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기산 (585m)


산행코스 : 천수원가든-과수원-안부삼거리-갈기산 정상-갈기능선-성인봉-월영봉-우곡교(산행시간 : 점심시간 포함 4시간50분)


소재지 : 충북 영동군 양산면, 학산면과 충남 금산군 부리면의 경계 

산행일 : ‘09. 5. 9(토)

같이한 산악회 : 청계산악회


특색 : 바위가 많은 산.. 인근 천태산의 유명세에 가려졌지만 아기자기한 암릉은 천태산보다 더 아름답다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 같이 산행하는 사람의 손을 잡아주거나, 엉덩이를 받쳐 주어야 할 수 밖에 없는 난코스가 많아, 새로운 연인으로 만나 스킨십이 필요한 커플들에게 권장하고 싶은 산이다.

 

  

산행들머리는 청수원가든 옆의 시멘트도로(영동읍과 금산읍을 잇는 지방도상의 양산면 호탄리)

산행은 언제나 들뜨고 흥분된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산이 좋아 떠나는 나들이... 전국의 산을 찾아 떠돈지 벌써 10년, 산을 찾아 떠나는 설레임은 10년전이나 지금이나 하나도 변하지 않고 있다. 자~ 그 설레는 마음으로 오늘도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후 회장님의 배려로 청수원가든에서 한방오리백숙을 먹었는데 몇가지 약재로 우려낸 육수가 일미였다. 또한 주인 아주머니의 친절도 끝내주고...)  

  

 

관광농원으로 이어지는 시멘트도로를 따라가다, 도로의 끄트머리가 나올즈음 왼편으로 사립문이 보인다. 살짜기 밀고 산으로 들어간다. 마지막 사람이 문을 닫는 것은 필수... 남의 사유지를 지나가는 불청객들의 최소한의 예의일 듯...  사립문을 나서자마자 꿈틀대는 봄내음에 취해 숲 속을 박차고 봄볕에 묻어 내려온 토끼 한 마리가 눈에 띈다.

 

 

산행의 초입은 완만하지도 그렇다고 급경사도 아닌 지그재그의 길이 주욱 이어진다.

요 며칠동안 아침운동을 거르며 주야장천 술을 마신 후유증인지 산행은 처음부터 힘에 부친다. 하물며, 항상 산에 오를 때면 처음 10분이 제일 힘이 드는 법인데... 코밑에 찬 숨을 다독여가며 쉬엄쉬엄 오르는데도 온몸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어버린지 오래다.

 

 

또하나의 '女深폭포'...

'꼭 뭣 같이 생겼죠? 전 다른 사람들의 눈치가 보여서 가까이 가지 못했네요' 생김새가 묘해서 슬그머니 카메라에 담아봤는데, 이크~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같은 의미로 다가왔었나보다 ^^-*

 

 

폭포를 지나고 나면서부터 등산로는 급한 경사면을 지그재그로 오르게 된다. 마악 진록으로 다가가고 있는 초록빛 향연... 킁~킁~ 싱싱한 삶의 기운은 볼을 간지르는 것 정도로는 서운하다며, 코끝까지 살며시 건드르며 시간과 함께 흘러가고 있다. 아 젊음이여...

 

 

참나무가 주종인 등산로 주변은 다래나무가 지천... 저렇게 조그만 다래열매가 한여름 더위에 시달리며 단맛으로 똘똘뭉친 후, 가을의 초입쯤에는 산행에 지친 우리들 입맛을 돋우어 줄 것이다

 

 

쪽빛 하늘, 연록빛 향연, 바람 한줄기, 그리고 함께하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 그 행복을 통채로 담아보고 싶은 여심일까? 카메라를 들이대는 모습이 차라리 경건하기까지... 나 또한 동심으로 돌아가, 그 여심까지 한꺼번에 렌즈에 담아본다.

 

 

능선에 올라서면 주의가 필요하다. 앞을 가야할 길은 왼편이나, 정상은 오른편 암릉으로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따라 유난히도 힘들게 능선에 올랐다. ‘벌써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른 나이인가?’ 하도 힘들기에 슬그머니 흘렸더니, 집사람 눈초리에는 가소롭다는 메시지가 빨리도 담겨져 간다. ‘술 좀 작작 잡수시옵소서!’ ‘충성! 잘 알겠나이다.’ 능선에서 오른편으로 오솔길, 너덜 길, 암벽 길을 두어번 반복하다보면 정상에 다다른다.

 

  

갈기산 정상은 특이하게 높은 바위위에 갈기산이라는 정상표지석을 세워 놓았다. 

정상정복 증명사진을 찍을 때, 좁은 공간이라서 사람들이 많을 경우 힘이 들수도...  서양 왕관과 비슷한 뽀족한 바위로 된 갈기산 정상은 조망이 좋다. 가히 일망무제...북쪽방향에 무주에서 발원하여 영동으로 흘러가는 금강의 물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다.

 

 

어느 산이나 정상은 증명사진 촬영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능선 우측으로 붙어있는 밧줄을 잡고 오르면, 칼날바위 능선이 나타나지만, 약간우측으로 길이 나 있어 직접 칼날암릉(직접 넘어가도 많이 위험하지는 않음)으로 오르지 않아도 된다. 그 구간을 지나면, 위쪽은 한 줄인데 아래는 두 가닥으로 갈라놓은 밧줄, 가볍게 잡고 올라서면 저만치 조그만 암봉으로 된 갈기산 정상이 보인다.  

   

 

정상에서 내려다 보니, 뒤따라 오던 일행분들이 쉬고 있다. 정상은 여기인데... 

갈기산의 빼어남은 금강과의 어울림이다. 금강의 푸른 물줄기, 그 옆에 강을 향해 내리꽂히는 천길 절벽, 그 절벽의 기암괴석, 벼랑에 선 낙락장송들... 푸른 숲에 둘러싸인 암릉은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없는 경관이다.

 

 

정상에서 내려다 본 금강, 지난주에 다녀왔던 봉화산, 그곳에 펼쳐진 천상화원에서 난 얼마나 가슴이 터질 듯 뛰었던가... 오늘 만난 또 하나의 仙界, 老松이 휘감고 있는 묵빛 바위 위... 한줄기 바람을 안주삼아 얼음물 한 모금 삼키니 이게 바로 仙界가 아니런가?

 

 

소나무 가지 아래로 비추이는 풍광에 눈을 뗄 수 없다. 싱그럽고 푸른 나무와 꾸밈없이 유연한 금강, 멀리 보이는 기기묘묘한 바위형상... 시간의 흐름을 멈추게 할 수 있다면 좋겠다. 발아래 가까이로 양산면소재지... 푸르른 금강이 유유히 흘러가고 있다.

 

 

정상에서 바라본 갈기능선

산을 오르면서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 감정은 공기가 다르다는 점이다. 숨을 일부러 깊게 들이쉬고 내쉬고 하면서 폐속에 찌들어 있을 찌꺼기를 심호흡으로 걷어낸다. 조금 더 속도를 내는 것은 어제 마신 술의 찌꺼기를 땀에 포함시켜 배출해 보고 싶은 생각에서이다. 그런 후에는 땅에 대한 경외감을 느껴보는 것이 어떨까, 한걸음 한걸음 옮기는 걸음속에 땅이 품은 기운을 담자. 그리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짐으로서 삶의 여유로움이 없이 그저 내달려온 시간들을 되돌아보자.  

 

 

정상에 서면, 금강너머로 천태산과, 서대산, 남쪽, 동쪽으로는 백화산과 민주지산, 덕유산, 서쪽으로는 대둔산 등이 조망되나, 흐릿한 오늘의 시계는 겨우 천태산만이 보일 정도... 나머지는 가늠해 볼 수밖에 없다.

 

 

계획된 산행을 마무리 지으려면 안부에서 정상까지 올라왔던 능선을 다시 되돌아 내려가야만 한다.

 정상에서 오던 길을 되돌아, 밧줄을 두어군데 내려선 후 안부를 거쳐 582봉으로...582봉의 오른쪽 산허리를 돌아가면 본 능선으로 접어든다. 조금 더 진행하면 갈기능선에 들어서게 된다.

 

 

오늘 찾은 갈기산의 concept은 바위와 소나무의 어울림에서 찾고 싶다.

奇奇妙妙한 바위와 어우러진 각양각색 소나무들의 아름다움은 차라리 경이로울 정도... 그 나무들도 같은 형상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제각각이다. 기목(奇木), 미목(美木), 나목(裸木)...

 

 

 

기목(奇木), 소나무의 아름다움은 청정함을 나타내는 늘 푸른 잎, 얻음과 상실을 반복적으로 나타내는 지그재그 형태의 나무줄기, 상승과 하강의 기운을 함께 나타내는 가지와 잎, 오랜 세월 동안 풍우설상(風雨雪霜)의 흔적으로 인해 잎과 가지와 줄기에 나타나는 파격의 멋일 것이다.

