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녀봉(玉女峰, 455.7m)-무제봉(武帝峰, 574m)-백석봉(白石峰, 468.1m)

 

산행일 : ‘16. 1. 5()

소재지 : 충북 진천군 이월면과 백곡면의 경계

산행코스 : 동암교동암마을옥녀봉송전탑장군봉(480m)정자전망대무제봉백석봉명암산촌생태마을(산행시간 : 3시간 45)

 

함께한 산악회 : 가보기산악회

 

특징 : 옥녀봉과 장군봉, 무제봉, 백석봉은 하나의 능선으로 연결되어 있어 종주산행이 가능하다. 거기다 산들이 말발굽(U자형)을 뒤집어 놓은 형태로 이루어져 있어 원점회귀 산행도 가능하다. 4개의 산들의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전형적인 육산(肉山)이라는 점이다. 산행 내내 바위다운 바위 하나 구경할 수 없을 정도이다. 때문에 특별한 볼거리는 보여주지 못한다. 무제봉 정상과 그 근처를 빼 놓고는 조망 또한 허락되지 않는다. 육산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하지만 500m 전후의 산봉우리들로 연결되는 능선은 한마디로 곱다. 보드라운 황톳길은 폭신폭신하기까지 하고 봉우리들 사이의 골이 깊지 않은 덕분에 산행을 하는데 힘도 별로 들지 않는다. 거기다 4시간이면 산행을 마칠 수 있으니 시간 또한 적당하다. 한마디로 괜찮은 산이란 얘기이다. 하지만 이는 한 가지를 빼 놓았을 때에 해당되는 말이다. 바로 백석봉 구간이다. 이 구간은 찾는 사람들이 드문 탓인지 황폐하기 짝이 없다. 잡목(雜木)들로 가득한 능선은 걷기조차 쉽지가 않을 정도이다. 산행을 하는 중에 싸대기 몇 대쯤 맞을 각오는 해야 할 것이다. 원점회귀 산행 보다는 백석봉을 뺀 산행코스를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 같다.

 

산행들머리는 동암교(진천군 이월면 명암리 동암마을)

중부고속도로 진천 I.C에서 내려와 좌회전하여 21번 국도를 타다, 잠시 후 신성사거리(진천읍 성석리)에서 우회전하여 계속해서 21번 국도를 따른다. 이어서 벽암사거리(진천읍 벽암리)에서 다시 우회전하여 이번에는 34번 국도를 따르다가 백곡저수지의 상류에 있는 건송교()를 건너자마자 우회전하여 군도(명암길)을 따라 들어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산행들머리인 동암교에 이르게 된다  

 

 

 

동암마을로 들어가는 동암교를 건너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들머리에 이정표(무제봉 6.5km, 장군봉 3.4km, 옥녀봉 1.8km, 사지 마을 4.9km/ 명심리 0.7Km, 발레시수녀원 2.4Km)가 세워져 있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잠시 후 마을 안길을 짧게 지난다.


 

 

마을 끄트머리에 있는 잘 지어진 집의 앞에서 왼편 계곡길로 들어선다. 산길은 밭과 골짜기 사이로 나있다. 그리고 밭을 지나자마자 왼편 산자락으로 들어붙는다. 들머리에 등산로라고 쓰인 이정표가 세워져 있으니 혹시라도 길을 못 찾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산길은 초반부터 가파르게 시작된다. 처음으로 오르게 될 옥녀봉의 높이는 기껏해야 400m 중반에 불과하다. 그런데 뭐가 급하다고 처음부터 서둘러 고도(高度)를 높여가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걱정할 것까지는 없다. 5분이면 옥녀봉에서 동암 마을로 이어지는 서남릉에 올라서게 되면서 가팔랐던 오르막길이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이후부터는 별 어려움 없이 산행을 이어갈 수 있다.

 

 

능선에 올라서서 10분 쯤 지나면 첫 번째 봉우리에 올라서게 되면서 처음으로 시야(視野)가 열린다. 그리고 무제봉에서 갈라져 나온 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저 능선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가 백석봉일 것이다.

 

 

무명봉에서 짧게 내려선 산길은 평탄하게 이어진다. 그러다가 6~7분쯤 지나면서 서서히 가팔라지더니 끝내는 버겁다싶을 정도로 가팔라져 버린다. 하지만 이번에도 5분을 채 넘기지 못하고 오르막길이 끝나니 걱정할 필요까지는 없다. 가파른 오르막길이 끝나면 ‘T'자형 삼거리가 나온다. 이정표는 세워져있지 않지만 옥녀봉은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장군봉과 무제봉은 왼쪽 방향이다. 옥녀봉을 둘러본 후에는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야만 한다는 얘기이다.

