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산(茂盛山, 613.9m)-갈미봉(525.2m)

 

산행일 : ‘15. 6. 14()

소재지 : 충남 공주시 사곡면과 정안면, 우성면의 경계

산행코스 : 기름재갈미봉임도525.7m무성산홍길동굴삼거리노송고개대중리 주차장(산행시간: 4시간)

같이한 산악회 : 기분좋은 산행

 

특색 : 전형적인 육산(肉山)으로 정상 근처의 홍길동굴이 있는 바위지대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바위 하나 구경하기 힘들 정도로 처음에서 끝까지 보드라운 흙길이 계속된다. 거기다 경사(傾斜)까지 완만(緩慢)하기 때문에 산행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산책을 하는 기분으로 산행을 즐길 수 있을 정도이다. ‘산악마라톤코스로 제격일 것 같다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이니 두말하면 잔소리일 것이다. 대신 육산의 특징대로 조망(眺望)은 없다. 가끔 벌목지 등에서 시야(視野)가 열리기도 하지만 예외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거기다 근거를 찾을 수 없는 홍길동얘기를 뺄 경우 머릿속에 남겨둘만한 설화(說話)나 유적(遺蹟) 또한 없다. 결과적으로 한번쯤은 찾아봐야 하겠지만 여러 번 올 필요는 없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산길이 순하고 숲이 좋으니 가족 산행지로는 제격일 것 같다.

 

산행들머리는 기름재(공주시 정안면 내문리)

천안-논산고속도로 정안 I.C에서 내려와 604번 지방도를 타고 사곡면(마곡사) 방면으로 달리다보면 오래지 않아 사곡면(유룡리)과 정안면(내문리)의 경계에 있는 기름재 고갯마루에 올라서게 된다. 중간 문천삼거리(정안면 문천리)’에서 604번 지방도는 618번 지방도와 헤어져 왼편으로 방향을 트니 참조할 일이다.

 

 

 

들머리는 기름재 고갯마루에서 정안면 쪽으로 50m쯤 떨어진 지점에서 왼편으로 열린다. 입구에 ‘95 국유임도라는 빗돌(碑石)이 세워져 있으니 참조하면 된다. 널따란 시멘트포장 임도를 따라 4분쯤 걸으면 임도는 오른편으로 가지를 친다. 이번에는 비포장 임도이다. 비포장이지만 길은 더 곱다고 보면 된다. 노란색 솔가리(소나무 落葉)들이 수북하게 쌓여있어 여간 폭신폭신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비포장 임도를 따라 5분쯤 오르면 오른편으로 오솔길 하나가 열린다. 산자락으로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그 길은 가파르기 짝이 없다. 그러나 다행이도 길지는 않다. 그저 조금만 참으면 되려니 하는 생각으로 쉬엄쉬엄 오르면 될 일이다.

 

 

산자락으로 접어든지 5분이면 능선에 올라서게 된다. 그렇다고 산길의 가파름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약간 그 기세를 누그러뜨렸을 뿐 힘들기는 매한가지인 것이다. 그러나 그 가파른 오르막길은 오래지 않아 끝을 맺고, 이어지는 산길은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서서히 고도(高度)를 높여간다.

 

 

 

무성산 산행에서 도움이 될 만한 중요한 팁(tip) 하나, 산행을 하다가 길이 헷갈릴 경우에는 태극을 닮은 사람들이라는 산악회에서 매달아 놓은 리본들을 잘 살펴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예언서라는 정감록에는 이런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공주의 유구(維鳩)와 마곡(麻谷)을 십승지지(十勝之地) 중 일곱 번째로 들면서 둘레가 2백리나 되므로 능히 난을 피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무능하고 부패한 이씨왕조가 멸망하고 계룡산에 정씨의 새 왕조가 탄생하니 자손을 십승지지에 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 개국한 나라의 공신과 새 시대 역군들을 모두 태백과 소백(즉 십승지지)출신으로 채울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말이다, 위에서 말한 산악회에서 이 십승지지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을 답사하면서 남긴 흔적들인 모양인데 꽤나 촘촘하게 매달아 놓아서 이를 참조할 경우 길을 찾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무성산을 지나 노송고개에서부터는 이 리본을 볼 수 없다는 게 다소 아쉬우나, 이후부터는 길이 또렷하기 때문에 하등의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산길의 상태는 썩 좋지는 않다. 능선에는 잡목(雜木)들이 가득하고, 거기다 간벌(間伐)로 생긴 나뭇가지들까지 그대로 방치되어 자꾸만 갈 길을 방해하고 있다. 그러나 다행이도 길을 찾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 그렇게 25분 정도를 오르면 드디어 갈미봉 정상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정확히 50분이 지났다.

