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중남미의 멕시코 및 페루

 

여행일 : ‘18. 4. 23() - 5.2()

여행지 : 멕시코, 페루. 쿠바(비행기 사정으로 인해 취소)

 

일 정 :

4.23() : 멕시코시티(소깔로광장, 과달루페성당)

4.24() : 멕시코시티(테오티우아칸)

4.25() : 쿠스코(마추픽추)

4.26() : 쿠스코(12각 돌, 쿠스코대성당, 산토도밍고성당)

4.27() : 리마(아르마스광장, 사랑의 공원, 라르꼬마르)

4.28() : 파라가스(바예스타 섬), 이카(와카치나 사막)

4.29() : 나스카(나스카라인)

4.30() : 멕시코시티(소우마야 미술관)

 

여행 여섯째 날 : 와카치나 오아시스를 끼고 있는 이카사막(Ica deser)

 

특징 : 파라가스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이카 사막(Ica deser)‘이 나온다. 나무 한 그루 자라지 않는 사막지대가 끝 간 데 없이 펼쳐지는데, 300m 높이의 모래언덕 한가운데 푹 꺼진 곳에는 와카치나(Huacachina)’라는 자그마한 오아시스(oasis)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막의 본질을 오아시스가 어딘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찾는 게 보통이다. 오아시스가 있는지 없는지조차도 알 수 없기에 목숨을 걸고 걷고 또 걸어야만 간신히 오아시스에 도달할까 말까 한 그런 곳을 사막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카 사막사막의 신비오아시스의 축복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매우 흥미로운 장소라 할 수 있겠다. 동행자 없이 홀로 걷는다면 고즈넉한 사막의 신비를 느낄 수 있고, 사막 한가운데 자리 잡은 마을 와카치나(Huacachina)’를 향해 걷는다면 오아시스의 축복 또한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겉으로는 더없이 완벽하게 아름다운 사막의 모범답안처럼 보이지만 막상 그 속내를 알면 광대무변한 사막이라기보다는 자연의 축복과 인공의 노력이 합쳐진 조화로운 공간이라는 것이다.

 

 

 

사막투어는 와카치나 오아시스(Huacachina Oasis)’에서 시작된다. ‘와카울다는 뜻이고 치나어린 여자라는 의미라고 한다. , ‘와카치나는 울고 있는 어린여자라는 뜻이다. 이렇게 불리게 된 데는 슬픈 전설이 얽혀 있다. 먼 옛날, 잉카의 어린 공주가 사냥꾼에 쫓기다가 와카치나에 이르러서는 인어가 되었다고 한다. 이때 공주가 흘린 눈물이 오아시스가 되었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 오아시스는 아메리카 오아시스(Oasis of America)’라 불리기도 한단다. 그만큼 오아시스의 본질에 가깝고 남북미를 통틀어 오아시스를 대표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일 게다. 또한 작은 마을이 발달되어 사람들이 거주하는 생명수로서의 가치가 높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오아시스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오색찬란한 사륜구동형의 찦차 무리와 여행자들을 바삐 유혹하는 운전사들이다. ‘던 버기’(Dunn Buggie)‘라 불리는 사륜구동차인데, 생김새로 보아 사막의 가파른 모래언덕을 자유롭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개조해 놓았지 않나 싶다. 그나저나 버기카4인승과 6인승, 9인승, 12인승까지 다양한 크기가 있으니 인원에 맞게 선택하면 될 일이다. 다만 안전벨트 착용은 필수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버기카(buggy car)에 올라 사막으로 향한다. 엔진룸의 뚜껑도 없이 철봉을 얼기설기 엮은 모습이 마치 벌레를 닮았다. 시동을 걸자 요란한 엔진소음과 함께 매캐한 배기가스가 훅 달려든다. 하지만 참을만하다. 사막으로 들어간다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굽이굽이 모래언덕을 오르내리다보면 몸이 튕겨져 나갈 듯아 엄청나게 흔들린다. 안전벨트는 필수이며 핸드폰도 잘 챙겨두라는 가이드의 경고가 너무 실감난다. 아무튼 경사가 다른 언덕을 오르내리면서 달리다보면 마치 청룡열차를 탄 듯 짜릿한 긴장감이 극에 달한다. 사막 깊숙이 들어가다가 혹시라도 길을 잃지나 않을까 하는 등의 쓸데없는 걱정은 떠오를 틈도 없다.

 

 

사진을 찍을 엄두도 못 낼 정로로 스릴 만점이다. 서서 걷기에도 버거울 정도로 가파른 모래사막을 서슴치 않고 오르내리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런 경사지를 대각선으로 달리기까지 한다. 금방이라도 뒤집어질 것 같은 상황에 익숙하지 않은 탑승객들이 가만있을 리가 없다. 누구나 할 것 없이 비명을 질러대지만 버기카는 그러거나 말거나이다. 아니 오히려 그런 비명소리를 즐기고 있는 거나 아닌지 모르겠다.