 

 

 

삼거리에서 몇 걸음만 더 걸으면 옥녀봉 정상이다. 상당히 너른 분지(盆地)로 이루어진 정상에는 정상표지석과 삼각점, 이정표(장군봉 2Km, 무제봉 4.5Km/ 장수굴 1.8Km, 사곡마을 2.4Km)외에도 벤치를 놓아 쉼터를 겸하도록 했다. 하지만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여 조망은 트이지 않는다.

 

 

옥녀봉은 옥녀(玉女)가 금비녀를 꽂고 거문고를 타는 생김새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상석의 뒷면에는 또 다른 사연이 적혀있다. 궁골마을에 살던 기옥녀(奇玉女)란 여인이 중국 원나라 황제의 비()가 되었다고 해서 그녀의 이름을 딴 이름이라는 것이다. 한때 중국 대륙을 호령했던 기황후가 태어났던 곳이 바로 요 아래에 있는 궁동마을(이월면 노원리)이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궁골마을은 궁동마을의 또 다른 이름일 게다.

 

 

삼거리로 되돌아와 다시 산행을 이어간다. 잠시 아래로 내려선 산길은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이어진다. 봉우리들 사이의 골이 깊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경사가 거의 없는 산길은 걷기가 여간 편한 게 아니다. 거기다 보드라운 흙길에는 낙엽들까지 수북하게 쌓여있다. 여간 폭신폭신한 게 양탄자가 따로 없을 정도이다.

 

 

 

부담 없는 산길은 꽤 오랫동안 이어진다. 그러다가 옥녀봉을 출발한지 30분 정도가 지나면 송전탑(送電塔)이 나타나면서 오른편 잡목(雜木)들 사이로 시야(視野)가 열린다. 그리고 진천과 음성의 너른 들녘이 눈앞에 펼쳐진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이다. 날씨가 받쳐주지 못한 탓에 모든 것이 희뿌옇게 나타날 뿐이다.

 

 

송전탑을 지나면서 산길은 제법 가팔라진다. 그리고 6분 후에는 장군봉에 올라서게 된다. 장군봉의 정상도 역시 제법 너른 분지(盆地)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쉼터를 겸하고 있는 것 또한 옥녀봉과 같다. 정상표지석과 이정표(무제봉 2.5Km/ 옥녀봉 2Km, 장수굴 3.8Km, 사곡마을 4.4Km) 외에도 벤치를 놓아둔 것이다. 조망도 역시 트이지 않는다.

 

 

 

무제봉으로 향하는 능선 역시 곱기는 매한가지이다. 아니 아까보다 더 고와졌다고 하는 게 옳을 것이다. 참나무들이 주종을 이루던 능선이 언제부턴가 소나무들로 바뀌어 있기 때문이다. 코끝을 스쳐가는 진한 솔향에 취하면서 걷는 재미가 제법 쏠쏠한 구간이다.

 

 

 

장군봉에서 내려서면 잠시 후 송전탑을 만나게 되고, 이어지는 작은 오르내림을 몇 번 반복하고 있는데 갑자기 능선이 뚝 끊겨버린다. 장군봉에서 20분 조금 못되는 지점인데, 임도(林道)를 새로 내느라 산허리를 싹둑 잘라버렸기 때문이다. 별 수 없이 되돌아 나와 왼편으로 우회(迂廻)한 후 맞은편 능선으로 오른다. 새로 제작한 듯이 보이는 이정표(무제봉 정상 2.5Km/ 산림문화휴양관 900m)가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길가에 누워 있는 것으로 보아 임도를 새로 뚫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모양이다.

 

 

 

 

능선으로 올라 산행을 이어가면 잠시 후 또 다른 임도를 만난다. 명암리에서 옥정현으로 이어지는 임도이다. 이번에는 어지러울 정도로 복잡하게 적힌 이정표(전망대0.1Km, 무제봉 1.0Km, 신계리(어당이) 5.6Km, 성대리(상봉) 6.0Km/ 장군봉1.6Km, 옥녀봉 3.4Km, 송림저수지 3,9Km, 명암리 2.7Km, 장수골 5.0Km, 사지마을 5.8Km/ 휴양관800m) 외에도 산행안내도와 벤치, 운동기구에다 정자(亭子)까지 갖춘 반듯한 쉼터로 조성해 놓았다. 산길은 임도를 가로지른 후 맞은편 능선으로 향한다. 능선으로 오르는 사면(斜面)에는 목제계단을 설치해 놓았다. 임도를 내느라 산허리를 잘라버린 미안함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려 했던 모양이다.

 

 

 

계단에 올라서면 장군봉에서 옥녀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한눈에 잘 들어온다. 그 뒤에도 높고 낮은 산들이 천지이다. 조금 후에 실컷 보게 될 너른 들녘과는 완벽하게 상반되는 풍경들이다.

