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불가리아 - 루마니아

 

여행일 : ‘19. 5. 29() - 6.5()

세부 일정 : 소피아릴라소피아(1)플로브디프벨리코 투르노보(1)이바노보부카레스트(1)시나이아브란브라쇼브(1)루피아시비우시기쇼아라(1)투르다클루지나포카

 

여행 여섯째 날 : 투르다 소금광산(Salina Turda)

 

특징 : 투르다(Turda)는 클루지에서 남쪽으로 30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인구 5만 명 정도의 작은 도시이다. 디에르나라는 다키아인들의 정착지로 출발한 이 도시는 로마인들의 카스트룸이 되면서 포타이사로 고쳐 불렸고, 후에는 로마제국의 식민지가 되었다. 하지만 그런 시의 역사보다는 시의 북쪽에 있는 암염 광산으로 더 유명하다. 로마시대에 개발된 방대한 규모의 이 소금광산은 1932년까지 양질의 소금을 채굴하였으며, 2차 세계대전 때는 방공호로 사용되었다. 현재는 관광객들의 훌륭한 볼거리로 변해 있다. 중세시대의 소금광산이라는 환경, 그리고 그 장소에 직접 선다는 신비로움 때문인지 매년 60만 명 정도가 이 신비한 소금광산 테마파크를 방문하고 있단다. 참고로 이곳은 지하세계라는 특이성 때문인지 공상과학 영화의 촬영장소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배트맨 시리즈 중 한 편인 다크나이트 라이즈도 이곳에서 일부가 촬영되었단다.

 

 

 

버스에서 내리니 엄청나게 많은 차량들이 널따란 광장을 꽉 매우고 있다. 그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인기는 덤일 것이고 말이다.

 

 

 

 

찾는 사람이 많으니 기념품가게라고 없을 리가 있겠는가. 아예 5일마다 선다는 시골 장터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광산의 입구는 달팽이를 닮은 특이한 외형을 갖고 있었다. 저 지하에는 로마시대에 개발되었다는 소금광산이 있다. 하도 오랜 세월을 채굴하다보니 그 깊이가 무려 120m에 이른단다. 하지만 채산성이 떨어지면서 문을 닫았고, 이후 버려진 채로 방치되었다. 아니 2차 세계대전 때는 대피소로 변했었고, 전쟁이 끝난 후에는 치즈 저장소로 이용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지난 1992년에 지역 의회의 도움으로 관람차, 미니 골프코스, 스포츠 경기장, 원형 극장, 지하 호수 등 다양한 볼거리를 갖춘 테마파크(Romania Salina Turda Salt Mine Park)‘로 다시 태어났단다.

 

 

 

 

 

 

건너편 산자락에는 양떼가 노닐고 있었다. 산양 떼를 쫒다가 암염광맥을 발견했다는 옛 얘기가 전해질 정도로 양들에게도 소금은 꼭 필요한 영양소이다. 그런 연관 관계를 나타내기 위해서 일부러 기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입장권(30레이)을 사서 안으로 들어서자 소금광산에 대한 각종 정보들이 통로의 벽면에 빼곡히 채워져 있다. 함께 여행을 하고 있는 의사 선생의 손놀림이 바빠지는 것을 보면 그 역시 여행을 마친 뒤에 해독(解讀)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지하철역을 연상시키는 긴 계단을 내려가면서 동굴 투어가 시작된다. 어둠의 세계로 들어가는 길인데도 느낌은 그 반대다. LED가 만들어낸 마법이랄까? 아니면 이 밑에 숨어 있을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하는 지하세계를 연상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두 번째는 수평 갱도(坑道). 광업(鑛業) 계통의 업무를 총괄해봤던 내 경험에 의하면 갱도란 붕괴의 위험을 항상 안고 있는 시설이다. 그런데도 이곳은 지지대(支持臺)가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암염(岩鹽, halite)의 강도가 세다는 증거일 것이다. 하긴 내가 들러봤던 독일의 ’Morsleben 처분장은 방사성폐기물을 폐() 암염광산에 저장하고 있지 않았던가.

 

 

수천만 년 동안 형성된 소금암벽의 흔적은 지금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바위벽에 온통 허옇게 붙은 덩어리는 소금이다. 모든 벽이 암염이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용도를 알 수 없는 공간도 만날 수 있었다. 테이블과 소파 몇 개가 놓여있는가 몇 점의 운동기구도 보였다. 소금광신이 변신한 테마파크 직원들의 쉼터가 아닐까 싶다.

 

 

 

 

 

소금 결정체가 만들어놓은 환상적인 마블무늬도 눈에 담을 수 있다.