 

 

 

 

사막의 하늘은 특이하다. 빌딩은 물론이고 가로수조차도 없는 하늘이다. 오로지 모래언덕의 능선만이 하늘과 맞닿아있다. 그래선지 사막의 하늘은 어느 때보다도 넓고, 깊고, 아득해 보인다. 사막이 아름다운 또 다른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러니 사막이라고 해서 꼭 오아시스(oasis)를 품어야할 이유는 없을 듯도 싶다.

 

 

 

 

 

바람이 만들어 낸 모래의 곡선과 기하학적인 무늬가 한데 어우러진 사막은 초현실적인 아름다움을 빚어낸다. 그래 그동안 그림에서나 보아오던 사막이 바로 저랬었다. 사람의 손으로는 결코 그려낼 수 없는 그런 문양(紋樣)들이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곡예운전을 하던 버기카가 높다란 모래언덕 위에서 차를 멈춘다. 그리고 내리라고 한다. 보드를 타고 모래언덕을 내려가는 스릴을 맛보기 위해서이다,

 

 

 

차에서 내린 첫 느낌은 모래의 입자가 무척 가늘다는 것이다. 모래가 아니라 숫제 흙으로 느껴질 정도이다. 그러나 걸음을 옮겨도 흙먼지가 일어나지 않는 것을 보면 모래는 모래인가 보다. 바닷가의 모래가 끝 간 데 없이 펼쳐지는 게 사막이라고 생각해오던 그동안의 내 상상이 무참하게 깨져 버리는 순간이다. 그렇다고 문제될 일은 결코 없다. 이렇게 고운 문양(紋樣)을 만들어내는 풍경을 아직까지 본 일이 없었으니까.

 

 

 

 

 

 

누가 뭐래도 사막투어의 백미(白眉)샌드 보딩(Sand boarding)‘이라 할 수 있다. ’스노 보딩을 눈이 아닌 모래 위에서, 그것도 서서가 아니라 엎드린 채로 한다고 보면 되겠다. 보드 위에 엎드려 팔을 직각으로 세우고 두 다리는 모은 채로 모래 위를 내려가면 된다. 그러가다 너무 빠르다 싶으면 두 다리를 벌리면 된다. 두 다리가 브레이크가 되는 셈이다.

 

 

첫 번째 도전은 몸 풀기 수준이다. 경사 또한 만만하게 보여 누구나 선뜻 나설 수 있다, 모래를 막기 위해서 모자와 선글라스에 더하여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모습이 은행을 털어도 될 것 같다. 그리고는 신나게 아래로 내려가면 된다. 이때 환호성까지 질러댄다면 분위기는 한껏 고조될 것이다. 꼭 환호성이 아니더라도 괜찮다. 소름끼치는 비명소리까지도 여기서는 아름다운 음악소리로 바뀌어버릴 테니까.

 

 

 

 

 

 

일행이 모두 내려오면 또 다른 언덕으로 장소를 옮긴다. 이번에는 모래언덕의 높이가 조금 더 높아졌다. 타고 내려오는 보드의 속도 또한 많이 빨라졌다. 그만큼 익숙해졌다는 얘기일 것이다.

 

 

 

 

샌드보딩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사막의 모래가 온몸으로 파고들게 마련이다. 처음에는 카메라 조심해야지, 휴대폰 조심해야지, 마스크를 써야 하나하고 온갖 걱정에 사로잡히다가, 몇 번 모래알갱이가 옷 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하면 에라, 모르겠다, 그냥 모래 속으로 온몸을 던지자는 심정이 된다.

 

 

 

 

난생처음 느껴보는 사막의 정경도, 직접 만져보면 쌀가루처럼 곱디고운 사막의 모래도 그저 좋기만 하다. 아까도 얘기했듯이 그동안 상상해왔던 사막과는 조금 다르다. 하지만 그게 뭐 대수이겠는가.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면서 즐거우면 그만인 것을. 미세한 모래언덕을 오르내리며 모래바람을 헤치고 다니며 소리지르다보면 어느덧 사막과 하나가 된다. 머리를 온통 감싼 복면으로 감춘 얼굴과 새까만 선글라스가 묘하게 잘 어울린다.

 

 

 

 

두 번째의 보딩(boarding)이 끝나면 또 다시 자리를 옮긴다. 이번에는 엄청나게 높은 모래언덕이다. 경사 또한 아까보다 훨씬 더 가팔라졌다.

 

 

 

 

세 번째 도전은 경사가 만만치 않아 처음 만났더라면 오금이 저렸을 것 같다. 하지만 이미 보딩에 맛을 들인 터라 냉큼 나선다.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도 보이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환호성을 지른다. 스릴을 지나 이젠 즐거움으로 변했나 보다. 처음 스키를 배울 때가 이랬지 않나 싶다. 그때도 짧고 경사가 만만한 곳에서 타다가 점점 난이도를 높여갔으니 말이다.