 

 

널따란 헬기장을 겸하고 있는 갈미봉 정상은 정상표지석 하나 없이 텅 비어있다. 삼각점(전의315) 외에는 이곳이 갈미봉 정상이라는 그 어떤 표식도 없다는 얘기이다. 정상석이 없는 산봉우리에서 흔히 보이던 정상표지판이나 코팅(coating)지도 눈에 띄지 않는다. 허전한 마음으로 다시 산행을 이어가려는데 찾았다는 환호성이 들려온다. 정상표지석을 대신할 만한 뭔가를 찾았다는 것이다. 냉큼 되돌아가니 월산리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이정표(무성산/ 월산리 1.5Km/ 고성) 하나가 세워져 있다. 이정표가 갈미봉 등산로안내지도를 매달고 있는데, 그 지도에 현 위치를 표시하면서 갈미봉을 병기(倂記)해 놓은 것이다. 갈미봉은 조망(眺望)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오늘은 낮게 깔린 구름 때문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비록 비가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어긋나기는 했지만, 그 징후(徵候)까지 없애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갈미봉에서 내려서는 길은 가파르게 시작된다. 그 가파름이 부담스러웠던지 로프로 난간까지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이런 내리막길도 그다지 길지는 않다. 산 자체가 그다지 높지 않은 탓일 것이다. 산길은 큰 굴곡이 없이 이어진다. 작은 오르내림만을 계속한다는 얘기이다. 거기다 보드라운 흙길이다 보니 힘이 들일은 없다. 대신에 볼거리 또한 없다. 육산(肉山)의 전형적인 특징 중 하나이다.

 

 

갈미봉에서 출발한지 25분쯤 지나면 방향표시만 알려주는 이정표(무성산/ 갈미봉)를 만나게 된다. 뭣 때문에 저런 이정표를 만들어 놓았을까 생각하며 걷고 있는데, 이런 내 마음을 읽었던지 이번에는 제대로 된 이정표(무성산 5.6Km/ 고성리 0.8Km/ 갈미봉 1.1Km)가 마중 나온다. 왼편은 고성리로 내려가는 길이다.

 

 

 

이어지는 산길도 별다른 특징이 없이 계속된다. 그 가파름만 아까보다 조금 더 심해졌을 따름이다. ‘고성리 갈림길에서 12분 정도 더 걸으면 국가지점번호(다바 61324304)’가 제역할 하고 있는 지점(이정표 : 무성산/ 갈미봉)을 지나고, 이어서 10분 후에는 또 다른 이정표(무성산/ 갈미봉)를 만난다. 그리고 10분 후에는 임도에 내려서게 된다. 참 놓친 것이 하나 있다. 가끔 지도(地圖)에 나타나지 않고, 그렇다고 이정표도 설치되어 있지 않은 십자안부를 만나게 된다는 점이다. 이런 곳에서는 좌우로 보이는 길의 흔적을 무시하고 곧장 능선을 따르면 된다.

 

 

 

산길은 무척 편하다. 길이 생각보다 넓어서만은 아니다. 좁은 오솔길에서도 편하다는 느낌은 지워버릴 수 없다. 흙으로 이루어진 길바닥이 폭신폭신한데다 경사(傾斜)까지 거의 없어서일 것이다. 이런 정도라면 산악마라톤이나 산악자전거(MTB)를 한다고 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이곳 무성산은 ‘MTB 마니아(mania)’들 사이에서는 꽤나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공주시 또한 이들을 위해 총연장 31.7의 친환경 임도를 만들어 놓았고 말이다.