 

 

줄기의 남성적 특성인 직선적 요소와 여성적 특성인 부드럽고 정교한 곡선적 대비, 융화가 만들어내는 기묘한 어울림이다. 몸통에 남은 상처가 치유되면서 만들어 내는 오묘한 형상, 자라는 환경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 기묘한 형상 또한 소나무의 또 다른 아름다움이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그것이 벼랑이든, 포근한 풀밭이던, 아님 흙 한점 없는 바위틈이이든, 그냥 그렇게 살고 싶었나 보다. 그러니 수백년, 아니 수천년의 세월을 그렇게 무심히 보내고 있겠지  

 

 

저렇게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소나무도, 자라는 환경은 결코 좋은 환경에서 자라지만은 않는다. 저 절벽 바위 위의 소나무는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통과 시련을 통과 했을까? 성공한 사람의 성공한 모습만 바라보고 성공하기 위해 겪어야 했을 과정에서 겪는 고통과 시련은 바라보지 못하고 있지는 않는지 새삼 생각해 보게 만든다.  

 

 

美木, 나무의 아름다움은 아름다운 여인이 함께 함으로서 더욱 빛난다.

소나무라는 외형적인 아름다움에 美人(옛부터 진정한 미인은 얼굴보다 마음이 고와야한다고 했다)이라는 내형적인 아름다움이 있으니 아름다움은 완전무결 그 자체다. 어느 화창한 봄날 갈기산이 더 한층 아름다운 풍광에 둘러쌓인 이유가 여기에 있었나 보다.  

 

 

 

‘진정한 사랑은 오로지 아름다움이라는 미끼 하나만으로 충분하다. 모든 생명체는 절대로 아름답지 않은 대상에게서 사랑을 느끼지 않는다.‘ 꼭 이외수의 詩 ’외뿔‘이 아니더라도 아름다운 여인이 곁에 있으니 어떠한 사물이 아름다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裸木, '벌거벗은 나무'

박완서 작가의 동명소설에선 주인공 이경이, 세월이 흐른뒤 한때 사랑했던 옥희도의 유작전을 찾아와서, 과거 자기가 보았던 '고목이 그려진 그림'을 보고, 그 그림이 이미 말라비틀어 죽어버린 '고목' 이 아니라 시대에 지쳐 벌거벗겨진 나무(裸木) 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나무가 잎을 떼어버린 것일까, 아니면 잎이 나무를 떠나버린 것일까... 고갈되어버린 이끌림의 에너지를 아쉬워하며, 또 다른 세상을 향하여 가녀린 소망 살포시 품어본다.  

 

 

사랑은 입술로만 행할 수 없어서 발가벗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것일가? 무릇 모든 생명체들이 발가벗는 것을 두려워하겠지만, 사랑한다면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허례허식을 모두 벗어던져야 할 것이다.

‘뒤틀린 허리에 밴 구질구질한 나날이야, 부끄러울 것도 숨길 것도 없어 -중략- 온몸을 떨며 깊은 울음을 터뜨릴 때, 멀리서 같이 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가만히 ‘신경림’시인의 나목을 읊조려본다.  

 

 

능선 곳곳에 기암괴석과 노송, 고사목이 알맞게 늘어서 있어, 듣던 대로 절경을 이루고 있다. 특히 갈기산 정상과 갈기능선 부근을 휘돌아가며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내는 듯하다. 다만 가스로 인해 시계가 그리 좋지 않는게 흠이라면 흠...

 

 

감탄사를 뒤로 한 채 걷다보면 갈기능선이 나타난다.

바위로 된 능선 양 옆이 낭떠러지로 되어있다. 위에서 내려볼 때는 약간 오금이 저릴 정도... 그러나 조금만 주의하면 밑을 보지 않고도 능선을 통과할 수 있다. 다만 스릴을 느껴보고 싶다면 가장자리 보다는 좌우로 보폭을 넓혀볼만하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 자신 있게 오르고 내리는 것이 중요 하다. 

 

 

 

갈기능선은 날카로우면서도 아기자기한 암릉으로 되어있다. 이 능선이 말갈기 같이 생겼다하여 갈기산이란 이름이 붙여졌단다. 능선은 온통 기암괴석과 소나무들이 어우러져 기경을 이룬다.  작명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말갈기 능선을 충북의 용아장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마치 설악산의 용아장성을 연상시킬 정도로 암릉이 화려하다면서...

 

 

갈기능선의 중간 한곳엔 기어올라야 하는 바위틈새가 있다. 갈기능선을 진행하면서 보면, 좌측 능선에 엄청난 절벽바위와 골짜기가 어울려 시원한 풍경을 제공하고 있다. 아마 계곡이 이곳 갈기산에서 제일 깊은 계곡일 것이다. 길은 곧 순한 능선길로 이어지며 야트막한 봉우리로 올라서게 된다.


 

⇩ 갈기능선에서 바라보면 갈기산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른쪽 봉우리는 소나무가 우거진 곳으로 조망은 별로 없다. 이마에 구슬땀이 맺히고, 그 땀은 흘러흘러 목에 두른 머플러에 차곡차곡 쌓여간다. 흐르는 땀을 한손으로 훔치며 뒤돌아 본 풍경, 가쁜 숨 사이로 보이는 산하는 어이하여 저리도 아름다울까?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나누어 주고 싶다.  

 

 

갈기산은 거대한 바위덩어리봉, 그 봉우리 곳곳을 흙으로 덮고 있는 듯 하다. 그 위는 노송들...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압도한다. 보는 위치에 따라,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각양각색의 모양으로 변한다.

 

 

어떤 사람들은 바위산을 오르면 머리가 맑아지고 찌뿌듯한 몸이 개운해지는 이유로 바위 자력론을 편다. 바위는 자력을 함유하고 있어 바위산을 오르면 바위에서 나오는 자력 기운이 혈액을 따라 뇌세포에까지 전달되어 머리가 맑아지고 찌뿌듯한 몸이 개운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산을 찾는가 보다.

 

 

갈기산은 높은 산은 아니지만 각종 기암괴석과 급경사 암벽 등으로 인해 산세가 매우 험하고 암산에서 자란 소나무가 마치 분재 같다

 

 

산... 산을 찾는 이들은 귀천이 없다. 더함도 모자람도 없는 울긋불긋 등산복으로 에워 쌓인 너와 나...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없는, 아니 잘난 사람인지도 못난 사람인지도 알 수 없는 우리들... 그런 우리들이니 미움도 원망도 계곡에서 불어오는 한줄기 바람에 띄워 보내버리고, 다만 행복했던 시간들을 한데 묶어, 소중한 추억으로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다.  

 

 

⇩ 말갈기 능선에서 우뚝하게 솟아있는 앞쪽의 봉우리로 올라가는 등산로도 사방을 조망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능선길이다. 잠시 내리막을 내려가 안부를 거쳐 암릉(작은 갈기능선)을 잠시 타고 오르면 545봉에 도착하게 된다. 545봉은 소나무가 우거져서 조망이 전혀 없는 봉우리... 우측으로 내려서면 안부 사거리, 소골재(차갑고개)이다

 

 

⇩  聖人峰(성인봉) 정상은 공터 중간에 대리석으로 정상표시석이 세워져 있다. 그 한켠에는 조그만 돌탑... 사진을 촬영하고 돌아서니 집사람이 그 돌탑에 걸터 앉아있는데, 피로에 지쳐 힘들어하는 모습을 온몸으로 표현해 내고 있다.   그대, 나, 그리고 우리... 너와 내가 아닌 우리가 되어 함께 가는 세상... 작은 기쁨도, 큰 슬픔도 함께 나누고, 언제나 한결같은 미소로서 맞아주자 우리...

 

 

⇩ 조망이 시원치 않은 자사봉은 그냥 지나치고, 쉬엄쉬엄 월영봉(안자봉)으로 향한다. 작은 봉우리 2개를 넘은 후, 능선을 힘들게 오르면, 시원스럽게 뚫린 등산로 왼편으로 작은 갈림길이 나타난다. 직진하여 능선에 올라선 후 좌측으로 능선을 따라 올라서도 될 것이지만, 조금이라도 덜 걷고 싶은 마음에 경사가 심한 왼편길을 택한다. 비탈길을 5분정도 오르면 앞에 커다란 바위가 가로 막으며 능선에 올라선다.  

 

 

노송을 머리에 이고있는 바위를 멀리서 당겨본다. 상큼하고 싱그러운, 아니 이미 여름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봄날에 찾은 갈기산... 도심에선 결코 익숙하지 않은 새소리가 들린다. ‘활딱벗어’ 집사람의 해석에 의아해 하면서도 웃다보니 과연 그렇다고 느껴지는 것은 아이러니다. 이름 모를 뭇 산새들의 지저귐 하나만으로도 살아 있는 오늘이, 그리고 갈기산이 고맙기 그지없다.