 

 

 

 

 

동굴 안에는 옛날 소금광산으로 가행되던 당시 사용하던 기구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곳을 방문한다는 내 얘기를 들은 어느 기자는 이곳을 일러 소금 박물관이라 했었다. 더 깊게 들어가면 투어의 재미가 사라질 것 같아 흘려들어버렸지만 이런 풍경이 있었기에 박물관이란 표현을 했지 않을까 싶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881년부터 사용해왔다는 소금을 캐내는 기계이다. 채굴한 소금 덩어리를 위로 퍼 올리기 위해 제작된 기계인데 여러 마리의 말들이 회전축을 돌렸다고 한다.

 

 

 

 

광산의 미니어처(miniature)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기도실도 마련되어 있었다. 목숨을 건 작업장이었으니 신에 의지하는 마음 또한 컷을 게 분명하다.

 

 

 

 

지하 공간은 이제 테마파크로 바뀌어 있다. 암염을 캐고 난 커다란 공간을 둘로 나누어 각종 놀이시설을 들여놓은 것이다. 그곳으로 내려가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엘리베이터(elevator)를 타고 편히 내려갈 수도 있고, ‘갈 지()’자를 끊임없어 써내려가는 계단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우리 부부는 두 가지를 모두 이용해 보았다. 엘리베이터의 편안함이 좋았으나 그렇다고 계단에서 바라보는 풍경까지 건너뛸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지하광장까지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 9인승인데 13층 깊이의 광장까지 내려가는 데는 잠깐이면 됐다. 그렇게 도착한 첫 번째 광장에는 운동기구과 놀이기구들이 들어서 있었다.

 

 

이곳에서의 태양은 LED ()이다. 수많은 LED ()들이 깊고 검은 거대한 동굴 내부를 비춘다. 그 무리들이 조형미까지 갖추고 있으니 마치 어느 유명한 설치미술가의 작품 전시공간에라도 들어와 있는 듯하다.

 

 

두 번째 광장으로 가려면 또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야한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계단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 옛날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곳을 오르내렸을 광부들의 마음을 안고서 말이다.

 

 

계단을 빠져나오니 지하 120m에 만들어진 신비한 언더월드가 탐방객들을 맞는다. 그런데 널따란 호수로 이루어져 있는 게 아닌가. 깊이가 무려 8m나 되는 호수란다. 그나저나 소금이란 물에 닿으면 녹아버리는 게 상식이다. 그렇다면 이 주변에는 암염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아니겠는가. 소금광산이 문을 닫은 대신 테마파크가 들어선 이유가 아닐까 싶다.

 

 

호수에는 여행객들이 직접 노를 저을 수 있는 보트도 준비되어 있었다. 테마파크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종목이라는데 15레이를 내면 20분을 탈 수 있단다.

 

 

 

 

호수에는 작은 섬도 있었다. 시계태엽을 닮은 구조물이 세워져 있는데 호수 위에 만들어놓은 다리를 건너 직접 들어가 볼 수도 있다. UFO를 닮은 것 같기도 한 이곳은 또 다른 세상이다

 

 

 

 

고개를 들어보면 저런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소금호수를 둘러보고 난 뒤에는 4인승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랐다. 그렇게 올라선 광장은 엄청나게 넓었다. 이 거대한 원추형의 공간은 그 깊이가 무려 112m에 이른단다. 폭도 67m나 된다니 웬만한 스포츠 경기장 하나쯤은 너끈히 들어설 수도 있겠다.

 

 

올라오는 도중에 소금호수의 전경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그 공간은 어지러울 정도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하 공간이라고 소개한 어느 작가의 글이 생각난다. 아니 미국의 경제전문지인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도 그런 표현을 썼었다. 맞다. 지구 태초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수직 동굴에 화려하게 켜진 조명은 마치 SF영화 속의 우주기지를 연상케 하고 있었다.

 

 

널따란 광장에는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들이 들어서 있다. 그 가운데 백미는 회전관람차가 아닐까 싶다. 까마득한 높이까지 오르다보면 테마파크의 전경이 한눈에 쏙 들어오기 때문이다.

 

 

 

 

탁구대도 여럿 배치했다. 이곳 살리나 투르다의 특징을 잘 살린 시설이라 하겠다. 지하 깊숙이 자리 잡은 이곳은 1년 내내 11~12도의 기온을 유지한단다. 또한 습도가 80%로 유지되어 박테리아가 서식할 수 없는 조건이란다. 덕분에 알레르기성 호흡기 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재활치료 장소가 된단다. 그러니 유산소 운동의 하나인 탁구대를 놓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한편 이곳의 소금 순도는 80%에 달한다고 한다. 소금의 좋은 성분들이 공기 중에 함유되어 있어서인지 그저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몸이 치유되는 느낌이다.

 

 

당구대도 보인다. 미니 볼링장과 미니 골프장도 이용할 수 있다. 운동과 오락을 함께 할 수 있는 시설이라 하겠다. 거기다 때만 잘 맞추면 원형극장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도 있단다. ! 오락적인 기능이 주를 이루고 있는 다른 테마파크를 연상하고 들어온 사람들은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 두자. 놀이동산의 꽃인 롤러코스터도 없을 뿐만 아니라 자이로드롭이나 바이킹 같은 스릴 넘치는 기구도 없기 때문이다.

