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랑길 48코스(변산해수욕장-신재생에너지 테마파크)

 

여 행 일 : ‘24. 3. 23()

소 재 지 : 전북 부안군 변산면 및 하서면 일원

여행코스 : 변산해수욕장(사랑의 낙조공원)대항리 패총새만금홍보관소광교차로비득마을신재생에너지 테마파크(거리/시간 : 10.2km, 실제는 11.30km 3시간에)

 

함께한 사람들 : 청마산악회

 

특징 : 서해랑길은 서쪽 바닷길을 말한다. 땅끝마을(전남 해남)에서 시작해 강화(인천)에 이르는 서해안의 해변길과 숲길, 마을길 등을 잇는 1,800km(109개 코스)의 걷기 여행길이다. 코리아둘레길(해파랑·남파랑·서해랑·평화누리) 4면 중 가장 길며, 거치는 지자체만도 5개 광역에 기초가 26곳이나 되는 긴 여정이다. 오늘은 48코스를 걷는다. 10로 이루어진 고창·부안 구간의 여덟 번째 코스이기도 한데, 변산반도의 북쪽해안과 새만금간척사업이 만들어놓은 들녘(옛날은 해안선이었다)을 따라가는 여정이다. 새만금간척박물관과 새만금홍보관, 신재생에너지테마파크가 주요 볼거리로 꼽힌다. 하나 더, 초반(새만금홍보관까지)은 변산마실길의 1코스(조개미 패총길)와 겹친다는 것도 기억해 두자.

 

 들머리는 사랑의 낙조공원(부안군 변산면 대항리)

서해안고속도로 부안 IC에서 내려와 국도 30호선을 따라 부안·곰소 방면으로 25km쯤 내려오다 방포교차로에서 빠져나오면 변산해수욕장이다. ‘오토캠핑장 바로 앞에서 오른편으로 올라가면 사랑의 낙조공원 주차장이 나온다. 서해랑길(부안48코스) 안내도는 팔각정 옆에 세워놓았다.

 6개 코스로 이루어진 부안(44~50코스) 구간의 다섯 번째 여정. 서해바다를 향해 툭 튀어나간 변산반도의 북쪽 해안선을 따라간다. 아니 새만금간척사업으로 인해 절반은 들녘이 되어버렸다. 길이는 10.2km, 짧은 거리인데다 평탄하기까지 해서 난이도는 별이 2(5개 중)로 분류된다. 내가 보기에는 1개만으로도 충분했지만...

 11 : 00. 해안선에 잇대어 내놓은 2차선 도로(변산로)를 따라 동·북진(·北進)하면서 트레킹이 시작된다. 탁 트인 서해바다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구간이지만, 해무가 짙은 탓에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11 : 07. 잠시 후, 왼쪽으로 나있는 오솔길로 내려간다. ‘군산대학교 해양연구센터 3층 건물을 바라보며 간다고 보면 된다.

 이정표(종점까지 9.2km) 48코스의 시점에서 이곳까지의 거리를 1km로 적고 있다. 하지만 내 앱은 0.4km를 찍는다. 48코스 안내도를 사랑의 낙조공원에 설치해놓은 탓에 0.6km를 줄여서 걷는다고 보면 되겠다. 지난 47코스 때 그만큼 더 걸을 수밖에 없었지만...

 11: 10. ‘군산대학교 해양연구센터 앞에는 대항리 패총(大項里 貝塚)’이 있었다. 패총은 선사시대 사람들이 조개류를 잡아먹고 버린 껍질이 쌓여 생긴 조개무덤(조개무지)을 말한다. 조개무지 앞에는 안내판을 세워 발굴과정 및 출토된 유물을 소개하고 있었다. 하지만 난 한술 더 떠본다. 외국처럼 발굴 당시 상태를 그대로 보존하면서 그 위에 강화유리를 덮어놓았더라면 조금 더 생생하게 패총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대항리 패총은 1967년에 발견되어 학계에 보고된다. 1981년에는 전북특별자치도 기념물(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조개무지의 크기는 사방이 10m 내외이며, 두께는 60cm라고 한다. 조개무지 속에서 옛사람들의 생활쓰레기인 뗀석기(打製石器) 5점과 빗살무늬토기 조각 2점이 발견되었는데, 이는 선사시대에 이 지역에서 살던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단다.