 

 

⇩ 월영봉(안자봉) 정상은 잡초와 싸리나무로 가득찬 공터이다. 주위는 나무들로 둘러쌓여 조망이 시원치 않다. 선두팀도 기다릴 겸 잠깐 앉아서 쉬기로... 잠깐이나마 안자서 쉬어가라고 이 봉우리 이름을 안자봉이라고 정했을까? 농담, 사실은 공자의 제자중 10철의 한사람인 안회(顔子)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 월영봉으로 오르는 등산로 주변에는 온통 절벽처럼 생긴 거대한 바위들이 널려있다. 넓게 깎아서 세워놓은 듯한, 바위 사이를 비집고 서 있는 소나무들이 간간히 보인다. 모질고도 끈질긴 생명력....  능선을 따라 늘어선 길 다란 바위에 올라서면, 오늘 걸은 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갈기산을 시작으로 우측으로 갈기능선, 성인봉, 자사봉... 능선들이 파도처럼 넘실대고 있다.

 

 

산행날머리인 우곡교로 내려가는 계곡은 가뭄에 물이 흐르지 못하고 고여만 있다.

봄은 여러 가지 냄새로 감지된다. 그러나 긴 겨울을 건너와 이제 막 갈아엎어놓은 흙냄새 속에서 뽀얗게 피어나는 '단내'와 '구수'함을 어디에서 맛보랴 싶다. 어머니의 젖 냄새가 난다. 자작나무 속살냄새, 첫날밤의 신부냄새, 어린 아가의 볼 냄새가 난다. 킁킁... 숨쉬기가 편안하고 콧속이 아늑하며 살갗이 따스해오는 자연의 냄새이다.  

 

 

조그만 여백이 남아있어, 한마디 더 해본다면...

 

생애 찬란한 한때가 지나간다. 봄날의 꽃구경처럼 아름다운 순간은 금방 과거형이 된다. 누군가 우리나라 산에는 철쭉이 없는 산이 없다고 했다. 고달픈 삶을 잠시 뒤에 두고 봄꽃도 구경할 겸 찾은 갈기산에는 꽃이 없었다. 아니 시들어버린 진달래 두어 송이와 제비꽃 두어 그루는 만났다. 혹시라도 위로받기 힘든 시절이 찾아올 때 철쭉꽃 만개할 때마다 “내 생애 찬란했던 그 때”를 두고두고 꺼내보려 했던 내 조그만 꿈은 물 건너 가버렸다.  

 

그래도 난, 오늘의 산행이 좋다. 푸르름이 짙어가는 아름다운 산에서 함께한 아름다운 사람들, 그들이 나누어주는 훈훈한 정, 그 정으로 만들어 낸 소중한 추억 한아름 담아왔으니까... 위에서 말한 힘든 때에 그 추억 하나씩 꺼내본다면, 그보다 더 큰 행복 어디 있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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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태산 (715m)


산행코스 : 주차장→삼단폭포→은행나무→A코스(밧줄지대)→정상→D코스→영국사→망탑봉→주차장 (산행시간 : 점심 및 휴식시간 포함 4시간50분)


소재지 : 충북 영동군 양산면과 충남 금산군 제원면의 경계

산행일 : '09. 4. 18(토)

함께한 산악회 :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산악회

 

특색 : 아기자기한 암릉을 끼고 있어 스릴을 즐기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산.. 산행시간이 4시간이 채 못 되므로 가족들이 찾기에 알맞다.

 

 

천태산 입구 주차장(입장료는 천원) 

천지간에 봄기운이 완연하다. 실개천 살얼음 밑을 숨죽여 흐르던 물줄기들도, 어느새 흥얼거림의 농도를 짙게 만들어 가고 있다. 아~~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여~! 그 봄날에 내 사랑 또한 소생하기를... 나이 먹은 선남선녀들의 바램이 기지개를 켠다는 좋은 계절 봄! 봄! 봄! 그렇게 좋은 봄날이 온지도 모르게 사라져 버리고, 주차장 오르는 길에서 만난 뙤약볕은 여름의 초입까지도 이미 지나버린 듯 싶다.   

  

 

 

有備無患.. 위험 암릉산행을  안전하게 오르기 위해서는 산을 오르기 전에 충분히 몸을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소백산맥의 한 자락을 차지하고 있는 천태산은 石山이다. 원래 소백산맥 자체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산맥이기 때문에, 천태산 역시 암릉이 많은 석산인 것은 당연...

 

 

삼신바위...

우리나라 산과 들에는 많은 바위들이 분포되어 있고, 그 바위들이 오랜 세월동안 비바람에 시달리며 갖가지 형상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이한 모형의 바위들은 민간신앙의 대상으로 변하기도 하는데, 이 삼신바위도 그 중의 하나가 아닐까? 아니나 다를까 바위 밑자락에는 새까맣게 그을린 흔적들... 어느 아들 못 낳은 아낙의 간절한 소망 자국이겠지?  

 

 

삼단폭포...

겨우내 얼었던 흙들이 봄볕에 녹으면서 느슨하게 부푼 탓에 어쩌면 헐겁기도 하련만, 오랜 가뭄 탓에 먼지만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때는 바야흐로 곡우(穀雨) 봄비가 백곡(百穀)을 윤택하게 한다는 절기이다. 나무에 물이 오르는 시기이니, 봄볕에 머리를 쏘옥 내밀도 있는 풀들은 이미 양지바른 곳을 벗어나, 온 들녘을 푸르게 만들어가도 있다.  

 

 

영국사가 보일즈음... 고갯길 옆에 수천개는 됨직한 산악회 리본들이 매달려 있다. 형형색색의 리본들이 바람에 떠는 모습은 흡사 어느 영화에서 본 성황당의 모습과 흡사하다.  

저 봄빛이 조금 더 짙어지면, 풀들의 푸르름은 나무를 타고 올라 연녹색 잔치를 준비할거고, 신록은 더욱 윤기 있는 생기를 더하고, 녹음방초는 더없이 무성해 지겠지...

 

 

영국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223호)

나이가 약 1,000살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는 31m 정도라는데, 용문사의 은행나무와 쌍벽을 이룰 듯... 군데군데 시멘트로 메꾸고 있으나 올봄에도 어김없이 새순을 키우려 기지개를 켜고 있다. 강인한 생명력... 아~ 나두 저렇게 오래지는 못할망정 십분의 일 정도는 살아보고 싶다. 그러면서 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다 해보고 싶다.   

 

 

오늘 산행은 A코스, 조금 위험하겠지만 긴장 끝의 쾌감을 위해서 난 밧줄을 잡지 않고 오를 것이다.

천태산은 등산로가 네 개 코스가 있다. A, B, C, D... A코스로 올랐다가 정상을 거쳐, D코스로 하산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코스이고, 산행시간도 제일 길다.  

 

 

소나무가 빼곡히 자란 사이로 뻗어 있는 오솔길이 A코스의 출발점이다. 숲을 빠져나오면 거대한 암벽이 나타난다. 밧줄이 하나 매달려 있는데, 경사가 가파르지 않아 누구나 수월하게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절벽만 보면 다리가 후들거리는 초보 등산객들은 옆길로 돌아가소서~

 

 

천태산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로프를 잡고 암벽을 오르는 것이다. 75m나 되는... 친절하게도 노약자들은 암벽을 타지 말고 우회하라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으나, 설마 여기까지 와서 돌아갈 사람은 없을 걸???  

 

 

밧줄을 잡고 오르는 것은 힘들고도 두렵다. 그러나 암벽을 오른 후에 시원스럽게 펼쳐지는 경관은 그에 대한 보상으로 충분하다.  거기다 이마에 송글거리는 땀방울을 식혀주는 한줄기 바람이 있음에야... 여성들도 주저함이 없이 씩씩하게 로프에 매달려있다. 아~~ 兩性平等...  

 

 

 

'암벽코스'와 '안전코스'로 구분돼 있지만 내가 알기론 '안전코스'라고 해서 바위와 밧줄이 없는 게 아니다. 다만 난이도에 차이가 있을 따름... 우회하고자 하는 집사람을 설득해서 암벽코스로 접어든다. 암벽에 어느정도 이골이 난 서방님이 받쳐준다는데 구태여 돌아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지천명을 지나 회갑이 가까워지는 이 나이에도, 아직도 난 스무살 새색시의 치맛단에 가슴 설레이는 마음을 지니고 싶다. 이 화창한 봄날만이라도... 常春之節, 소음과 번잡을 피해 찾아든 산야... 저 싱그러운 녹음이 내 가슴에 평화와 안식을 심어주고 있으니, 이보다 더한 낙원이 어디 있으랴... 