 

 

 

 

찾는 이들이 저렇게 많으니 기념품가게가 들어서지 않았을 리 없다. 소금은 이용한 제품, 특히 암염을 깎아 만든 조각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이곳의 벽면도 역시 서릿발처럼 생긴 소금 결정체들로 뒤덮여 있다. 아니 이번에는 고드름만큼 굵은 것들도 보였다. 그 소금 종유석이 긴 것은 3m나 된다는데 믿거나 말거나이다.

 

 

 

 

몇 가지의 놀이기구를 체험해 본 다음에는 계단을 이용해 위로 올랐다. 13층이나 되는 높이이니 올라가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그에 대한 보상이 커서 고된 줄도 모르고 오를 수 있었다. 난간 아래로 펼쳐지는 휘황찬란한 불빛들이라니... 고진감래(苦盡甘來)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각 층의 벽면에는 년도를 적은 동판이 붙어 있었다. 채굴하던 년도가 아닐까 싶다.

 

 

소금광산 투어를 끝내고 클루지나포카(Cluj-Napoca)로 가는 도중에 투르다시가지를 둘러봤다. 이오시프(osif) 광산지구라고 해서 중세시대부터 소금을 채굴하던 광산이 밀집해 있는 광부들의 마을이었다. 인구가 5만 명쯤 되는 도시인데 어제 둘러봤던 시기쇼아라보다 훨씬 밝아진 색상의 중세풍 건물들이 길가를 장식하고 있었다. 다만 독일풍의 외모를 벗어던졌다고나 할까? 참고로 중세 때만 해도 이곳은 트란실바니아 의회의 회의장이 있던 곳으로 투르다 역사박물관과 정교회 대성당, 투르다 시립공원 등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없어 찾아보지는 못했다.

 

 

 

 

광장에는 아브람 이안쿠(Avram Iancu : 18241872)’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변호사 출신으로 헝가리가 트란실바니아 지방을 계속해서 합병시키려는데 맞서 혁명전쟁을 일으킨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루마니아의 민족적 권리를 구체적으로 인정받게 한 최초의 협정을 이끌어 낸 인물이라고 한다. 2016년에는 루마니아 의회와 클라우스 요하니스 (Klaus Iohannis)’ 대통령에 의해 국가영웅으로 선포되기도 했다. 국가에서 인정한 영웅이니 전국 방방곳곳에 이런 동상이 세워졌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점심식사를 했던 레스토랑이 아닐까 싶다. 호텔을 겸하고 있는 건물의 외관이 드라큘라성, 브란성(Castelul Bran)을 쏙 빼다 닮았기 때문이다. 상에 올라온 음식은 샤르말레(sarmale), 포도나 양배추, 근대 등의 잎에 쌀이나 다른 곡물, 다진 고기, 양파, 허브 등을 넣어 말아 만든 음식이다. 그렇다고 이에 만족할 내가 아니다. 드라큘라의 집에 왔으니 어찌 맥주(와인 대신이다)를 곁들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나저나 여행의 즐거움 중 식도락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루마니아에 가면 꼭 먹어보라고 권하던 샤르말레는 오늘 먹어봤고, 시나이아에서는 미티데이(mititei)’도 섭렵했다. 그 외에도 두어 가지의 음식을 더 먹어봤지만 루마니아식 족발인 치올란(Ciolan)이나 우리나라 국과 비슷하다는 초르바(ciorba)‘ 등은 접해보지 못했다. 이따가 들르게 될 클루지나포카에서 눈요기라도 해봤으면 좋겠다.

 

 

 

에필로그(epilogue), 우리나라에도 살리나 투르다와 비슷한 관광지가 있다. 1912년 일제가 지하자원을 수탈하기 위해 개발했던 광명시의 광명동굴로 1972년 폐광될 때까지 약 8km에 이르는 갱도를 뚫어 금과 은, , 아연 등을 캤었다. 그 이후로는 새우젓 저장고로 사용했다. 그러던 것을 광명시에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동굴테마파크라는 슬로건으로 관광지로 꾸며 2015년에 개방했다. 광산의 히스토리를 볼 수 있는 공간을 비롯해 미디어파사드쇼, 아쿠아월드, VR체험관, 와인 레스토랑 등으로 꾸며졌다. 와인 레스토랑에서는 직접 시음도 해볼 수 있었다. 정선의 삼탄마인아트센터도 마찬가지다. 1964년부터 38년간 운영해 오다 200110월에 폐광된 삼척탄광을 개발해 문화예술단지로 바꾼 사례다. 삼탄역사박물관, 현대미술관 캠, 예술 놀이터, 작가 스튜디오 등으로 재탄생해 지역문화 소생 프로젝트의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