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따라 연봉, 능률따라 조직… 성과경영 ‘칼’을 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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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29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중동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에서 직원들이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분장에 조성될 친환경단지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용인 = 임정현기자
1월29일 오후 경기 용인시 기흥구 중동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방폐공단). 5층 경영전략본부에 들어서자 벽면에 걸린 ‘일에 대한 열정! 열린 사고! 따뜻한 감성, 믿고 찾는 경영전략팀’이란 플래카드가 눈길을 잡았다. 신생 공공기관다운 패기를 한 몸에 느끼며 6층 회의실에 들어서자 이번엔 ‘수란’이란 명패가 이채롭게 다가왔다. 옆에 붙은 설명을 보니 직원 투표로 뽑힌 우수직원이 자신과 아내의 이름 한자씩을 따서 명명한 것이었다.

아이디어를 낸 윤영춘(57) 방폐공단 부이사장은 “직원 소속감과 애사심을 확보하고 기를 북돋우기 위한 조치”라며 “다른 공용공간에도 직원 이름을 붙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지식경제부 산하 준정부기관으로 설립된 공단이 출범 1년 만에 ‘성과주의를 뿌리내리는 모범 기관’으로 주목받고 있다. 방폐공단은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방폐물 사업 일체를 넘겨받은 곳. 방폐물 운반·저장·처리 및 처분, 방폐물 관리시설의 부지 선정, 건설, 운영 및 폐쇄후 관리 등이 주목적이다.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이 설치되는 경북 경주시와의 동반자적인 협력관계 구축을 위해 2014년까지 이전한다.

방폐공단은 한국 원전사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19년에 걸친 산고끝에 방폐장이 경주로 결정되고, 방사성폐기물관리법이 공포된 후 나온 ‘옥동자’이기 때문. 방폐공단 발족후에 취해진 경영선진화는 201명의 직원들이 이 같은 궤적을 십분 이해하고 수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방폐공단은 지난해 다른 공공기관과 견줘 결코 많지 않은 이사장 기본연봉부터 10% 깎은 후 정부와 경영계약을 했다. 대졸 신입 기본연봉도 12.4%를 일괄삭감했다. 공단의 연봉제는 최소한의 상·하한선만 정해 놓고 능력과 성과에 따라 차등을 둔 것으로, 다른 기관과는 출발부터 차별화된 제도.

배한종(45) 방폐공단 경영전략팀 부장은 “삭감한 보수로 청년인턴을 채용했는데 정부 권고기준인 정원 대비 4%보다 2.5배 많은 수준인 20명을 채용했다”고 말했다.

조직의 효율적 운영에도 신경을 썼다. 규모가 작거나 유사업무를 맡은 부서는 없애거나 통합해 대팀제로 조정했다. 부서 32개는 27개로, 간부직 45개는 40개로 각각 줄였다. 간부 선발은 경력과 전문성을 기준으로 했다. 이 과정에서 안정적인 노사관계는 힘을 실어줬다. 능력 배양을 위해 도입한 각종 교육프로그램은 직원들 스스로 역량을 키워야겠다는 자각으로 이어졌다. 효율경영은 경상경비를 12% 절감하는 성과를 낳았다.

방폐공단은 그러나 선진화 노력이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올 상반기(1~6월)에 공단 운영실태를 점검하고 비효율적인 구조 개선을 위한 조직 진단과 직무 분석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 조직 개편 및 인력 재배치에도 나선다. 지속적인 경영개선을 통해 안전성을 담보, 경주 방폐장을 ‘친환경 명소’로 만들고, 방폐물 관리 국산 기술을 해외에 전수하기 위해서다. 박태봉(48) 방폐공단 경영전략팀장은 “어느 기관에도 뒤떨어지지 않는 업무시스템은 그동안 방폐물사업에서 나타났던 갈등과 사회적 비용의 낭비를 근본부터 차단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용인 = 이민종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