 패총 앞은 고운 모래가 깔린 백사장이다. 규모는 조금 작지만 해수욕장으로 개발해도 충분하겠다.

 해양연구센터에서 밭두렁을 타고 온 서해랑길은 야트막한 구릉(丘陵)을 넘는다. 황토 구릉지로 유명산 해제반도를 연상시키는 풍경이 펼쳐진다.

 대량의 양분을 함유한 황토는 농사에 유리하다고 알려진다. 황토로 재배한 작물은 수분이 많고 당도가 높아 맛이 더 좋다는 것이다. 고구마나 양파·마늘·감자 등의 뿌리작물이 특히 잘 자란다고 했다. 양파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저 밭이 그 증거라 할 수 있겠다.

 11 : 15. 구릉지를 넘어 해무(海霧)가 짙은 바닷가로 내려선다. 해식애의 기암절벽이 눈길을 끈다는 해변이다. 하지만 오늘은 짙은 물안개가 그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까지는 없다. 그 물안개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꿈속을 거니는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해주니까 말이다.

 서해의 맑고 깨끗한 바닷물과 자욱한 물안개가 어우러져 더없는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다. 해무는 바다에서 끼는 안개다. 따뜻한 해면의 공기가 찬 해면으로 이동할 때 해면 부근의 공기가 냉각되어 생기는 안개다. 하긴 그끄제가 봄을 나눈다는 춘분(春分)’이 아니었겠는가.

 도대체 어디가 바다이고 어디가 하늘인지가 구분이 안 된다. 사람들은 대개 망망대해를 보고 그런 표현을 쓴다. 하지만 오늘은 해무에 잠겨있는 저 바다에 딱 어울리는 표현이 되어버렸다.

 이처럼 고운 해변을 안마당처럼 차지하고 있는 저 건물은 모나코 모텔이라고 했다. 코로나-19로 시끄럽던 시절, 홍해(이집트)의 휴양지인 후루가다에서 머물던 나는 어떻게 한국으로 돌아갈지로 고민하고 있었다. 각설하고 당시 머물던 ‘Desert rose’라는 리조트의 시설들, 그중에서도 투숙객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전용해변을 보고 무척 부러워했는데, 한국에도 저런 숙박업소가 있을지 누가 알았겠는가.

 11 : 20. 서해랑길은 백사장 끝에서 산자락으로 파고든다. 초입의 이정표가 변산마실길 1코스(조개미 패총길)의 종점인 새만금 간척박물관까지 2.6km가 남았음을 알려준다.

 탐방로는 병사들이 해안선 감시를 하며 거닐던 교통호를 따라 간다. 바닷가에서는 철조망이 따라온다. 1960-70년대 심심찮게 넘어오던 무장공비의 침투를 막기 위해 쳐놓은 시설물이다.

 덕분에 곳곳에서 옛 경비초소를 만난다. 1970년대 중반, 지역 예비사단에서 만기제대 절차를 밟다가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소식을 접했었다. 그렇듯 당시는 북한 특수공작원들에 대한 방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던 시절이었다. 쓰러져가는 저 시설물에서 흉흉했던 당시의 상황을 떠올려본다.

 모퉁이를 돌아서면 또 다시 바닷가. 하지만 이번에는 바닷가로 내려서지 않고 산책로를 따라간다.

 그렇다고 바닷가 풍경까지 놓치는 것은 아니다.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멋진 풍광이 잠깐의 눈요깃거리로 충분하다.

 이정목이 변산마실길 1코스인 조개미 패총길을 걷고 있음을 알려준다. 새만금간척박물관에서 변산해수욕장을 거쳐 송포항에 이르는 길이 5km의 둘레길이다. 밀물과 썰물에 따라 야산길과 바닷길을 선택하여 걷을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11 : 27. ‘대항교차로(30번 국도에서 변산로로 내려오는 지점)’ 앞에서 변산로로 올라온 다음 잠시 도로를 따라간다.