 

 

 

임도를 따라 2~3분쯤 걸으면 임도는 둘로 쪼개진다. 이정표(무성산/ 대중리 7.3Km, 계실리 8.2Km/ 갈미봉)에도 나타나지 않은 왼편 길은 어디로 가게 되는지를 모르겠고, 오른편으로 진행할 경우에는 우리가 하산하려고 하는 대중리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무성산을 넘는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니 이곳에서는 중간탈출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산길은 이곳에서 임도와 헤어진다. 그리고 맞으면 산자락을 오르도록 나있다. 임도를 가로지르는 셈이다.

 

 

산자락으로 올라서면 오른편으로 시야(視野)가 열린다. 눈에 들어오는 사곡면 방향의 풍경이 시원스럽기 그지없다. 사면(斜面) 전체를 깔끔하게 벌목(伐木)을 해놓은 덕분이다. 줄을 지어 잣나무를 심어 놓은 것을 보면 경제림으로 조성하려는 모양이다. 그런데 난 이곳에서 못 볼 것을 보고야 말았다. 일행 중 한 명이 잣나무 묘목을 캐더니 배낭에 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산에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꼭 지켜야할 것들이 몇 가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 온 듯 다녀가소서!’일 것이다. 자연환경에 생채기를 내지 말자는 얘기이다. 이는 자기가 가져온 쓰레기는 자기가 챙겨가고, 또한 다른 이들이 애써 가꾸어 놓은 농산물이나 임산물에 손을 대선 안 된다는 얘기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주위의 시선을 아랑곳 않고 이를 어기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머리가 허옇게 센 분이 말이다.

 

 

벌목지(伐木地)와 임목지(林木地)의 경계로 난 산길은 꽤 오랫동안 계속된다. 그러다가 15분 정도 후에는 삼각점(전의 447)이 세워진 526m봉에 올라서게 된다. 물론 아까 임도에서 산자락으로 들어서면서부터 걸린 시간이다. 정상에 서면 사곡면 방향의 풍경이 시원스럽게 펼쳐지는데 아쉽게도 선명하지는 않다. 연무(煙霧)가 시계(視界)를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긴 비가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어긋난 것만 해도 다행인데 뭘 더 바라겠는가.

 

 

벌목지는 526m봉을 지나서도 3~4분 정도 더 계속된다. 그러다가 산길이 숲속으로 들어가면서 평정저수지 갈림길’(이정표 : 무성산 2.1Km/ 평정저수지 3.3Km)를 만나게 된다.

 

 

평정저수지 갈림길을 지나 10분 정도 더 걸으면 등산로에서 오른편으로 살짝 비켜난 곳에 도톰하게 솟아오른 작은 봉우리 하나가 보인다. 다가가보면 수많은 돌들이 마치 너덜처럼 흩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고려시대에 무성산에 쌓았다는 산성(山城)터로 생각되어 주변을 살펴본다. 혹시라도 본성(本城)과 연결되는 성벽이라도 보일까 해서이다. 그러나 이곳의 돌무더기 외에는 다른 어떤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산성터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전초기지(前哨基地)의 역할을 수행하던 보루(堡壘)가 있던 자리가 아니었나 싶다. 주위의 잡목(雜木)들만 제거할 경우 사곡면 방향을 살피기에는 이만한 곳이 없을 것 같기에 하는 말이다. 그러나 나중에 알아본 결과 이곳은 봉수대(烽燧臺)의 터였다.

 

 

봉수대를 지나면서 길가에 커다란 바위들이 가끔 선을 뵌다. 바위다운 바위 하나 볼 수 없었던 이제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점이다. 그리고 주변의 나무들도 소나무들이 개체수를 부쩍 늘렸다. 그러다가 13~4분 후에는 묘가 있는 봉우리 위에 올라서게 되고, 이어서 잠시 후에는 평정리 갈림길’(이정표 : 홍길동성 1.0Km/ 평정리·한천리 2.0Km/ 쌍달·월가리 2.0Km)에 이른다. 이곳에서는 홍길동성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

 

 

 

 

 

평정리 갈림길을 지나면서 산길은 임도로 변한다. 보드랍기 짝이 없는 흙길에다 경사(傾斜)까지 거의 없다보니 산길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이다. 산책하는 기분으로 걷기에 딱 좋다. 거기다 콧노래라도 흥얼거린다면 더욱 좋을 것이고 말이다.

