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수니온 곶(Cape Sounion)

 

여행일 : ‘23. 3. 22()-29()

 

세부 일정 : 아테네수니온곶아테네산토리니아테네델피테르모필레메테오라아테네

 

특징 : 그리스 아티카반도의 남단, 아테네 남동쪽 50km 지점에 있으며 콜로나 곶이라고도 한다. 해면 가까이 높이 60m로 치솟은 절벽 위에는 아티카의 해안을 지켜주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신전(Temple of Poseidon)’이 세워져 있다. 최고의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아이게우스의 아들에 대한 사랑만큼이나 붉게 타오르는 바다를 볼 수 있단다.(네이버백과 참조)

 

 차에서 내리면 관리사무소가 길손을 맞는다. 저 건물에는 식음료를 파는 카페가 들어서있다. 석류주스나 레몬주스 같은 음료를 판다니 한번쯤 들러볼 만도 하겠다. 주문한 그리스 커피와 포세이돈 신전을 나란히 놓고 인증사진을 찍어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고.

 아테네에서 가깝다보니 당일치기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여행사도 아테네에 머무르면서 잠시 다녀오는 일정으로 편성하는 게 보통이다.

 관리사무소 앞 안내판, 자국어인 그리스어와 함께 영어로 유적지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저기에 한글도 들어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소정의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가면, 저 멀리 언덕에 걸터앉은 포세이돈 신전이 눈에 들어온다. 잘라진 절벽으로 삼면이 둘러싸인 돌단의 대지는 이미 호메로스 시대부터 뱃사람들의 성지로서 숭경되어 왔다고 한다. 기원전 6세기에는 그 위에 해신 포세이돈의 신전이 세워졌다.

 신전으로 올라가는 도중 에메랄드빛 작은 라군(lagoon)들도 눈에 담을 수 있다. 아름답다. 저 바다에 반한 누군가는 바다로 한없이 걸어 나가 그 속에 풍덩 잠겨보고 싶다고 했다. 그만큼 매혹적이라는 얘기일 것이다.

▼ 뒤라도 돌아볼라치면 에메랄드빛 지중해가 드넓게 펼쳐진다.

 포세이돈 신전의 역사는 기원전 7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다로 나간 선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제사가 이곳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터키 서쪽해안으로 향하는 배들은 모두 여기서 출항을 했단다). 그곳에 제단을 쌓아올렸다가 나중에 신전을 세웠단다. 그러다 기원전 480년에 일어난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크게 파괴됐다. 도리아식 기둥만 남아있는 현재의 신전은 기원전 440년경, 그리스의 참주정치로 유명한 페리클레스 시대에 재건되었다. 하나 더,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아테네인들은 나포하거나 파괴한 페르시아군의 범선들을 이곳으로 끌고 왔었다고 한다. 해전에서 승리한 아테네군이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바치는 일종의 트로피였다고나 할까?

 신전은 기둥만이 외롭다. 하지만 옛날에는 사방을 촘촘히 기둥들로 둘러싸고 그 위에 천정을 덮었다. 내부에는 포세이돈의 동상이 봉헌되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로 신전은 원래 총 34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15개만 남아 있을 따름이다. 기둥의 높이는 6.1미터, 기단의 직경은 1미터인데, 지붕 쪽으로 가면 직경이 79cm로 좁아진단다.

 신전의 정면 프리즈(frieze)에 테세우스와 미노타우로스와의 싸움 장면과 아테네인들이 살라미스해전에서 페르시아에 승리하는 장면들이 새겨져 있다던 어느 탐방 기사가 문득 떠오른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조각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어찌된 일일까?

 촘촘하게 서있는 기둥들이 신전의 웅장함을 돋보이게 만든다. 그에 비해 뒤쪽은 앙상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하나 더, 저녁이면 저 신전에 불이 들어온다고 했다. 천하일품의 일몰을 보기 위해 찾아온 여행객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로 제공된다나?

 이곳에도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옛날에는 신전 주위, 아니 수니인 곶 전체가 성곽으로 둘러싸여 있었던 모양이다.