 도로 아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바닷가 벼랑 위로 축대를 쌓고, 바다를 향해 난간을 덧대고 있다. 잔도(棧道)처럼 아슬아슬한 길을 새로 내려는 모양이다.

 변산로는 보도(步道)가 따로 없다. 때문에 여행자들은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도로에서 내려와 공사가 한창인 울퉁불퉁한 탐방로를 따라 걷는다.

 탐방로는 국도 30호선(70호선 병행)’의 아래를 지나기도 한다. 이번뿐만이 아니다. 이번 구간(48코스)은 유난히도 자주 국도의 위아래를 횡단하면서 이어진다.

 탐방로는 교각 아래를 통과한 다음에도 한참을 더 들어간다. 내륙을 향해 움푹 파고들어간 합구마을(대항리)’ 앞바다를 한 바퀴 에돌아간다고 보면 되겠다. 산촌과 어촌이 절며하게 어우러진 합구마을은 본래 백합 등 조개가 풍성한 마을로 명성이 높았다고 한다. ‘합구(蛤九)’라는 지명도 조개가 아홉 개라는 뜻이란다. 하지만 요즘은 어업의 비중이 많이 낮아졌다. 그러니 한적하고 운치 있는 바다를 낀 농촌마을 쯤으로 치부해두자.

 뒤돌아본 국도 30호선. ‘조개미교의 반원형 교각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합구마을의 동구 밖까지 밀려온 바닷물은 썰물 때가 되면 저 다리 아래를 지나 바다로 되돌아간다. 참고로 조개미는 합구마을의 옛 이름이다.

 11 : 37. 탐방로는 잠시 변산로로 올라선다. 그리고 100m쯤 걷다가 변산해수찜()’ 앞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골목으로 들어간다. 이정표(종점까지 7.2Km)가 새만금홍보관까지 1.3km가 남았음을 알려주는 지점이다. 참고로 해수찜이란 해수의 염도차를 이용해 몸속 노폐물을 배출하고, 해수에 녹아있는 각종 이로운 미네랄을 흡수하는 원리를 이용해 찜질을 하는 곳이다.

 몇 걸음 더 걸으면 또 다시 바닷가. 저 갯벌은 죽합이 지천이라고 했다. 죽합은 모양이 대나무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맛조개라고도 불린다. 호주머니에 소금 한 주먹 갖고 가서 타원형의 구멍에 살짝 뿌리면 백합이 기어 나온단다. 삽이나 호미로 잽싸게 파서도 잡을 수 있단다. 하나 더. ‘개불이 먹고 싶으면 동그란 구멍을 파보라고 했다.

 이후부터는 해안가 벼랑 위로 난 오솔길을 따른다. 서해바다가 심심찮게 내다보이는 기본 좋은 구간이다.

 11 : 42. 전망 좋은 곳에는 전망대까지 만들어 놓았다. 그런 환경 때문인지 이 근처에서 영화 변산이 촬영되기도 했단다. ‘고향이라고 해준 것도 없으면서 발목은 드럽게 잡네!’ 짝사랑 선미(김고은)의 꾐수에 낚여 고향으로 내려온 학수(박정민). 이준익 감독의 변산은 빡세지만 스웩 넘치고, 부끄럽지만 빛나는 청춘을 그린 영화이다.

 난간에 서면 시야가 뻥 뚫린다. 비안도와 두리도는 물론이고 날씨라도 좋으면 그 너머에 있는 고군산군도까지 조망된다고 했다. 하지만 해무가 짙어 눈에 들어오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계속해서 해안가 오솔길을 탄다. 옛날 병사들이 경계를 하면서 오가던 교통호가 세월의 무게를 못 견디고 걷기 나그네들의 탐방로로 변했다.

 심심찮게 시야가 열리는 이 구간도 코발트빛 서해바다를 마음껏 즐기며 걸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해무가 그런 호사를 앗아가 버렸다. 오솔길 아래의 기암괴석 해안을 눈에 담을 있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랄까?