 

 

계단을 오르면 삼거리(이정표 : 무제봉950m/ 전망대30m)이다. 무제봉으로 곧장 진행해도 되겠지만, 지척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면 뭔가 볼만한 게 있다는 얘기일 테니까 말이다. 목재 데크로 만들어진 전망대는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자마자 만난다. 전망대에 오르면 시야가 뻥 뚫린다. 그리고 시원스런 조망이 눈앞에 펼쳐진다. 진천과 음성의 들녘이 얼마나 너른지 가히 끝도 보이지 않을 지경이다. 그게 다 짙게 낀 연무(煙霧) 때문이겠지만 말이다. 그러다보니 그 뒤에 솟아있어야 할 가섭산과 두타산 등 인근의 산들은 아예 나타날 생각조차 않고 있다.

 

 

 

전망대에서 무제봉으로 가는 길은 능선을 따른다. 왼편은 임도를 확장하느라 산자락을 헤집은 탓에 거의 벼랑 수준이다. 안전을 위해 목제난간까지 설치했을 정도이니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른편으로는 막힘이 없이 시야가 열린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산자락의 나무들을 모조리 잘라버렸기 때문이다. 하여간 그 덕분에 눈은 즐겁다. 조금 전에 전망대에서 보았던 풍경들이 거의 같은 모습으로 다시 한 번 펼쳐진다.

 

 

무제봉에서 뻗어나간 산자락에 뭔가가 보인다. 천룡 C.C일 것으로 생각되지만 확실히는 모르겠다. 온 천지가 누렇게 변해버린 겨울철에는 골프장의 필드인지 아니면 다른 목적의 잔디밭인지가 구분이 잘 안되기 때문이다.

 

 

얼마간 올랐을까, 전망대를 나선지 20분쯤 지나면 관리가 잘 되어 있는 몇 기의 무덤()을 지나게 되고, 이어서 잠시 후에는 무제봉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산행을 시작한지 2시간10분 만이다. 무제봉(武帝峰)은 제사(祭祀)와 관련이 있는 이름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가뭄을 해소하기 위한 기우제(祈雨祭)를 지냈던 데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이다. 기우제를 또 다른 표현으로 무우제(舞雩祭)라고 하는데 이것이 세월이 흐르면서 무제봉으로 변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가설(假說)에는 문제가 있다. 무우제(舞雩祭)의 무제와 무제봉(武帝峰)의 무제는 완전히 다른 뜻이기 때문이다. 한자의 음() 또한 완벽하게 다른 것은 물론이다. 그보다는 차라리 중국 한()나라 때의 군주이자 정복전쟁으로 유명했던 무제(武帝)와 연관되는 스토리텔링(story telling)이라도 하나 만들어보는 게 어떨까 싶다.

 

 

 

비교적 넓은 무제봉 정상에는 충청북도의 트레이드마크(trademark)라 할 수 있는 검은 오석(烏石)으로 만들어진 정상표지석(아랫도리에 상봉 마을 4.5km/ 발레기 마을 2.4km/ 어당이 마을 4.5km/ 송림 안산 3.0km라고 표기해 이정표의 기능을 겸하도록 했다) 말고도 정상석이 두 개나 더 세워져 있다. 인근의 산악회들이 세운 모양인데 썩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과하면 부족함만도 못하다는 말은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정상에는 무덤도 보인다. 옛날 기우제(祈雨祭)를 지냈다고 해서 무제봉이라는 이름까지 얻게 된 점을 감안한다면 의외의 상황일 수밖에 없다. 내 기억에 기우제를 지내던 산봉우리에는 무덤을 못 쓰는 게 원칙이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무덤이 있을 경우에는 파헤쳐버렸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정상에서의 조망(眺望)은 괜찮은 편이다. 마침 벤치를 갖춘 쉼터까지 겸하고 있으니 차분히 쉬어가면서 조망을 즐겨볼 일이다. 진천과 음성의 너른 들녘이 한 눈에 보이고, 칠장산에서 서운산으로 이어지는 금북의 마루금도 시야(視野)에 들어온다.