 

 

 

 

 

 

苦盡甘來... ‘구하는 자만이 얻을 것이다’... 정상에 오른 자만이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할 수 있음은 자명한 일... 백두대간의 아름다우면서도 장엄한 자태가 햇살아래 산산이 부서지고 있다.  

 

 

암릉길을 다 올라 능선길에 오면 굴참나무 숲이다. 이곳부터는 평범한 산길이다.

그리고 바로 옆에 천태산 정상이 있다. 정상의 한 귀퉁이에 자리잡고 앉으니, 멀리 서대산인 듯한 높은 산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가끔 산에 오면 자신의 체력을 점검하는 기회가 된다. 그리 무리한 높이가 아니건만 오늘따라 숨이 턱에 찬다. 올초 담석제거 수술을 받고 운동을 게을리 했던 것이 이제야 나타나나 보다. 거기다 음주로 살을 찌우지 않았던가?

 

 

 

어쩌다가 아름다운 경치를 볼 때면 가슴이 아리도록 감상에 젖을 때가 있다. 유유히 흐르는 세월 속에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면서 나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을까? 지천명을 넘긴 나이에, 소유의 덧없음과 인생의 낭만과 허망함을 두루 체험 했으니 그 외에 무었을 더 원하랴, 그저 아름다우면 아름다운대로 그러지 않으면 그러지 않은 대로, 그저 그렇게 느끼며 살아가면 되는 것을...

 

 

앗! 회장님 어디를 잡으시나이까?(정실장님의 후기에 나오는 임산부를 닮은 나무)

많은 회한과 아쉬움을 남기며 지내온 세월이나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삶! 돌이킬 수 없는 삶이라면 살아온 나날들에 안도하며, 그리고 남은 나날들을 담담히 받아들이자.  

 

 

 

정상 정복 기념사진 : 사진에 없는 사람은 정상을 밟지 않았다?

정상에 오르면 파란 하늘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어 좋다. 거기다 여긴 시원한 조망까지 겸비되어 있으니 금상첨화... 다만 좁은 정상에 많은 등산객이 몰린 듯 비좁은게 흠이다. 시원한 봄바람이 이마에 맺힌 땀방울 하나 가만히 훔쳐가 준다.  

 

 

 

천태산 정상에서의 조망은 일품이다.

저멀리 거칠봉과 적성산을 좌우로 거느린 덕유산이 늠름하고, 남쪽으론 속리산..., 왼편은 서대산인데, 그럼 오른편은 민주지산???  

  

 

 

암릉에서 내려다본 영국사... 정상에 오름은 이러한 환희를 맛보기 위함이 아닐까? 무려 2~3시간 동안을 그렇게 고생하고 올라온 이유가... 신이 빚은 병풍에 둘러싸인 산들의 한 가운데에서 난 새로운 무언가를 가득 채워간다. 힘들게 오르며 비워냈던 내 가슴에 차곡차곡...

 

 

결코 압도하지 않고 가만히 안아주는 산, 신비로운 기암괴석과 부드럽게 물결치는 능선, 오르느라 지친 등산객들에게 품을 내어주는 봉우리. 무심한 듯 다정한 한국인의 정서를 닮은 우리네 산은 어느 곳 하나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D코스 하산길은 다시 돌아 능선을 계속 따라 가기만 하면 된다. 하산길 곳곳에 화마의 상흔이 역력... 2005년쯤의 화마가 이곳 능선에 까지 다녀갔나 보다. 아름다운 산이 많이도 황폐되었다. 자주 마주치는 암릉과 시야가 확 트이는 조망으로 위안을 삼아본다.   

 

 

‘숲’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우선 서늘함이 떠오른다. 그 서늘함에 묻혀 따라오는 향기... 그 향이 솔향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천태산의 이끼 낀 숲속 계곡 가장자리에서 그 향기와 서늘함을 느껴본다. 흠~ 흠~ 계곡물을 따라 난 등산로는 평소에는 호젓했으련만... 오늘은 토요일, 등산객들로 가득 차 있다.  

 

 

 

쉬어가라는 쉼터는 빠짐없이 쉬어가는 모범 산악회

빼어난 암릉에 낙락장송이 어우러졌으니 한폭의 산수화로 승화될 수밖에 없고... 그래서 혹자는 천태산을 충북의 설악산이라고도 부른단다.  

 

 

 

 

아직 봄을 완전히 느끼기엔 좀 이르겠으나 며칠만 지나면 늦은 봄이라고 하겠지... 세월은 그렇게 우리 곁을 너무 빨리 지나가니까...  

 

 

아! 구름에 달 가듯이 어디론가 정처 없이 떠다니는 언제나 위태로운 에뜨랑제! 바람 따라 물결 따라 황막한 광야에서 방황하는 고독한 보헤미안.......!

 

  

그리고 언젠가 물거품처럼 흔적도 없이 그렇게 떠나고 싶다. 인생은 한번 살아볼만한 한바탕 달콤한 꿈이었노라고 외치면서...!

 

 

영국사는 천년고찰... 비록 일주문 하나 없고 대웅전은 작지만, 부처님은 아름다웠다. 보물을 4개(532호인 부도(浮屠), 533호인 삼층석탁, 534호인 원각국사비<사진>, 535호인 망탑봉 3층석탑)나 지니고 있는 고찰답지 않게 초라한 규모... 하다못해 탐방객을 위한 찻집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영국사 (寧國寺)

신라 문무왕때 원각국사가 창건한 절로 법주사의 말사. 고려 공민왕 때는 홍건적이 개경까지 쳐들어옴에, 왕이 이곳으로 피난하여 국태민안 기도를 드렸고, 개경이 수복되자 왕이 부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절 이름을 국청사에서 영국사로 바꿨단다. 평소에 나라를 잘 다스렸더라면 피난갈 일도 없었을 것을... 박정희 대통령 曰 ‘有備無患’  

 

 

내려가는 길은 올라온 길과는 다른 망탑을 경유...

작은 봉우리 암반 위에 쌓은 3층석탑(보물 제535호)이 봄 햇살아래 반짝인다. 다른 탑들과는 달리 이 탑의 기단은 원석으로 되어 있다. 아무래도 그런 점이 특이해서 보물로 지정이 된 모양.... 문화부 지정 문화재 해설자의 말로는 공민왕이 피난와 있을 때, 신돈이 그의 애첩을 이곳에 숨겨 두었단다.

 

 

천태산의 흔들바위는 암놈?

다른 곳에 있는 흔들바위들은 모두 밀어야만 움직이는데 이곳의 것만 유독 잡아당겨야 흔들린단다. 사랑하는 사람을 안아주듯이 넉넉하게... 그냥 위에서 눌러줘도 흔들리기는 매한가지...(지정 해설가 말씀임)

 

 

영동의 일미는 뭐니뭐니해도 어죽

프라이팬에 비잉~ 드러누운 빙어가 온 전신을 붉게 물들여 찾는 이들을 유혹하고 있는데 어찌 그까짓 체면이 문제랴~ 도리뱅뱅이로 입맛을 돋운 뒤, 어죽으로 넘어가지만... 그 많던 어죽도 금방 동이나 버린다.

도리뱅뱅이의 씹히는 느낌은 환상적이고, 혀끝에 닿는 어죽의 맛은 가히 일품이다. 산과 하늘, 그리고 그 속에서 어울리는 반가운 사람들... 거기다 이런 먹거리까지 있으니, 이맛에 산을 찾는거나 아닐는지...  그러나, 千慮一失, 식당의 서비스는 음식맛의 뛰어난 수준에 한참 못미치는 편이었. 

 

월악산 (1,097m)


산행코스 : 동창교→자광사→송계삼거리→영봉(정상)→중봉→하봉→보덕암→수산리 (산행시간 : 점심 및 휴식시간 포함 7시간)


소재지 : 충북 제천시 한수면과 덕산면의 경계

산행일 : '09. 3. 28(토요일)

함께한 산악회 :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산악회


특색 : 달이 뜨면 주봉인 靈峰에 걸린다 하여 月岳이라 이름이 붙은 산.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을 정도이니 당연히 산세가 웅장하다. 청송과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바위능선을 타다 보면, 충주호의 잔잔한 물결이 한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산행들머리인 동창교

월악산의 주요 들머리(수산시, 덕주골, 송계리, 월악리, 미륵리, 동창교)중 하나, 정상인 영봉까지 최단시간에 도착할 수 있어, 단순히 영봉만을 오르려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산행을 시작하기 전, 자광사 앞에서 김병곤 대장님의 지도로 간단한 스트레칭... 저 끄트머리에 있는 산악회 총 간사님은 따라 안하고 뭐하는기야요??? 철저한 준비운동은 곧 안전산행을 보장는데... 사진찍느라 스트레칭을 생략했던 난,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산행중에 손목을 다치고야 말았다.

 

 

자광사 입구의 매화나무는 꽃잎을 가녀린 바람에 흩날리고 있는 중...