 11 : 49. 그러다 올라선 공터는 운동장보다도 더 컸다. 그런데 중장비가 오가는 걸 보면 뭔가 새로운 변신을 위해 공사 중인가 보다. 맞다. kakaomap은 이곳을 새만금챌린지 테마파크로 적고 2026년에 준공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변산마실길 1코스의 명물인 꽃동산을 갈아엎고 있는 거나 아닐까? 봄이면 샤스타데이지의 순백 꽃물결이 일렁인다는 그 꽃동산말이다. 해질 무렵 서해낙조와 함께 즐기면 무릉도원에 온 듯한 황홀경을 느낄 수 있다고 했는데...

 공터의 막바지. 진행방향 저만큼에 새만금간척박물관이 놓여있다.

 옛말처럼 불길한 예감은 항상 적중한가 보다. 공터를 빠져나오니 바닷가에 꽃동산 안내판이 나뒹굴고 있다. 주변에는 변산마실길과 변산애향숲 빗돌도 널브러져 있었다.

 11 : 55. ‘간척박물관을 코앞에 둔 지점. 바닷가로 내려가 역방향으로 걸어간다. 변산반도의 또 다른 볼거리라는 병풍바위를 찾아보기 위해서다. 아니 물안개로 뒤덮인 몽환적인 바닷가를 한 번 더 걸어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보라, 물안개가 피어오른 저 풍경, 몽유도원도의 실경이 아니겠는가.

 두어 구비 모퉁이를 돌자 신비한 색깔의 바위가 탐방객들을 맞는다. 서로 마주선 두 바위가 찾아온 이들을 호위라도 하려는 듯 좌우로 도열해 있다. 그런데 검은색의 흔한 갯바위인 바다 쪽 바위와는 달리, 육지 쪽에 있는 바위는 색깔도 기이하고 모양도 예사롭지 않다. 높이 9-10여 미터에 길이가 60m쯤 될까? 바다를 향해 쏟아지는 폭포처럼 생겼는데, 그게 병풍으로 보인 사람들도 있었나 보다. 언제부턴가 병풍바위라는 애칭으로 불리어온다.

 자욱하게 피어오른 물안개는 신비로움을 넘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선사해준다.

 백사장에는 바람이 만들어놓은 물결무늬가 선명했다. 시간이 난다면 바다로 더 나가보는 것도 괜찮을 듯. 갯골 웅덩이에서 미쳐 빠져 나가지 못한 작은 생명들이 유영하는 광경이라도 보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12 : 03. 새만금시설지구 초입에는 작은 포구가 들어서있다. 묵정마을의 어민들이 사용하는 시설인 듯한데, 꼬맹이 어선 몇 척이 낮잠을 자고 있었다. 크면 큰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항구에 정박해 있는 배들은 평화의 사절단처럼 물때를 기다리며 숨을 고른다.

 12 : 05 - 12 : 20. 시설지구에서의 첫 만남은 새만금 간척박물관이다. 새만금과 우리나라의 간척뿐만 아니라 세계의 간척역사, 기술, 미래가치까지 재조명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2023 8, 3층 규모로 문을 열었는데, 3층에 마련된 상설 전시실을 중심으로 교육실, 체험실, 영상관, 수장고, 야외광장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국내외 간척사를 배울 수 있는 전시물과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구비돼 있다.

 박물관 앞마당에는 여러 점의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새만금을 바라보다’, ‘새만금 평화의 휴식’, ‘새만금 바람의 소리를 듣다’, ‘새만금 교육의 자리 등으로 주제를 표현하고 있으며 각각의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단다. 하지만 내 눈에는 아래 사진의 조형물이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포토 죤으로 삼기 딱 좋은 조형물도 여럿이다.

 상설전시실은 바다·갯벌·사람, 세계 및 한국의 간척, 새만금의 혁신 등을 주제로 다양한 콘텐츠가 구성돼 있으며, 새만금의 발전과정을 담은 고지도와 각종 민속품 등 6000여 점의 소장품이 전시돼 있다.

