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이 피고 집니다.
섬진강 매화 소식이 엊그제 같은데
산천은 온통 진달래 천지고, 벌써 서울에도 벚꽃이 후두둑 떨어진지가 엊그제입니다.

하지만 꽃바람은 아직도 한참 멀었고
헐거워진 땅에 들풀이 번져가는 이 즈음에는 배꽃과 복사꽃이 피어납니다.

4월말에는 잎을 먼저 낸 사과나무가 껍질을 찢고 꽃망울을 밀어내고
5월에 들어서면 철쭉이 산천을 물들이지요.

4월이 가기 전에 아니 5월이 오기 전에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겠네요.
잎이 무성한 뒤에야 꽃망울을 내미는 게으른 철쭉이 마중나오기 전에
난 이미 시들었을 삼월의 꽃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백두를 찾았습니다.

조금 길 따름 완만한 구릉을 걷게될 백두 15구간....
운좋으면 행여 하늘과 맞닿은 황토밭의 ‘라인’을 볼 수 있을까요?
나지막한 밭고랑에 내려설 때 선명하게 드러나는...

때로는 버선코처럼 오뚝하고, 때로는 기와처럼 볼록한 공제선...
일본의 저명한 풍경 사진작가 마에다 신조가
선의 아름다움에 반해 죽을 때까지 홋가이도의 구릉지대에서 머물렀다지요 아마?

비를 머리에 이고 나서는 대간길...
사위는 어둡고 추운데 그 어디서 꽃이며 공제선을 찾으란 말인가?
그저 앞서가는 김치마녀의 “머리조심”소리를 동무삼아 한발작 또 한발작 내 디딜 따름
머리 부은거야 약바르면 낫겠지만 약도 없는 나무는 어쩌란 말인가요.
산님들아 담부터는 “머리조심”“발조심” 대신 “나무조심”“돌조심”을 외치면 어떨까요?

“거꾸로 매달아도 새월은 간다“
군시절 생각(병장제대지만 사실 총한번 못쏴보고 행군한번 안해본 나이롱 군대) 들 즈음
가녀린 산새울음과 함께 여명이 찾아오더이다.

그리곤 짙은 안개를 뚫고 눈 앞에 차오르는 진달래... 진달래...
늦은 봄 장대비가 무거워 고개 숙이 꽃술이 예뻐 한입 배어물어봅니다.
아~ 쓰다. 그리움 찾아왔음에 차마 내뱉지 못하는데 입안에 봄내음이 가득해집니다.

행여 공제선 보일새라 좌우로 두리번거려봅니다.
앗! 좌우에 더 높은 산들이 보이는게 행여 백두대간길을 잘 못 찾아든게 아닐까요?

머루님과 헤어지게 만든 아라치의 지난 후기를 원망하고(또 썼지?)
시집을 못간건지 안간건진 몰라도 이쁘디 이쁜 지수제로와 떠들다
짱구가 건네는 포도주에다 아직도 목이 얼얼하도록 시원한 달친구의 얼린 생맥주...

꽃의 요정이 찾아온건지 아님 연록의 나뭇잎 기를 받았음인지 생동의 묘를 알게될 즈음
어느새 저멀리 버스가 보이네요. 귀경길을 재촉하며....

행군, 행걸 이것 저것 챙기느라 고생 많았고
한팀이었던 두발로님, 이리랑님 같이해서 즐거운 산행이었습니다.

쌈당번이 빠져서 고민했는데 이것저것 부지런히 챙겨다준 베티는 역시 예쁘고
고기 빼곡이 넣은 쌈으로 날 수줍게 만든 콩콩이는 또 다시 생일 축하...
오랜만에 본 털보맨 아우의 건강미에 나까지 감염되어 씩씩할 수 있었고,
맘에 드는 배낭을 떠억 안겨준 상춘님 넘 감사합니다.

끝으로 삼총사(오션, 빗소리, 푸울)는 이젠 완전한 백두맨이 된 것 같구
내년이면 갑장되는 지수제로... 얘기 친구 되어줘서 고마웠네 그랴~
조용한 미소의 취우님...
님의 미솔 한번이라도 더 보고파 의자뒤로 고갤 자주 돌리다 아직도 고개가 뻐근하네요.

명님 이하 다른 님들도 같이해서 즐거운 산행이 될 수 있었습니다.
16구간에서 또 반가운 얼굴들을 뵐 수 있었으면 합니다.
특히 취우님...누가 프로포즈라고 하지 않을까 모르겠네 그랴 ᄒᄒᄒ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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