생애 찬란한 한때가 지나가고 있다. 오늘같이 화창한 봄날, 사랑하는 사람의 손목을 꼬옥 부여잡고 나들이 떠남은, 어디서도 위로받지 못한 외롭고 서러운 사람들... ‘내 생애 찬란했던 그 때’를 두고두고 꺼내보기 위한 길일지도 모른다.

 

 

 

⇩ 자광사를 지나자마자 저 멀리 영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커다란 암봉으로 된 영봉은 그 웅장한 자태만으로도 찾는 이들을 압도하고 있다. 

멋진 암릉에 소나무 매달고 시선은 그 너머로...  산에 든다는 것은 선택이다. 들어가든지, 말든지... 그러나 일단 산문을 열면 힘듦에 대한 보답은 있다. 자연이 주는 선물... 참으로 값진 보상이다.

 

 

월악산 산신각

부처님이면 어떻고, 산신님이면 어떠하리오, 오늘의 산행이 무사하기만 하면 되는 것을... 지나가는 길에 고개를 깊이 숙이지는 않는 채로 안전산행을 빌어본다. 고개를 덜 숙인 탓일까? 난 오늘 안전사고를 당하고 말았다.ㅠㅠ <고려 고종 때 시작된 월악산신제의 일환으로 건립되었으며, 일제시대에 헐렸다가 2000년에 재건되어, 정월과 시월에 주민들의 평안을 위하는 산신제를 지내고 있다.>   

 

 

등산로는 완만하게 시작된다.

주변은 특별히 주종이라 할만한 나무군락은 없다. 간혹 이깔나무가 섞여있어, 특유의 향이 코끝을 간지른다. 조금 더 진행하면 숲은 신갈나무로 바뀌고, 능선에 올라서면 거대한 소나무가 하나 둘..  

 

 

⇩ 산신각을 뒤로하고 조금 더 오르면 가파른 경사에 지긋지긋한 돌계단이 시작된다. 월악산의 등산로는 이곳이 아닌 다른 코스들도 모두 급경사... 수많은 돌계단을 결코 피할 순 없지만, 그래도 돌계단은 싫다. 

숨이 턱에 찬다, 역시 힘든 코스인지라 선두와 후미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아버지를 기다리느라 길가 바위에 걸터앉아 있는 표팀장 막내아들의 그림자가 유난히도 외롭게 보인다. 괜한 걱정... ^^-*  

 

 

  올라가기에 내려가는 것이고 내려가기에 올라가는 것인데... 아마 월악산은 내려감이 없는 올라가기만 하는 산인가 보다. 끝없이 이어지는 오름길 끝에 성벽처럼 생긴 암릉이 떠억 앞을 가로막는다. 원래 성벽의 위는 평평한 법이렸다... 우측으로 돌아서 올라간 암릉의 위는 예상대로 완만한 능선이었다. 야호~~~

 

 

 

⇩ 산신각에서 35여분쯤이면 첫번째 능선에 올라선다. 안내판이 설치된 전망대는 한마디로 사막에서 만나는 오아시스라 부르고 싶다. 계곡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바라보는 경관... 저멀리 부봉의 봉우리 끝이 살갑게 다가온다. 소나무 둥치 사이사이로 절벽이 내려다보이고, 그 절벽 아래로는 급경사를 따라  또 다른 울창한 소나무 숲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앗불싸! 너무나  빼어난 경치에 심취했었나 보다... 

絶境(절경)과 絶艶(절염)의 絶妙(절묘)한 앙상블을 위한 지점을 찾다 그만 꽈당~~ 팔목이 부러지지 않은 것이 확인은됐지만, 월악산의 쇠파이프나 로프와 한손만으로 싸우느라 난 온몸을 던질 수 밖에 없었다  

 

 

 

거대한 암벽위에 얹힌 노송들... 

절벽을 따라 노송들이 가지를 내리고, 그 섬세한 가지를 계곡 아래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에 맨몸으로 내 맡기고 있다.  

 

 

정팀장은 지금 불심검문중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오르막길의 끝에서 만나게 되는 희열... 그 희열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이런 고행의 길을 걷고 있나 보다.

 

 

영봉 초입 삼거리

영봉을 오른 후에는 다시 이곳으로 내려와야만 하기 때문에, 종주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못마땅한 코스... 중봉으로 가려면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진행, 다른 코스는 모두 오던길로 되돌아가야만 한다.   

 

 

 

삼거리에서 영봉을 오르려면 절벽과 절벽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연결해 놓은 343개(다른 사람의 후기에서 옮김)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만 한다. 비록 난간이 설치되어 있긴 하지만 급경사인지라 위험을 느끼기는 매 한가지... 그러나, 가쁜 숨 헐떡이다보면 두려움은 찾아들 틈새도 없다.

 

 

⇩ 정상을 만들어 내는 암벽의 밑을 도는 급경사 계단을 지나고 나면, 제법 평평한 분지가 나온다. 그곳에서 우측의 계단 오름길을 오르면 정상인 영봉에 올라서게 된다.

 

 

 

⇩ 저녁이면 모두가 비워 놓고 떠날 자리에 영봉은 작은 돌멩이로 서 있다. 단 두마디 낱말이 새겨진 채로... 저 작은 돌멩이가 영봉이 되어 저 높은 곳을 의연히 지키고 있는 것이다. 

  

 

 

영봉은 뾰쪽한 바위로 되어 있다. 그 위에 정상표지석, 그리고 그 주위를 쇠파이프로 난간을 두르고 있어 절벽근처로 가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등산객들은 서로 먼저 증명사진을 찍겠다고 아수라장이다. 민주주의의 장점은 다수결... 다행이 우리 일행이 제일 다수인지라, 사진 촬영도 우리가 먼저였지 않았을까?

 

 

무거운 몸 이끌고 오시느라 늦게 도착하신 강본부장님을 위하여 한컷!

정상정복 증명사진 없다고, 행여 토라지실까봐 사진을 안 찍어드릴 수 없다(손은 비록 v자를 내보이시지만, 얼굴은 이미 웃음을 잊으셨음 ㅎㅎ) 저와 윤본부장님은 별수 없는 둘러리...

 

 

또 한명의 지각생 표팀장!

이제나 저제나 아빠 오시길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아드님의 효심이 너무 이쁘다 (아드님에게 눈치 안보이려면, 일부러 틈을 만들어서라도 운동 열심히 하세요 ^^-*)

 

정상은 사방으로 장엄한 산맥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다. 가히 현기증이 일 정도... 포함산, 대미산 등 백두대간, 주흘산, 조령산... 주흘산에서 제일 아름답다는 부봉은 차라리 왜소해 보일 정도다.  정상엔 조망도가 설치되어 있어, 실제 산과 맞혀보는 재미를 쏠쏠하게 선사하고 있다.  

    

 

 

중봉, 하봉으로 이어지는 암봉들의 행진이 장엄하다. 백여미터는 됨직한 깎아지른 왼쪽 벼랑을 드러내고 있다. 영봉에서 보면 영봉이 중봉과 하봉이라는 두 아우를 아우르고 있는 형상일 것이다.  

 

 

⇩ 정상에서 100여 미터 정도를 내려서면 평평한 장소가 나오는데 왼편은 수백길 낭떠러지... 얼핏 봐도 위험한 장소이지만 식사를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다들 보는 눈은 같은 듯, 다른 등산객들 몇이 식사를 마치고 우리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자리에 앉자마자 나타나는 양주... 낭떠러지 곁에서 음주를 한다는데 약간 켕기지만 그래도 어떠랴 술이 땅기는 것을...

 

 

 

모처럼 만난 枯死木

외로움에 몸도 지치고 마음은 매말라만 간다. 이제 삶의 뒷부분에서 비바람에 씻기며 나머지 삶을 준비해 본다. 이정도 세월이면 삶과 이별하는 슬픔은 이미 익숙해졌을 것이고, 살아서도 외로웠으니 죽어서 좀 외로운들 뭘 그리 두려워 할까나...

 

 

전망대에서 잠깐 쉬며 앞을 바라보니 절벽엔 소나무가 松松..

마치 계단처럼 각이 진 절벽에 노송들이 심은 듯 박혀있다. 이곳은 월악산의 독립 암봉인 영봉, 중봉, 하봉 중, 중봉이다.

 

 

중봉에서 바라본 영봉...

지나온 영봉이 코앞에 서있고, 능선 오른쪽 벼랑 아래엔 송계계곡, 그리고 뒤돌아서면 하봉 너머로 펼쳐지는 충주호... 하늘과 물, 바위, 숲, 완벽하게 빚어내는 천지간의 조화가 차라리 경이롭기까지 하다.  