 관람은 간척의 과거·현재·미래를 차례로 보여주는 동선을 따라가면 된다.

 바닷일은 전통신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개양할미 당집(그림) 옆에는 용왕제 때 쓰는 다양한 깃발과 도구들도 전시하고 있었다. 참고로 바닷가에서는 띠배를 만들어 바닷물이 들어차면 먼 바다로 띄워 보내며 마을주민들의 풍요와 안녕을 비는 용왕제를 열곤 했다.

 소금도 바다와는 불가분의 관계다. 일제강점기. 일제는 식민지 지배에 필요한 재원 중 일부를 염전에서 마련했단다. 그래선지 옆에다 옛날 전통방식으로 천일염을 채취하는 과정과 모습을 그림으로 재현해 놓았다.

 물안개와 조개잡이 삼매경인 아낙내들이 어우러지는 조합이 한 폭의 수묵과로 그려진다.

 12 : 22. 박물관을 빠져나오자 새만금방조제가 시작됨을 알리는 빗돌이 길손을 맞는다. 군산시 비응도동에서, 고군산군도의 신시도를 거쳐, 부안군(변산면) 대항리로 이어지는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이다. 길이는 33.9km, 2위인 네덜란드의 자위더르 방조제보다 1.4km 더 길다고 한다. 1991 11월 착공돼 2010 4 29 19년 만에 준공되었다.

 12 : 25  12 : 37.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새만금홍보관으로 간다. 한국농어촌공사(새만금사업단)에서 운영하는 홍보시설로 새만금 건설과 관련된 역사기록과 각종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새만금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한다고 보면 되겠다.

 3층에 마련된 전망대에 오르면 새만금의 광활한 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군산을 향해 길게 뻗어나가는 저 방조제는 바닥(평균)  290m(최대 535m)에 평균 높이(평균) 36m(최대 54m)라고 한다. 길이는 위에서 얘기한 대로 33.9km이다. 끝이 보일 리가 없다. 그래선지 시야가 닿지 않는 거리까지 관찰할 수 있도록 망원경까지 설치해 놓았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여의도의 140배나 되는 바다를 땅으로 만드는 거대한 사업이다. 우리나라 서해안은 조수간만의 차가 심해 19년간의 새만금 방조제 축조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자연의 힘을 이기고자 하는 불굴의 의지와 세계적인 간척 기술로 마침내 새만금 간척 사업을 완료할 수 있었다.

 3층의 홍보관은 기획전시실·상설전시실·홍보영상관·전망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관람은 전망대가 있는 3층에서 무장애(無障礙)의 동선을 따라 아래로 내려오면서 관람하도록 했다.

 사업은 방조제와 간척지 조성이 마무리될 때까지 약 2 9,00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었으며,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환경오염 문제로 간척사업에 대한 찬반 논란이 빚어지면서 물막이 공사를 남겨둔 시점에서 공사가 2차례 중단되기도 했다.

 전시장에는 한국 간척기술의 발전사, 국토이용 상의 문제, 간척사업 추진현황, 수질개선 대책, 주요 철새도래지 등에 관란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참고로 새만금은 만경평야의 자와 김제평야의 자에 새롭게 확장한다는 뜻의 자를 덧붙여 만든 신조어다. 만경·김제 평야와 같은 옥토를 새로 일구어 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새만금지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미니어처도 전시하고 있었다.

 12 : 37. 관람을 마치고 다시 길을 나선다. 정문에서 왼쪽으로 200m쯤 걸으면 홍보관교차로이다.

 새만금 간척지(정확히는 새만금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왼쪽 옆구리에 새만금간척지의 들녘을 끼고 가는 모양새이다.

