힌 고통스런 옛 이야기를 떠올린다. 잉카족이 안데스산맥에 흩어져 살던 26개 종족을 통합하여 제국을 건설한 뒤에 메마르고 척박한 나스카로 죄인들을 귀양 보냈다고 한다. 어차피 죽을 것이기 때문이었단다. 그런데 이곳에 쫓겨 온 죄인들은 우연히 사막 안에서 물을 발견했고 농작물을 경작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었단다. 나중에 이를 알게 된 잉카왕이 군대를 보내 이들을 토벌했다니 이들은 두 번 죽은 셈이다.

 

 

 

 

리마로 되돌아 나오는 길에 전망대(Mirador)에 들렀다. 나스카 라인에 대한 연구에 반생을 바친 독일의 여성 수학자 마리아 레이체(Maria Reiche)’ 박사가 세운 전망대라는데 나스카 라인의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판 아메리칸 고속도로변에 20m의 높이로 설치되어 있다. 그녀는 페루정부가 추진하던 댐의 건설로 인해 수몰될 위기에 처해 있던 나스카라인을 지켜낸 인물이라고 한다. 자칫 수수께끼를 풀기도 전에 유적지가 사라질 뻔 했던 것이다.

 

 

 

 

1 USD를 내고 위로 오르니 나스카 라인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하지만 가시거리가 확보되지 않은 탓에 도마뱀과 나무, 손 등 3개 정도의 나스카 라인만 볼 수 있다. 거기다 옆에서 보는 것 같은 각도로 인해 그림의 원래 모양도 잘 나타나지 않는다. 얼핏 보면 무슨 그림인지도 모를 지경이라는 얘기이다. 이로보아 나스카라인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비행기를 타는 게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 나스카를 빠져나가면서 마지막으로 나스카라인의 발견과 학문적 연구결과에 대해 짚어보면서 투어를 끝내면 어떨까? 나스카라인이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것은 페루의 고고학자 토리비오 메히아 세스페1939년 리마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보고하면서부터다. 그 후 미국 롱아일랜드대학의 폴 코소크가 학문적 연구를 처음 시작한 이래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아직까지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히 밝혀진 것은 없다. 별자리 기록이라는 설, 지하수의 흐름을 나타낸 것이라는 설, 종교적 주술이라는 설 등이 제기되었지만 모두 추론에 머물렀다. 그러다보니 외계인의 작품이라는 설도 끊임없이 나온다. 실제 하늘에서 보아야 형체를 알 수 있는 이 그림들을 어떻게 이처럼 정교하게 그렸는지 설명이 되지 않는 것도 분명하다. 외계인 이야기가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거기에다 나스카 부근 무덤에서 발견된 직물을 조사해 본 결과 오늘날의 낙하산보다 더 정교한 소재임이 밝혀졌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곳에서 출토된 토기에 비행 물체에 관한 여러 그림이 그려져 있었고, 천에는 하늘을 나는 사람의 그림도 여럿 있었단다.

 

 

하룻밤을 머물렀던 나스카의 카사 안디나 스탠더드(Casa Andina Standard)’

아르마스 광장 근처에 있는 3.5성급 호텔이다. 페루는 도시마다 카사 안디나(Casa Andina)’라는 이름의 호텔이 꼭 있는데, 합리적인 가격대부터 최고 등급까지 다양한 편이라고 한다. 이중 나스카의 카사 안디나 스탠더드는 배낭여행자도 부담 없이 하룻밤 묵어갈 만하다는 평이다. 로비를 지나면 가운데가 뻥 뚫린 ㅁ자 구조의 공간이 나오고, 사방으로 객실이 있다. 또한 전용 레스토랑과 야외 수영장, 비즈니스 라운지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아르마스 광장과 버스 터미널이 가깝고 주변에 고급 레스토랑과 카페, 여행사가 즐비해서 편하게 나스카 일정을 소화할 수 있다.

 

 

 

 

 

여행을 마치면서 : 이번 여행은 원래 계획했던 쿠바를 들어가 보지 못했다. 기상악화로 인해 쿠스코에서 리마로 돌아오는 비행기가 뜨지를 못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다음날 리마에서 멕시코시티를 거쳐 아바나로 들어가는 일정이 순연될 수밖에 없었다. 미리 예약해 놓은 비행기표가 무효가 되어버렸음은 물론이다. 대신에 추진된 게 바예스타섬과 이까사막, 그리고 나스카라인이었다. 궁여지책이었지만 나름대로 의미 있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여행이란 게 어디 마음먹은 대로 될 수 있겠는가. 그렇지 않았다면 난 이미 가보고 싶었던 곳을 모두 다 둘러봤을 것이다. 결론은 내가 아무리 발버둥을 친다고 해도 세상 구석구석을 다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적절한 선에서 만족을 하는 게 최선이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니 쿠바를 못 들른 게 조금도 억울하지가 않다. 다음에 다시 찾아오면 될 테니까 말이다. 여행이란 볼 것을 찾아 떠나는 행위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익숙한 환경을 떠나는 것 자체가 아닐까 싶다. 여행이라는 건 본래 돈 주고 사서 하는 고생이다. 그러나 여행만큼 보람되고 여행만큼 나를 변화시키는 것도 없다. 심금을 울리는 그 어떤 글이 나를 이만큼 변화시키겠는가. 세계 도처에서 내가 보고 듣고 경험한 사건은 나를 분명히 변화시킨다. 좋은 방향으로 말이다. 여행을 하지 않는 사람이 여행을 하는 사람들을 부러워 할 수는 있지만, 여행을 하는 사람은 여행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부러워하지는 않는다는 얘기가 있다. 나는 집에서 편안히 쉬면서 TV나 보고, 정치인들이나 욕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싶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