 

 

중봉에 서면, 하봉의 직벽과, 직벽 뒤로 펼쳐지는 충주호가 시원스레 눈앞에 다가온다. 가경... 하봉은 암봉으로 되어있고, 암봉의 직벽과 상부의 송림이 어우러져 한폭의 산수화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와~~ 중봉을 내려서는 순간 저절로 입이 벌어지고 만다. 하봉 넘어로 산 굽이굽이를 파란 물줄기가 돌아가는 시원한 조망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  

 

 

  거울을 통하지 않고 나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산은 이렇게 그 곳에 있지 않아도 맞은편을 보여준다. 내 마음의 거울을 통해 보는 산이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저기에 있다.

 

 

⇩ 앞으로 몇 시간을 끌고 다닐 봉우리들이 발아래 엎드려 있다. 월악의 영봉이 아름다운 것은 하봉이 있고, 중봉이 있음이라는 말이 있으니, 나 또한 저 길을 느끼고, 가슴에 담아 갈 것이다.

 

 

중봉에서 하봉을 가는 길은 작은 바위협곡을 따라 능선으로 형성되어 있다.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고, 암릉 사이사이에 틀어박힌 노송의 그늘은 청량하기 까지 하다.  

 

 

하봉의 초입엔 ‘탐방로 아님’ 우회길에서 만난 고드름...

하봉의 정상은 넘어갈 수 없다는 안내에 따라 고민없이 왼쪽길로 우회한다. 하봉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발아래로 개미처럼 작은 자세로 지나가도록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쉬엄쉬엄 책이라도 읽으면서 쉬어가라는 책바위(모양새를 보고 내가  作名을 해봤음)

하봉 아래를 우회하고나면, 위험구간은 모두 끝나고 부드러운 능선길이 시작된다. 그럭저럭 걷다보면 보덕암을 만날 수 있고, 대웅전 앞 감로수 한잔 들이키다 보면, 오늘 하루의 피로는 이미 가시고 없다.  

 

 

갈길 바쁜 나그네를 유혹하는 여심

한번 자세히 살펴 보라는 집사람의 조언... 햐~~~ 보면 볼수록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사람의 마음은 같은 것인지, 하산 후에 뒤에 오신 분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같은 느낌이었단다.

 

 

  보덕암

작고 아담한 절인지라 입구를 알리는 일주문이나 천왕문을 여기서는 찾을 수 없다. 외지 사람들에게 월악의 서편 끄트머리에 틀어박힌 이 조그만 절의 이름을 기억하게 하는 유일한 단서는 아마 대웅전 뒤 대왕암과 보덕굴일 것이다.

대웅전 앞 약수터... 가슴 밑바닥까지 서늘하게 만드는 감로수 한 바가지 들고 서는데, 월악산 자락을 타고 내려온 바람이 지나가자 처마밑 풍경이 “댕그랑” 하며 청아한 소리를 낸다. 그 바람이 다시 밀치고 가자 내 코끝에 걸리는 단아한 향 내음... 산행을 하느라 바빴던 내 마음은 어느새 고요해지고 있었다.  

 

 

대왕암 뒤편엔 보덕굴..

누군가 30m만 내려가면 보덕굴이 있다며, 꼭 들러 보란다. 보덕굴은 큰 바위 아래에 있는 자역석굴인데, 아마 석회석 동굴이 아닌가 싶다. 동굴 앞엔 조그만 연못이 있는데, 강본부장님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니 개구리알들이 지천이다. 역시 봄인가 보다...  

 

 

보덕굴 안에는 약병을 손에 들고 있는 약사여래상이 모셔져 있다. “왜 약을 조제하는 분이 藥師인가 했더니만 약사여래에서 따왔나 봅니다” 장난삼아 한 말이 정설로 굳어버린 날이기도 했다(약사여래상의 손에 든 병이 약병이라고 설명해 주신 윤본부장님이 동의하셨는데 아무래도 건성으로...)  ^^-*  

 

 

⇩ 산행 날머리인 통나무집 휴계소

낙엽이 무릎까지 차오르는 급경사 내리막을 한참 걷다보면 임도가 나오고, 두어채의 廢家를 지나 시멘트포장 도로로 조금 더 내려오면서, 출입통제선(쇠사슬)을 넘으면 오늘의 산행이 종료된다.  

 길가의 진달래는 꽃방울을 맺기 시작하고, 제법 큰 가지를 늘어뜨린 생각나무는 꽃술을 하나, 둘 이미 내려뜨리고 있다. 향내 풀풀나는 봄날... 난 땀내 역겨운 등산복 사이사이를 봄날의 향기로 가득 채워 본다.

 

 

산행의 즐거웠던 여운은 온천수로 갈무리...

인정 많은 산악회장님의 배려로 우린, 수안보에서 시설이 제일 좋다는 조선호텔로 찾아든다. 그리고 嶽山에서 악소리나게 뭉쳐진 근육들을 여유롭게 풀어본다. 그러나, 안내와는 달리 노천탕은 찾을 수 없었다(집사람 얘기론 여탕에는 있었다는데... 성차별??)

 

 

산행의 마무리는 영영보충으로...

수안보의 자랑거리인 뭐니뭐니해도 꿩요리.... 산악회 임원들의 수고로 파악된, 이 지역에서 꿩요리를 제일 잘한다는  '양지말 가든'으로 찾아든다. 그리고 우린 오늘 소모된 칼로리보다 훨씬 많은 칼로리를 채워 넣을 수 있었다. 그럼 왜 산행을 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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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브샤브, 꿩야채무침, 튀김, 만두 등등... 무려 여덟가지나 되는 요리이니 꿩들의 놀이터라고 불려도 과언이 아닐듯 싶다. 다만 아쉬운 것은 몰려드는 술잔들의 분주함으로 인해 그 맛난 음식을 제대로 맛볼 수 없었다는 것... 그러나 어찌하랴~ 내가 먼저 술을 찾고 있었던 것을... 좋은 산, 좋은 온천, 좋은 음식을 제공해 주신 산악회 임원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저희 집사람도 두손모아 함께 ^^-*.) 

 

 

 

 

대성산 (705m)


산행코스 : 장화교→대성산기도원→승지골→꼬부랑재→암릉→대성산→상곡초등학교(산행시간 : 3시간)


소재지 : 충북 옥천군 이원면 충남 금산군 군북면의 경계

산행일 : ‘09. 3. 22(일)

함께한 산악회 : 청암산악회 


특색 : 옥천군 이원면 분지의 젖줄을 대는 모산(母山)으로 근처 사람들은 대성산 정상을 덕운봉이라 부르기도 한다(금산군의 상곡리 주민들은 대성산이라는 명칭을 아예 모름). 그리 험하지 않은 암릉으로 이루어진 산이나, 산세보다는 크고 작은 폭포로 더 유명한 산이다.

 

 

산행들머리인 충혼탑

501번 지방도로가 지나는 이원면 개심리 장화교에 있다. 개심저수지 가를 지나는 도로의 건너편에 세워진 탑으로 곽종률 중위 외 75분의 이원면 출신 호국영령을 모신 곳(1998년 건립)이다. 

 

 

대성산 기도원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되는 승지골의 초입에 있으며, 이 기도원은 기독교인들의 산상성회처로 알려져 있다.  여름이면 기도원을 찾는 가족과 단체들이 맑은 계곡에서 무더위를 식히기도 하면서 산행도 즐기는 기도원의 명소로 알려져 있다.

 

 

승지골 계곡

두 봉우리의 사이 골짜기가 승지골인데, 그리 험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으나 수량만은 풍부한 편이다 

 

 

승지골이 끝나고, 쉬엄쉬엄 진행하면서 완만한 경사의 등산로를 두어번 돌아오르다 보면 삼거리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이 의평리에서 올라오는 길이고, 왼쪽이 대성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의평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마주치는 삼거리에서 부터 등산로는 급경사 오름길이 시작된다. 산허리를 둘러싸고 있는 바위들의 모습이 마치 천연성곽을 연상시킨다. 바위울타리 갈라진 틈을 돌아 오르도록 만들어진 등산로는 제법 운치가 있다.  

 

 

 

⇩  또 봄이고, 또 꽃이다.

매년 반복되는 만남이지만 싫증나기는커녕 더욱 기다려지고 반갑다. 어젯밤에 내린 비의 뒤끝을 따라온 꽃샘추위가 제법 매웠건만 봄꽃은 이렇게 일찍 화사하게 피어있다. 대성산 자락의 등산로는 곳곳에 진달래들이 꽃그늘을 드리우며 봄을 열고 있었다.  

 

 

경사가 꽤 심한 길은 큰 숨 작은 숨을 번갈아 하게 만들고, 적당히 흐르기 시작하던 땀도 서서히 등산복을 적셔가게 만든다. 경사 심한 오르막이 끝나면 오르락 내리락 길이 또 이어진다. 그래서 꼬부랑재라고 이름 붙였는지......  

 

 

급경사 오르막길이 실증날 즈음이면  꼬부랑재와 만난다.