 왼쪽으로는 새만금 간척지가 끝 간 데 없이 펼쳐진다. 맞다. 새만금간척사업은 측량할 수도 없을 만큼 어마어마하게 넓은 땅을 새롭게 만들어냈다. 저 멀리 지평선은 그야말로 수평이다. 문득 영화에서 본 미국 서부개척시대의 들녘이 떠오른다. 저런 광활함이면 말 타고 한없이 달려 말뚝 박고 내 땅이요를 외쳐볼 만하다. 참고로 새만금간척사업으로 군산시·김제시·부안군 공유수면의 401(토지 283, 담수호 118)가 육지로 바뀌었다고 했다. 이는 서울시 면적의 3분의 2(여의도 면적의 140)에 이르는 면적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국토 면적도 10 140에서 10 541 0.4% 늘었단다.

 12 : 50 - 13 : 05, ‘묵정교차로에서 30번 국도의 새만금교 아래를 통과하면 직소천(直沼川)’을 만난다. 변산면 중계리에서 발원하여 진서면 석포리, 변산면 중계리를 지나 변산면 대항리에서 새만금 담수호로 흘러드는 20.6km 길이의 지방하천이다. 직소천에 있는 아홉 곳의 절경을 봉래구곡(蓬萊九曲)’으로 부를 정도로 상류는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 묵정교차로 잔디밭에서 간식을 먹느라 15분 정도 쉬었다.

 변산면을 달려온 서해랑길은 변산교로 직소천을 건너면서 하서면(下西面)으로 들어간다. 탐방로는 계속해서 변산로를 따른다. 자동차전용도로인 30번 국도의 보조용 도로쯤으로 보면 되겠다.

 도로변 소공원에서 명자나무가 꽃망울을 활짝 터뜨렸다. 봄에 피는 꽃 중 가장 붉은 꽃임에도 불구하고 그 모습이 화려하지 않고 청순해 보여 아가씨나무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다. 꽃샘바람에 붉게 물든 아가씨의 얼굴색을 닮았다나? 꽃말도 수줍음이라고 한다.

 13 : 13. ‘소광교차로에서는 국도(변산바다로)를 횡단한다. 통행량이 많아서인지 횡단보도 표시는 물론이고. 교통섬에 교통신호등까지 설치되어 있다. 이정표(종점까지 4km)가 새만금홍보관에서 1.7km를 걸어왔음을 알려주는 지점이기도 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니 매향비가 반긴다. 매향비(埋香碑)는 내세의 복을 빌기 위해 바닷가에 향을 묻고 세우는 비()를 말한다. 국내 최상급 바지락 생산지였던 부안의 옛 해창(海倉) 갯벌에 그런 향을 묻었다는 얘기일 것이다.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갯벌을 후손들에게 그대로 물려줄 수 있기를 바라면서...

 빗돌 뒤, 들녘의 초입에는 엄청나게 많은 장승이 늘어서 있었다. ! 이곳에서 해창갯벌 장승제가 열린다고 했다. 해창갯벌 및 새만금 이전의 모든 갯벌은 막혔지만 마지막 남은 수라갯벌. 여전히 40여 종의 멸종위기 생명들이 살아 있는 그곳을 보존하자고 외치는 환경단체들이 여는 행사다. 장승을 통해 자신들의 소망을 듣는다며 작년 여름에도 장승 8개를 추가로 세웠다는데, 그런 행사를 20년이나 해왔다니 저 정도 숫자는 능히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13 : 18. ‘잼버리 1란다. 실패의 대명사로 낙인찍혀버린 ‘2023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가 저 안쪽 들녘에서 열렸다는 얘기일 것이다. 2023.8.1-12(12일간) 열린 잼버리대회는 세계적으로 비난을 받는 대혼돈의 잼버리가 되어버렸었다. 하지만 내 탓이요보다는 여야 정치권과 정부 부처, 전라북도 간의 책임 공방만 치열했었다. 그 현장이 바로 저 다리 건너에 있었던 모양이다.

 다리 건너에는 잼버리기반공사 철거작업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시작 첫날부터 쏟아진 잼버리에 대한 비난은 전북에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었다. 그 비난은 대회 장소를 잘못 고른 것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하지만 난 준비 부족에서 원인을 찾고 싶다. 기록적인 폭염이라는 자연재해도 문제였지만, 더러운 화장실과 곰팡이 핀 음식 등 주인의식은 눈꼽만큼도 없는 행사준비가 대혼돈을 만들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준비만 철저했더라면 극한 상황을 극복하고 자립심을 높이는 스카우트 운동에 이보다 더 어울리는 장소가 또 이디 있겠는가.