 

 

평정리 갈림길에서 15분쯤 더 걸으면 성터가 나타난다. 서울 근교에서 늘 보아오던 옛스런 풍경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산들에서와 같이 새로 복원(復原)해 놓지도 않았다. 무너진 채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널려있는 돌들의 크기로 보아 당시 성곽(城郭)의 규모가 제법 컷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 이 성곽의 이름은 무성산성이다. 그러나 홍길동산성이라는 또 다른 이름도 갖고 있다. 산성과 홍길동 간에 얽힌 전설로 인해 붙여진 이름이란다. 옛날 이곳 무성산에 홍길동과 어머니, 그리고 길동의 누나가 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누나라는 여자가 힘이 장사였던 모양이다. 그러다보니 남매간에 틈만 나면 다투었을 것이고 말이다. 이를 보다 못한 길동의 어머니가 목숨을 건 힘겨루기 시합을 시켰고, 그 결과는 길동이의 승리였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남아선호(男兒選好)라는 고리타분한 사상이 만들어낸 농간이 끼어있다. 승부의 축이 누나 쪽으로 기울자 공정해야할 어미가 계략을 써서 그 축을 길동이에게로 돌려버린 것이다. 딸에게 뜨거운 죽을 먹여 성 쌓는 공사를 지연시킴으로서 쇠로 만든 신을 신고 서울을 다녀와야만 하는 길동이가 이기도록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 결과 누나는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고, 그런 연유로 인해 무성산의 돌성은 끝까지 성문(城門)이 완성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었다고 한다.

 

 

 

성터를 지나면 무성산 정상은 금방이다. 5분이 채 안되어 전주이씨들 묘역(墓域)에 이르게 되고, 이어서 묘역의 한쪽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무성산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임도에서 정상까지는 1시간5, 산행을 시작한지는 2시간50분이 지났다.

 

 

 

제법 너른 공터로 이루어진 정상에는 공주시에서 세운 정상표지석과 삼각점(전의 27)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별다른 볼거리는 없다. 바로 옆에 있는 전주이씨 문중의 묘역이 볼거리라면 볼거리일 뿐이다. 물론 조망도 트이지 않는다. 육산들이 갖는 전형적인 특징이니 어쩌겠는가.

 

 

 

날머리인 대중리를 향해 하산을 시작한다. 무인산불감시탑이 세워진 방향이다. 하산을 시작하자마자 또 다른 성터(이정표 : 홍길동굴 0.5Km/ 한천리·평정리 6.1Km)가 나타난다. 물론 무성산성 터이다. 그러나 이번 것에서는 성터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저 돌무더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그 돌들을 이용해 돌탑 몇 개를 쌓아올렸을 따름이고 말이다. 만일 앞에 세워진 안내판만 아니었더라면 누구나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공주시 향토문화유적 기념물 제12인 무성산성(茂盛山城)은 홍길동이 쌓았다는 전설로 인해 홍길동성(洪吉童城)이라고도 불린다. ()은 둘레 530m에 높이는 3~4m이며 평면은 장방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서쪽 성벽(城壁)은 산의 정상부에 가까운 반면 동벽(東壁)은 훨씬 낮은 지점에 있는데, 다른 산성과는 달리 성벽의 굴곡이 거의 없는 점이 특징이라고 한다. 성의 형태는 협축식(夾築式)으로 지금은 대부분이 허물어진 상태이며 서벽만 흔적이 남아 있다. 참고로 협축식이란 성벽의 안팎을 수직으로 쌓아올리고 내부를 석재로만 채워 쌓는 축성법을 말한다.