 

 

 

 

 

세 번째 보딩이 끝나자 이젠 돌아갈 시간이란다. 일행들 모두의 얼굴에 아쉬운 표정이 역력하다. 눈치 빠른 가이드가 이를 알아차리고 오아시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서 차를 멈춘다. 기념사진이라도 찍어두라는 것이다.

 

 

 

 

그야말로 환상적인 포토죤(photo-zone)이다. 사막다운 고운 모래로 이루어진 모래 언덕이 펼쳐지는가 하면 반대편에는 그림 속에서나 보아오던 진짜 오아시스가 존재한다. 어느 뛰어난 화가가 이런 그림을 그려낼 수 있을까. 어쩌면 조물주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모래언덕에 올라 굽어보는 호수는 정말 환상적이다. 버기카 투어를 즐기다가 만나는 오아시스가 이렇게 아름다운데, 그렇다면 오랜 사막여행 끝에 만나게 되는 오아시스는 과연 어떠한 느낌일까? 아름답기보다는 차라리 반갑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 않을까? 아니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만난 새로운 삶의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난생 처음 보는 풍경이선지 아름다움을 넘어 차라리 경이롭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버기카 투어가 끝나면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와카치나 오아시스(Huacachina Oasis)을 한 바퀴 둘러보라는 배려일 것이다. ’와카치나(Huacachina)‘는 안데스산맥의 만년설이 녹아 지하로 스며든 물이 솟아오르는 오아시스이다. 옛날에는 이런 오아시스가 여럿 있었으나 농업용수로 혹은 생활용수로 끌어쓰다보니 모두 말라버리고 이제는 와카치나 오아시스 하나만 남았다고 한다. 사실은 와카치나 오아시스 역시 마찬가지 신세인데 이곳이 유명한 관광지가 되다보니 수돗물로 호수를 채우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주민이 100명에 불과한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연간 1만 명을 훌쩍 넘긴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겠다.

 

 

조그만 오아시스는 여행자용 숙소와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카페들이 둘러싸고 있는 모양새이다. 마을은 걸어서 10분이면 전체를 다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작다. 하지만 사막에서 다양한 레포츠를 즐기기 위해 찾아온 전 세계 관광객들로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고 한다. 그 가운데는 우리나라 관광객들도 크게 한 몫을 하고 있단다. 특히 2014년엔가 방영했던 tvn꽃보다 청춘출연자들이 다녀간 뒤로는 눈에 띄게 그 숫자가 늘었다고 한다.

 

 

 

 

 

 

와카치나(Huacachina)는 사막 속에서 홀연히 솟아 오른 듯한 오아시스 마을이다. ‘오아시스(oasis)’는 리비아 사막의 비옥한 지역을 일컫는 라틴어인 Oasis에서 유래되었다. 사막에 물이 존재하는 지역을 가리키는 말로 보면 되겠다. 대수층(aquifer)의 지하수가 오아시스의 수원이 되는데, 그 넓이가 22,000에 이르는 것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는 영역이 줄어들거나 아예 없어지기도 한단다.

 

 

 

호수 안에는 놀잇배들이 떠돌아다닌다. 버기카 투어를 끝낸 관광객들이 흥겨웠던 여흥을 식히기라도 하는 모양이다.

 

 

호수의 주변에는 야자수 등 잎이 크고 두꺼운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다. 모래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민들이 심어놓았을 것이다. 리조트단지와 레스토랑, 카페 등은 그보다 밖에 지어져 있다. 하지만 농작물을 재배하는 경작지는 보이지 않는다. 주민들이 생활공간이라기보다는 레포츠를 즐기러 찾아온 사람들이 잠시 머물다 가는 관광지로 개발되어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물놀이를 하고 있는 곳도 보인다. 윤상과 유희열, 이적 등 꽃보다 청춘출연자들이 신발을 벗고 들어가 물장구를 치던 곳이다. 그들이 했던 것처럼 버기카 투어샌드 보딩을 따라 했으니 이제 저곳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물이 그다지 맑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숫가의 모래언덕에서 샌드 보딩을 하고 있는 어린이들이 보인다. 그런데 타는 솜씨가 장난이 아니다. 우리 같이 엎딘 채로 타는 게 아니라 마치 서핑(surfing)이라도 하는 것처럼 아예 보드에 올라서서 언덕을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이 지역의 어린이들인 모양이다.

 

 

 

호수를 한 바퀴 돌아보다가 젊은 어부(?)를 만났다. 그런데 고기를 잡는 방법이 너무 요상하다. 낚시를 사용하지 않을뿐더러, 그렇다고 어망 등의 다른 어구(漁具)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비닐봉지 안에다 튀밥으로 보이는 미끼를 넣은 다음, 물에 잠기게 해놓았다가 고기가 안으로 들어가면 비닐봉지를 들어 올리는 방법이다. 하도 말이 안 되기에 그래가지고 고기가 잡히느냐고 물었더니 작은 물고기 두 마리가 들어있는 비닐봉지를 방금 잡았다면서 보여준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이 청년도 대단하지만, 그 정도의 유혹에까지 넘어가는 물고기의 순박함이 더 대단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