 탐방로는 해창쉼터(13 : 26)’를 만나기도 한다. 옛 해창갯벌을 회상이라도 해라는 듯 공터 가장자리에 벤치 몇 개를 놓아두었다. 하지만 광활한 들녘이 무슨 볼게 있겠는가. 그냥 지나쳐버리자 진행방향 저만큼에 30번 국도의 비득치교가 나타난다. 탐방로는 저 다리 아래(이정표 : 종점까지 3km)를 지나간다.

 변산반도에는 계절별로 주꾸미, 전어 등 다양한 해산물이 넘쳐난다. 그 가운데서도 청정갯벌에서 나온 백합과 바지락은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그 백합으로 만들어낸 백합죽은 변산이 자랑하는 최고의 음식으로 꼽힌다. 부안의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은 백합죽은 인근 식당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데, 백합 조갯살을 잘게 썰어 넣고 약간의 참기름과 깨소금만으로 간을 해 끓여내기 때문에 백합 고유의 담백한 풍미가 일품이다.

 계속해서 변산로를 따른다. 그저 30번 국도를 오른편에 끼고 가다가, 왼편으로 바꿔 끼고 간다고 보면 되겠다.

 13 : 34. 백련리(白蓮里)의 자연부락인 비득치 마을은 자자손손 바다를 생업으로 살아온 어촌이다. 부안 출신 김민성 시인이 <전략- 확 짠 내가 스며오는 속에/ ‘오오매 으쩐 일이데여!’ 반가워하며/ 내 손을 덥썩 잡는 새포댁의 손/ 소당깨만 한 까칠까칠한 손 -후략>이라며 읊던 새포댁의 손의 배경지이기도 하다. 동향의 김교서 시인은 비득치에 가면이란 시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새만금방조제가 놓이면서 바닷가 마을이 아닌 변산 밑의 산골마을로 변해버렸다.

 잼버리 행사장의 시설물들을 철거하고 있는 듯 들녘에는 중장비가 오가고 있었다. 방조제가 놓이기 전만 해도 저곳은 갯벌이었다. 칠산바다 물고기들이 산란하러 모여들고, 질 좋은 백합과 바지락이 지천이었단다. 멀리 남반구 뉴질랜드에서 북반구 툰드라까지 약 3Km를 오가는 도요물떼새 등 철새의 휴게소이기도 했다. 법정 보호종만 해도 40여 종에 이르렀다나?

 13 : 44. 나지막한 언덕을 넘자 바람 모퉁이가 나오는데, ‘야방 모퉁이라고도 불린다고 했다. ‘야방은 주변 지역을 훤히 잘 조망할 수 있는 지역이라서, 임진왜란 때 밤에 야방을 섰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그런 특징을 살리려는 듯 잼버리 야영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잼버리 전망대를 지어놓았다. 다목적 광장, 팔각정, 전망대, 주차장, 안내센터, 화장실, 조형물 등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자동차전용도로가 중간에 놓여있어 가볼 수는 없었다.

 그나저나 대회가 실패로 끝나서인지 펄럭이고 있어야 할 만국기는 사라지고 없었다. 국기를 보며 나라 이름을 알아맞히는 재미가 쏠쏠한데 아쉬운 일이라 하겠다. 문득 유럽 연수 때 각국을 돌아다니며 삼색으로 된 국기들을 대비해보던 기억이 떠오른다. 프랑스·이탈리아·아일랜드·벨기에 등은 세로 삼색기인데 색깔만 다르다. 독일·네덜란드·오스트리아·헝가리 등 가로 삼색기인 나라는 더 많다.