 

 

무성산성 옛터를 지나면 주변의 소나무들이 굵어진다. 수십 년, 아니 수백 년은 묵었음직한 노송(老松)들이 간접적으로나마 산성의 오랜 역사를 알려주고 있는 거나 아닌지 모르겠다. 주변의 풍경 또한 괜찮은 편이다. 제법 굵고 잘생긴 바위들이 가끔 선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10분 조금 못되게 걸으면 이정표(한천저수지 5.7Km/ 홍길동굴 0,1Km/ 무성산 0.4Km)를 만나게 된다. 홍길동굴을 만나보고 싶다면 이곳에서 왼편으로 잠시 내려갔다가 다시 이곳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왼편으로 방향을 틀어 3~4분 정도를 급하게 내려서면 또 다시 길이 두 갈래(이정표 : 한천리 5.6Km/ 홍길동굴 0.02Km/ 무성산 0.5Km)로 나뉜다. 삼거리에서 왼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갑자기 낯선 풍경이 펼쳐진다. 이질적으로 느껴질 만큼 거대한 바위무더기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된 바위 하나 보지 못하다가 느닷없이 거대한 암릉을 만났기에 이질적으로 느껴졌던 모양이다.

 

 

 

암릉은 쇠로 난간까지 만들어야할 만큼 크고 험준하다.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위로 올라가본다. 홍길동굴이 어떻게 생겼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이 살았음직한 동굴은 눈에 띄지 않았다. 세월이 흐르면서 무너져 내린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삼거리로 다시 되돌아와 이번에는 한천저수지 방향으로 산행을 이어간다. 능선에 심은 듯이 박혀있는 커다란 바위들을 구경하며 10분 조금 못되게 걷다보면 보도블럭이 깔려있는 널따란 헬기장이 나오고, 이어서 2~3분 후에는 또 다른 헬기장을 만나게 된다.

 

 

 

 

헬기장을 지나 조금만 더 내려가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삼거리에는 멍텅구리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멍텅구리란 표현은 멍텅구리 배에서 잠시 빌려온 어휘이니 다소 생소하겠지만 이해해주기 바란다. ‘멍텅구리 배란 다른 배의 도움 없이 혼자서는 움직이지 못하는 배를 말한다. 쉽게 말해서 배는 배이지만 배의 역할을 못하는 배란 얘기이다. 이정표가 도달하게 될 지명(地名)과 거기까지의 거리를 누락(漏落)한 채로 양방향 모두 등산로라고만 표시해 놓았기에 그런 표현을 썼다. 이정표가 지녀야 할 본연의 임무를 잃고 있는 것이 멍텅구리 배와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대중리로 내려가고자 할 경우에는 이곳에서 이정표가 가리키고 있는 방향으로 내려서야 한다. 이정표에 방향표시도 되어있지 않은 주능선을 따를 경우에는 또 다른 갈미봉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오른편 지능선으로 내려서면 산길은 제법 가팔라진다. 그렇다고 내려서는 게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저 아까 주능선의 경사(傾斜)보다 조금 더 가팔라졌기에 그런 표현을 썼을 뿐이다.

 

 

능선을 따라 10분 조금 못되게 내려서면 산길은 임도 수준으로 넓어진다. 그리고 오른편으로 시야(視野)가 열리면서 밤나무 숲이 펼쳐진다. 산자락이 온통 밤나무들 천지인 것이다. 밤나무들은 하나 같이 하얀 꽃송이들을 탐스럽게 매달고 있다. 그리고 밤나무 꽃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오늘에야 알게 되었다. 임도에 가까워지면서 길의 왼편이 나이가 먹음직한 소나무들로 채워진다. 그래서 이곳을 노송고개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산행날머리는 대중리 주차장

노송고개에서부터는 임도를 따른다. 25분이나 소요되는 제법 먼 거리이다. 그러나 지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산자락에 하얗게 피어난 밤꽃을 바라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고, 거기다 길가의 망초들까지도 탐스런 꽃망울을 활짝 터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주변 풍광을 즐기며 걷다 보면 어느덧 대중리에 이르게 되면서 오늘 산행이 종료된다. 오늘 산행은 총 4시간20분이 걸렸다. 중간에 간식을 먹느라 쉬었던 시간을 감안할 경우 4시간 정도가 걸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