꼬부랑재 삼거리에서 왼쪽은 천태산으로 이어지는 천성장마(태산에서 시작하여 대산과 룡산을 거쳐 성산을 지나 용봉까지 잇는 산행길) 길이고 오른쪽이 대성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천성장마 

충북 영동군 양산면 천태산에서 옥천군 옥천읍까지 이어진 능선 상에 있는 주요 4개산(천태산(天台山) 714.7m, 대성산(大聖山) 704.8m, 장용산(將龍山) 654.5m, 마성산(馬城山) 510m)의 이름을 따서 만든 종주산행을 일컫는다.  

 

 

천연의 바위성벽을 넘어서면 가장 기분이 좋은 능선길이 이어진다. 약간의 오르막이지만 힘들 정도는 아니다.등산로 주위는 언제부터인가 소나무 일색으로 변해 있다.

 

 

정상엔 커다란 산행안내도와 그 곁을 사용처가 짐작 안되는 사다리가 지키고 있다. 정상표지석은 10m 정도 떨어진 곳에 세워져 있다. 비가 온 뒤끝, 구름에 포위된 정상은 거의 저녁나절의 어스름 수준...  

 

 

대성산 정상

정상에서 등산로는 세 갈래 길로 나뉘어 진다. 방금 올라왔던 꼬부랑재방향의 길을 제외하고, 나머지 두 갈래길 중에서 우리가 가려고 하는 서원동으로 하산하기 위해서는 장룡산 방향, 즉 약간 우측으로 치우친 등산로를 택해야 한다. 그러나 난 무심코 직진한 탓에 목표했던 옥천군이원면의 반대편으로, 무려 30㎞나 떨어진 금산군 군북면으로 내려서는 낭패를 맛보았다.  

< 다른 등산객의 산행후기를 편집해서 옮겨본다 >

등산안내도를 지나면 바로 20-30평 정도의 공지가 있는데, 장용산 가는 등산로는 이 공지에서 오른쪽으로 급하게 떨어지는 길이다. 무의식적으로 능선을 따라 가면 또 하나의 정상표지인 "대리석정상표지"가 자리하고 있는데, 물론 각종 표지기도 걸려 있다. 그러나 이길로 따라가면 금산군 군북면 상곡리쪽으로 떨어지는 길이며 등산기점인 옥천군과는 정반대 방향이니 주의해야 한다.

 

 

짙은 구름에 둘러싸인 정상은 시야가 트인 곳이 한곳도 없다. 원래는 서대산의 웅장한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라는데....  

 

 

하산 길은 숲길로 이어지는데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어 등산로가 잘 구별이 되지 않는다. 이곳을 지나는 등산객들이 별로 없나 보다. 간간히 나타나는 표지기를 잘 살펴보면서 진행하는데, 급경사 내리막길은 결코 만만치 않다.  

 

 

잘못 내려온 상곡리 지세말 부락

한참을 내려오다 마주친 삼거리에 놓여 있는 선행대장의 진행표시지는 정상을 향하고 있다. 부랴부랴 총무에게 물어보니 우측으로 진행하란다. 그러나, 그 결정은 오늘의 고행이 열리는 서막이 되어버렸다.

 

 

지세말 부락의 계곡 : 볼품은 없으나 수량은 풍부하다.

상곡리 버스정류장엔 우리를 뒤따르던 두분을 합해서 4명뿐... 산행대장에게 전화를 하니 엉뚱한 방향으로 내려갔다며 택시를 연결시켜준단다. 얼마후에 연결된 택시기사曰 목적지인 이원면까지는 택시 미터기로 4만원 정도의 요금이 나올거란다. 휴~~~

 

 

 

하산길에 자주 눈에 띄는 인삼밭 : 이곳은 금산, 금산은 역시 인삼이다

택시를 부르고나서 얼마 후, 산행대장으로부터 택시를 취소시키라는 연락이 온다. 택시는 이미 목적지 가까이에 와 있는데... 오늘 산행을 같이 한 모든 사람들이 우리와 같은 코스로 내려온 모양이다. 택시기사에겐 편도요금인 2만원만 지불하고 다시 돌려보낸다. 아~~ 허공에 사라진 내 돈이여....  

 

 

도로변의 노송, 비록 호수는 아니나 특별히 관리하고 있는 듯

버스를 기다리다 남은 시간에 요기나 하려고 상곡초등학교 앞 상점으로 자리를 옮긴다. 고등어와 신김치를 넣고 끓인 라면을 안주 삼아 마시는 소주는 요즘 아이들 말로 짱이다. 예정된 산행을 마치지 못한 아쉬움과 무의미하게 날려버린 현금에 대한 미련도 맛난 라면에 묻혀 버린다.  

 

 

산행 날머리가 되어버린 상곡리

 오늘은 일진이 사나운 날??? 오늘은 산행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좋지 않은 일들이 생겼었다. 산행을 같이하게될 박소장에게 읽을 소일거리로 주려고 가지고 나온 책, 다섯 권을 지하철에 놓고 내려버린 것이다. 국방부에서 근무하던 지난해에 함께 고생했던 부하직원으로부터 온 문자메시지에 대한 답장을 쓰면서 잠깐 정신을 놓아 버렸나 보다. 엊그제 새로 산 신간서적인데....

 

상학봉(上鶴峰,834m)


충북 보은군과 경북 상주시의 경계로, 정상에 학이 많이 모인다 해서 상학봉이다. 화려한 암릉을 끼고 있어 신록과 묵빛의 오묘한 조화 때문에 이른 봄에 더욱 돋보이는 산...


속리산 북서쪽에 위치하며, 산 전체가 아기자기한 바위산이어서 기암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정상은 동남북 삼면이 천야만야한 수직절벽...


산행코스 : 활목고개-미남봉-매봉-상학봉-묘봉-법주사주차장 (산행시간 : 6시간)

 

함께한 산악회 : 청계산악회 

 

특징 : 쉽게 구경하기 어려운 절경으로 기암괴석과 소나무의 절묘한 조화를 볼 수 있다.  다만 북가치에서 법주사 주차장까지의 하산길 시멘트포장도로는 너무 지루하다.  

 

 

아름다웠던 오월이 가버렸다...


앞만 보며 달리다 보니 지천이던 개나리와 벚꽃이 어느새 지고

이미 붉은 장미넝쿨이 울창한 울타리를 이루는 줄도 난 몰랐다.


가끔 살아가는 일이 힘겹게 느껴지면

아니 꼭 힘들지만은 않더라도 난 습관대로 배낭하나 걸머진채로 산으로 떠났다

운이라도 좋을라치면 그동안 잊고 있었던 그 무엇 하나 찾을 수도 있겠지...

 

< 활목고개 >

 

 

미남봉 (610m)


활목고개에서 속리산을 향하여 완만한 능선을 한 30분 오른 후,

그 끄트머리 급경사를 헉헉거리며 오르다 보면 만나는 첫 봉우리...

정상부만 100m 정도에 거암(巨岩)이 돌출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육산이다.


산 형상이 잘생긴 남자의 옆얼굴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하나

요모조모 아무리 뜯어봐도 그런 느낌이 안오니 내 정서가 매말라서일까? 휴~~~

 

 

안부에서 남쪽으로 걸음을 하면 본격적인 암릉길로 이어지고

기암괴석과 노송들이 어우러진 절경... 계속 오르면 전망이 좋은 마당바위를 밟는다.

다리쉼을 하며 풀어 놓는 점심상에서 산꾼들은 속세의 거치장스러운 포장을 날려 버린다.


 

 

 

< 상학봉 정상 >

 

정상은 거대한 바위로 이루어져 있는데,

어느 산악회에서 만들어 붙인 초라한 표지판.. 그나마 그 조잡한 표지판마저 반동강으로 부러져 있다

 

 

 

< 상학봉 가는 길목의 마당바위 > 

수십명이 둘러 앉아 쉴 수 있을 정도로 넓으며, 밑은 수 갈래의 터널로 이루어져 있다

 

 

 

높이 2m, 길이10m 정도 되는 구부러진 자연석굴로 이 위가 마당바위...

바위를 갈라놓은 사이를 몸을 움추리며 빠져나가 아래를 보면 산 전체가

바위로 빚어져 있고 노송들이 춤추는 듯 널려 있다. 선경이 어드메뇨 여기가 그곳이다


 

 

상학봉에서 묘봉까지는 암릉의 연속이다

우회로가 있지만 약간의 모험을 감행하지 않고서 어이 아름다운 경관을 볼 수 있으리...

 

 

 

상학봉에서 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가히 기암 전시장이라 할 만하다.

아기자기 바위들과 제대로 선게 하나도 없이 뒤틀어진 소나무들...절묘한 조화다

 

북한산 의상능선을 좀 더 어지러우면서도 훨씬 재미있게 펼쳐놓았다고 할까?