 13 : 48. 잠시 후 백련마을(어촌계 회관)’에 이른다. 법정 동리인 백련리(白蓮里) 9개 행정부락(삼산·금광·노계·금산·월포·신촌·문수·백련·대광·비득·소광) 중 하나로, ‘백련이라 지명은 변산의 의상봉과 와우봉에서 흘러내린 물이 문수동 계곡 아래에서 못을 이루는데, 그 못에서 하얀 연꽃이 피어났다는 데서 유래했다.

 버스정류장은 광고판을 겸하고 있었다. ‘부안 정명 600주년(2016)’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선정한 9가지 볼거리·살거리·먹거리를 부안 9()·9()·9()’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세상에 내놓는다.

 13 : 56. 요것조것 기웃거리며 걷다보면 풍력발전기가 고개를 내밀면서 신재생에너지 테마파크에 이르렀음을 알린다.

 테마파크 입구의 보리밭. 아직은 키가 무릎에도 못 미치고 있다. 하지만 달포만 더 있으면 싱그러운 빛깔로 일렁이는 보리의 군무를 보게 될 것이다. 보릿대가 살랑댈 때마다 풋내음이 퍼지고, 쏟아지는 봄볕 튕겨내며 싱그러운 빛깔로 반짝이는 어느 봄날. 생각만 해도 즐겁지 아니한가.

 13 : 59. 테마파크 입구 삼거리. 이정표(종점까지 1km)가 함께 걸어온 변산로와 헤어지라고 한다. 이정표의 지시대로 신재생에너지로로 들어가자 신재생에너지 테마파크가 반긴다. 테마 체험단지, 실증 연구단지, 산업단지가 함께 입주해 있어 연구개발에서 생산, 교육, 홍보까지 종합적으로 이루어지는 전국 최초의 신재생에너지 복합단지다. 참고로 신재생에너지는 재생에너지와 신에너지를 합쳐 부르는 말이다. 재생에너지는 햇빛··바람·생물유기체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이르고, 신에너지는 연료전지·수소에너지 등 기존의 화석연료를 변환시켜 이용하는 에너지를 말한다. 하나 더. 신재생에너지의 특징은 환경 친화성과 비 고갈성이다. 원자력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도 기억해두다.

 신재생에너지 테마파크 2009년 공사를 시작해 2011년 완공했다. 중심 시설인 테마체험관(위 사진의 오른쪽 건물)’은 즐기면서 학습할 수 있는 에듀테인먼트 시설로 8개 분야(태양열·태양광발전·바이오매스·풍력·소수력·지열·해양에너지·폐기물에너지)의 재생에너지와 3개 분야(연료전지·석탄액화가스화·수소에너지)의 신에너지 및 그린하우스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난해한 에너지의 원리도 놀면서 익히면 더 즐거워진다나? 쓰레기나 돼지똥, 소똥이 전기가 된다면 어린이들이 믿겠는가. 그런 에너지의 변화를 말로 설명해봤자 알아들을 수도 없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재생에너지·수력·화력·태양열 등 머리로만 이해하던 에너지의 원리를 만지고, 움직이고, 게임하면서 알아차리게 해 준다고 했다. 알아두면 좋을 지식들을 재미있는 놀이에 담아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단다.

 14 : 15. 테마 체험단지와 실증 연구단지를 지나 산업단지에 이르면서 트레킹이 종료된다. 코너에 월포마을 경로당이 들어서 있는 사거리이다.

 서해랑길(부안 49코스) 안내도는 경로당의 맞은편, 도로 건너에 세워져 있다. 오늘은 3시간을 걸었다. 앱에 11.30km가 찍혀 있으니 꽤 더디게 걸은 셈이다. 새만금 박물관과 홍보관을 둘러보느라 시간이 지체되었나 보다.

 오늘도 집사람이 함께 해주었다. 그것도 시점에서 종점까지 풀코스로 말이다. 코스가 짧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집사람의 건강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네 소원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건강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다른 소원이 뭐냐고 또 다시 물으신다면 난 건강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또 다른 소원을 말해 보라고 하시면 난 또다시 건강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만 그 건강의 대상은 내가 아닌 내 집사람이라고 공손히, 그러나 또렷이 말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