 

 

백석봉으로 향한다. 이번에도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이어진다. 하지만 무제봉으로 오를 때 보다는 조금 더 경사(傾斜)가 가팔라졌다. 그리고 오르막길 보다는 내리막길이 조금 더 길어졌다는 것 또한 다른 점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길이 험해졌다는 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일 것이다. 능선이 온통 잡목(雜木)으로 우거져 있어 길 찾기가 힘들 지경이다. 자칫 방심하다가는 나뭇가지에 싸대기를 얻어맞기 일쑤이다. 그만큼 이 코스를 이용하는 등산객들이 적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욕설을 겨우겨우 참아가며 25분쯤 걸으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길의 흔적이 양쪽 모두 희미하기 때문에 길 찾기에 주의가 필요한 구간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곳에서는 오른편으로 진행하는 게 옳다. 산악회들이 매달아 놓은 리본(ribbon)들 또한 오른편에 매달려 있다. 하지만 느낌만으로는 왼편이 더 옳아 보이기에 주의하라는 말을 썼다. 백석봉 정상으로 가는 길이니 응당 위로 올라야만 한다는 느낌으로 산행을 하고 있는데. 막상 오르막길은 왼편으로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곳에서 왼편으로 진행할 경우에는 백석봉을 건너 뛴 채로 명암마을에 내려서게 되니 참조할 일이다. 갈림길에서 또 다시 작은 오르내림을 두어 번 하고 나면 8분 후에는 송전탑(送電塔)을 만나게 된다.

 

 

 

송전탑을 지난 능선은 제법 깊은 골을 만든다. 거기다 경사(傾斜)도 아까보다는 조금 더 가팔라졌다. 그렇게 두어 번을 내려섰다가 올라서면 12분 정도 후에는 드디어 백석봉 정상이다. 무제봉에서 백석봉까지는 55분이 걸렸다.

 

 

백석봉 정상이 산봉우리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게 다이지 않나 싶다. 육산(肉山)의 전형적인 특징대로 아무런 볼거리가 없다는 얘기이다. 삼각점(진천 435)이 주인 노릇을 하고 있는 좁다란 정상에는 정상표지석은 물론이고 그 흔한 이정표도 찾아볼 수 없다. 새마포산악회와 서울마운틴 등 산악회에서 매달아 놓은 정상표지판들 마저 없었더라면 자칫 정상인줄도 모르고 지나쳤을 뻔 했다. 조망 또한 허락되지 않는다. 정상이 숲속에 갇혀있는 탓이다.

 

 

정상 근처에서 하얀색의 바위를 만난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가 널브러져있다. 산행을 시작하기 전에 총무님으로부터 백석봉이라는 이름에 얽힌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녀의 말로는 하얀 바위로 이루어진 봉우리라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막상 정상에는 바위가 하나도 없기에 궁금했었는데 바로 저런 바위들을 두고 하는 말이었던가 보다. 하긴 맞는 말이다. 비록 봉우리 전체가 바위로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정상 어림에 하얀 바위들이 널브러져 있긴 하니까 말이다.

 

 

하산을 시작한지 5분쯤 지나면 갈림길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흐르는 주능선을 계속 탈 경우에는 백곡저수지로 내려가게 된다. 날머리로 계획하고 있는 명암(명심)마을의 회관으로 내려가고 싶을 경우에는 왼편으로 내려서야 한다.

 

 

하산 길은 상당히 가파르다. 거기다 참나무 낙엽들이 수북하게 쌓여있어 미끄럽기까지 하다. 자칫 방심하다가는 엉덩방아를 찧기 십상이다. 집사람 역시 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서너 번이나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손목이 시큰거린다는 하소연까지 했을 정도이다. 그런 내리막길은 꽤나 오랫동안 계속된다. 내려가는 중간에 여러 기의 무덤들이 보인다. 이제는 길이 좀 수월해지려니 해보지만 가파르기는 매한가지이다. 다만 길에 잡목(雜木)들이 사라진 점은 확실히 달라졌다. 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내려설 수 있다.

 

 

산행날머리는 명암마을회관

25분 정도의 가파른 내리막길과의 싸움이 끝나면 농로(農路)에 내려서게 된다. 이어서 시멘트로 포장된 농로를 10분 조금 못되게 걸으면 명암마을에 이르게 되면서 오늘 산행이 끝을 맺는다. 오늘 산행은 총 3시간 55분이 걸렸다. 간식을 먹느라 쉬었던 시간을 감안할 경우 3시간 45분이 걸린 셈이다. 이곳 명심(明心)마을은 산림청으로부터 산촌생태(山村生態)마을로 지정 받아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래선지 아니면 원래부터 몸에 배인 것인지는 몰라도 주민들은 친절하기 짝이 없었다. 잠시 점심을 먹고 가려는 등산객들에게 마을회관 안으로 들어오라며 선뜻 자리를 내어줄 정도였다. 이런 인심을 가진 마을이라면 마음 놓고 아이들을 맡겨도 되지 않을까 싶다. 마침 체험학습을 위한 시설들까지 최신으로 갖추었으니 말이다. 참고로 이곳 명심마을의 행정단위는 명암리(明岩里)이다. 이곳 명심(明心) 마을과 아침에 산행을 시작했던 동암(東岩)을 합친 후, ‘자와 자를 따서 붙인 이름이란다. 명암리를 찾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밝아져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붙인 이름이라는데, 주민들의 친절함을 보니 이름이 맞긴 맞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