황장산 등 다른 능선들도 이런 저런 바윗길이 많지만, 이토록 재밋는 암릉은 흔치 않다.


바위능선 오르내리는 것을 싫어하는 이를 위해, 우회로도 곳곳에 나 있지만

모험 없이 어찌 아름다운 경관을 즐길 수 있으랴“ 아끼듯 천천히 바위를 오르내렸다.

 

위험한 코스도 몇곳 있지만 로프가 잘 정비되어 있어 마음만 굳게 먹으면 쉽게 통과할 수 있다

 

 

 

 

 

 

 

 

 

 

묘봉 (874m)


상학봉에서 긴 암릉을 오르내리다 싫증 날 때쯤, 경사가 급한 단애가 나오고,

두어군데 굵은 나일론 로프에 용트림을 하며 매달리다보면 드디어 묘봉 정상과 만난다


묘봉 정상은 넓은 너럭바위들이 맞대고 있어 수십명이 앉아서 쉴 수 있을 정도로 넓의나,

문장대에서 백두대간을 벗어나 서북으로 뻗은 능선중에서 최고봉이나 빼어나게 높진 않다.

 

정상엔 표지석 대신 산악인 고상돈을 기리는 팻말이 세워져 있다

 

 

속리산엔 소나무가 참으로 많다.

그런데 기둥은 물론 솔가지 하나 반듯하게 펴진 것이 없을 정도로

이리저리 휘어진 소나무가 모두 한쪽을 향해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다.

아마 바람에 날려올 때 못다 떨친 인연 그쪽에 남아있는 모양....


지천에 깔린 솔잎 날카로움에 다쳤을까?

솔향 듬뿍 안은 바람에선 가냘픈 흐느낌이 실려오는데,

쪽빛 허공에 흘러가는 저 흰구름 한점 어디로 가는지가 궁금한건

몸이야 어디있든 난 중생이기에 사소한 집착하나 선뜻 버릴 수 없기 때문인가 보다.


손이 비어있어야 새것을 잡을 수 있고 앞을 보아야 갈 수 있듯이

내가 붙잡고 있는 지난날의 나를 놓아야만 진정한 날 맞이할 수 있을텐데도...


 

 

 

  

 

 

하산길은 산죽 때문에 반팔 티셔츠는 곤란...

전에 백두대간을 하던중 네시경에 천왕봉 근처를 통과하다 길을 잃고 헤매일때도 이런 산죽 밭이었다

어스름 여명에 찾아든 암자... 스님이 따라주신 곡차의 감미로운 맛은 아직까지 잊을 수 없다

그리고, 그 때에야 난 곡차란게 술이란걸 처음으로 알게되었다.

 

 

하산길 길가에서 만난 약초...

이름은 비록 모르지만 마지막을 함께 했으니 오늘의 꽃으로 삼아본다 

 

 

여름에 접어든 유월.

세상은 열기로 가득하고 머리는 무겁다.

맑은 물, 푸른 숲, 묵빛 바위가 그리워 산을 찾았고,

그리고 세상사에 닳고 지친 마음을 내려놓고 홀가분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



산행 내내 같이한 소나무...

어느 틈에 솔잎을 가르는 바람소리가 귓가를 맴돌고,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짙은 녹색 솔잎과 붉은 껍질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휘고 굽고 늘어진 소나무들이 눈 속으로 파고든다.

 

온몸을 감싸오는 송진냄새 속에서 문득 또 다른 산행의 내음을 찾아 내고,

또다시 솔숲을 거닐어 볼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아쉬움속에 산행을 접는다.

 

말목산(765m, 충북 단양군 소재)

 

충주호 전망이 좋은 조그마한 산으로 많은 암봉들이 운집해 있는 산이다.


마항산이라고도 불리는데 산의 형세가 말의 목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

인물이 많이 난 곳으로, 고려 때 우탁 선생과 조선시대 유척기 선생이 이곳 출생이다.


산행코스 : 하진리-제1전망대-정상-제5전망대-천진암-옥순대교(산행시간:5시간)


특징 : 바위산이나 썩 빼어난 바위는 만날 수 없는 산... 충주호 배경은 좋다.

겨울에 천진암으로의 하산길은 경사가 심해 눈이 쌓이면 위험해서 이용 않는게 좋다.

천진암에서 옥순대교까지는 두 개의 고개를 넘어야 도착할 수 있다  

 

 

산행 내내 발목이 덮일 정도의 눈길...

늦가을 기분으로 나서서 릿지화를 신었는데.. 물이 새면 어떻게 하지???

 

 

충주호가 생기기 전에는 사냥터로 유명했단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충주호

 

 

가은산 능선


 

곳곳에 널려 있는 기암괴석... 소나무와 잘 어울린다

 

 

 

옥순대교...근처에 깔끔한 쉼터가 있다

 

 

옥순봉...

 

 

유람선도 한 컷 

 

 

오늘은 일요일...

교회 때문에 산행이 불가한 집사람 대신에 은결이가 함께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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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산-낙영산-가령산


산행일 : '07. 7. 14

소재지 :충청북도 괴산군 청천면
산행코스: 산심원교-말목재-조봉산-낙영산-무영봉-고개-가령산-거북바위-휴게소
산행시간: 6시간10분

함께한 산악회 :월산악회 



조봉산(642m)
새의 부리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졌으며, 남쪽으로 용대천이 흐른다.
속리산국립공원에 속하고 기암괴석과 바위만물상이 동쪽 낙영산까지 이어져 있다
 

 

 


낙영산(684m)
이웃한 화양계곡의 도명산(643m)과 함께 암골미가 뛰어난 산이다.
낙영산이란 뜻은 산의 그림자가 비추다 혹은 그림자가 떨어지다라는 뜻으로,
신라 진평왕때 당 고조가 세수를 하기 위하여 세숫물을 받아 들여다 보니
아름다운 산의 모습이 비친지라 이상하게 여겨 신하를 불러 그림을 그리게 한후
이산을 찾도록 했으나 나라 안에서는 찾지 못하다가 동자승의 계시로 신라에서 찾았다
 

 

무명봉


가령산(642m)
도명산ㆍ낙영산 등과 더불어서 백악산(858m) 줄기를 이룬다
화양동 상류 남쪽에 위치한 아기자기한 바위 능선으로 이어져 있으며,
화양천을 건너야만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여름철 산행 코스로 각광받고 있는 곳이다.
 

 


무령봉-가령산 능선
 


 


하산지점인 화양동계곡...물놀이로 유명한 계곡이다
 


오늘은 이사 다음날...
어제의 피로도 피로이지만 짐 정리에 정신이 없을 터인데도
산에 미친 낭군을 따라 나서준 집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제비봉(721m)

 

산행일 ; '07. 3. 3

소재지 : 충청북도 단양군 단성면

산행코스 : 외중방가든-사봉(879m)-제비봉(721(m)-장회나루
함께한 산악회 : 다솜산악회 

 


춘삼월... 다른 해보다 일찍 찾아온 봄소식에 산으로 나서본다
오늘은 충주호 근교의 바위산에서 찾아보기로...
제비봉... 산행시간도 네시간 정도 거리이니 봄 산행으로 알맞은 산이다

산행 들머리에 들어서니 산허리에 구름이 잔뜩 걸려있다.
 


사봉(879m) 정상...
정상석을 만든 어느 산객의 노고가 눈물겹다
 


 


제비봉(721m) 정상
 


정상에서 바라본 충주호 
 

 
능선

 

 

 

 

 

정원수로 욕심이 나서

 

 

 

장회나루


이번 산행도 천년, 만년 함께하고픈 집사람과 함께....
 

 

북바위산(772m)

 

산행일 : '06. 9. 30(일)

소재지 : 충청북도 제천시 한수면과 충주시 수안보면의 경계

산행코스 : 만수휴계소-박쥐봉-사시리고개-북바위산-신선대-북바위-물레방아휴계소

함께한 산악회 : 설피마을 

 

 

특징 : 한마디로 바위와 소나무를 위한 변주곡이다. 수많은 산들이 그 배경을 이루어 북바위산의 바위-소나무의 화합을 도와주고 있다.

월악산일대의 산을 조망하기에 가장 좋은 산이 북바위산이기 때문에 영봉이나 월악산의 높은 능선에서 보기에 북바위산은 한없이 작고 낮아보일지도 모르지만 영봉과 월악산 큰 산줄기 전체를 조망하기에 아주 좋은 산이 북바위산이다


북바위산 전경
 


가짜 정상표지석... 싸이펜으로 쓰느라 고생했을 듯...
 

 


저 멀리 조령산의 능선이 한눈에...
 


이게 바로 진짜 정상표지석
 


북바위산도 기암과 괴송이 어우러진 아름다움이 가득한 산이로소이다
 

 

 

 


물레방아산장쪽의 하산길은 세미릿지 코스임
 

 


좌측의 월악산 영봉
 


북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