 신전의 기단에는 꽤 많은 글귀가 적혀있었다. 장삼이사의 이름도 적혀있다. 그중에는 1810~1811년에 그리스를 여행했던 영국의 낭만파 계관시인 바이런(George Gordon Byron)의 이름도 있다고 했다. 그리스에 머물면서 포세이돈 신전의 아름다움과 역사성, 신화에 얽힌 이야기에 감동한 나머지 신전기둥에 자기 이름을 새겨 넣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직접 확인해 볼 수는 없었다.

 주변은 신전의 잔해들로 어지럽다. 하지만 어느 하나 허투루 대접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금줄을 쳐 여행객들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

 관리사무소 너머에는 길쭉하게 생긴 마크로니소스 섬이 있다.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한 메넬라오스가 파리스와 도망갔던 자기 처 Helene를 다시 트로이에서부터 데리고 돌아오다가 잠시 들렀다는 신화의 섬이다. 저 섬은 또 그리스에서 가장 악명 높은 정치범수용소가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작곡가 미키스 테오도라키스가 군부독재기간 동안 저곳에 투옥되었고 혹독한 고문을 당했었다.

 반대편으로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오밀조밀한 해안의 앞바다에는 작은 섬 두엇이 떠있다. 누군가는 페트로클로스섬이라고 했는데 맞는지는 모르겠다.

 왔노라! 보았노라!! 그리고 찍었노라!!! 일단은 인증사진부터 찍고 본다.

 관리사무소로 되돌아와 이번에는 반대편 언덕으로 올라본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포세이돈 신전이 일품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파란 하늘과 청람색 바다를 배경으로 척박한 산 위에 웅장하게 솟은 포세이돈 신전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힌다.

 언덕의 맨 꼭대기에는 말뚝 모양의 시멘트 구조물이 세워져 있었다. 확실히는 모르겠으나 수니온 곶의 표지석쯤으로 여기면 되지 않을까 싶다.

 표지석에 웬 낙서? 2019년에 어떤 머저리가 찾아왔었다는...

 발아래로 펼쳐지는 무심한 바다는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파랗다 못해 짙푸르러 검은색으로 변해버린 색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아이게우스(Aegeus)왕은 크레타의 괴물 미노타우로스(Minotauros)를 죽이러 떠난 아들 테세우스(Theseus)를 기다리고 있었다. 성공하면 흰 돛을, 그렇지 않으면 검은 돛을 달라고 아들에게 말했는데 저 멀리 보이는 배의 돛은 안타깝게도 검은색이었다. 테세우스가 승리에 도취된 나머지 깜빡 잊고서 검은 돛을 단 것이다. 이를 모르는 아이게우스의 가슴은 무너져 내린다. 결국 아들을 잃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절벽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하고 마는데 그곳이 바로 수니온 곶이다. 그때부터 이곳의 바다를 아이가이 해로 부르다 지금의 에게 해(Aegean)가 되었다.

 아테네로 이어지는 도로도 보인다. 세기의 커플로 알려진 그리스의 선박왕 오나시스와 재클린 케네디가 사랑을 확인하며 달렸다는 아폴로 코스트이다. 안소니 퍼킨스가 주연했던 비극영화 페드라의 무대이기도 하다. 그건 그렇고 저 어디쯤에는 아테나의 유적도 있다고 했다. 기원전 5세기의 신전 흔적이 확인된단다.

 절벽 아래에서는 푸른색이 두드러져 보이는 에게해(Aegean sea) 바닷물이 쉴 새 없이 절벽을 때린다.

 지중해 연안은 겨울철에도 온난·다습하다고 했다. 덕분에 그런 온화한 기후가 만들어 낸 다양한 식생(植生)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앙상한 포세이돈 신전과는 달리 이곳은 꽃밭 수준이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갖가지 들꽃들이 무리지어 피어났다.

 이곳은 아열대성 기후인 모양이다. 아열대성 식물인 용설란(龍舌蘭)이 절벽주위에서 자생하고 있었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주변을 살펴보기로 했다. 일생에 단 한 번 피운다는 꽃이라도 눈에 띌지 누가 알겠는가. 특히 꽃을 보며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운이 없었던지 꽃은 눈에 띄지 않았다.

 또 다른 아열대성 식물인 백년초(百年草)도 눈에 띈다. 우리나라에서는 관상용(요즘은 스무디 등의 재료로도 쓰인다), 하지만 수년 전에 들른 타이완에서는 저 열매로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